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6월을 맞아 자연스럽게 6월 민주항쟁을 생각해봅니다.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장면인 6월 민주항쟁은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1979년 10월 26일)으로 찾아온 '서울의 봄'이 전두환 신군부 세력에 의해 짓밟히자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수많은 시민이 떨쳐 일어난 역사적인 사건이었습니다.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6월 민주항쟁의 경과는 저희가 일전에 소개한 <한국을 민주화 사회로 이끈 결정적 운동, 6월 항쟁>을 보시면 자세하게 알 수 있습니다. 6월 민주항쟁 때 많은 대학생, 지식인, 시민이 신군부에 의해 고초를 당하고 죽음을 당했습니다.


성에꽃

 새벽 시내버스는
 차창에 웬 찬란한 치장을 하고 달린다
 엄동 혹한일수록
 선연히 피는 성에꽃
 어제 이 버스를 탔던
 처녀 총각 아이 어른
 미용사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의
 입김과 숨결이
 간밤에 은밀히 만나 피워 낸
 번뜩이는 기막힌 아름다움
 나는 무슨 전람회에 온 듯
 자리를 옮겨 다니며 보고
 다시 꽃이파리 하나, 섬세하고도
 차가운 아름다움에 취한다
 어느 누구의 막막한 한숨이던가
 어떤 더운 가슴이 토해 낸 정열의 숨결이던가
 일 없이 정성스레 입김으로 손가락으로
 성에꽃 한 잎 지우고
 이마를 대고 본다
 덜컹거리는 창에 어리는 푸석한 얼굴
 오랫동안 함께 길을 걸었으나
 지금은 면회마저 금지된 친구여


민주화를 향한 열망은 1980년대 우리 사회 구성원 전체의 바람이었습니다. 그 바람 이면에는 민주주의를 외치다 죽어간 사람들의 피와 살아남은 사람들의 눈물이 있습니다. 박종철, 이한열 열사의 죽음을 도화선 삼아 일어난 6월 10일 국민대회에는 이 땅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겠다는 민중의 희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최두석 시인

최두석의 <성에꽃>은 군사독재시대에 혹독한 추위 속에서 생업에 종사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라는 꽃은 개인의 힘으로 피울 수 없습니다. 나와 이웃, 우리가 모두 힘을 다할 때 비로소 피울 수 있는 꽃입니다. 그 꽃은 어렵게 피었다가 우리가 외면하면 이내 시들고 마는 아주 연약한 꽃입니다. 사람들은 그 꽃이 시들기 시작할 때에야 비로소 그 아름다움의 가치를 절감합니다. 

4.19 혁명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6.10 민주항쟁으로 움튼 꽃이 만개하기도 전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언론과 개인의 자유가 파괴되고, 공정하지 못한 노동환경으로 빈부의 차이는 나날이 극심해지는 반면 국민을 속이고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우는 기득권층의 욕심은 1970·80년대의 <겨울 공화국>으로 회귀하는 양상입니다.

제대로 피지 못하고 시들고 있는 민주주의라는 꽃을 되살리려면 또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피가 이 땅에 뿌려져야 할지 모릅니다. 추우면 추울수록 더 선명해지는 '성에꽃'은 지금 이 순간에도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에꽃>의 화자처럼 '지금은 면회마저 금지된 친구'를 그리워하며 가슴 아픈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피눈물 나는 생활을 앞으로 얼마나 더 해야 할는지 모릅니다. 그 친구들을 그대로 두어서야 되겠습니까? 6.10 민주항쟁의 정신을 다시금 되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최두석

1956년 전라남도 담양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사범대 국어과와 동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1980년에 《심상》에 <김통정>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대꽃》《임진강》《성에꽃》《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꽃에게 길을 묻는다》《투구꽃》 등이 있으면 평론집으로 《시와 리얼리즘》이 있다. 


[종합]무바라크 사임, 군부에 권력이양…시위자들 축제 분위기(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10212_0007405597&cID=10103&pID=10100, 뉴시스)

29년간 이집트를 통치해온 무바라크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지 18일만에 사임했다는 속보입니다. 기사 중 한 시민의 소감은 같은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심금을 울리네요.

시위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국민이 현 정권을 무너뜨렸다”고 외쳤다. 대통령궁 주변에서 시위를 벌인 한 시민(60)은 “마침내 우리는 자유를 얻었다. 이제부터 통치하는 사람이 누구든지 국민들이 위대하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각비행이 ID(ideas0419)로 삼은 대한민국의 위대한 승리의 날인 4.19혁명이 떠오르는 광경입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겠지만 이집트 시민의 자유를 향한 위대한 승리를 축하합니다!

©Marvel Enterprises/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깊이를 알 수 없는 연기파 배우 에드워드 노튼이 주인공인 브루스 배너(헐크 역)를 맡아 화제가 되었던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The Incredible Hulk>. 영화에서 군대는 헐크를 저지하기 위해 음향 대포를 쏘는 신병기를 투입합니다. 헐크도 처음에는 신병기에 고전합니다. 하지만 분노하면 할수록 강해지는 헐크 앞에 결국 신병기도 한낱 고철이 되어 버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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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크레더블 헐크>에서 헐크가 싸우는 상대는 어보미네이션Abomination. 모든 걸 힘으로 밀어붙이는 호전적 군인이 되기로 자처한 괴물입니다. 원형인 '어보미네이트Abominate'는 '증오하다, 혐오하다'란 뜻입니다. 그러니 분노한 거인과 증오로 똘똘 뭉친 괴물이 격돌하는 셈입니다. 그들의 싸움에 도시는 남아나질 않지요.

원래 헐크는 나약한 과학자 브루스 배너입니다. 그는 실험 중 실수로 감마선에 노출된 이후로부터 분노를 통제할 수 없게 되면 믿을 수 없는 괴력을 내는 거인 헐크로 변신합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알 수 있다시피 그는 가만있는데 먼저 화를 내진 않습니다. 헐크의 잠재력을 두려워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힘을 이용하려는 군인정부가 집요하게 괴롭히며 뒤쫓기 때문에 참다 참다 분노가 폭발하는 거죠.

사실 헐크는 유명한 히어로 무비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등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마블 코믹스의 만화를 원작으로 합니다. 헐크로 변신하기 전 브루스 배너는 가장 빈민층에 속하는 나약하고 불쌍한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일단 분노하고 나면 재벌인 아이언맨이 떼로 덤벼들어도 막지 못할 만큼 괴력을 발휘합니다. 이른바 빈자의 분노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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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고막 터지는 '음향 대포' 사용키로 - G20 시위대 해산 위해 '고무탄' 사용도 허가
(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67725, 뷰스앤뉴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찰은 시위대 해산을 목적으로 고막이 터질 수도 있는 음향 대포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고무탄을 사용하겠다고 합니다.

대화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기에 앞서 시민을 상대로 이런 무기까지 사용하려는 경찰을 보며 과연 어디까지 시민의 분노를 시험할 셈인가 싶었어요. 시민 한 명 한 명은 나약해서 도망 다니기 바쁘지만, 일단 한번 분노하면 헐크 같은 괴력을 낸다는 걸 이미 청와대 뒷산에 서서 확인한 바 있을 텐데, 또 힘으로 찍어 누르려 하다니 참 안타깝습니다.

정말 친서민적인 대화를 할 의지가 있다면 시민의 어려움과 불만을 먼저 들어주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서울 한복판에서 헐크를 찍는 일은 없겠죠.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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