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내려가고 세월호는 올라오라!"

 

추운 겨울 광장에서 외치던 이 한마디가 드디어 실현되고 있습니다. 2017년 3월 23일 1073일 동안 바닷속에 가만히 잠들어 있던 세월호가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1000일이 넘는 시간을 차가운 바닷속에서 보낸 세월호를 꺼내는 데에는 만 이틀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인양 결정은 박근혜 탄핵 5시간 만에 결정됐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세월호 선체는 바지선의 유압 장비로 시간당 3미터씩 끌어올렸습니다. 2.4미터 높이까지 끌어올린 뒤에는 세월호를 바지선에 고정하는 작업이 진행됐죠. 목표했던 13미터까지 끌어올려야 반잠수식 선박에 세월호를 옮겨싣는 2단계 작업에 들어가게 되지만, 인양 과정에서 세월호 선체가 흔들린 데다 바지선 두 척 사이가 좁아져 세월호 환풍구와 바지선 도르래가 부딪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방금 속보를 보니 2시께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대기 중인 반잠수식 선박으로 세월호가 이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2척의 잭킹바지선이 와이어로 세월호를 묶어 한 덩어리가 돼 5대의 예인선에 이끌려 반잠수식 선박 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하는군요. 천만다행입니다.

출처 - 뉴스토마토


고은, 조정래 등 문인들을 비롯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은 이렇게 짧은 시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세월호가 1000일이 넘도록 바다 밑에 가만히 있어야 했던 이유가 대체 뭐냐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사실 세월호 인양은 업체 선정 당시부터 잡음이 많았습니다. 이번에 시도한 세월호 인양 방식은 상하이 샐비지가 제안했던 방식이 아닙니다. 상하이 샐비지가 제안했던 방식이 실패로 끝나 다른 회사들이 제안했던 방식으로 선회하면서 시간과 돈을 허비했죠. 당시 입찰에 실패한 업체는 기술평가도면에서 1위였고, 이번에 이뤄진 인양 방식으로 세월호를 인양하겠다고 제안했는데도 최종 낙찰은 해수부가 고집한 상하이 샐비지로 선정되어 의구심을 자아냈습니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인양이 미뤄진 이유로 정부의 부실한 사전조사와 판단착오를 꼽습니다.


출처 – 추적 60분


사실 지난해 9월 30일 기한 만료를 주장하는 정부에 의해 강제로 해산된 세월호 특조위, 그에 대한 보수단체의 비난과 방해공작 뒤에는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가 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통해 이런 사실을 잘 알 수 있었죠.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7시간의 행적을 감추기에도 바빴지만, 유가족에게 약속한 인양에도 무능과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 겁니다. 아니, 사실은 인양을 막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쓴 것이죠.  


출처 - 노컷뉴스


일부 보수언론은 세월호 인양에 든 예산 1000억이란 돈에 집착하며 박근혜가 탄핵당한 지금에도 마치 유가족들 때문에 나랏돈 1000억이 샌다는 식의 프레임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박근혜와 똑같은, 인면수심의 종자들입니다. 나랏돈 낭비가 걱정이라면 박근혜가 탄핵당한 마당에 박정희 기념사업이나 폐기하라고 주문해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구미시를 중심으로 짜인 전국의 각종 박정희 기념사업 예산이 1873억 원입니다. 탄신제, 추모제 같은 굿판들에 쓰인 예산이 세월호 인양 비용의 거의 2배에 달합니다. 보수언론이나 일베의 프레임대로라면 나랏돈을 좀 먹는 이들은 세월호 유가족이 아니라 박정희의 유가족인 박근혜와 그 일당들인 셈입니다.


출처 - JTBC


박근혜 탄핵 후 구속과 진실 규명을 위한 수사가 진짜 싸움인 것처럼,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도 인양 이후부터가 진짜 싸움입니다. 4월 초 인양은 예고돼 왔지만 참사 원인과 진실을 어떻게 규명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합의나 계획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작성한 인양 관련 기본 방침에 선박 자체는 아무 의미 없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는 애초부터 관심 밖이었죠. 대법원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조사 결과인 '조타 미숙'을 인정하지 않기도 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여전히 미궁 속입니다. 자로의 <세월X> 다큐의 경우 정부의 침몰 원인 전체를 부정했죠. 과적이나 조타 미숙 급변침 등의 원인이 아니라 '외력'이 작용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에 세월호 선체의 정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해수부는 제대로 된 선체 조사 계획은 마련치 않고 대형 선박 참사에 대한 조사 경험도 없는 산하 기관에 선체 조사를 맡기겠다는 한마디뿐이었습니다.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국회가 나서자 21일에서야 선체 조사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죠.


출처 - 경인일보


아직 9명의 미수습자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과 이를 밝히기 위한 싸움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지난 22일 오후 6시 38분께 강원도 원주시 단구동 단구사거리에서 세월호 리본 모양의 구름이 촬영됐습니다. 자연적인 구름인지 비행 항적에 의한 것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자연이 만들어낸 경이의 순간을 보며 하늘나라에 있는 아이들이 화답한 것이 아닌가 싶어 반가운 마음입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습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그 날까지 함께 힘을 내야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7시간의 진실

 

지난 주말 세월호가 언론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네티즌 수사대 자로'의 다큐멘터리 〈세월X〉 때문입니다.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자로를 단독 인터뷰하기도 했죠. 무려 8시간 49분에 달하는 이 다큐멘터리는 업로드 지연으로 약속한 공개 시간을 맞추지 못했고, 이에 따라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또한 예정 시간보다 40여 분 늦게 시작하는 등 우여곡절도 뒤따랐습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열리며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모든 것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1057회에서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 - 대통령 5촌간 살인사건 미스터리〉를 방영했습니다. 방영 직전 편집 원본이 누군가에 의해 삭제되어 백업본으로 겨우 방영된 터라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음모가 여전하다는 의구심이 들게 합니다.

 

최근 언론이 주목하고 있는 '대통령의 7시간' 의혹도 마찬가지입니다. 2014년 9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개회하면서 일본 언론과도 마찰을 빚은 이른바 세월호 침몰 당시 사라진 7시간에 대한 소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세월호 침몰이라는 긴박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의 수장으로서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의문을 겨냥한 발언이었죠.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모독 발언이 도를 넘었다"며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사회의 분열을 가져온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이틀 만에(18일) 대검찰청이 미래부, 안행부, 방통위, 경찰청, 포털업체 등과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대응 방안'을 마련했던 일을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년이 훌쩍 지난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그토록 대통령이 감추고 싶어 했던 진실 말입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그날 공식 일정이 없어 관저에 머물렀고, 이 때문에 비서실장이나 안보실장이나 비서관 그 누구도 대통령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서면으로 보고했다곤 하나 제대로 보고되었는지조차 그 누구도 몰랐죠. 이것이 세월호 사고를 참사로 키운 원인입니다. 대통령이 제 할 일을 하지 않았다, 이것이 7시간의 명확한 진실입니다.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한 합리적인 의문을 '괴담'으로 치부하며 입막음을 하려 했던 박 대통령의 이상한 행동들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2016년에 가장 주목받은 책 중에 한 권입니다. 이 책의 결론은 세월호 사고 당시 구할 수 있는 세력이 있었고, 시간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없었던 것은 구조 계획과 이를 수행할 책임자였습니다. 대통령 탄핵과 국정조사로 박근혜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서서히 밝혀지는 지금 이 시점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 세월호 사고가 왜 참사가 되었는지 명확히 보입니다. 제 할 일을 하지 않은 대통령의 7시간을 은폐하기 위해 수많은 합리적 의문이 매몰되었습니다. 대통령 한 사람의 잘못을 덮기 위해 국가 시스템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새누리당이 힘을 실어주고, 진실을 외면한 언론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를 음모론으로 규정하며 어젠다를 돌려버렸습니다. 

 

 

〈세월X〉 다큐멘터리, 무엇을 시사하나?


출처 - 자로 유튜브 채널


대통령의 7시간이 은폐된 지 2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이 시점에 〈세월X〉 다큐멘터리가 공개되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지난 26일 유튜브에 공개된 자로의 〈세월X〉 내용을 두고 의견이 갈릴 수는 있습니다. 세월호 사고의 원인을 잠수함과의 충돌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내용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여전히 음모론으로 치부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습니다. 보충 설명 혹은 비판을 시작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동안 국가 기관이나 언론이 제대로 규명하지 않았던 일을 민간인이 파고들어 끝까지 원인을 추적하고 진실을 규명하려 노력했다는 사실입니다. 〈세월X〉 다큐멘터리는 그 내용의 사실관계를 따지기 전에 사회적 의의와 행간을 읽어내는 비판적 감상이 필요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여론을 환기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기여한 바가 상당하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자로의 바람처럼 더 강력한 세월호 특조위를 만들어 진실을 규명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시점입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세월호 참사 당일 기록과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혔다면 한 시민이 2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9시간에 달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 필요는 없었을 겁니다. 대통령의 7시간을 은폐하려는 세력이 있었기에 인명 구조 자체가 무산됐고, 이후 사고 원인을 규명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막혔습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가장 마음 아파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책임질 국가가, 대통령이 가장 가혹하게 진실을 은폐했다는 것 말입니다.


탄핵심판 절차를 위해 헌법재판소가 세월호 참사 당시 사라진 박근혜의 7시간에 대한 행적을 시간대별로 상세하게 제출하라고 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근혜 탄핵심판 대리인단과 청와대 핵심 참모는 헌재가 요구한 박근혜의 세월호 당일 세부 일정에 대한 자료를 민정수석실 등이 준비했다며 추가할 내용을 보완한 뒤 제출하면 세월호 7시간에 대한 행적이 명쾌하게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그들 외에는 없습니다. 대통령 자신의 퇴진에 대해서, 검찰 수사에 대해서, 심지어 특검에 대해서도 말을 뒤집은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을 누가 믿겠습니까?


출처 - JTBC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7시간 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을 은폐하기 위해 참으로 많은 사람이 동원되었습니다. 초반에는 여성으로서 대통령의 사생활을 인정해달라고 했던 이상한 궤변을 늘어놓는 사람들이 있더니, 청와대에서 프로포폴 등 마약류 처방이 관행처럼 계속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근거 없는 일이라고 부인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인명 구조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던 그 시간에 대통령의 올림머리를 한 미용사가 등장했고, 이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당일 7시간 동안 청와대가 아닌 롯데호텔 36층에서 시술을 받았다는 의혹마저 제기되었습니다.

 

IMF 한보사태 이후 19년 만에 구치소에서 진행된 국정조사에서 정호성 부석비서관은 세월호 참사 당일 관저에 누가 있었는지 대통령의 사생활이라 말할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그날 박근혜 대통령이 누군가와 함께 있었다는 건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 되었죠.


출처 - 파이낸셜뉴스


한편 구치소에서 국조특위가 최순실을 신문할 때 독일에서 자기 재산을 찾을 수 있다면 몰수하라며 큰소리치던 최순실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의 행적을 묻는 말에는 신경질을 내며 질문하지 말라고 했다죠. 참으로 이상합니다. 대체 그 7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토록 은폐하려 하는 걸까요?

출처 - 경향신문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밝혀지는 파편화된 사실들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당사자가 아무것도 밝히지 않고 입을 틀어막고 있으니 세월호를 둘러싼 갖가지 음모론이 제기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국정원이 일부러 침몰시켰다는 의혹부터 최순실이 인신 공양을 위해 침몰시켰다는 얘기까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최근에 나온 〈세월X〉 다큐멘터리의 잠수함 충돌설은 그나마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면서 사람들을 설득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추고 있죠.

 

 

진실 규명에 늦은 시간이란 있을 수 없다

 

〈세월X〉 다큐멘터리는 단원고 학생들이 세월호에서 찍은 주변 풍경을 보여줍니다. 사고가 발생하기 얼마 전까지 자신들의 일상을 담담히 기록했던 이 아이들이 왜, 어떻게 참사에 휘말리게 되었을까요? 

 

출처 - 머니투데이


안타깝게도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의 7시간에 대한 행적은 의문을 남긴 채 2016년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특검과 헌재에서 성역 없이 수사하고 끝까지 사실관계를 다퉈 2017년에는 진실을 밝혀내길 바랍니다. 진실 규명에 늦은 시간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이 진실 규명을 위한 최선의 시간입니다. 이 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힘을 모을 때입니다. 진실을 규명하는 것만이 세월호 참사로 죽어간 국민과 그들을 위해 고난의 길을 걸어온 유족 그리고 거리에서 촛불을 밝힌 우리를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입니다.

 

중국만큼 지독하다는 초미세먼지를 뚫고 주말에 사전투표를 하신 분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총선이나 대선 국면에 거리 곳곳에서 인기 있는 노래를 개사한 선거송이 흘러나오고 희한한 복장으로 괴상한 춤을 추는 후보들과 선거운동원 혹은 지지자들과 마주치는 건 아주 한국적인 풍경인지도 모르겠군요. 참, 티브이를 틀면 나오는 한국적 풍경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건 어쩌면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북풍'입니다. 총선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전가의 보도인 북한 이슈를 꺼내 들어 대대적으로 뉴스에 흘려보냈습니다. 시기도 이슈도 너무나도 노골적이어서 보수층의 표를 노리는 총선용 행보라는 걸 삼척동자도 다 알 정도입니다.


출처 - JTBC



총선 앞두고 이례적인 집단 탈북 긴급 발표


지난번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 등지를 잇달아 방문해 청와대의 총선 개입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보수 언론에서조차 거론될 정도였다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들이댄 잣대였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탄핵을 10번은 당했을 거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이번 4.13 총선 승리를 위한 청와대의 개입이 노골적입니다. 한마디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막 가고 있습니다.


4.13 총선 사전투표 바로 전날 공교롭게도(?) 박근혜 정부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주무부인 통일부의 반대 의견조차 묵살하고 강행했다고 하지요. 총선 국면에 긴급 기자회견이란 형식으로 발표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정부 주도의 대북 제재로 인한 북한 내부 동요 분위기를 강조하려는 꼼수임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결국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목적일 따름입니다.


출처 - 한겨레


집단 탈북 사건 공개를 기점으로 박근혜 정부의 부처들은 휴일 내내 개성공단 폐쇄를 강행한 대북 제재가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보도자료들을 내며 보수층의 표심을 자극했습니다. 통일부와 외교부가 일요일에 비공개 기자간담회까지 동시에 열 정도였죠. 문제는 이런 탈북 사실 발표 자체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겁니다.

 

우선 긴급 기자회견이란 말처럼 예정에 없던 회견이 시작 30분 전에 갑자기 기자단에 공지됐습니다. 탈북했다는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한국 입국이 지난 7일이었다고 하는데, 바로 그다음 날 사실을 공개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탈북자가 한국 정부에 보호를 요청하면 해외 공관 등에 임시 수용한 뒤 입국시킨 뒤 국정원 등의 합동 신문을 거쳐 탈북민으로 보호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집단 탈북 사실을 그대로 언론에 공개해버렸습니다.

 

출처 - SBS


이런 행보가 총선을 의식한 쇼라는 것이 분명해지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습니다. 지난 11일 오전 박근혜 정부는 북한에서 대남 공작업무를 담당하던 북한군 대좌와 해외 주재 외교관이 2015년 11월 탈북해 국내에 들어온 사실을 공식 확인해주었습니다. 북한 고위급 인사인 데다 직접적인 군사, 외교 관련자의 탈북 사실을 반년 동안 일언반구 없이 묵히고 있던 정부가 민간인의 탈북 사실을 마치 북한 정권이 붕괴라도 한듯 대대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는 모습이 한 편의 촌극을 방불케 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자기네 대북 정책에 대한 자화자찬이 필요했다면, 민간인보다는 대좌 쪽이 더 나은 선택지였을 텐데 왜 그랬을까요? 청와대는 이번 탈북 발표에 정부의 총선 개입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굳이 밝혔지만, 지금껏 공개하지 않던 사실을 총선을 이틀 앞둔 시점에 공개하는 데에 달리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군요. 방귀 뀐 놈이 성내는 법이지요.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법이고요.


 

탈북자 인권은 무시하고 모든 발표는 청와대가 지시


집단 탈북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청와대의 총선 개입도 문제지만, 그간의 원칙을 무시하고 탈북자들의 정체를 일방적으로 까발렸다는 점이 사실상 더 큰 문제입니다. 북한을 탈출한 주민들이 한국으로 오는 과정이나 이들의 신원과 관계된 내용은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런 정보가 드러날 경우 확보된 탈북 루트가 막힐 수 있고, 북한과 우리나라 그리고 관련국 사이에 외교적 마찰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탈북자들의 사생활 노출이 무엇보다 위험한 까닭은 이들의 정체가 특정될 경우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 친척, 친구들에게 위협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8일 박근혜 정부가 단행한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탈출 사실 공개는 지금까지 지켜졌던 원칙과 관례를 깡그리 무시한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원칙대로라면 자세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러기도 전에 청와대는 이들의 탈출 동기, 시점, 심지어 그들의 사진까지 빠짐없이 언론에 제공하고 말았습니다. 탈북자들의 인권과 북한에 있는 이들 가족의 위험성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서 말입니다. 대북 제재 정책의 실효성을 입증하고 이를 통해 보수층의 표를 얻으려는 청와대의 행보는 참으로 비열하기 짝이 없습니다.

 

출처 - 국민일보


《한겨레》가 취재한 결과 이번 집단 탈북 긴급 기자회견은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가 통일부의 집단 탈북 공개 브리핑에 대해 청와대의 지시로 갑작스럽게 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관련 기사: 〈청와대의 ‘창조 북풍’, 너무 구려요〉)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집단 탈북 사실을 공개하면 북쪽에 남은 가족의 신변이 위험해지며 탈북 사실을 비공개로 해온 전례에도 어긋난다며 반대했지만, 박근혜가 권좌에 앉아 있는 청와대는 탈북자쯤 쓰고 버릴 카드패로 생각했는지 공개를 강행했다죠. 

 

출처 - 미디어오늘

 

세월호에서 우리 아이들이 죽어갈 때, 7시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조차 밝히지 않았던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아무런 상관없는 탈북자들을 과연 사람으로 보았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대남공작 업무를 담당한 대좌와 해외 주재 외교관의 탈북을 확인해준 국방부조차 총선 시기에 군이 왜 이러느냐고 묻는 기자들에게 "우린들 그런 말 하고 싶어서 했겠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고 합니다. 청와대가 까라니까 깠다는 말인 것이죠. 이런 숱한 정황으로 볼 때 청와대의 총선 개입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보아야 할 듯합니다.



집단 탈북 국정원 개입? 총선 현명한 선택해야


박근혜 정부의 발표와 달리 AP통신은 이런 사실이 불분명하다고 보도했습니다. 국내 언론에는 중국 지린성 옌지의 한 식당에서 집단 탈출했다고 보도되었으나 AP통신은 아시아에 있는 북한 식당들에 전화를 돌려본 결과 베트남 다낭의 크라운 플라자 호텔 북한 식당을 제외하고는 모두 멀쩡히 영업하고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베트남의 식당조차 2주 전에 영업을 중지했다며 이 식당이 집단 탈북과 관련이 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했습니다. 이와 같은 AP통신의 보도 내용을 볼 때 박근혜 정부가 대북 제재 효과를 운운한 것이 새빨간 거짓말이었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는군요.

 

실제로 2013년에 반년 가까이 개성공단의 가동을 중단했을 때도 폐업한 식당이 한 군데도 없었죠. 그런데 대북제재 시행 두 달도 안 된 현 상황에서 북한의 식당들이 줄줄이 폐업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죠. 애초에 북한식당은 UN 안보리의 대북제재 대상조차 아니니까요.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라며 싸이의 〈강남스타일〉부터 송중기의 〈태양의 후예〉와 같은 문화 콘텐츠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숟가락을 얹더니 이제는 아예 '창조북풍'까지 만들어내는 지경에 도달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서두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어떻게든 선거에서 이기고자 북한을 이용한 협잡과 거짓 정보가 선거철마다 판을 치는 상황은 지겹게 보아온 풍경입니다. 허황한 이야기가 지겹게 반복된다는 건 적어도 여권에서는 이런 짓이 먹힌다고 보고 있다는 소리겠죠. 언제까지 내버려둬야 합니까? 이번 총선부터는 북풍 따위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투표로 증명해 보입시다. 4월 13일, 여러분의 현명한 선택으로 선거판을 바꿔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세월호 침몰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엄청난 희생자를 낸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의 진실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풀리지 않는 의혹만 무성할 뿐입니다. 그날의 진실에 관해 밝혀진 게 없기에 슬퍼하는 이들에게 잊으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위 표에서 드러나듯 세월호 관련 주요 정책·과제에 대해 새누리당은 응답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특조위 활동 개시 시점에 대해 국민의당은 재논의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이 살아 있다면 이번 총선에서 첫 주권을 행사할 수 있겠지요. 이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