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8주기 기억식이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렸습니다. 화창한 날씨였지만 슬픔만이 가득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희생자 유족은 올해 똑같은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해 4월 16일 "8주기에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지 않고 추모만 할 수 있게 해달라"면서 울먹이던 그들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또다시 강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유족들을 탄압했고, 문재인 정부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인 윤석열 정부가 이를 책임지고 완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출처 - 뉴시스

 

세월호 참사 당시 생존 학생이었던 장애진 씨는 이제 스물여섯 살로 응급구조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기억식에서 그는 이제까지 진상 규명을 위해 노력한 결과인 세월호 인양, 특별법 제정, 특조위 구성, 미수습자 수습, 사참위 법 개정 가운데 정부가 주도적으로 알아서 해준 일이 무엇이냐고 정치권을 꼬집었습니다. 유가족과 국민이 사력을 다해 밥상을 차려놓으면 정치권은 숟가락을 올리기 바빴을 뿐이죠.

 

출처 - 경향신문

 

장애진 씨는 자신이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할 때쯤이면 진상 규명에 가까워져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며 지치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끝까지 가보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는 사고가 아니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구할 수 있었는데 구하지 않은 것은 사고가 아니라고요. 장애진 씨는 윤석열 당선인이 공정과 상식으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대한민국, 모두가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면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에 꼭 함께 해달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출처 - KBS

 

기억식에 참석한 김부겸 국무총리는 추도사를 통해 정부가 국민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며 정부를 대표해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지금도 특조위가 활동하고 있다며 활동기한 내에 조사 결과를 잘 정리해 보고하고 피해 지원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출처 - 트위

 

문재인 대통령은 공식 SNS를 통해 "세월호의 진실을 성역 없이 밝히는 일은 아이들을 온전히 떠나보내는 일이고, 나라의 안전을 확고히 다지는 일"이라고 추모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세월호 특검으로 진실에 한발 다가섰지만, 아직도 이유를 밝혀내지 못한 일들이 남아 있"다면서 "진상규명과 피해지원, 제도개선을 위해 출범한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당부"했습니다.

 

출처 - 페이스북 / 뉴데일리

 

윤석열 당선인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가장 진심어린 추모는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믿습니다"라고 말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좌우와 진영을 가릴 것 없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야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난 4월 6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생명안전사회 건설을 촉구하는 서한을 인수위 측에 전달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이번 기억식에서 강조한 것처럼 차기 윤석열 정부가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텐데요, 과연 어떨까요?

 

출처 - JTBC

 

세월호 참사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실의에 빠진 유족을 모욕하고 음해하던 이들이 우리 사회에 많이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대표적인 타깃이 된 분이 46일간 단식투쟁을 했던 김영오 씨(유민 아빠)였습니다. 그는 작년 세월호 7주기 즈음 사람이 무서워서 인적이 드문 시골에서 감자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고 근황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일베, 극우단체, 기레기들이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자신을 조롱하는 건 그래도 참을 수 있었는데, 같이 촛불을 들었던 시민 중에 자신에 대해 수군거리는 것에는 상처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가짜뉴스와 루머와 조롱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영오 씨는 인터뷰 당시 정권이 바뀌어 세월호 참사의 장본인들이 다시 돌아와 진상규명이 영원히 힘들어질 것을 걱정했습니다. 2014년 단식투쟁을 함께한 문재인 정부의 진정성은 알겠지만 최대한 속도를 내어 판가름을 내고 규명해달라고도 당부했습니다. 이게 10년, 20년, 30년 계속되어 유족이 계속 투쟁만 하게 될까 두렵다는 이유였습니다.

 

출처 - 뉴시스

 

그러나 그의 염원은 우리 사회에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2월 국정원이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을 냈기 때문입니다. 특조위 2기에서 정보 요원 이름이 뭔지, 어디 사는지 다 밝혔고 심지어 국정원도 이를 인정했습니다. 사찰 당사자가 인정했는데도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현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런 비현실적인 상황에 직면한 유가족 입장에서는 검찰을 지휘하던 당선인과 참사의 주역들이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걱정하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진상 규명을 이어나가기 위해 그들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는 점이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출처 – 4.16재단

 

대선 결과로 정권이 곧 바뀌기 때문일까요? 세월호 참사 8주기에 아직도 세월호 타령이냐며 타박하거나 세월호도 5.18처럼 우려먹을 거냐며 빈정거리는 이들이 넘쳐납니다. 8주기 기억식에서 생존자 장애진 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만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저도 그만하고 싶다. 항상 진상규명을 위해 힘들고 무서웠던 기억을 꺼내야만 하는데 누가 하고 싶겠나"라고 말했습니다. 7주기에 김영오 씨는 "응원은 바라지 않으니 지겹다고만 하지 말아 달라"라고 했습니다. 제발 지켜만 봐달라고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요원한데 추모만이라도 온전히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4년입니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책에서 여러 저자분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마음을 피력하셨는데요, 여기 간략히 정리합니다.  

 

 

요즘은 문밖을 나서 조금만 걸으면 거리에 걸린 노란 바탕색 현수막 천에 박힌 검정색 글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그중에는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안산의 단원고등학교 학생들과 유가족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 애도도 있고, 정치인들의 ‘보여주기’식 행위도 있습니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건이 발생한 후 참 많은 진단의 언사가 있었습니다만, 단연 정확하고 포괄적인 진단은 ‘대한민국 전체가 침몰 중’이라는 선언(!)일 것입니다.


대체 우리는 어디에 빠져서 침몰하고 있는 것일까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는 서방 식민 제국의 자본주의가 무차별적으로 이식되면서 자체의 역량을 키울 기회를 얻지 못한 채, 급격하고 과격하게 자본주의로 편입되었습니다. 한국은 전후 복구와 재건이 최우선 과제가 되면서 자본의 개발과 성장 논리가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하는 사회가 되었고, 급기야는 사회 전체가 무한 증식하는 자본의 거대한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그 무서운 바다에서 구명해줄 보트나 조끼 따위가 있긴 하지만 그 수는 턱없이 모자라고 또 아무나 타고 입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그야말로 피튀기는 생존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보트를 탄 사람들과 구명조끼라도 입은 사람들,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버티며 살벌한 각축전을 벌이는 사람들 사이에는 그 어떤 연대도 연민도 없습니다.


 까딱 잘못하다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 그리고 타인을 향한 서슬 퍼런 차가움만 있을 뿐입니다. 살기 위해 싸워야 하는 삶 속에선 자존감은커녕 최소한의 존엄성마저 갖기 어렵습니다. 쌍용자동차 부당 해고 노동자들의 힘겨운 투쟁이 그렇고, 평생의 삶터를 지키기 위해 밀양에서 송전탑 반대투쟁을 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하루가 그렇습니다.

 

자본 권력의 공격에 ‘인제, 그만!’이라고 외칠 때도 되었는데, 아니 한국 사회의 내구력은 진작 ‘임계점’에 달했는데, 왜 우리는 ‘허망한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죄 없는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고 있는 것일까요?

 

―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들》 옮긴이 후기 중에서

 

 

 

 

이 글은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분들과 그 가족들을 위로하려 쓰는 글은 아닙니다. 저는 그런 고통을 겪어본 적이 없기에 그 무게를 알지 못하고, 글 몇 줄로 나서서 위로할 자격은 더욱 없습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참사를 목도한 우리도 심적으로 큰 상처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어처구니없는 행태가 야기하는 분노와 환멸도 있지만, 어린 학생들의 때아닌 희생, 그리고 그로 인해 환기된 죽음 자체의 어두움이 전하는 절망과 허무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종교가 있는 사람은 믿음으로 풀어나갈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저 자신에게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우리는 죽어서 우리를 만들어준 별로 되돌아갑니다. 그리고 다시 세상을, 새로운 삼라만상을 탄생시킵니다. 이 광대한 순환의 드라마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인간적인 처연함과 안도감이 교차합니다.


생각해보면 아무리 용을 써 본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요. 부자가 되고 유명인이 되고 나아가 세계를 정복한다 한들 광대한 시공간 속에서는 티끌이자 찰나일 뿐입니다. 은하계를 아우르는 대제국을 세운다 한들 긴 세월이 지나면 결국 폐허로 변하고 맙니다.


하지만 우리가 별에서 와서 별로 돌아가는 우주적 순환 과정의 신성한 일부라는 사실과 우리를 이루던 요소들이 머나먼 시공을 넘어 새로운 세상의 씨앗이 된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떤가요. 그간 세상을 떠난 모든 사람과 앞으로 죽음을 맞이할 우리와 한때라도 여기 존재하던 모든 것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 죽음의 허망함이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절실한 소중함으로 뒤바뀝니다.


그렇다 하여 현실의 구체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이 거대한 의미만을 붙잡고 살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금 이 자리의 일은 이곳에서 풀어나가야 합니다. 죽음은 삶의 귀결이지만, 삶이 죽음을 ‘목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특히 때아닌 어린 죽음에 관해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삶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고통과 슬픔을 줄이고 악을 단죄하는 일은, 탄소나 인 같은 원소로 이뤄진 존재가 아닌 의지와 양심이 있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한 당연한 책무입니다. 지옥 같은 배 속에서 먼저 떠난, 어쩌면 아직도 버티고 있을 아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남은 우리 자신을 위해서 말이죠.


하지만 분노를 표출하고 정의를 실현한다는 생각만으로는 이미 떠난 사람들로 인한 공허함을 채울 수 없습니다.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교훈’으로 삼아 앞으로 훌륭한 세상을 만든다 한들 아이들이 되살아나 그곳에서 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천국이 정말 있어서 모두가 그곳에 갔다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이 비뚤어진 나라에서 어려서부터 겪어야 했던 삶의 무게와 죽음의 공포가 한낱 꿈이었을 뿐이고 이제 영원한 평화와 행복을 누리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그런 게 아니더라도 저는 순진했던 우리 아이들이 조금 먼저 별을 향해 갔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도 천천히 그곳을 향해 가고 있고요. 언젠가 때가 되면 만나서, 살아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거대한 기적의 신성한 일원으로 함께할 거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미안하지만, 그때는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 《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중에서

 

 

 

 

2014년 4월 16일… .
오늘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족들의 아픔에 함께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공교육의 정상화를 꿈꾸다》 중에서

 

 

 

 

 

2014년 4월 16일, 전라남도 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여 탑승자 476명 가운데 29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7년 11월 현재까지 5명은 실종(미수습) 상태다. 대참사가 일어난 그날,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대통령이 어디서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약 7시간 행적이 공백으로 남아 무수한 추측이 난무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문제가 불거지자,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행적은 국가 기밀 사항이라 절대 발설할 수 없다. 만약 그랬다가는 북한의 공격 목표가 되어 국가 안보가 위험해진다. 세상 어디에도 대통령의 행적을 일일이 다 국민들한테 밝히는 나라는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잘못된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600년 전 조선왕조 시절에도 국가 지도자의 행적은 국가 공식 기록인 《조선왕조실록》에 사관들의 손에 의해 낱낱이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본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태종 임금은 말을 타고 사냥을 나갔다가 낙마한 일이 창피해서 실록에 적지 말라고 했는데, 그런 발언조차 고스란히 실록에 담겨 있을 정도다.

 

이런 문화유산이 남아 있는데도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과 관련된 기록을 제대로 남기지 않거나, 그나마 남아 있는 기록조차 폐기한 흔적이 역력하다. 행여 기록이 남겼다가 비판을 받을까 봐 없애버린 것이다. 이것이 역사 말살이 아니고 무엇인가?

 

조선이 구시대적인 전제왕권 국가라서 현대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과 비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론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한국과 같은 현대 민주주의 국가이자, 보수층이 본받아야 할 선진국이라고 그토록 선망하는 미국은 어떨까? 미국의 국가 지도자인 대통령은 전 세계 테러리스트들의 최고 공격 목표다. 이 때문에 미국 백악관에는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에 대비하여 중무장한 경호 부대가 배치되어 있다. 그렇지만 미국 대통령의 모든 행적은 낱낱이 기록되고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모든 국민이 볼 수 있다.

 

똑같은 국가 지도자인데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행적을 다 공개했고, 한국 박근혜 대통령은 행적을 끝까지 숨겼다. 이제 와서 보면 2014년 4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무슨 일을 했느냐보다 대체 7시간의 행적을 왜 감추려고 했는지가 더 많은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 《부끄러운 이명박근혜 9년》 중에서

 

생각비행은 세월호 참사와 희생자 한 분 한 분을 잊지 않겠습니다. 시대적 소명으로 사회에 유익한 책을 펴낼 것을 약속드립니다. 아울러 세월호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는 그날까지 연대하겠습니다.

"박근혜는 내려가고 세월호는 올라오라!"

 

추운 겨울 광장에서 외치던 이 한마디가 드디어 실현되고 있습니다. 2017년 3월 23일 1073일 동안 바닷속에 가만히 잠들어 있던 세월호가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1000일이 넘는 시간을 차가운 바닷속에서 보낸 세월호를 꺼내는 데에는 만 이틀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인양 결정은 박근혜 탄핵 5시간 만에 결정됐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세월호 선체는 바지선의 유압 장비로 시간당 3미터씩 끌어올렸습니다. 2.4미터 높이까지 끌어올린 뒤에는 세월호를 바지선에 고정하는 작업이 진행됐죠. 목표했던 13미터까지 끌어올려야 반잠수식 선박에 세월호를 옮겨싣는 2단계 작업에 들어가게 되지만, 인양 과정에서 세월호 선체가 흔들린 데다 바지선 두 척 사이가 좁아져 세월호 환풍구와 바지선 도르래가 부딪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방금 속보를 보니 2시께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대기 중인 반잠수식 선박으로 세월호가 이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2척의 잭킹바지선이 와이어로 세월호를 묶어 한 덩어리가 돼 5대의 예인선에 이끌려 반잠수식 선박 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하는군요. 천만다행입니다.

출처 - 뉴스토마토


고은, 조정래 등 문인들을 비롯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은 이렇게 짧은 시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세월호가 1000일이 넘도록 바다 밑에 가만히 있어야 했던 이유가 대체 뭐냐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사실 세월호 인양은 업체 선정 당시부터 잡음이 많았습니다. 이번에 시도한 세월호 인양 방식은 상하이 샐비지가 제안했던 방식이 아닙니다. 상하이 샐비지가 제안했던 방식이 실패로 끝나 다른 회사들이 제안했던 방식으로 선회하면서 시간과 돈을 허비했죠. 당시 입찰에 실패한 업체는 기술평가도면에서 1위였고, 이번에 이뤄진 인양 방식으로 세월호를 인양하겠다고 제안했는데도 최종 낙찰은 해수부가 고집한 상하이 샐비지로 선정되어 의구심을 자아냈습니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인양이 미뤄진 이유로 정부의 부실한 사전조사와 판단착오를 꼽습니다.


출처 – 추적 60분


사실 지난해 9월 30일 기한 만료를 주장하는 정부에 의해 강제로 해산된 세월호 특조위, 그에 대한 보수단체의 비난과 방해공작 뒤에는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가 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통해 이런 사실을 잘 알 수 있었죠.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7시간의 행적을 감추기에도 바빴지만, 유가족에게 약속한 인양에도 무능과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 겁니다. 아니, 사실은 인양을 막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쓴 것이죠.  


출처 - 노컷뉴스


일부 보수언론은 세월호 인양에 든 예산 1000억이란 돈에 집착하며 박근혜가 탄핵당한 지금에도 마치 유가족들 때문에 나랏돈 1000억이 샌다는 식의 프레임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박근혜와 똑같은, 인면수심의 종자들입니다. 나랏돈 낭비가 걱정이라면 박근혜가 탄핵당한 마당에 박정희 기념사업이나 폐기하라고 주문해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구미시를 중심으로 짜인 전국의 각종 박정희 기념사업 예산이 1873억 원입니다. 탄신제, 추모제 같은 굿판들에 쓰인 예산이 세월호 인양 비용의 거의 2배에 달합니다. 보수언론이나 일베의 프레임대로라면 나랏돈을 좀 먹는 이들은 세월호 유가족이 아니라 박정희의 유가족인 박근혜와 그 일당들인 셈입니다.


출처 - JTBC


박근혜 탄핵 후 구속과 진실 규명을 위한 수사가 진짜 싸움인 것처럼,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도 인양 이후부터가 진짜 싸움입니다. 4월 초 인양은 예고돼 왔지만 참사 원인과 진실을 어떻게 규명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합의나 계획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작성한 인양 관련 기본 방침에 선박 자체는 아무 의미 없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는 애초부터 관심 밖이었죠. 대법원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조사 결과인 '조타 미숙'을 인정하지 않기도 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여전히 미궁 속입니다. 자로의 <세월X> 다큐의 경우 정부의 침몰 원인 전체를 부정했죠. 과적이나 조타 미숙 급변침 등의 원인이 아니라 '외력'이 작용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에 세월호 선체의 정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해수부는 제대로 된 선체 조사 계획은 마련치 않고 대형 선박 참사에 대한 조사 경험도 없는 산하 기관에 선체 조사를 맡기겠다는 한마디뿐이었습니다.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국회가 나서자 21일에서야 선체 조사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죠.


출처 - 경인일보


아직 9명의 미수습자가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과 이를 밝히기 위한 싸움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지난 22일 오후 6시 38분께 강원도 원주시 단구동 단구사거리에서 세월호 리본 모양의 구름이 촬영됐습니다. 자연적인 구름인지 비행 항적에 의한 것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자연이 만들어낸 경이의 순간을 보며 하늘나라에 있는 아이들이 화답한 것이 아닌가 싶어 반가운 마음입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습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그 날까지 함께 힘을 내야겠습니다.

 

참사 열흘 동안 구조자 0명, 이것이 국가인가?
 
실망과 분노를 넘어서 이젠 허탈하기까지 합니다. 세월호 참사 앞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무능함이 만천하에 낱낱이 드러났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서방국가에서는 국가적 비극에 이렇게 늑장대응을 하고도 신용과 지위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국가 지도자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하며 세월호 참사를 수습할 총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비판했습니다.

무능하다면 하다못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품위라도 지켜야 하건만 박근혜 대통령과 휘하 정부 관료들은 그 기대마저도 저버렸습니다. 속칭 유체이탈 화법으로 자신을 구름 위의 존재로 묘사하며 총책임자의 자리에서 탈출하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은 그야말로 대한민국이란 시스템 붕괴와 궤를 같이합니다.

출처 - 한겨레21

사고 이튿날, 박근혜 대통령이 실종자 가족이 모여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이런 말을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데 대해 철저한 조사와 원인 규명을 해서, 책임질 사람은 모두 엄벌토록 할 것이다." 많은 언론은 이 발언을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이 발언의 핵심은 다른 데 있었다. 이 결정적 발언으로 대통령은, '시스템의 최종 책임자'에서 '구름 위의 심판자'로 자신을 옮겨놓았다. 시스템이 무너져내리는 가운데, 최종 책임자는 자신의 책임을 말하는 대신 '책임질 사람에 대한 색출 의지'를 과시하는 단죄자의 자리를 자연스럽게 차지했다. 침몰하는 시스템에서, 대통령은 그렇게 가장 먼저 '탈출'했다.


세월호 선장이 먼저 책임의 자리에서 탈출하자 무능하고 부패한 관료들도 무거운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자 아들은 세월호 유가족과 대한민국 국민이 미개하다는 발언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었고, 서남수 교육부장관의 수행원이 유가족에게 "교육부장관님 오십니다"라는 귓속말을 전해 장관에 대한 예우를 바라는 뉘앙스를 남겨 뭇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뿐 아니라 서남수 교육부장관은 절망감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유가족 앞에서 의약품을 밀치고 태연히 컵라면을 먹어 분노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기가 막힌 건 교육부장관의 예의 없는 행동을 두고 '계란을 넣어 먹은 것도 아닌데' 하며 두둔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틀이 정부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며 "국가 안보조직은 근원부터 발본 색출해서 제거하고, 민간 안보 그룹은 단호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한기호 새누리당 최고위원, 폭탄주 술자리에 참석한 유한식 새누리당 세종시장 후보, 사고 초기에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올린 뜬금없는 자작시 짓기 같은 행태를 보면 중앙 관료와 지자체 관료의 무능함과 무개념은 도가 지나치다 못해 인간의 추악한 면모를 보는 듯합니다. 그러나 개인의 무능, 무개념만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수습보다 여론 통제에 급급한 박근혜 정부

《가디언》을 비롯하여 CNN 등 해외 주요 언론도 세월호 참사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외신조차 정부의 무능함에 쓴소리를 하는 지적이 거슬렸는지 정부가 외신에 정치적 외압을 행사한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습니다. 

출처 - 참세상

해외 외교공관이 정부의 세월호 재난 대처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기록한 재독 동포 언론인에게 사실상의 정치적 외압을 넣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주독 한국대사관 소속 독일문화원 윤종석 원장은 최근 "한국인들의 분노(Die Wut der Suedkoreaner)"란 제목의 글을 독일 일간지 <차이트(Zeit)>에 기고한 재독 언론인 정옥희 씨에게 박근혜 대통령 관련 대목을 정정해 달라는 연락을 취했다.


이런 압력의 행사 대상은 외신만이 아닙니다. 국내 전문가들의 입막음에도 정부가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드러날 정부의 무능과 부패의 현실이 두려워서였겠지요.

그동안 언론 인터뷰에 활발히 참여했던 교수들이 이렇게 한 날 한 시에 입을 닫은 배경에 대해 A 교수에게 물어봤다. 그는 정부가 통제에 나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곳 저곳에서 압력이 들어온다. 주로 정보 부처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정보 부처라고 표현했지만 맥락상 국정원으로 해석된다. 그의 말은 이어졌다. "조금이라도 안 좋은 말이 나가면 그걸 누가 말했는지 찾아낸다"고 했다. "찾아낸다"에 말은 국정원의 정보활동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도 여러차례 당했다며 "학교에 어떤 식으로든 찔러서 압력을 넣는다"고 귀뜸하기도 했다. 군사정권 시절에서나 있었던 보도통제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얘기다.


정부의 통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모임조차 경찰이 통제하고 나섰습니다. 유가족의 청와대 행진을 가로막은 정권의 충견다운 행위라고 해석해야 할까요?

출처 - 오마이뉴스
 

이들 단체는 지난 20일부터 매일 오후 7시 동화면세점 앞에서 '세월호 무사생환 염원 시민촛불' 행사를 열어왔다. 그러나 경찰은 "신고한 행진 구간이 교통량이 매우 많은 도로교통법상 '주요 도로'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행진이 불가능하다"며 이날 오전 금지 통고했다. 이에 이들 단체는 "교통정체와 상관없는 인도 행진을 막는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는 야간시위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부 조항에 대해 최근 헌법재판소가 한정 위헌 결정을 내린 것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안전행정부는 한술 더 떠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서울시 분향소는 사회적 합의가 덜 되어 시기상조라며 분향소 세우는 것을 사실상 막고 있습니다.

24일 <이데일리> 조사 결과 안전행정부는 전국은커녕 1000만 명이 거주하는 서울시 합동분향소에 대해서도 구체적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 김항섭 안전행정부 사회통합지원과장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여건이 안 됐다고 생각해 관망 중이다. 아직은 합동분향소에 대해 구체적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사고 수습에 전력을 다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고, 아직 실종자 가족 중 실종자가 사망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되면 설치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안행부 눈치를 보고 있다. 오형철 서울시 행정국 총무과장은 "안행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대로 합동분향소를 설치하는데, 아직 그런 방침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서울시는 안행부가 설치하겠다면 적극 나설 계획이다.


참 답답할 노릇입니다. 합동분향소 통제는, 부도덕하게 세워진 정권의 무능함이 만천하에 드러난 마당에 세월호 참사 수습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정부를 향한 비판 여론이 형성될까 두려워서일 겁니다. 하여간 국민의 안전보다 정권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즉각적인 조치를 마다치 않는 이들이 대한민국의 안녕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러니 국민이 안녕할 수 있겠습니까?

개인정보 인권, 프라이버시, 표현의 자유 등에는 아랑곳없이 그저 박근혜 대통령의 기분만 생각하는 정부 관료들의 후안무치한 태도로 말미암아, 앞서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에서 밝혀졌다시피 그들이 민주주의를 얼마나 하찮게 여기고 있으며 국민의 권리에 얼마나 무개념한지를 극명하게 드러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수습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대목입니다.


연이어 드러나는 정부의 무능함, 서서히 짙어지는 의구심

정부의 무능과 부패의 커넥션이 세월호 수습 과정에서 민낯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드러난 사실이 너무 많아 오히려 정리하기조차 힘들 지경입니다. 그중에 가장 어이없었던 것은 해경이 고용해 특혜 의혹이 제기된 구조업체 언딘이 사실상 이번 참사를 일으킨 청해진해운과 계약된 곳이라는 사실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침몰한 세월호의 수색작업에서 특혜를 받는다는 의혹이 일던 민간 구조업체가 사고 책임 해운사의 계약업체인 사실이 24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드러났다. 그동안 세월호 수색작업에 자원한 민간잠수사들은 해경 등 사고대책본부 측이 자신들의 수색작업을 막고 있다며 지난 22일부터 수차례 항의해왔다. 이들은 "정부와 계약한 언딘 마린 인터스트리(UMI·Undine Marine industries)라는 특정 민간업체를 제외하면 민간잠수사는 작업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지난 17일을 제외하면 사실상 수색작업에 투입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CBS의 단독 취재결과 언딘 측은 정부 측이 아닌, 침몰된 세월호의 선주이자 현재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수사를 받고 있는 청해진해운과 계약을 맺은 업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 관계자는 이날 CBS기자와 만나 "언딘은 해군이나 해경이 아니라, 선사와 계약을 맺은 업체"라고 공식 확인했다.


자원하여 온 민간 잠수사들을 배제하고 해경이 언딘에만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와중에 실상 그들이 청해진해운에 고용된 업체였음이 확인되자 세월호 유족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일반 시민도 상식적인 선에서 언딘과 청해진해운, 해경과 해군, 사고대책본부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유착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느낄 만한 상황입니다.
이런 심각성을 예견했는지 지난 21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세월호 참사 현장 상황에 대한 정보 공유나 브리핑보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한 번 도와주소"라는 문자를 보내기 바빴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청와대 출입 기자에게 "한 번 도와주소"라며 정부비판 보도를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정현 수석은 지난 21일 오후 "한 번 도와주소. 국가가 매우 힘들고 어려운 상황입니다. 문제 삼는 것은 조금 뒤에 얼마든지 가능합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보냈다. 세월호 침몰 이후 '안전한 대한민국'을 국정 목표로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조짐이 보이자 홍보수석이 이 같은 문자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서남수 장관의 황제라면 사건에 대해 '계란 넣어 먹은 것도 아닌데 웬 호들갑이냐'던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이 나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보낸 문자였다고 합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는 일보다 이 정권을 향한 비판 목소리를 틀어막는 데 더 큰 관심이 있어 보입니다.

하나의 예로, 두 달 전에 세월호의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해준 한국선급의 홈페이지에서 높으신 분들의 경력이 삭제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낙하산으로 온 해양수산부 인맥과 '해피아'가 봐주기를 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는 겁니다.
 

"고위 간부들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지자 경력을 감추려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한국선급 측에 이유를 물었지만 뚜렷한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한국선급의 안전검사가 제대로 됐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고위 인사들의 경력 소개가 사라져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선급은 주요 해양 사고가 발생하면 선박안전대책위원회를 소집해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해야 하지만 2011년 발생한 주요 사고 7건 중 6건에 대해 위원회를 소집하지 않은 것으로 해수부 감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게임 셧다운제'라는 악법을 만드는 데 앞장서 청소년의 권리를 침해한 신의진 의원도 세월호 참사에서 개념을 상실한 국회의원 명단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렸습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팽목항 현장응급의료소를 둘러보더니 현장응급의료소를 깨버리라는 망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뉴시스는 23일 신의진 의원이 이날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아 현장응급의료소를 둘러본 뒤 함께 온 새누리당 관계자에게 "안산은 잘 되는데 현장응급의료소는 잘 안된다"면서 "말해서 깨버리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신의진 의원은 방문을 마친 뒤 뉴시스 취재진이 해당 발언의 의미를 묻자 자리를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께 온 새누리당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조용히 온 것이다. 현장응급의료소가 잘 안 되는 것은 사실이지 않느냐. 점차 잘 되고 있다. 기사화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고 뉴시스는 전했다. 현장에 나온 의료진은 신의진 의원의 이러한 지적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와서 한마디 던지고 가는데 당황스럽다"면서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적인 참사 앞에서 관료, 국회의원, 공공기관 등이 혼연일체가 되어 망언을 쏟아내며 자신들의 무능함을 드러냄은 물론 인간이 지녀야 할 품위조차 망각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참사 수습 와중에 규제 완화로 잇속 챙기는 파렴치한 정부

박근혜 정부 들어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며 행정안전부를 엄청난 예산을 들여 안전행정부로 바꿔놓고서 불량식품 때려잡기에 여념이 없더니 정작 시급을 다투는 참사를 목전에 두고 진짜 안전을 위한 예산은 전체의 4퍼센트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안전행정부의 올해 예산은 40조 3000억 원, 지방 교부금 등을 제외하고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4조 5000억 원가량입니다. 이 가운데 안전 분야 예산은 1700억 원으로 가용예산의 4%에도 못 미칩니다. 이마저도 세월호 사고 같은 재난과는 무관한 도로 환경 개선 예산이 46%를 차지합니다."


예산 문제만이 아닙니다. 법규도 미쳐 돌아가긴 마찬가지입니다. 세월호 참사 와중에도 해양수산부는 선박 안전 규제를 대거 완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해양수산부가 추진 중인 '손톱 밑 가시' 규제 폐지·완화에 선박안전 관련 규제가 대거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지만 선원과 여객의 안전은 뒤로 밀릴 우려가 크다.


이와 함께 중요한 이슈들이 세월호와 더불어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부터 대선 개입 사건, 장애인의 날에 최루액을 뿌린 정부 문제 등 말입니다. 그 와중에 정부는 코레일 운임 인상안을 통과시켰고, 새누리당은 날치기를 위한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추진했습니다. 4월 건보료 폭탄도 돌아왔고요.

출처 - 슬로우뉴스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은,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되는, 사건 사고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그 부조리와 악행, 그것으로 빚어지는 슬픔과 고통의 크기는 다를지언정, 대한민국을 병들게 하고, 우리의 무관심을 숙주 삼아 그 악의 열매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는 점에선 다르지 않습니다.


사건으로 사건을 돌려막는 행태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변한 것이 없습니다. 장도리 만평이 잘 지적했듯이, 이명박 정부의 탐욕과 박근혜 정부의 무능이 합해져 터진 참사가 세월호 사건입니다.

출처-경향신문

정부 말만 앵무새처럼 받아쓰는 주류 언론의 행태

국민의 비판 여론 때문에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초기의 취재 경쟁과 잔인한 보도는 조금 누그러졌지만, 이제는 언론과 방송이 국민의 눈과 귀의 역할을 방기한 채 정부의 말만 받아 나르고 있습니다. 주류 언론의 무능한 정부 보도자료 받아쓰기는 그 도가 지나쳐 종편 JTBC가 민족 정론처럼 보이게 만들고, 파파라치였던 《디스패치》가 탐사보도의 본산인 것처럼 보이는 기현상마저 낳았습니다. 

언론 불신이 극에 달한 국민은 비주류 언론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습니다.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는 현장 상황과 명백히 다른 기사를 뿌리고 있는 《연합뉴스》 기자를 향해 분노의 일침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가 연합뉴스 기자에게 일침을 가했다. 연합뉴스는 지난 24일 "'물살 거세지기 전에…' 사상 최대 규모 수색 총력"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9일째인 24일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바다 위와 수중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수색 작업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에 같은 날 실종자 가족들과 이주영 해양수산부장관, 해경관계자 등 정부합동구조당국이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진행중인 대화현장 생중계를 맡았던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는 방송 도중 연합뉴스 기자에게 버럭 화를 냈다.


 
"나 대한민국 국민 아닙니다.
이 나라가 내 자식을 버렸기 때문에 나도 내 나라를 버립니다."

자식과 배우자와 가족을 잃은 유족은 싸늘한 주검 앞에서 오열합니다. 그들의 분노는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부끄러움을 낱낱이 드러냅니다. 자식 잃은 한 부모의 절규 안에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치부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내가 참  못난 부모구나, 자식을 죽인 부모구나. 이 나라에서는 나 정도 부모여서는 안 돼요. 대한민국에서 내 자식 지키려면 최소한 해양수산부 장관이나 국회의원 정도는 돼야 해요. 이 사회는 나 같은 사람은 자식을 죽일 수밖에 없는 사회에요.

저 동정 받을 사람 아니에요. 나 60평짜리 아파트 살아요. 대학교에서 영문학 전공했고, 입시학원 원장이고 시의원 친구도 있어요. 이 사회에서 어디 내놔도 창피할 사람 아니라고요. 그런데 이제는 내가 살아있는 것 자체가 저주스러워요. 우리 딸 나오길 기다리는 한 시간 한 시간이 피를 말려요.

박근혜 대통령이 와서 잠수부 500명을 투입했네 해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내 자식을 놓을 수가 없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리면 또 거짓말이에요. 그렇게 날이 지나서 애들 다 죽었어요.

부모들이 오보에 놀아난다는 식으로 보도해요. 정부는 정말 잘하는데 부모들이 조바심이 난다고요. 290명 넘게 갇혀있었는데 한 명도 못 구하면 이상하다고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구조하겠다는 의지도 없이 구조한다고 발표한 걸 그대로 받아서 방송에서는 열심히 구조하고 있다고 거짓보도 했어요.

다 정리하고 떠날 거에요. 나 대한민국 국민 아닙니다. 이 나라가 내 자식을 버렸기 때문에 나도 내 나라를 버립니다.

 
참으로 가슴 아픈 말씀입니다. 이 지옥 같은 틈바구니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아니,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그 대답 역시 윗글을 쓰신 어머님께서 해주셨습니다.
 

제가 30대 때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어요. 사연 들으면서 많이 울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뒤로 제가 한 일이 없는 거에요. 10년마다 사고가 나는 나라에서 제도를 바꾸려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아서 제가 똑같은 일을 겪었어요. 지금 SNS하면서 울고만 있는 젊은 사람들, 10년 뒤에 부모 되면 저처럼 돼요. 봉사하든 데모하든 뭐든 해야 돼요.


뜻하지 않은 사고로 목숨을 잃은 분들과 유가족을 위해 애도합시다. 그리고 잊지 맙시다. 꽃다운 나이에 떠난 우리의 아이들을, 깊은 슬픔에 빠진 유가족을. 그리고 이 모든 참사를 만들어낸 개인과 조직이 뒤엉킨 추악한 부정의 시스템을 낱낱이 밝혀 깨뜨립시다. 반드시 행동으로 보여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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