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 자주 거르시나요? 바빠서 굶든 다이어트를 위해 굶든 끼니를 거른다는 건 힘든 일입니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입이 궁금해 뭔가를 계속 먹어야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니 할 일이 있는데 굶는다는 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선택지는 아닙니다. 속이 비면 일단 기운이 없고 일할 의욕도 생기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단호한 의지의 표명으로 단식을 방법으로 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노동계, 정기계에선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라 의미가 상당히 퇴색된 감도 있긴 합니다만, 단식을 해보신 분이라면 이게 얼마나 어렵고 대단한 결단이 필요한 일인지를 체감하셨을 겁니다. 


지난 12월 15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당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당대표가 단식을 중단했습니다. 무려 열흘 차를 맞이하던 시점이었습니다. 두 야당 대표가 관철하고자 한 것은 선거제도 개혁, 즉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었습니다. 여야가 마침내 선거제도 개혁 관련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하여 단식을 푼 지 이틀째인 지난 17일 야 3당은 합의한 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라고 하는데 자유한국당은 그런 걸 약속한 적 없다고 하는 등 엇갈린 주장이 난무하고 있긴 합니다. 격렬하게 충돌 중인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대체 뭐길래 두 야당 대표는 열흘이나 곡기를 끊어야 했던 것일까요?


출처 – 프레시안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아주 간단히 설명하자면 정당 지지율을 의석수에 반영하는 선거제도입니다. 우리나라가 국회의원을 뽑을 때 채택하고 있는 비례대표제와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를 떠올려 보세요. 내가 사는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 투표 용지 한 장, 지지하는 정당을 뽑는 투표 용지 한 장에 각각 기표를 하셨을 겁니다. 지역구는 지역구대로 국회의원을 뽑고 지지하는 정당을 투표해 득표율에 따라 정당에 의원석을 배분하는 구조인 것이죠. 하지만 전체 300석의 국회의원석 중 절대다수인 253석이 지역구에서 확정되기 때문에 정당 지지율과 상관 없이 해당 지역구에 인기 있는 후보를 많이 내는 정당이 선거에서 이기는 구조입니다. 이미 판세를 잡고 있는 거대 정당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구도인 셈이죠. 당선되지 않은 나머지 유권자의 표는 사표가 되고 맙니다. 


출처 - 참여연대 유튜브


이에 반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가 아닌 정당 지지율에 따라 의석수가 배분됩니다. 예를 들어 노랑당, 분홍당이 300석을 놓고 선거를 했다고 가정해보죠. 소수당인 노랑당은 그동안 꾸준히 20%의 정당 지지율을 얻고 후보자 3명을 당선시켜왔다고 칩시다. 노랑당은 승자독식의 기존 소선거구제에서는 자신들이 득표한 만큼의 의석을 배분받지 못합니다. 기존 선거제도에서 노랑당의 국회의원은 약 14명이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는 결과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같은 조건, 즉 노랑당이 지역구애서 후보 3명을 당선시켰고 정당 지지율을 20% 얻은 상황이라고 해보죠. 300석의 20%는 60석에 해당합니다. 그러므로 이미 당선된 지역구 후보 3명을 제외한 57명은 노랑당의 비례대표의원으로 채울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결국 14석 대 60석, 바로 이것이 연동동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입니다. 


출처 – CPBC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거대 정당이 아니라 다양한 소수집단의 의견을 반영한 소수 정당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됩니다. 자연스러운 다당 체제는 건강한 정치 생태계의 기본 토태입니다. 진보, 중도, 보수 할 것 없이 비슷한 비율로 의석을 차지해 특정 정당이 횡포를 부릴 수 없는 구조가 마련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후보자 시절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드디어 이 공약을 실천할 수 있게 되었죠. 그런데 기존 선거 방식을 뚝딱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꾼다고 '도입 됐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함량 미달의 후보가 당선될 수 있는 문제, 극단적으로 다른 사상을 가진 정당의 난립 문제, 권력 구조나 정부 형태를 더불어 고민하면서 개혁해야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출처 - UPI


모든 유권자의 마음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완벽한 선거제도를 만드는 일이 가능할까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더 나은 방향을 향해 꾸준히 개선하려는 마음입니다. 사표가 발생하는 양당제를 심화하는 방식으로는 민의를 대변할 수 없습니다. 현행 선거제도의 부작용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함으로써 충분히 해소할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충돌하는 정당들, 특히 말바꾸기에 능한 자유한국당은 그들이 쥐고 있는 기득권을 놓치기 싫어서 간만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출처 -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 어디로 가는가?

 

생각비행이 출간한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 어디로 가는가?》의 저자는 대한민국의 에너지 산업의 변화를 위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꼭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2016년 9월 12일 경주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온 국민이 불안한 밤을 보내야 했습니다. 한반도 남동부는 세계 최대 원전 밀집 지역이기 때문이지요. 2017년 5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7개월 앞당겨진 19대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주요당 후보들은 모두 노후 원전 가동 중단과 신규 원전 건설 금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40년 후 원전 제로 국가를 목표로 탈원전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자 새 정부는 '탈원전 에너지 전환'을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습니다.

 

출처 - MBC

 

화석연료와 핵에너지에 중독된 나라는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에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독일 에너지 전환 정책의 기틀이 된 2000년 재생가능에너지법 제정은 1997년 구성된 적록연정(사민당과 녹색당의 연립정부)으로 가능했습니다. 덴마크 역시 현재 생태사회주의를 강령으로 채택하고 있는 적록연맹 의원이 179석 중 14석을 차지하며 좌파 연정 시 정부 구성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죠. 녹색당이나 진보정당같이 생태계의 지속가능성과 기후변화 등에 관심이 많은 정치 세력이 의회에 진출하기 어려운 대한민국의 현실을 바꿔야 하는 이유를 이러한 나라의 상황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비례민주주의연대

 

현재 국회는 화석연료와 핵에너지를 중시하는 자유한국당이 제2당이며 이에 동조하는 바른미래당 다수까지 합하면 과반을 차지합니다.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정책이 국회에서 논의되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같은 선거개혁에 대한 전 국민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대한민국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하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도입 후 어떻게 잘 개선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2019년도 대한민국 예산은 470조 5000억 원입니다. 올해 예산보다 약 41조 원가량 증가했습니다. 이는 9.7% 증가한 수치로 내년도 경제 성장전망률 4.4%의 두 배 수준입니다. 특히 보건, 복지, 고용 분야의 예산이 크게 증가될 예정이라고 하죠. 이렇게 큰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정하는 역할은 국회의 몫입니다. 국민의 대리인으로 선출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한국경제


내년 예산 470조 5000억 원을 국회의원 300명으로 나누면 국회의원 한 명당 1조 6000억 원의 예산을 좌지우지하는 셈입니다. 또한 2018년 기준 대한민국 인구수가 5164만 명이니 국회의원 한 명이 국민 17만 명을 대표하고 있는 셈입니다. 대체 1조 원은 어느 정도나 되는 돈일까요? 단군 할아버지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60만 원씩 쓰고도 원금 1조 원이 그대로 남을 정도의 돈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의문이 듭니다. 국회의원 1명의 역할이 너무 큰 것 아닌가 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과연 국회의원은 몇 명이 적당한 걸까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좀 더 근본적인 부분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바로 대한민국의 선거제도입니다.


출처 – 한라일보


대한민국은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 병립제를 선거제도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소선거구제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의 당선자를 선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투표가 간단하고 명확합니다. 하지만 군소정당이나 무소속에 매우 불리한 제도죠. 1등만을 뽑기 때문에 49.9% 득표한 후보가 50.1% 득표한 후보를 이길 수 없습니다. 두 후보 모두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은 건데도 말입니다. 


비례대표제는 이런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조금이나마 보완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각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비율을 국회 의원을 구성할 때 반영하겠다는 것이니까요. 소수 정당의 대표성을 보장하고 사표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이 제도에도 아쉬운 부분은 있습니다. 적은 득표율로도 의석을 차지할 수 있어 선거 직전 급조된 군소 정당이 비례대표제를 악용해 당선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선거제도로는 상황에 따라 특정 정당이 유권자의 실제 지지율보다 훨씬 적은 의석을 갖게 될 수도 있고, 훨씬 많은 의석을 차지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20대 총선 결과를 살펴보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정당 득표율은 합쳐서 약 60%였지만, 실제로는 국회 의석의 8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니까 유권자의 정당 지지율이 의석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겁니다. 왜 그럴까요? 이는 비례대표에게 할당된 국회 의석이 300석 중 15%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한국이 채택한 선거 방식인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에서 오는 이런 한계를 다른 나라에선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요? 최근 노란조끼 시위가 한창인 프랑스는 결선투표제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선거에서 당선 조건으로 일정한 득표율을 충족해야 합니다. 만일 이를 충족하는 후보가 없으면 상위 후보 몇 명을 추린 다음 다시 투표(결선 투표)를 해서 최종 당선자를 뽑는 방식입니다. 결선투표제의 장점은 아주 명확합니다. 당선자가 확실한 대표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겁니다. 결선투표제에서 당선된 사람은 전체 투표자 과반의 지지를 얻은 것이기 때문이지요. 


출처 – 허프포스트


지구 반대편에 있는 호주는 선호투표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투표자가 투표 용지에 후보자 전원의 선호 순위를 적어 그 순위를 당선자 결정에 반영하는 제도입니다. 선호 1순위 후보자를 집계하고 여기서 과반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최저득표자를 탈락시킨 뒤 각 표에서 최저득표자보다 낮은 선호 순위로 기표된 후보의 순위를 한 단계씩 올려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이를 반복합니다. 투표는 한 번 이뤄지지만 재투표가 즉석에서 시행되는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과반 득표라는 결선투표제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유권자 개인의 선호도를 보다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는 발전된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주 외에 이탈리아, 벨기에, 뉴질랜드, 미국 몇 개 주에서도 선호투표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아주 흥미로운 점은 2002년 16대 대선을 앞두고 새천년민주당이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선호투표제를 채택한 적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우리가 잘 아는 대로 노무현 후보가 단숨에 지지율을 끌어올려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었죠. 


출처 - SBS


이 외에도 다양한 선거제도가 있습니다. 후보자에게 복수로 투표할 수 있는 승인투표제, 한 선거구에서 대표 1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와 달리 2~5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 등 전 세계 여러 나라는 다양한 선거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정치 구도를 가진 나라는 없습니다. 어떤 나라의 선거제도가 좋아 보인다고 무작정 한국에 적용해 시행할 수는 없습니다. 요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문제로 국회가 뜨겁습니다. 야 3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원외 정당인 노동당, 민중당, 녹색당 등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처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제도이길래 이렇게 많은 정당이 도입을 촉구하고 있을까요? 내일 자세하게 다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어제 전국 곳곳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 범국민 추모제가 있었습니다. 생각비행은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추모제에 참석했습니다. 딱 1년 전 온 국민을 비탄에 잠기게 한 세월호 참사가 있었습니다. 시기적으로 맞물린 2014년 6.4 지방선거 때 수많은 후보자가 너나 할 것 없이 '안전'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외쳤습니다. 그로부터 1년, 우리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나요? 

 

선거철마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며 생활정치의 변화를 기대하건만, 그 희망은 번번이 빗나갑니다. 무엇이 문제인 걸까요? 왜 우리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 걸까요? 지난 6.4 지방선거를 지켜보면서 든 의문이었습니다. 오늘은 그 고민을 담은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생각비행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엮은 《유모차 밀고 선거 나온 여자》입니다.

 

이 책은 2014년에 있었던 6.4 지방선거에 서울시 용산구 구의원 후보로 출마했다가 꼴등으로 낙마한 두 아이 엄마의 좌충우돌 선거 도전기입니다. 예상치 못한 계기로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의 선거일기를 훔쳐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또한 선거 무경험자가 한데 모여 옥신각신하며 추진했던 선거운동, 조직도 없이 초보 티를 팍팍 내며 오락가락했던 선거운영 등을 솔직하게 풀어낸 체험기는 반면교사로 삼을 요소가 다분합니다.

 

하지만 두 아이의 엄마로 평범한 삶을 살던 저자의 선거 도전기는 한국 정치판의 현실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현실 정치에 관심이 없던 후보자가 지방선거를 치르는 사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리와 책임을 절감하는 시민으로 성장하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지점은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참여하는 시민이 민주주의의 대안입니다. '할 수 없다' '될 수 없다' '정치는 원래 그런 것이다'라는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더 많은 시민이 삶을 변화시킬 정치에 도전해야 합니다!

 

 

유모차 밀고 선거 나온 여자

두 아이 엄마의 좌충우돌 지방선거 도전기


▸분야: 정치·사회  ▸지은이: 서정원  ▸판형: 신국판 변형(140*200)
▸쪽수: 216쪽  ▸가격: 13,500원
▸ISBN: 978-89-94502-33-5 (03300)

 

"참여하는 시민이 대안이다!"

 

 

번갯불에 콩 굽듯 하루 만에 구의원 후보가 되다!

 

선거철이 되면 누군가는 표를 달라고 호소한다. 유권자들은 투표하긴 하지만 대한민국의 정치판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날이 갈수록 정치가 현실과 유리되고 있다. 우리가 경험하는 민주주의는 일상생활과 동떨어져 있고, 우리가 던진 표가 기득권의 세를 불리는 형태로 끝나는 경험을 되풀이한 탓에 정치를 혐오하는 사람마저 급증하는 추세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정치에 무관심하고 직업적인 정치꾼을 혐오하던 평범한 두 아이의 엄마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정치판에 뛰어들겠다는 남편 대신 가정의 평화를 지키고자 엉겁결에 6.4 지방선거 구의원 후보가 된다. ‘어떻게 하루 만에 구의원 후보가 될 수 있겠느냐’는 얕은 생각이 화(?)를 불렀다.

 

마치 만화의 한 장면처럼 하루 만에 구의원 후보로 등록을 마친 저자는 남편을 원망했다. ‘내가 왜 저 사람과 결혼해서 이 고생을 하는 것인가?’ 하지만 돌이켜보면 선거 후보로 ‘출마’해서 당사자로서 선거운동을 경험해보지 않았더라면, 멀찌감치 서서 고고한 척하며 정치인이 되려는 사람들을 야망의 노예라고 손가락질하고 있었을지 모를 자신의 모습을 재발견했다고 고백한다.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정치가(statesman)가 아닌 정치꾼(politician)에 대한 혐오는 비단 저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목적 없이 방향을 잃고 달려가는 기차처럼 권력을 향하는 정치 풍토에 대한 불만과 그로 인한 무관심은 대한민국 사회를 대변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거철이 돌아오면 철새 정치인들이 표를 구걸하듯이, 유권자 역시 자신의 소중한 권리를 마치 인기스타 뽑듯이 툭 던지고는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과연 이런 방식의 민주주의가 우리의 삶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할 수 있을까?

 


낙선으로 끝난 선거, 과연 무엇을 남겼나?

 

6.4 지방선거의 낙선 경험을 통해 저자는 마을과 마을 사람들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후보자로서 발로 뛴 선거 경험은 자신이 사는 동네와 지역구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풍경을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구의원 후보가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 보지 못했을 풍경, 가지 않았을 장소, 경험하지 못했을 처지를 몸소 겪었다.

 
물론 시작은 누군가의 한 표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 때문에 쪽방촌에도 가고, 술 취한 사람에게 머리 숙여 인사도 했다. 부끄러운 것도 없이 길에서 사람들에게 명함을 나눠주며 자신에게 표를 달라고 외쳤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이 서서히 마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예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고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이야기를 들을 귀가 열린 것이다.


선거판에서 만난 유권자의 태도는 무척 다양했다. 유권자 중에는 기호 1번이 아니어서 찍지 않겠다거나, 돈을 쓰지 않으면 선거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충고하는 이도 있었다. 어떤 교회 청년은 정치 혐오증을 강하게 드러냈고, 다른 누군가는 구의원 후보로 나왔으니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여성 유권자들이 오히려 여성 후보로 나온 이를 냉대하는 태도에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셀 수 없이 다양한 유권자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들의 필요를 절감했고, 각자의 관심사와 추구하는 지향점을 통해 마을과 지역의 필요를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선거 무경험자가 뛰어들기엔 현실 정치의 벽이 너무 높았다.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기탁금 제도도 문제이거니와 부작용 많은 선거비용 처리 방식, 후보자를 검증하기 어려운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 등을 파악하게 되었다.

 

어쨌든 선거는 끝났고 저자는 낙선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이야기는 삶과 맞닿아 있는 생활정치를 고민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마을과 우리 사회에 대해 주인 의식을 갖자고 말한다. 우리의 관심만이 우리 마을,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우리는 시민이다. 시민은 권리와 책임이 있는 주체다. 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떳떳하게 누리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가꿀 책임이 있는 존재들이다. 그래서 저자는 단호히 말한다. ‘할 수 없다’ ‘될 수 없다’ ‘정치는 원래 그런 것이다’고 하는 패배감을 극복하고, 더 많은 시민이 삶을 변화시킬 정치에 도전하기 바란다고.

 

저자는 비록 낙선했지만 변화를 꿈꾸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애쓰고자 도전하는 시민들의 당선 소식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아 우리에게 옹골찬 도전기를 남겼다.

 

지은이  서정원


대전에서 태어나 청주에서 자랐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던 중 태극권 동아리에서 ‘심오한 채식주의자’ 남편을 만나 결혼해 티라노킹 로봇이 되고 싶어 하는 5살 큰 아들과 먼지떨이를 좋아하는 2살 작은 아들과 함께 용산구 효창동에 살고 있습니다.

 

두 아들이 마을에서 행복하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2014년 6.4 지방선거에 용산구의원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다가 꼴등으로 낙선했습니다. 선거 출마는 남편에게 등 떠밀려 엉겁결에 이뤄진 일이었지만, 민주사회의 관찰자에서 권리와 책임을 통감하는 시민으로 거듭나는 경험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2012년부터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하는 엄마학생들의 모임인 서울대부모학생조합 맘인스누Mom in SNU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는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에서 공동체, 조직화, 시민사회, 여성운동, 풀뿌리 운동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차례

 

프롤로그 | 유모차 밀고 지방선거를 경험하다

 

1 삐뚤빼뚤 선거일기

번갯불에 콩 굽듯 하루 만에 후보 등록하기 | 우리 집 거실은 선거사무소 | 선거 실무를 위한 속성 과외를 받다 | 막막한 공약 세우기 | 못 말리는 남편의 선거 공약 바꿔치기 | 얼굴에 철판을 깔기로 하다 | 땡볕에 유모차 몰고 시작한 선거운동 | 엄마가 오셔서 한시름 놓다 | 나를 울컥하게 만든 때 묻은 손 |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부부의 메뚜기 유세 | 용산장애인연대와 공약이행협약을 맺다 | 동네 어르신들의 호출 | 기특하고 고마운 후배 | 선거에서 이기고 싶어지다 | 쪽방촌 주민의 기본권과 음모론 | 교육감 후보들 덕분에 좋은 엄마를 꿈꾸다 | 장서 갈등에 끼인 자의 고단함 | 체력 방전, 기댈 곳이 필요하다 | 분노 속에 마친 선거운동 | 내가 나를 찍다니! | 낙선 결과 받아들이기 | 낙선사례로 선거 후유증 털기

 

2 옥신각신 선거운동

선거구 유권자를 다각도로 분석하라 | 공약은 유권자의 생애 주기별 필요에 맞춰 세우라 | 부디 내 홍보물을 반면교사 삼으시길! | 이거 하나는 잘한 듯~ SNS와 블로그를 이용한 온라인 홍보 | 동선은 최소화, 체력 안배는 필수! | 돈 주고는 얻지 못했을 빛나는 내 선거운동원들

 

3 오락가락 선거운영

탄탄한 조직 없이는 선거 못 이긴다 | 부족한 선거 비용은 후원 펀드로

 

4 들쭉날쭉 선거제도

피선거권 제한하는 기탁금 제도 | 부작용 많은 선거비용 처리 방식 | 후보자 검증 못 하는 현행 선거제도 | 무소속 후보 추천장 검증도 허술 | 재개표 하고 싶으면 800만 원 내야 한다고?

 

5 티격태격 유권자들

앞집 택시 기사 할아버지에게 외면당하다 | 빨간당 입당 권유한 “무조건 1번” 할아버지 | 돈 안 쓰면 떨어진다고 낙선 예언한 할아버지 | 청파동 ‘교회 청년’의 정치 혐오 | 후암동 술 취한 아저씨는 정말 투표했을까 | 효창동 근육질 아저씨와 운동권 생각 | 청파동 스쿠터 사내가 준 교훈 | 여성 후보에 냉담한 여성 유권자들

 

에필로그 | 우리 사회를 바꿀 후보자의 당선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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