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5일 이재용 회장은 삼성그룹 불법승계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밝히며 이재용 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했던 '국정농단 사건'과 얽혀 앞서 그룹 지배권 승계 작업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과 판이한 결과입니다. 생각비행은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다룬 바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삼성으로 인한 국민연금 3000억 손실, 누가 책임지나? : https://ideas0419.com/569 

이재용 집행유예 - 재벌의 3.5 법칙은 아직도 통하는가 : 
https://ideas0419.com/801 

진정성 없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 대국민 사과, 앞으로 삼성은? : 
https://ideas0419.com/1058 

다시 삼성공화국으로,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 
https://ideas0419.com/1209 

삼성 미래전략실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삼성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거짓 정보 유포와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시세 조종 등을 했다는 혐의를 받았고, 이재용 회장은 이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아 검찰에 기소됐습니다. 기소된 19개 혐의에 대해 결과적으로 죄다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출처 - MBC

 

검찰은 이재용 회장과 삼성 미래전략실 등이 그룹 승계 계획안 '프로젝트 G'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했고 이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봤습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각각 0.32주와 1주로 합병 비율을 결의했습니다. 당시 이재용 회장은 제일모직 지분만 약 23% 보유하고 있었는데요.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이 삼성전사의 대주주인 구조였기에 제일모직 주식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면 이재용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그만큼 커져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상황이었죠.

출처 - 참여연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물산 주주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 등 많은 이해관계자가 합병에 반대할 만했습니다. 삼성물산 매출액이 제일모직보다 5.6배 많고 자산총계는 3.1배나 더 큰데도 제일모직의 가치가 너무 크게 책정됐으니까요. 국민연금도 반대할 명분이 충분했는데 당시 이재용 회장에게 뇌물을 받은 박근혜 정부가 국민연금에 외압을 가해 합병에 찬성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국정농단 특검 수사로 확인된 사실입니다. 이 사건에 연루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죠.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한 결과로 최대 1658억 원의 손해를 봤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출처 - 동아일보

 

결국 이 합병은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절차(ISDS)까지 초래했습니다. 합병 당시 옛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 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 상설중재재판소에 ISDS를 제기했고 일부 승소했습니다. 2023년 6월 20일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엘리엇 매니지먼트 측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1조 원의 배상을 요구한 데 대해 청구액의 7%인 69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핵심 쟁점이었던 정부의 부당 개입이 인정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부가 패소한 셈이죠. 우리 정부는 5년간 법률비용과 이자를 포함해 1300억 원가량을 지급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출처 - 뉴시스

 

이쯤에서 지난 2월 5일 삼성그룹 불법승계 1심 재판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 판결에서 대법원이 판시한 승계작업과 청탁은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이라며 그 승계작업과 청탁의 결과물이 구체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정농단 사건을 판결한) 대법원은 '승계작업'을 '최소 비용의 지배권 강화'로 정의하면서 그러한 승계작업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러한 승계작업은 그에 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무행위와 제공되는 이익 사이에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었고 부정한 청탁의 내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을 뿐이다. 즉 대법원 및 그 하급심에서는 이 사건 합병에 대한 청탁의 대가를 인정하지 않고, 단지 포괄뇌물죄에서 포괄적 직무관련성에 대응하는 수준의 가변적이고 추상적 개념으로서의 승계 작업이 인정되었을 뿐이다"라고 명시했습니다.

 

출처 - 참여연대

 

또 재판부는 대통령의 부당 개입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이 왜곡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그 근거로 한국 정부가 엘리엇과의 ISDS 소송에서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위원들은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자신의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표결하였다는 입장을 밝힌 점, 2022년 11월 삼성물산 주주 7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한 1심 판결에서 법원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의 행위가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의 의결권 행사를 좌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점'을 들었습니다. 법조계라는 같은 업계 종사자가 판결에 사용한 용어 정의를 다시 해가면서 앞선 판결을 뒤집은 건 차치하고 국민연금 의사결정이 왜곡된 게 아니라면 당시 유죄받은 사람들은 재심이라도 받아야 하는 걸까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엘리엇이 제기한 ISDS 소송을 법무부에서 진행했는데요, 1심 재판부가 무죄 판결의 근거로 든 '국민연금의 합당한 판단'이 ISDS 소송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그런데 이재용 회장의 '불법 합병' 판결에서는 무죄의 근거로 활용됐으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출처 - SBS

 

결국 검찰은 삼성그룹 불법승계 1심 재판 결과에 대해 항소했습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부정과 부정거래행위에 대한 증거판단, 사실인정 및 법리 판단에 관해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며 사실인정 및 법령 해석을 통일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항소한다고요.

 

출처 - 경향신문

 

참여연대는 "제1심의 무죄 판결은 재벌들이 지배력을 승계하기 위해 함부로 그룹회사를 합병해도 된다는 괴이한 선례를 남김으로써, 재벌 봐주기의 대명사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사회정의와 법치주의에 반하는 이번 법원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규탄했습니다. 남은 2심, 3심이 어떻게 진행될지 국민이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지난 10월 25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공식적으로 사망했습니다. 급성심근경색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 6년 만인 향년 78세였습니다. 세계 주요 외신들도 이건희 회장의 사망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이건희의 업적은 모두가 알다시피 대단합니다. 재벌 2세로 출발했다고는 하나 회장 취임 당시 국내 3위에 지나지 않던 삼성을 세계 5위 브랜드로 키웠으니까요. 삼성의 주식 시총은 그 기간에 1조 원에서 396조 원으로 396배 증가했습니다. 수많은 정·재계 인사들과 해외 정상까지 조의를 표한 가운데, 지난달 28일 영결식이 비공개 가족장으로 엄수됐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처럼 삼성이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재벌 그룹임에는 분명하지만, 이건희로 대표되는 삼성이 그에 걸맞은 행보를 보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삼성은 우리 사회에 큰 어둠을 드리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이건희가 개인적으로 저지른 성매매 같은 오점은 별개로 하더라도 정경유착과 비자금 등의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튀어나왔죠. 삼성이 그만한 기업으로 클 수 있었던 이유가 단지 이건희의 경영 능력만이 아닌, 마땅히 그 부를 같이 누렸어야 할 임직원과 하청 업체를 쥐어짠 결과이자, 정치권과 야합하여 온갖 편의와 세금을 지원받은 결과임을 방증합니다. 삼성이 그간 유지해온 무노조 경영은 그 증표입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미디어오늘》 [민언련 종편 일일모니터] 기사를 통해 종편3사 시사대담 프로그램이 이건희의 공로에 비해 과실을 얘기하는 데 인색했다는 점을 알렸습니다. 프로그램별로 살펴보면 이를 확연히 할 수 있습니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는 30분이나 이건희의 공로를 다루면서도 과실을 다룬 건 고작 48초에 불과했습니다. MBN 〈뉴스와이드〉는 10월 26일 한 차례만 이건희 소식을 13분 다루며 공로는 10분간 언급하면서도 과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방송을 보면 삼성의 힘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아버지인 이건희를 이어받은 이재용의 삼성은 국정농단 사태에 깊숙이 관련되어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는 아버지가 걸어온 길을 그대로 따라 가고 있는 것이죠. 지난 5월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 사과를 진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한두 가지 혐의가 아닌 일로 재판이 걸려 있기 때문이죠.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과 삼성 전직 고위 임원들을 기소하지 않고 수사를 중단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검찰은 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를 한 바 있습니다.


출처 - 팩트TV


이건희의 시대가 가고 이재용의 시대가 왔으니 삼성도 뭔가 바뀌어야 하건만 대를 이어 삼성의 문제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초, 삼성전자의 한 임원이 자신을 국회 출입 기자로 등록한 뒤 기자 출입증을 이용해 의원실을 자유롭게 드나든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삼성전자의 대외협력팀 소속의 상무였는데 국회 출입을 위해 필요한 의원실 방문 확인을 매번 거치지 않았습니다. 재벌 그룹의 상무임에도 언론사 기자로 국회 출입증을 받아 돌아다닌 것도 의문을 자아냅니다. 이 상무는 새누리당 당직자 출신이기도 했죠. 이 일이 들통나자 이 상무는 잠적했고, 그가 소속돼 있다던 언론사 홈페이지는 바로 폐쇄됐다고 합니다. 삼성전자는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사과했지만 보수 정치권과의 야합, 언론과의 짬짜미, 국회를 안방 드나들 듯했지만,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뿐만 아니라 최근 5년간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서 최소 10건의 산업재해 사고가 감독기관에 보고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지난 8월 한국노총 산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생산직 노동자 53명을 대상으로 산업재해 피해 여부 조사를 해 삼성이 산업재해를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그 의혹이 사실임이 폭로되었죠. 삼성전자는 그간 산업재해 신청 은폐 의혹을 부정해왔지만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나마 노조가 출범하기는 했으나 비상식적인 노동환경과 직원 쥐어짜기는 변함이 없고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삼성전자가 받은 과태료는 6640만 원이 다였습니다.


출처 – 저널리즘 토크쇼 J


하청업체 쥐어짜기와 기술 도둑질도 여전합니다. 삼성을 대표하는 스마트폰 사업의 협력 업체인 한 중소기업이 가진 기술을 도용해 다른 기업에 넘긴 것도 이번 국정감사에서 폭로됐습니다. 2018년 6월 특허를 받은 한 기업의 제품을 납품받던 삼성전자는 그 제품과 기술을 다른 기업에 넘겨 더 싼 가격으로 공급받기 시작했습니다. 특허까지 받은 ‘협력’ 업체는 한순간에 버려졌습니다. 그런데 국정감사에서 삼성이 한 변명이라곤 부품은 넘겼지만 기술은 넘긴 게 아니랍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식의 해괴한 변명을 국회에서 늘어놓은 것이죠.


출처 - 진실의길


삼성과 짬짜미하여 가장 큰 폐해를 보인 건 역시 언론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삼성의 산재 은폐에 대해 보도한 언론은 《한겨레》, 《경향신문》, 《매일경제》,  단 3건뿐이었습니다. 조중동은 물론 나머지 경제지들도 삼성을 위해 입을 다물었습니다. 이번에 이건희가 사망하자 기레기 언론사들은 앞장서서 삼성 일가가 내야 할 상속세 10조 원을 대신 걱정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삼성과 짬짜미한 전·현직 정치인들은 대기업의 상속세율에 대해 다시 공격하기 시작했죠. 


출처 - 경향신문


기레기에 홀린 사람들은 마치 본인도 상속세를 10조쯤 내야 하는 양 이재용과 삼성 일가의 상속세를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98%는 상속세를 낼 요건에 해당하지도 않습니다. 삼성의 상속세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2% 최상위층이라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박정희가 죽었다고 박근혜를 걱정했던 사람들처럼 대체 누가 누구를 걱정하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출처 - 진실의길


애초 이건희가 ‘공식적’으로 사망하는 데 6년이란 시간이 걸린 것도 바로 이 상속세 때문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건희가 쓰러진 이후 지난 6년간 이건희 일가가 받은 배당금은 3조 원에 이릅니다. 총 배당금 가운데 이건희가 받은 배당금이 약 1조 8000억 원, 가족 전체가 받은 배당금의 65%를 차지하는 금액입니다. 왜 이건희가 살아 있어야만 했는지, 왜 간간이 기레기들이 병실에서 이건희가 뭘 했다는 식의 기사를 냈는지 이해가 갑니다. 이 기간에 이건희 일가가 받은 배당금은 3배 이상 증가했고 10조 원을 웃도는 상속세 납부 자금 마련을 위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의 배당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출처 - 민중의소리


이건희의 죽음과 이재용의 승계로 이어진 삼성이라는 대기업이 드리운 어둠은 너무 선명하고 짙습니다. 이건희의 사망에 부쳐 반올림은 "삼성의 어두운 역사는 이건희의 죽음과 함께 끝나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반올림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로 삼성 반도체 생산직 노동자의 백혈병 때문에 생긴 시민단체죠. 이건희가 독차지했던 삼성의 경제적 성공과 반도체 신화 역시 수많은 노동자의 희생으로 이룩된 것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반올림의 논평처럼 과연 이건희의 죽음으로 삼성이 거듭날 수 있을까요? 현재 진행형인 삼성의 행보를 보면 개과천선은 참으로 요원해 보입니다.

5월은 시작부터 노동절이 있는 달이죠. 하지만 이날 쉴 수 있는 노동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노동자의 힘은 단단한 연대로부터 나오지만 이를 잘 알고 있는 기업들은 법적으로 보장된 노조를 인정하지 않거나 어용노조를 세우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이 힘을 한데 모으지 못하도록 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 일에 가장 앞장 서는 기업은 잘 알려졌다시피 삼성입니다. 무노조 경영을 마치 자랑처럼 떠들어온 기업이니까요.


출처 - JTBC


삼성전자 서비스가 노동조합 와해 시도 등에 관여한 혐의를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데요, 지난 7일 JTBC는 검찰이 '심성관리'라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확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 문건에는 삼성전자 서비스 영등포센터 송 모 대표가 직원 2명에게 탈퇴를 권유하고 본사에 보고한 내용 중 "심성관리를 해줬다"는 사실이 담겨 있었습니다. 검찰 조사에서 심성관리는 돈을 주고 노조원을 회유하는 방식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검찰은 송 대표가 노조원을 상대로 수백만 원을 뿌린 정황을 포착했으며, 이런 심성관리가 전국 100여 개 하청업체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출처 - JTBC


돈으로 회유하려 한 행위는 그나마 나았습니다. 삼성이 노조원의 죽음조차 노조 파괴 공작의 성과로 취급한 정황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2014년 삼성전자 서비스 양산센터의 노조 분회장인 염호석 씨가 노조탄압에 항의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삼성전자 서비스 양산센터는 노조원들에게 일부러 일감을 주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노조 탈퇴를 압박했는데요, 이에 염호석 노조 분회장은 조합원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더는 볼 수 없어 먼저 가니 지회가 승리하는 날 자신을 화장해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삶을 마감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그런데 삼성전자 서비스 내부 자료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염호석 씨까지 노조 탈퇴 실적 명단에 올려져 있었습니다. 자기들이 죽음으로 내몰고는 그를 노조에서 탈퇴한 사람으로 쳐서 실적으로 둔갑시켰으니 참으로 파렴치한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염호석 씨 장례를 노조장으로 치르면 사회적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한 삼성전자 서비스 본사는 유가족에게 6억을 건네 시신을 몰래 탈취하라는 지시를 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인면수심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출처 - 뉴시스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지시를 한 본사의 윤 모 상무 및 협력업체 전, 현직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습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협력사의 노조 와해 공작, 이른바 그린화 작업을 추진한 인물들입니다. 삼성전자 서비스 본사보다 더 윗선, 그러니까 삼성 그룹 본사 차원의 지시 또는 묵인이 있었는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차질을 빚게 되었습니다.


출처 - 뉴시스


국정농단으로 인한 총수 구속, 노조 와해 공작 수사와 관련하여 사회적 압박을 느꼈기 때문인지, 삼성전자 서비스는 지난 4월 17일 협력업체 직원 8000명을 직접 고용하고 이들의 합법적인 노조활동을 보장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삼성전자 서비스와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 서비스 지회가 도출한 합의안으로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 깨질 수 있다는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 분위기가 다른 계열사의 노조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룹 총수의 안위를 고려해 발등의 불을 일단 끄고 보자는 책략에 불과할까요?

 

지난 5월 19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은 염호석 열사 4주기 추모식을 가졌습니다. 노동자들은 열사가 온몸을 던져가며 그토록 염원했던 지회의 승리를 함께하지 못해 많이 아쉬워 했습니다. 그러면서 열사의 정신을 계승해 더 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위해서 정규직 전원을 조직하는 데, 더불어 삼성그룹 전체를 조직하는 데 열정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이 땅의 노동자와 국민이 잠자코 있었다면 뻔뻔한 삼성이 궁지에 내몰리는 일은 없었겠죠. 그러니 앞으로 을의 연대는 더욱 단단해져야 하고 불량 기업 내부에서 양심적 고발자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노동자를 보는 사회의 시각도 달라져야 합니다. 그런 변화만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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