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이 이웃나라에게 불행을 주었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길 우리는 바"란다면서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입니다. 공정하게 교역하고 협력하는 동아시아를 함께 만들어갈 것입니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내년에는 도쿄하계올림픽, 2022년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립니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맞는 동아시아 릴레이 올림픽입니다. 동아시아가 우호와 협력의 기틀을 굳게 다지고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갈 절호의 기회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와 번영을 이야기하면서 올림픽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우리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를 주요한 대응카드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에 열릴 도쿄 올림픽의 일부 경기장이 후쿠시마 사고 현장에 인접해 있는 등 안전 문제가 심히 우려됩니다. 대한체육회는 오는 20일부터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선수단장 회의에서 방사능 안전문제를 공식 제기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색당은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이 상태로 도쿄 올림픽이 개최되면 선수 참가자뿐 아니라 관중들이 모두 참여하는 피폭 올림픽이 될 것"이라며 IOC는 도쿄 올림픽을 취소하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꿍꿍이는 겨우 올림픽이 문제가 아닙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지난 7일 아베 내각과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 쌓여 있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 100만 톤 이상을 태평양에 방류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폭로했죠. 오염수 100만 톤을 희석하려면 17년에 걸쳐 깨끗한 물 7억 7000만 톤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사실상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고 오염수를 방류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방사능 오염수가 후쿠시마 해안으로 흘러나오면 어업은 궤멸하고 말 것입니다. 해류를 타고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를 순환하기 때문에 태평양 연안 국가들이 방사성 물질에 노출될 수 있으며 특히 옆 나라인 우리나라가 치명적인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숀 버니 수석은 강조했습니다.


출처 - JTBC


그린피스는 지난 1월 후쿠시마 오염수 보고서를 통해 일본이 의사결정의 오류, 전문성 부족, 부적합 기술 채택 등으로 제염에 실패했으며 앞으로도 제대로 처리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아베 내각은 비용을 줄일 목적으로 값싼 기술만 고집하다가 제염의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그러자 이제 그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려고까지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성 오염수에서 고위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지 못해 제염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심지어 아베 정권의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를 전기분해해 공기 중으로 증발시켜 해결하겠다는 어이없는 방법을 해결책이랍시고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만화를 너무 많이 본 모양입니다.


출처 - KBS


아울러 도쿄전력은 2022년 여름이면 저장탱크 용량이 더는 허락되지 않을 것이라 밝혔는데 이는 오염수 방류를 설명하는 기본적 논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부지 자체가 이미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지역인만큼 추가로 오염수 저장소를 설치하면 해결되지만 일본 정부는 정치적 이유로 오염수 방출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버니 수석의 설명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아베 정권은 2031년까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물질을 제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반감기를 고려한다면 최소 125년은 오염수를 보관해야만 합니다. 도쿄올림픽 유치를 위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계획을 공지한 것이나 다름없죠. 그렇기에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아베 내각이 오염수에 대한 해결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 침묵으로 일관하다 어떻게든 몰래 태평양으로 방류하려고 한다며 국제적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출처 - MBC


제염에 실패한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면 동해 쪽에 있는 우리나라 바다는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보게 됩니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규제하는 정도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죠. 현재 정화 처리되었다며 저장된 오염수도 안전치의 2만 배에 이르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문제입니다.


출처 - MBC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리에 대해서는 이미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우려를 표했습니다. 지난가을 후쿠시마 핵발전소 실태를 조사한 IAEA의 보고서에는 오염수가 여전히 방사능 기준치를 넘고 있으며 이런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죠. 또 일본 정부가 오염수의 방사능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투명한 공개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체르노빌 참사 때도 그 사고의 영향과 위험성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는 IAEA로서는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준의 보고서를 내놓은 셈입니다. IAEA는 일본이 허용치를 초과한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한다면 명백한 유엔해양법협약 위반이며 세계적인 인권침해 문제로 대응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올해 2월 처음으로 녹아내린 원자로 하나에 로봇이 들어가 잔해 중 일부를 들어 올린 바 있습니다. 로봇이나마 여기까지 들어간 건 후쿠시마 원전 참사 이후 8년 만에 처음이었죠. 하지만 방사능에 회로가 튀겨져 로봇은 잠시 후 망가졌습니다. 이 작업만으로도 당시 수많은 노동자가 피폭되었죠. 당시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의 조사 결과는 원전 잔해에 로봇을 쓸 수 없겠다고 하는 정도뿐이었습니다. 피폭된 노동자나 후쿠시마 주민들에 대해 일본 정부는 어떤 대책이나 유감의 표시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식의 대응을 일관해온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계획하고 있다니 도대체 생각이라는 게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난 13일 외교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혐수 방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2018년 10월 일본 측에 우리의 우려와 요청 사항을 담은 입장서를 전달하고, 양자 및 다자적 관점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해 나가자고 제안한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향후 필요시 국제기구 및 피해가 우려되는 태평양 연안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후쿠시마 문제는 경제보복이나 올림픽 보이콧의 수준을 넘어 세계적인 이슈로 부각하여 모두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일입니다. 아베 정권의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 끼치는 해악이 대체 어디까지 확장될지 모르겠군요.

지난 5월 16일 대전 유성구 한전원자력연료부품동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집진시설 증축공사 중 배관을 절단하다 폭발사고가 일어나 6명이 다쳤습니다. 알루미늄 창틀은 폭발로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나뒹굴었고 폭발 충격으로 깨진 유리 파편은 건물 밖 10미터까지 튀어나가 주차된 차량 위로 어지럽게 떨어졌습니다. 건물 내부는 천장재와 형광등이 분리되어 바닥으로 늘어졌고 벽은 시커멓게 변했습니다. 한전원자력연료가 경수로 및 중수로용 원자력 연료를 생산하는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참으로 아찔한 사고였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폭발이 일어난 곳은 방사능 물질과 관련이 없는 곳이어서 사고 직후 방사능 수치를 측정한 결과 정상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동안 기사로 다뤄지지 않은 핵발전소 관련 사고가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이 입수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는 핵발전소 부지 내 핵연료봉 관련 사고가 최소 40여 건이나 있었습니다. 2013년 4월 신고리 1호기에서 핵연료봉 장전 중 연료봉이 찌그러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허용한도를 초과하는 충격을 받아 재사용이 불가능해졌을 정도로 심각한 사고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고가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OPIS)에는 등록되지 않았습니다. 1978년부터 핵발전소 사고 고장 정보를 기록하는 시스템이지만 핵연료봉 사고는 2014년 이전에는 보고할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2014년에 생긴 보고 의무에 따라 핵연료봉 관련 사고 44건 중 2건만 OPIS에 등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방사성 물질 누출 등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핵연료 파손이란 중대한 사고가 났어도 국민은 물론 감독 기관조차 알기가 어려웠다는 얘깁니다.


출처 - 한겨레


또한 핵발전소 노동 환경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노동자의 66퍼센트가 비정규직, 협력업체 직원입니다. 이들의 70퍼센트는 핵발전소 사고 시 방호·방재 매뉴얼을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그래선지 《한겨레》의 칼럼에 따르면 2009년 3월 사용후 핵연료 교체 과정에서 사고가 나 그 수습 과정에서 사람이 폐연료를 집게로 직접 처리하게 했다는 폭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사용후 핵연료는 너무나 위험한 물질이라 10~100만 년 동안 가까이 접근하면 안 되는 고선량의 방사능이 배출되는데, 한국수력원자력은 사람을 들여보내 직접 집어서 나르게 했다는 겁니다. 이 노동자는 4년 전 검찰에서 몸이 아프다고 호소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사고 이튿날 한수원은 은폐 지시를 내리기에 급급했습니다. 사고 관련 이메일을 삭제하고 담당 차장들은 직접 직원들 컴퓨터에 내장된 관련 파일들을 삭제했다고 하죠. 그러면서 피폭된 노동자를 비리 혐의자로 모는 언론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사고 처리 작업 당시 외부로 흘러나갈까 봐 방사선 피폭 선량계를 빼앗고 작업을 시킨 한수원은 이후 진상 규명에서 피폭량이 허용치 내라고 발표하며 사건을 유야무야 덮었습니다.


출처 - 참여와 혁신


핵발전소 안전도 노동의 문제, 권력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깨끗하고 안전하다고 선전하기 바쁜 핵발전소는 3분의 1도 안 되는 정직원들이 방호·방재 매뉴얼조차 교육받지 않은 3분의 2의 비정규직을 주먹구구로 부리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사고가 일어나면 비정규직을 자르고 과오를 덮어씌우는 방식으로 처신해온 겁니다. 과연 우리는 우리가 쓰는 전기를 생산하는 핵발전소와 사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급격히 더워진 날씨 탓에 소비전력량이 폭증하기 시작하는 이때, 진지하게 의문을 품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후쿠시마 원전 멜트스루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는 NHK 등 일본 현지 언론의 보도가 불안감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 녹아내린 원자로 내에 핵연료가 머물러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원자로 바닥을 뚫고 나온 멜트스루 상황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지난달 30일 촬영된 2호기 원자로 콘크리트 격납용기 내 사진을 분석해본 결과 1미터 크기의 녹아내린 구멍이 생겼고 방사선량이 시간당 최대 530시버트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는 사고 발생 이듬해인 2012년 실측치 방사선량의 7배가 넘는 것으로 30초만 쐬면 사람이 죽음에 이르는 치명적인 수치입니다. 이 때문에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폐로를 위해 세운 조사 계획과 피폭 안전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상황에 처했습니다.


출처 - 뉴스1


하지만 이런 일이 사고가 터진 일본에서만 일어나는 이야기로 착각하시면 곤란합니다. 후쿠시마 방사능이 한국까지 덮쳐온다며 인터넷을 떠도는 소문을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나라 원전이 우리나라 국민을 피폭시키고 있음이 밝혀졌다는 얘기를 하려는 겁니다.

 

 

월성원전 주변 주민들의 심각한 방사선 피폭 상황


출처 - 오마이뉴스


경북 경주 월성원전 주변에 사는 주민의 몸속에서 방사성물질이 100퍼센트 검출되었습니다. 5세부터 19세까지 아이들도 9명이나 포함되어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죠. 지난 21일 환경운동연합과 경주 월성원전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가 월성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에 의뢰해 나온 검사 결과 검사받은 주민 전원에게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나왔음을 확인했습니다.


삼중수소는 원전을 가동할 때 발생하는 방사성물질로 크기가 매우 작아 금속과 콘크리트 구조물을 통과한다고 합니다. 일단 발생하면 원자로 외부로의 유출을 막기가 어렵습니다. 삼중수소가 방출하는 방사성물질인 베타선의 에너지 크기 자체는 약한 편이지만 몸속으로 들어올 경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체내에서는 베타선의 에너지가 주변에 집중되어 세포 손상을 일으켜 암과 백혈병 등 질병이 발생하게 됩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원자력 계는 기준치에 못 미치는 양이므로 걱정할 것 없다며 손을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사성물질은 기준치 이하라도 암 발생과 연관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의학계에 알려진 사실입니다. 월성원전 주변 주민들은 저선량 방사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소린데 특히 갑상샘암 환자가 많다고 합니다. 다섯 살로 몸무게가 16킬로그램에 불과한 아이 몸에서 리터당 17.3베크렐이 검출되었습니다. 킬로그램당 1베크렐이 검출된 일본산 고등어가 불안하다며 아이들 급식에서 일본산 수산물을 아예 제외했던 일을 생각해봅시다. 사람의 몸 안에서 이 정도의 방사선이 검출되었다니 참으로 심각한 상황이 아닌가요?

 

출처 - 경향신문

 

2022년까지 원전 완전 폐쇄를 결정한 독일 정부는 거주지가 원전에 가까울수록 만 5세 전에 암과 백혈병에 걸릴 위험성 사이에 연관 관계가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이때 독일 정부가 기준으로 삼은 방사성물질의 영향은 0.0000019밀리시버트였습니다. 우리나라 한수원의 안전 기준치의 100만분의 1에 불과합니다. 이 정도로 적은 수치로도 독일 정부가 원전 폐쇄를 결정할 정도라면 월성원전 주민들이 당하는 피폭량은 대체 어느 정도인지 심각하게 생각하며 당장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요?

 

 

영화 〈판도라〉,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출처 - 다음 영화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부산행〉, 700만 관객을 돌파한 〈터널〉에 이어 사실적인 원전사고의 모습을 묘사한 〈판도라〉는 2016년 재난 블록버스터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원래 '판도라'라는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것으로 열지 말았어야 할 상자를 열어 인류에게 재앙이 닥친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영화 〈판도라〉는 이런 이야기 구조를 차용해 사상 초유의 재난을 초래한 원전사고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원자력은 인류에게 '판도라 상자'와도 같았습니다. 핵분열은 과학기술을 발전시킨 인류가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발견한 지극히 인위적인 현상이었으나 이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죠. 핵분열 과정에서는 다양한 방사성물질이 생성되고 주변에 있는 물질들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킵니다. 이런 방사성물질들은 방사선을 방출하고 안정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요오드-131과 같이 반감기가 8일 정도 되는 것에서부터 플루토늄-239(24만 100년), 우라늄-235(7억 년)과 같이 수만, 수억 년에 이르는 것도 있습니다.

 

인류가 첫 핵분열에 성공한 지 불과 79년입니다. 원자력 에너지가 우리의 삶을 변모시킨 건 확실하지만, 그 위험성을 감당할 준비를 하지 않은 채 잠재적 위험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핵분열이 인간과 자연에 끼치는 영향을 다 알지 못하며 완전히 통제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인류에게 경종을 울린 것처럼 우리나라 내에서도 이런 원전사고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대비해야 합니다.

 

 

에너지 안보가 중요하다  

 

이제는 '에너지 안보'를 중요하게 생각할 때입니다. 에너지 안보적 측면에서는 세 가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기술적 그리고 국제관계적으로 할용가능한가? 경제적으로 감당할 만한가? 지속가능한가? 그런데 원자력은 현재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 중에서 에너지 안보상 가장 취약한 에너지원입니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책, 《왜 에너지가 문제일까?》의 내용을 중심으로 간략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우라늄광은 함량이 0.03퍼센트라 개발하기엔 경제성이 낮습니다. 게다가 우라늄광은 그대로 사용할 수 없고 농축해야 핵연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라늄광을 사서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진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4개국 가운데 한 곳에 농축을 의뢰해야 하는 상황이죠. 만일 이들 국가가 농축우라늄을 공급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24기 원자로는 그냥 애물단지가 되는 겁니다. 이처럼 원자력은 기존 에너지원보다 안보상 취약한 에너지원입니다.

 

한편 원자력 에너지는 안전하지도 않습니다. 라스무센 보고서로 널리 알려진 〈원자로 안정성 연구〉는 1975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에서 수행했는데요, 이 보고서는 '100기의 원전 운영으로 인한 조기 사망 위험도가 비원자력 산업 및 인공재해로 인한 위험도에 비해 100배 이상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자로에 완전한 노심용융이 일어날 확률은 1년에 1기당 2만 분의 1'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1998년 울진 3호기를 첫 한국 표준형 원전으로 가동하면서 우리 정부는 무슨 근거인지는 몰라도 중대사고 확률을 '100만 분의 1'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무척 낮은 확률일 것 같죠?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로또 복권의 1등 당첨 확률은 814만 5060분의 1로 원전 노심용융 사고 발생 확률보다 훨씬 희박하지만 매주 평균 6명의 1등이 당첨금을 타가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은 2만 분의 1이라고 하고, 우리나라는 100만 분의 1이라고 해도, 전 세계에 약 400기의 원자로가 50년 이상 돌아가고 있는 거니까 그동안 스리마일 아일랜드, 체르노빌,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3번의 노심용융 사고는 확률상 나오는 값입니다. 확률이란 실제로 그런 겁니다. 확률이 0이 아닌 이상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죠.

출처 - 《왜 에너지가 문제일까》

 

원자력은 결코 값싼 에너지원이 아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원자로를 해체할 시기가 되어 부족한 비용은 정부의 지원으로 채우든지, 전기료 인상을 통해 미래의 소비자에게 전가해야만 하는 것이죠. 우리가 쓰는 전기 때문에 미래 세대에게 방사성폐기물을 물려주는 것도 미안한 일인데, 비용마저 후손에게 지우는 것은 너무 염치없는 짓 아닐까요? 프랑스는 2006년 제정된 법에 따라 원전기업들의 해체 예치금과 해체 예상 비용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객관적인 위원회를 구성해서 해체 예상 비용을 산정하고, 독립적인 기관에서 이를 적립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정부의 보조금과 후손에게 미룬 비용 덕에 원자력의 발전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야기의 거짓이 그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게 될 테니까요. 

 

 

관피아의 나라,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나 몰라라 하는 박근혜 정부가 작동을 멈춘 사이, 탄핵정국을 틈타 관피아가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호랑이 없는 곳에서는 여우가 왕 노릇을 한다죠. 컨트롤 타워도 상실되었겠다 자기네 멋대로 해 먹고 있는 겁니다.

 

 

출처 - 국민일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최근 5개월 사이 22명의 공공기관장이 관피아로 채워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눈에 띄지 않는 감사 등 고위 간부직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권력의 공백기에 공직 나눠 먹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죠. 

출처 - 한국경제

 

공무원의 무분별한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강화된 공직자 재취업 심사가 박근혜 정부 임기 말로 접어들면서 다시 느슨해지고 있는 것이 한 원인입니다. 재취업 심사도 받지 않고 임의로 취업했다가 적발된 공무원도 크게 늘었습니다. 심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면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사라진 ‘관료→산하기관·공기업→협회·조합’ 코스가 부활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원전계 역시 '원전 마피아'란 말이 있을 정도로 관피아가 득실거립니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AI 대란 등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생명, 안전, 재산을 지키는 데는 관심이 없고 자기 몫 챙기기에 바쁜 존재들을 그냥 둬서는 안 될 일입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대응이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주권자로 살아가기, 참 쉽지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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