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을 마무리하며 크리에이티브 시각디자인 집단인 버틀러 잉크(Beutler Ink)에서 한 해 동안 벌어진 전 세계 사건, 사고를 한 장의 그림에 담았습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보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이 그림은 16세기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명화인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을 패러디하여 제작된 것입니다. 그림 안에는 탐욕스러운 트럼프 당선부터 카스트로, 데이비드 보위, 프린스 등 우리 곁을 떠난 명사들에 대한 추모도 담겨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과연 어떻게 표현되었을까요? 삼성 갤럭시노트7 폭발 사건이 조그맣게 실려 있을 뿐입니다. (그림에 노란색 상자로 표시해두었으니 그림을 클릭해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림 그리는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장면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군요.  

 

출처 - Beutler Ink.com


2016년은 우리나라나 전 세계적으로 정말 '격동의 해'라는 말이 어울리는 해였습니다. 훗날 역사가들에겐 흥미진진할 장면일지 모르겠으나 '지금'을 사는 우리에겐 더없이 고된 한 해였죠. 굵직한 사건만 훑어봐도 이렇습니다.

 

 1월 북한 4차 핵실험

 2월 개성공단 폐쇄

 3월 이세돌 vs 알파고 대국

 4월 총선으로 16년 만에 여소야대 및 3당 체제 형성

 5월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사건

 6월 브렉시트

 7월 영남권 진도 5 규모 지진

 8월 브라질 대통령 탄핵 및 갤럭시노트7 폭발 사건

 9월 이화여대 정유라 특혜 의혹

10월 최순실 국정농단 / JTBC 태블릿 PC 특종

11월 카스트로 사망 /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12월 박근혜 대통령 퇴진 100만 촛불집회 / 탄핵 가결 / 송박영신


이미 일어난 일들이긴 합니다만 정치, 사회, 경제적인 이슈부터 자연재해와 세계적인 사건에 이르기까지 이 많은 일이 대체 어떻게 한 해 동안 다 일어날 수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훗날 2016년 역사를 공부해야 할 아이들이 이 시기를 과연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집니다.


출처 - 유튜브

 


이 많은 사건, 사고 속에서 우리가 이뤄낸 것 역시 작지 않습니다. 국민의 힘으로 국회를 움직여 대통령 탄핵 가결을 이끌어낸 일은 하나의 쾌거이자 세계인에게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영국 BBC는 100만 명 이상이 모인 대규모 시위를 평화롭게 진행한 대한민국 시민의 힘에 놀라워했습니다. 폭력으로 권력을 뒤집어엎는 피의 혁명이 아니라 평화와 비폭력의 방법으로 국민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그 대리자인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뜻을 받들게 하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교과서와도 같은 모습을 거시적으로 실현해냈기 때문입니다.


출처 - JTBC


이 때문일까요? 2016년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였습니다. 《교수신문》은 전국의 교수 611명을 대상으로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이메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2016년 한 해를 규정할 사자성어를 뽑았다고 밝혔는데요, '군주민수'란 《순자》의 왕제 편에 나오는 말로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 君以此思危 則危將焉而不至矣)."는 뜻입니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육영수 중앙대 역사학 교수는 좀 더 전복적인 추천 사유를 덧붙였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군주가 배고 백성은 물이란 비유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개념이라는 거죠. 유가사상에 입각한 전국시대의 지식인인 순자가 지배자에게 민본주의를 훈수하는 제왕학에서 파생됐기 때문입니다. 민주공화국에서는 더 이상 무조건 존경받아야 하는 군주도 없고 그 자리에 그냥 가만히 있는 착하고 어린 백성도 없으니 이 사자성어를 현대적으로 새롭게 번역해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민주공화국에서 권력자는 국민의 힘을 대리하는 선출직 공무원일 뿐임을 잊어선 안 될 이유입니다.



이 밖에도 '역천자망(逆天者亡)' '노적성해(露積成海)' '빙공영사(憑公營私)' '인중승천(人衆勝天)' 등 민주주의 원칙과 재권주민의 의미를 밝히고 공적인 일을 빙자해 사익을 챙긴 이들에 대한 비판이 어린 사자성어가 후보에 올랐다고 합니다.

 

출처 - 뉴시스

 

2016년 12월 31일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도심에 시민 110만 명이 운집해 '송박영신' 촛불집회를 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 박근혜 정권이 물러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길 바란다는 염원이 10차 촛불집회까지 누적인원 1000만 명의 시민이 촛불을 든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출처 - YTN

 

2017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2017년은 최순실-박근혜, 그리고 그 부역자들을 엄벌에 처하고 세월호를 비롯한 숱한 의혹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생각비행 독자 여러분의 행복을 빕니다. 저희도 사회에 필요한 책을 펴내면서 힘차게 날아오르겠습니다.

 

대한민국 현대사를 판가름할 운명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박근혜 탄핵을 표결하는 날이죠. 12월 9일 국회에서 있을 탄핵 표결 결과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조짐입니다. 여러 차례 촛불집회와 여론 조사를 통해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박근혜의 탄핵과 구속을 요구해왔습니다. 민의를 반영해야 할 국회의원은 응당 그 요구에 맞는 답을 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그런데 이런 국면에서조차 박근혜와 최순실 게이트의 부역자들은 최후까지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대기업 총수들과 김기춘, 장시호를 비롯한 증인들은 5공 청문회 때처럼 "기억에 없다" "송구스럽다" 같은 유명무실한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어 국민의 답답함만 가중시켰죠.


출처 - 경향신문


최순실 게이트의 가장 중요한 증인은 최순실은 공황장애 등을 이유로 불출석했고, 최순득, 정유라, 우병우 등등 당연히 나와야 할 증인들은 잠적하거나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먹이며 출석을 거부했습니다.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은 "방송을 통한 증언이 국민에게 생중계돼 심각한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고 사춘기로서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는 자녀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한편 대구 시민들로부터 '나라를 홀랑 말아묵은 내시환관당'으로 규정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7일 "솔직히 저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부결됐으면 좋겠다"고 발언해 탄핵 표결을 이틀 앞두고 소속 의원들을 향해 탄핵 부결 표결 압박을 해댔습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따로 청와대로 불러 마지막까지 탄핵 표결에 입김을 불어넣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죠.


더구나 이들은 원칙적으로 허락되지 않는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은 지난 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탄핵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을 찾아가 협박한다는 제보가 있다는 사회자(김어준)의 질문에 대해 "탄핵에 찬성하는 몇몇 의원들로부터 공개되면 망신이 될 수 있는 사안을 은근히 알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들었다"고 폭로했습니다.

 

국정원 등 사정기관을 동원해 박근혜와 친박은 탄핵에 찬성하려는 의원들의 뒤를 캐고 이를 빌미로 탄핵을 부결하라는 협박을 받고 있는 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정농단에 이어 탄핵 표결이란 입법부의 고유 권한까지 농단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최순실 게이트의 주역들과 국정농단의 부역자들이 모르쇠로 일관하며 버티는 한편 최대 몸통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오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와 55분간 면담을 통해 "탄핵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이 되면 탄핵 소추 절차를 밟아서 가결이 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과정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되어 있다"며 스스로 퇴진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밝혔습니다. 악을 쓰며 사약조차 걷어찬 장희빈처럼 버틸 때까지 버티겠다는 심산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러한 박근혜 대통령의 버티기 떄문에 대한민국 경제는 초토화 위기에 처했습니다. 소비 심리는 급랭했고, 가계부채 폭탄은 터지기 직전이며, 부동산값은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선과 해운업의 구조조정으로 대량 실업이 발생하기 시작했음에도 정부는 몸사리기에 바쁘고,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꼭두각시 박근혜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든 대통령 임기를 채우려고 혈안입니다. 그 와중에 한국 경제는 위기 상황에 봉착했습니다. 이렇게 가다간 박근혜는 민주화뿐 아니라 그나마 아버지의 공으로 사람들이 인식하는 산업화까지 동시에 붕괴시킨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부패 세력과 국정농단의 주범들을 심판하기 위한 운명의 한 주에도 시민들은 곳곳에서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요즘 "한국 민주주의는 국민의 주말을 먹고 자란다"는 말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불통 세력인 박근혜와 부역자들 탓에 지치고 짜증나시겠지만 이제 한 걸음 남았습니다.


출처 - 더300


대한민국 국민은 박근혜 탄핵소추안 의결을 앞두고 청와대뿐 아니라 국회에 대한 압박도 시작했습니다. 지난 주말 새누리당 당사 앞을 가득 채우고 행동에 들어간 촛불시위 보셨죠? 이번주는 더 본격화됩니다. 이미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공문을 보내 8일 오후 7~11시와 9일 오후 1시30분부터 본회의 종료시까지 광장을 시민에게 개방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오늘 아침 국회의장실은 국회 내 집회를 불허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나 국민은 8~9일 국회 본관 앞 광장에서 유권자 시국대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OECD 국가 중 국회 본관에 담장을 두거나 담장 밖 100미터 이내에서 국민의 의사표현을 제한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외에는 없다는 사실을 주지하기 바랍니다. 민의의 대리자인 국회의원들이 모인 입법부의 광장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산실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출처 - YTN


국민은 8일에는 산업은행 앞에서 국회를 에워싸는 행진을 벌일 예정이며, 탄핵소추안 의결이 예정된 9일까지 계속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지난 주말과 마찬가지로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도 촛불집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박근혜 정권 끝장 내는 날"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오는 10일 집회는 지난 주말처럼 오후 4시에는 청와대 100미터 앞까지 1차 행진, 오후 6시에 본집회, 오후 7~8시 사이 2차 행진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현장 참석이 어려우신 분들은 오후 7시 소등과 경적 시위로 참여하시면 됩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한국 현대사의 향방을 가를 이 운명의 한 주를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요? 우리는 후손에게 어떤 역사를 물려줄 수 있을까요? 불의한 정권을 국민의 손으로 직접 끌어내린 자랑스러운 민주 시민의 날로 기록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지난 11월 12일과 26일 서울에서만 100만, 140만의 촛불이 모였습니다. 사상 최대의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국민과 함께 참여하며 뿌듯하셨죠? 현장에 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방송으로 보신 분들은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 SNS에서 유명세에 오른 '장수풍뎅이 연구회'나 '민주묘총' 같은 재기 넘치는 깃발들은 누가 만드는 것일까 궁금하실 겁니다. 각종 유인물은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 조직된 힘으로 제작되는 것이 많지만 순수한 열정으로 사비를 지출해 만들어서 나눠주는 분도 많습니다. TV에서 그런 분들이 소개되기도 했죠.


출처 - KBS


1000만 원이면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큰 금액입니다. 그런데도 시위에 나오시는 분들에게 나눠줄 피켓과 수건 등을 자비로 만들어 나눠주시다니 참 대단한 분들이십니다. 부패한 박근혜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로 어려운 이때 그나마 생활 경제가 유지되는 건 이런 소시민들의 의지와 노력 덕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시위가 일어나면 새누리당과 우익 언론들은 경제를 좀 먹는다며 시위 중지를 종용했고, 언론은 시위 때문에 매출에 지장이 많다는 자영업자의 볼멘소리를 인터뷰 장면으로 내보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박근혜 퇴진을 위해 좌우를 가리지 않고 거리로 나온 사상 최대 인파가 운집한 촛불시위를 경험하신 분들은 이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얘긴지 실감하셨을 겁니다. LED 촛불과 양초를 파는 사람들부터 먹거리와 음료를 파는 노점, 편의점, 음식점, 카페에 이르기까지 광화문 일대 가게의 재료가 동이 날 정도로 사람들이 미어터지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셨을 테니까요.


출처 - 유튜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100만 명이 모였다면 물을 먹어도 더 많이 먹고 음식을 먹어도 더 많이 먹을 텐데 장사가 안된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이승환, 전인권 등 유명 가수들의 노래와 함께하는 촛불시위는 시쳇말로 '서울 하야 페스티벌'이라고도 불립니다. 대통령을 탄핵하는 심각한 정국이지만 촛불시위 현장은 마치 축제의 현장과도 같습니다. 국내외 유수 록 페스티벌이라도 100만 명의 관객을 모으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록 페스티벌은 경제를 살리는 관광 산업이고 시위는 경제 민폐라니 한 입으로 두말하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죠.


출처 - 헤럴드경제


11월 광화문 주말 상권은 아주 좋았습니다. 촛불이 지나간 자리에는 민주주의와 함께 매출이 는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으니까요. 광화문, 시청 앞 등은 다양한 공기관과 기업이 모인 대표적인 주중 상권입니다. 주말에는 몇몇 장소를 제외하곤 문을 닫을 정도로 장사가 안되죠. 그런데 이번 박근혜 퇴진 촛불시위 덕분에 광화문, 시청 등지의 카페, 편의점, 숙박업소, 식당 등의 매출은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GS25는 지난 12일 100만 촛불을 들었을 때 시청과 광화문 인근 20개 점포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매출이 2~3배 올랐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세븐일레븐도 같은 기간 매출이 117.5퍼센트 높았다고 합니다. 노점에서 파는 따뜻한 음료와 핫팩은 일찌감치 완판되었죠.


출처 - 중앙일보


주말마다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KTX와 버스를 대절해 올라오는 지방 상경객 덕분에 대중교통 수단은 매진이 속출합니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시위에 지친 몸을 이끌고 바로 내려갈 수도 없으니 숙박도 해야 합니다. 실제 촛불시위가 계속되는 11월 주말마다 광화문과 시청 등지의 숙박업소들은 특급호텔부터 작은 모텔에 이르기까지 휴가철과 비슷하게 빈방 구하기가 힘들었다고 합니다. 광화문 광장, 시청 광장과 가까운 특급 호텔은 시위로 인해 예약을 취소한 외국인 투숙객들 대신 시위에 참여했거나 역사의 순간을 가족 단위로 눈에 담기 위해 온 국민으로 꽉 찼습니다. 서울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더 플라자 호텔은 800만 원짜리 스위트룸을 제외한 410개 객실이 꽉 찼고, 광화문 광장에 가까운 포시즌스 호텔은 가장 저렴한 객실이 40만 원이 넘는 5성급 호텔이지만 평소보다 객실 이용률이 30퍼센트 이상 뛰었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촛불의 경제학'이라고 할 만합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우리나라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은 분명히 좋지 않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국격을 너무나 떨어뜨린 탓에 어떤 심각한 상황이 닥칠지 모를 정도입니다. 중국의 한한령 때문에 이미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고요. 그러니 현재의 경제적 문제는 이명박근혜 정부의 무능함과 부패 때문이지 촛불시위 때문이 아닙니다. 시위는 오히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서로의 고통을 나누고 현장 실물 경제를 돌리는 이벤트로서 톡톡히 기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시위 현장 부근의 차량 흐름이 오히려 더 좋아졌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출처 - 조선일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글로벌 큰손들은 대기업에 최순실이 연루된 게 사실이라면 한국 투자를 줄일 생각이라는 뉴스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대기업과 박근혜 최순실과의 뇌물과 특혜가 사실이 될 경우, 세계의 대형 연기금들이 투자 제외 대상으로 분류하는 부정부패 기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큰 연기금들은 자체적인 기준을 쓰기도 하지만 유엔의 책임 투자 원칙(PRI) 약정서에 서명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여기엔 뇌물 등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기업엔 투자하지 않는다는 항목이 들어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2006년 만들어진 이 유엔 PRI에 서명한 연기금, 국부펀드 등 이른바 자산 소유자들이 굴리는 돈은 무려 16조 600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2경 원에 달합니다. 안 그래도 외화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경제를 생각하면 이런 사태를 벗어나기 위해선 깨끗한 경영이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시위를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빨리 퇴진해야 하며 최순실을 비롯해 국가 경제와 품격을 좀먹은 부역자들의 죄상을 낱낱이 밝히고 마땅히 처벌하는 한편 그들이 쌓은 부를 환수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경제 회복과 국가 재건의 시작점입니다.

 

거짓으로 점철된 박근혜 정부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들이 나라를 들어먹을 동안 청와대와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거짓말로 일관해왔습니다. 그 결과 국민이 대통령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거짓말로 일관했던 건 이들만이 아니었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모든 행정부처가 전방위에 걸쳐 거짓으로 국민을 우롱하여 대체 이게 나라가 맞는지 의구심이 드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살펴봐도 혈압이 올라 현기증 날 지경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초록은 동색이고 가재는 게 편이라고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가족사를 국방부가 나서서 세탁해주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24일 국방부는 모 단체 주관으로 열리는 박정희 37번째 추모식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했는데요, 박정희가 광복군에 몸담고 있었다는 설명이 있어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박정희가 광복군이었던 적이 있느냐 하는 사실만 얘기하자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박정희가 한국광복군에 편입된 시기는 독립운동가들이 목숨을 걸고 일제와 싸우던 일제강점기가 아니라 해방이 되고도 한 달이나 지난 1946년 9월 21일이었습니다. 광복 이전까지는 알려진 대로 '다카키 마사오'로서 일제의 만주군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 신분으로 '대일본제국'을 위해 복무했죠.

 

앞뒤 정황을 잘 살펴보면 박정희의 광복군 편입은 그의 기회주의자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일 뿐입니다. 그러니 이런 맥락을 쏙 빼놓고 마치 박정희가 독립운동이라도 한 사람인 양 포장하려는 국방부의 행태는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독립협회 창립 멤버이자 회장이었다가 을사오적이 된 이완용을 독립 유공자로 볼 수 있겠습니까? 자기네 치부를 가리기 위해 할 수만 있었더라면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 역사교과서를 국방부더러 집필하게 하고 싶었을 겁니다.


출처 – 민중의 소리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뛰는 걸까요? 외교부 또한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사실이 드러났죠. 제2의 한일협약으로 일컬어지는 지난 12.28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의 실제 합의문에는 일본 정부의 10억 엔 출연 조건만 충족되면 위안부 문제가 최종 해결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한일 외교장관 회담 직후 발표된 공동기자회견문의 내용과 실제 합의문이 달랐던 겁니다. 발표 당시 우리 외교부는 12.28 합의에 대해 일본의 사죄와 반성까지 포함하는 것처럼 뭉뚱그렸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외교부는 애초에 일본의 사죄와 반성을 강제할 근거를 마련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음이 드러났죠. 처음부터 돈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계산이었던 겁니다.


실제로 외교부는 누리집에서 실제 합의문을 삭제하고 왜곡된 한일 외교장관회담 공동기자회견 발표 내용만 게재했습니다. 일본 외무성에 올라와 있는 합의문을 보며 한때 일본이 합의문을 왜곡한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 게시된 합의문이 진짜였기 때문에 우리나라 외교부는 정정 요구를 하지 못했습니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도 최순실의 통제에 의해 진행된 것은 아니었을까요? 박근혜 정부 동안 진행된 국정의 상당한 부분의 배후에 최순실이 있었음이 드러난 지금, 국민 대다수는 국정 역사교과서 또한 최순실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11월 5일 20만 명이 모인 광화문 촛불집회 이후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여론이 사회 전체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출처 - 뉴스1

 

 

박근혜 대통령은 혼이 나간 상태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한 현실이 드러나면서 대통령은 사실상 혼이 나간 상태, 혼이 없는 상태였음이 드러났습니다.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역사학계와 시민사회에서 시작된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요구는 시·도 교육감, 교사, 학생으로 점차 확산하는 추세입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국역사교사모임은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부정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지금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역사교사들은 "박근혜정부가 처음 펴낸 초등학교 6학년 사회교과서를 보면 국정화 강행의 의도가 무엇인지 분명히 드러난다"며 "뉴라이트 세력의 건국절 주장을 받아들여 '대한민국 수립'이란 표현을 사용했고, 살아있는 권력의 입맛에 따라 기술되어 '독재'를 독재라 서술하지 못하는 '홍길동 교과서'가 되어 버렸다"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헌정 파괴를 우려하는 서울대학교 교수' 728명도 이날 시국선언에서 "시대의 흐름과 국민 여론을 거슬러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밀실에서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왜곡된 역사교과서로 교육을 받아야 할 처지인 학생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 때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 1000여 명이 집회를 열고 '박근혜·최순실 공저'라고 쓴 가상의 국정교과서 표지에 낙서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의 국정농단 파문에서 촉발된 국민적 분노는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정국과 맞물려 국정교과서 반대 움직임의 동력으로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원래 계획대로 추진할 예정"이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으니 국민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출처 - 조선일보


이번에는 박근혜 정부 부처 중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거짓말을 살펴보겠습니다. 삼성은 올해를 대표할 전략 상품으로 밀었다가 세계의 조롱거리가 된 폭탄 갤럭시 노트7으로 사기를 쳤습니다. 산자부는 지난 9월 13일 갤럭시 노트7의 안전성 관련 1차 전문가회의를 열었는데요. 같은 달 결함 원인과 제품 수거 등의 계획서를 검토했습니다. 그런데 이 자문위에서는 배터리를 새것으로 교체한 리콜 제품은 안전하다는 삼성의 분석을 그대로 수용합니다. 산자부는 이틀 뒤 삼성이 제출한 대로 리콜을 승인했죠. 하지만 리콜된 갤럭시 노트7조차 세계 곳곳에서 폭발하자 삼성은 10월 11일 갤럭시 노트7을 단종합니다. 산자부는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서 위험물을 허가한 셈이었던 겁니다.


더 웃긴 사실은 산자부가 정보 공개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갤럭시 노트7과 관련해 원인을 조사 중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는 변명으로 전문가회의 참가자나 회의록, 그리고 삼성의 폭발 원인 보고서 등을 비공개 처리한 겁니다.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가 정부의 안전 규제가 대기업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때 국민 안전과 나아가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대기업에 대한 통제를 박근혜 정부의 산자부가 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만 부풀린 셈이 되었습니다.

 

 

총제적 난국에 처한 대한민국

 

출처 - 스포츠경향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총체적 난국입니다. 정국 혼란의 몸통인 박근혜 대통령과 그 배후에서 국정을 농단했던 최순실과 비선실세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만 처리한다고 우리나라의 총체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 인식이 필요합니다. 국민의 분노가 새로운 체제로 변환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지난 토요일 광화문광장에 모인 20만 촛불은 그 시작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4·19 혁명을 뒤집어엎고 유신정부를 만든 박정희나 광주 시민을 학살하고 민주정의당을 만들어 집권한 전두환은 이 자리에서 거론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747’(7% 성장, 4만 달러 국민소득, 7대 경제강국) 정책, 박근혜 정부의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바로 세운다) 정책으로 국민의 살림살이가 좋아졌는가? 그들은 국민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었는가? 쥐구멍을 더 크게 만들고, 쥐들이 더 천천히 다니게 하는 법을 만들지는 않았는가? 서양의 민주주의는 우리 체질에 맞지 않기 때문에 유신헌법을 만들어야 국민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될 수 있다던 박정희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었는가?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은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있을까?

 

 

민주주의는 수많은 사람의 피와 땀으로 조금씩 이뤄냈지만, 공화제의 실현은 요원하기만 하다. 지난 시절 우리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독재와 군사정권을 극복하고 형식적인 민주주의의 틀을 만들었지만, 이후 이 땅의 지도자들은 정작 중요한 ‘권력이 공공을 위한 것’이라는 공화제의 이념과 거리가 먼 정치를 서슴지 않았다. 헌법에 민주공화국이라는 규정이 있다고 해서 민주주의 공화정이 저절로 실현되는 건 아니다. 국민 대다수의 이익보다 다국적기업이나 일부 재벌의 이익을 위해 규제를 완화해주는 나라를 어떻게 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어야 한다. 이에 대한 답은 헌법 제10조에서 명쾌하게 확인된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말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당연히 누릴 권리’, 즉 자유의 폭이 확대되고 부와 권리가 소수에게서 다수에게로 확대되어야 한다.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국민 대다수가 원하지 않는 의료 민영화, 철도 민영화, 교육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이를 민영화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정치들이 있는 한, 대한민국은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도 공화정도 아니다. 헌법에 보장된 다수의 이익에 반하는 정치를 하면서 어떻게 민주주의와 공화제를 말할 수 있는가? 

출처 -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교육의 정상화를 꿈꾸다》

 

 

변화를 위한 행동

 

국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은 누가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일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특정 정당이 해줄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어나 행동할 때 가능해집니다. 지금은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 때입니다. 광장에서만 촛불을 들고 외쳐야 하는 건 아닙니다. 직장, 학교, 공동체 등 자신이 속한 곳에서 변화를 위한 행동을 하면 됩니다.

 

출처 - 뉴스1

 

언론은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인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천주교 시국미사가 전국에서 봉헌되었으며 참석한 사제들과 신도들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한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변화를 향한 움직임입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미사를 연데 이어 대학생들은 8년 만에 동맹휴학을 고심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인권을 고민하는 대학생이 모여 만든 대학연합체 '사람들'은 오는 10일을 '동맹휴학의 날'로 정하고 동참을 호소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대학 곳곳에 붙이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때 전남대, 서울대, 부산대 등 10여 곳의 대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한 바 있습니다. 전국 50여 개 대학교 학생회가 참여하고 있는 '대학생 시국회의' 또한 동맹휴학을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오는 12일 시청광장에서 민중총궐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도올 김용옥은 지난 11월 7일 《한겨레》 특별기고를 통해 "하야를 강행하는 주체는 국민이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 이 시점에서 하야라는 평화로운 사태를 유발할 수 있는 힘은 정객에게 있지를 않다. 국민이 국민의 힘으로 국민을 위하여 국민의 역사를 새로 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어록이 생각납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말씀 말입니다.  또한 이런 말씀도 기억납니다. "자유는 지키는 자만의 재산이다. 그러므로 자유는 권리가 아니라 의무이다. 자유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고 전인적 완성을 이룩하는 데 필요한 제약과 조건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힘이다." "늦더라도 국민은 결국 올바른 선택을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올바르게 결단하고 행동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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