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최근 국회 다수당의 대표를 청와대 참모가 정면 공격하는 정치판의 모양새를 보노라면 정당 민주화의 역풍이 참으로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대통령을 필두로 한 청와대의 정치 개입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내쫓을 때 침묵했던 김무성 대표는 결국 화를 자초한 꼴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둘러싼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충돌 양상이 정치판의 핫이슈가 되고 있어 진보정치의 움직임은 언론과 방송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형국입니다.

 

이는 2015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에 의해 통합진보당이 해산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을 때부터 사실상 예견된 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당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엄청난 사건이었건만, 보수진영은 헌재가 정의를 구현했다며 일제히 쾌재를 불렀고, 진보진영은 몸을 사리며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쏟았습니다. 심지어 진보진영의 한편에서는 차라리 이참에 도려내는 편이 더 낫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진보정치의 실패에 대한 지지자들의 원망이 적지 않은 이때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에 몸담았던 네 명의 실무자가 반성과 성찰의 기록을 책으로 엮었습니다. 《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는 진보정치 실패의 원인을 수구세력의 전례 없는 공안탄압 탓으로 돌리기보다 내부의 문제에서 찾기 위한 통렬한 자기반성에서 출발합니다. 현실정치에서 적지 않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자신을 긍정적이고 진취적 사고의 담지자로 진보적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지 못한 뼈저린 후회를 바탕으로 삼아 진보정치의 한 시대가 지나가는 흐름을 담아낸 것이죠.

 

오래전부터 한국 정치의 세대교체와 세력교체를 주장하던 진보정치의 한 축이 정당해산이라는 엄청난 사건으로 사라지면서 진보정치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때입니다. 많은 것이 모호하지만,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부터 정리해봐야 합니다. 진보정치의 전진과 좌절을 경험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로 달리 무엇을 더 찾을 수 있을까요?

 

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

반성과 성찰의 기록

 

▸분야: 정치·사회  ▸지은이: 신석진, 김정엽, 이상민, 안창민  ▸판형: 신국판(152*225)

▸쪽수: 312  ▸가격: 16,000원  ▸ISBN 978-89-94502-46-5 (03320)

 

 

통합진보당에 대한 사법적 살인, 무엇을 남겼나?

 

이 책은 통합진보당의 ‘실패’를 자인한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면서 민주주의가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도륙되고 있는 지금, 이들의 실패를 특정 정당이 아닌 민주주의의 실패라고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충분히 많다. 대한민국의 폐색 상황을 ‘헬조선’과 ‘죽창’이라는 유행어가 단적으로 나타내주고 있는 지금, 《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는 진보가 정작 무엇인지, 또 진보정치가 어떻게 새로 시작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이고 진솔하게 얘기해준다. 참혹하고 아름다운, ‘실패하라, 더 낫게 실패하라’는 멋들어진 좌우명을 누군가가 독차지해야 한다면, 그것은 진정 이들의 것이다.
―장정일(작가)

 

 

진보정치, 반성과 성찰의 기록

 

한때 200만 명이 넘는 유권자가 보내준 표를 받은 정당이 공중분해 됐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사법적 살인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파문을 남겨야 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엔 진보정치 실패에 대한 지지자들의 원망이 적지 않다. 아니, 오히려 진보정치가 그 전에 이미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기 때문인지, 통합진보당의 해산이 야기한 정치적․사회적 여파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최근 몇 년에 걸친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극적인 ‘흥망성쇠’를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경험한 저자들은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인 2015년 봄에 작은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6개월간 이어진 토론의 결과를 《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반성과 성찰의 기록》이란 책으로 엮어냈다.


많은 사람이 통합진보당의 해산에는 수구세력의 전례 없는 공안탄압이라는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진보정치의 실패를 인정하면서 우호적 여론이나 민주주의라는 대의에 입각해 통합진보당을 지원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실패한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고로 이 책은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치가 실패한 책임이 당사자들에게 있다는 시각에서 출발해 그것이 무엇인지 밝혀보려는 치열한 노력의 산물인 셈이다.


저자들은 현실정치에서 적지 않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왜 스스로를 긍정적이고 진취적 사고의 담지자로 진보적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지 못했는가 하는 뼈저린 후회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이 책에 담아냈다.

 


진보정치의 한 시대가 갔다

 

새로운 것이 낡은 것을 밀어낸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누가 새로운 것이고 누가 낡은 것이냐의 문제만이 남는다. 이 책의 저자들을 비롯해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에서 일한 사람들은, 새로운 존재가 자신들이라고 믿었다.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을 하며 희생을 결단한 것도, 진보정치에 대한 헌신을 결심한 것도 그런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곤혹스러움은 믿음의 바탕이 흔들리는 데서 왔다. 수많은 이의 눈물과 땀이 어린 진보정치 15년 역사의 좌절은 단지 헌법재판소의 판결 때문만은 아니었다. 통합진보당은 박근혜 정부와의 대결에서 패배했다. 그러나 진정한 패배는, 그들에게 믿음의 원천이 되어주었던 ‘국민’의 냉담함에서 기인했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억압을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통합진보당을 옹호해주지 않았다. 진보진영의 한편에서는 차라리 이참에 도려내는 편이 더 낫다는 말까지 나왔다.


진보는 오래전부터 한국 정치의 세대교체와 세력교체를 주장했다. 저자들은 교체의 ‘주체’가 자신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교체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도전은 때로 실패할 수 있고, 그때에도 미래에 대한 낙관으로 견딜 수 있다. 하지만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낙관을 만들어가는 근거인 ‘새로움’에서, 자신들이 제외됐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진보정치를 위한 치열한 노력이 좌절되면서, 한 시대가 같이 마감됐다. 저자들이 떠나보낸 시대는 단지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역사만은 아니다. 혁명을 꿈꾸던 독재시대에 해오던 생각과 이론, 습성, 관성도 함께 떠밀려 가고 있다. ‘운동의 힘’으로 고난을 견뎌왔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과거의 준거가 낡은 것의 표상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완전히 밀려간 존재로 끝날지, 새로운 시대의 한자리를 다시 맡을 수 있을지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많은 것이 모호하지만,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부터 정리해야 한다.


《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는 ‘운동의 관성’과 제도 정치에 진입한 ‘대중 정당으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과 모순을 일으켰던 통합진보당의 속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책을 쓴 저자들은 진보정당 15년의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의 시기를 남들과는 다소 다른 위치에서 지켜봤다. 합당과 분당, 그리고 정당 해산에 이르는 역사적 과정에 필요한 실무를 처리한 당사자로서 치열한 현장의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들의 경험과 반성과 성찰은 진보정치의 향방을 가늠하는 지남차가 되어준다. 진보정치에 진지한 각성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면, 이들이 기록한 반성과 성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신석진
지난 7년간 이정희 대표를 가까이에서 보좌해왔다. 국회의원 보좌관, 대표 비서실장, 대통령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다. 직함은 달랐지만 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학생운동과 통일운동을 했고, 이정희 대표를 만나기 전엔 인천 남동공단에서 공장 노동자로,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부위원장으로, 당 기관지 《진보정치》 편집장으로 일했다. 
 
김정엽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을 하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이정희 의원 보좌관을 했다. 금융정책과 경제정책, 재정정책 등을 다루는 국회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보좌 업무를 했다. 19대 국회에서는 이석기 의원 보좌관이었다. 덕분에 통합진보당의 문제적 인물 두 사람을 연속해서 보좌한 특이한 경력을 갖게 됐다. 이 책의 기획과 목차 구성을 맡았다. 
 
이상민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에서 일하다 18대 국회에서 이정희 의원의 정책비서관으로 일하면서 민주노동당과 인연을 맺었다. 그전까지 진보신당 당원이었다. 19대 국회에서는 김재연 의원 보좌관과 통합진보당 정책전문위원을 지냈다. 우리나라 조세제도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진보적 조세정책 개발, 재벌지배구조 문제점과 개선방안 모색이 그의 전문 분야다. 
 
안창민
유일하게 아무런 직책을 맡지 않은 평당원 출신이다. 학생 시절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에서 활동했고 이후 오래도록 직장생활과 개인사업을 했다. 그는 한 포털사이트에 1000권이 넘는 책의 서평을 올린 독서광이기도 하다. 지금도 직장생활을 하는 안창민은 부득이 가명을 썼다. 해산된 진보당 출신이 느끼는 사회적 낙인의 여파가 여전한 탓이다.

 

 

차례

 

추천사 | 실패하라, 더 낫게 실패하라
서문 | 진보정치의 한 시대가 갔다

 


1장 다수파의 원죄, 패권주의
당권파는 억울하다? | 민주주의, 진보진영도 내면화해야 한다 | 당내 이견은 선악의 문제가 아니다 | 참여당은 ‘개조’ 대상이었나? | 진성당원제의 딜레마 | 패권주의, 제도적 해법으로 가능한가? | 솔직해야 해법이 나온다

 

2장 진보의 멍에, 종북주의
종북공세는 ‘현재진행형’ | 북에 대한 입장 표명, 거부할 수 있나? | ‘종북’의 이념으로 정치하는 것이 가능한가? | ‘반북 진보’ vs. ‘종북 진보’ | 북한 ‘3대 쟁점’, 해명 불가능한가?

 

3장 운동의 가치, 운동의 관성
‘이념 논쟁’, 관행을 극복하자 | ‘정통’과 ‘이단’의 이분법 | 일사불란함의 전제, 자유롭고 개방적인 토론의 힘 | 전민항쟁의 향수 | 의회주의, 합법주의 비판의 두 측면 | 진보는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다

 

4장 진보 혁신의 고정관념
운동과 정치의 이분법이 불편한 이유 | 성숙한 진보, 온건한 진보 | 진보의 급진성을 이제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 이제는 사회경제적 민주화만 남았나? | 자주는 시대착오적 담론인가? | 정말로 ‘노동중심성’이 문제일까? | 노동운동 위기 진단 10년, 뭘 했는가? | 진보정치 원조 논쟁 | 보편적 복지는 절대선인가 | 반복되는 평가, 빈약한 실행

 

5장 경제정책, 이념에서 현실로
보수와 진보의 뒤바뀐 경제철학 | 재벌 문제,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기준 | 진보도 성장을 말해야 한다 | 부유세 논쟁-성찰하면서 정책 만들기 | 증세 논쟁-디테일이 중요하다 | 기회비용 없는 정책은 없다

 

6장 2016년 총선 대응, 어떻게 할 것인가?
2016년 총선의 의미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귀를 기울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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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수결원리에 따라 각종 사안을 결정합니다. 다수결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의사결정을 신속히 할 수 있고 많은 사람의 의견을 포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입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떤 이유로도 소수의 의견을 무시해선 안 됩니다. 충분한 토론과 언론의 자유를 보장할 때 사회는 더 건전해지며 다양한 목소리가 풍요롭게 소통될 수 있습니다. 만일 소수의 의견을 무시한다면 모든 일을 흑백논리로 판단하거나 반대의 의견을 가진 이를 '잘못된 의견'을 가진 존재로 치부해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이런 모습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2054년 미래 사회는 범죄를 예방하는 '프리크라임'이라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살인 사건을 예방하여 안전한 세상을 약속합니다. 이 시스템에서 세 명의 예지자는 미래의 살인 현장의 모습을 시각화된 영상으로 제공하는데요, 주인공인 존 앤더튼(톰 크루즈 분)은 이 영상을 다각적으로 분석하여 범행 장소와 시간을 알아낸 다음 출동해 미래의 범죄자를 체포합니다.

범죄 없는 세계를 약속하는 프리크라임에서 예지자의 의견은 절대적이지만, 가끔 이들의 의견이 엇갈릴 때도 있습니다. 이때 두 사람의 의견이 같다면 나머지 한 사람의 의견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소수의견)'로 무시됩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범죄 없는 완벽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야욕을 품은 한 인물의 어두운 과거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늘 다수의 의견이 옳은 것만은 아니며 때론 소수의 의견이 옳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법조계에도 '마이너리티 리포트' 있다

지난 일요일 MBC <시사매거진 2580>은 '마이너리티 리포트' 편을 방영했습니다.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을 인터뷰한 내용이 소개되었는데요, 이분은 헌법재판소 역사상 가장 많은 '소수의견( 少數意見 )'을 낸 재판관으로 유명합니다. 소수의견이란 사전적 정의로는 "의사결정이 다수결에 의해 이루어지는 합의체에서 다수의 의견에 포함되지 않아 폐기된 의견"을 말합니다. 즉 결정에 대한 반대의견이나 채택되지 않은 의견이란 얘기지요.

우리 사회는 법원조직법 15조에 따라 대법원재판서에는 합의에 관여한 모든 대법관의 의견을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헌법재판소의 종국 결정에서는 헌법재판소법 36조에 따라 법률의 위헌심판, 권한쟁의심판 및 헌법소원심판에 관여한 재판관은 결정서에 의견을 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규정이 있는 이유는 비록 반대 의견이라고 해도 다수의 의견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이며, 특정 사건에서는 무시된 의견일지라도 시간이 흐르거나 상황이 바뀌면 언젠가 다수의 의견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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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소수의견'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은 4년 6개월간 229건의 소수의견을 냈다. (자료 영상:〈시사매거진2580〉)


방송에서 소개한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의 소수의견은 무척이나 다양했습니다. 문신에 대한 법적 규제에 대해 "문신하기 위해서 의대 6년을 나올 필요 있느냐"며 반박했고, 차라리 문신을 하는 사람을 관리하는 자격증을 만드는 편이 낫다는 의견을 냈다고 하는군요. 사실 외국에서는 문신 시술을 조그만 가게에서 쉽게 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에선 법적으로 의료인이 아닌 사람에 의한 문신 시술은 의료법 위반입니다. 문신을 하고 다니는 건 불법이 아니어도 시술은 전문 의료인에게서 받아야 한다는 얘기죠. 이 밖에도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은 '당구장 거리제한'이나 '노래방 주류판매 제한'과 같은 사안에도 소수의견을 냈습니다. 물론 합당한 근거를 들어 이야기했으며 허황한 논리로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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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다르게 소수의견을 냈던 그도 나름대로 많은 고민을 했다고 인터뷰에서 고백합니다. 다른 재판관들이 다 훌륭한 분인데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인격적 문제는 아닌가 싶어서 고민했다는군요. 그래도 깊이 생각하고 내린 결론은 '자신의 사명'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소수의견을 내서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은 것이죠.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신이 부족해서 결국 소수의 의견으로 머물렀다고 말이죠. 그리곤 "세월이 지나면 그게 다수의견으로 될 의견도 좀 있지 않을까요"라는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뭔가 아쉬운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경향신문》은 2011년 6월 27일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 듣고 검찰을 고발하고 싶었다”>라는 기사에 조대현 당시 헌법재판관을 인터뷰한 내용을 실은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 나온 내용을 보면 <시사매거진2580>에서 말하지 않은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기사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겠습니다. 

- 지난달까지 소수의견을 351건 냈다. 헌재 24년 역사와 퇴임한 역대 재판관 31명 중 가장 많다. 소수의견으로 유명한 변정수 전 재판관도 64건, 이영모 전 재판관도 65건에 그쳤는데, 왜 이렇게 많은 소수의견을 낸 것인가.
"소수의견을 작성하고 표시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두려움과 외로움을 이겨내야 한다. 다만 국민은 주권자이면서 법률과 권력의 지배를 받는 피치자이다. 나는 피치자의 입장에서 법률이 헌법에 합치되는지, 납득할 수 있는지 생각했다. 그런 관점 차이가 소수의견을 많이 만들어 냈는지 모른다.”

- 최근 헌재 내부에서 소수의견 자체를 억압한다는 얘기가 있다. 단일한 의견으로 헌재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의견의 다양성을 봉쇄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헌법재판소 의견이 나뉘는 경우 토론을 통해 가급적 의견을 통합해야 한다는 견해, 반면 민주사회에는 다양한 가치와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허용되므로 다양성을 헌법재판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좋다는 견해가 갈린다. 나는 후자에 동의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반대의견 내는 것 자체를 존중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에는 내 생각을 별로 경청하지 않는다는 느낌도 받았다. 내 표현력이 부족한가 싶어 의견을 미리 써서 재판관 평의 전에 돌려보기도 했다. 그래도 동의를 얻지 못했다.”
……
- 6년간 재판관으로 느낀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인가.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했다는 것이다. 소수의견은 법적인 효력을 갖지 못하지만, 연구관과 학자들에게 문제의식과 연구과제를 주고 싶었다. 내가 퇴임한 후에 내 의견에 대한 검토와 비판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소수의 의견이 판례를 바꾸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 같은 분이 낸 소수의견은 결국 사회적 변화를 끌어내지 못하고 그저 개인의 '사명'으로 할 일을 했다는 데서 그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분은 없으리라고 봅니다. "소수의견은 법적인 효력을 갖지 못하지만, 연구관과 학자들에게 문제의식과 연구과제를 주고 싶었다"고 얘기한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의 바람처럼 우리 사회는 민주화 진행에 발맞춰 법 적용의 외연이 차츰 넓어지는 변화를 거치고 있습니다. 그 실례를 하나 소개합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탄핵규탄 촛불집회를 경찰이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사실상  종교·문화행사 이외의 모든 야간집회를 허용하지 않았던 일을 기억하실 겁니다. 이에 대해 학계와 법조계 등에서는 경찰이 사실상 야간집회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재량권 남용에 의한 위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관련 법 조항을 한번 보실까요?

집시법 제10조
(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시간)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하여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는 관할경찰관서장은 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도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

헌법 제21조
1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과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2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3 통신·방송의 시설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4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헌법 제37조
1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2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집시법 10조는 해진 뒤 옥외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해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하는 경우에는 관할 경찰관서장은 질서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는 단서규정을 두고 있습니다만, 경찰은 1989년 단서조항 신설 뒤 한 차례도 야간집회를 허용한 일이 없고, 이에 따라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아예 야간집회 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야간 집회 금지법은 이제 역사 속 유물이 되었지요. 2008년 박재영 서울 중앙지법 판사가 집시법상 '야간집회 금지'는 위헌임이 명백하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했고, 이에 대해 헌재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의 야간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 2009년 9월 24일 <헌재 "옥외 야간집회 금지 시간대 정하라">라는 기사를 보시죠.

헌법재판소가 (2009년 9월) 24일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은 '야간'이라는 막연한 표현이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결정에 따라 해당 조항은 개정이 불가피하게 됐지만 야간집회를 무제한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헌재 측은 "전체적으로 야간평화를 교란할 수 있는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옳지만 명확한 시간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해당 법 위반으로 재판 중인 사건은 법 개정시까지 영향이 불가피해 한동안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간대를 정하라'

소수의 의견,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야간집회, 마이너리티 리포트, 시사매거진 2580,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 변정수 전 재판관, 만화 100도, 민주화, 미선이 효순이, 촛불집회, 광우병 쇠고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 SNS, 반값등록금, 반값 등록금

작년 촛불집회로 수백명이 재판 중인 사건의 민감성을 반영하듯 재판관들의 의견은 위헌 · 헌법불합치 · 합헌으로 갈렸다. 그러나 위헌결정을 내리기 위한 정족수인 6명에 1명이 모자라 헌재법상 '헌법불합치'결정이 내려졌다.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관련법의 취지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려는 헌재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위헌 결정을 내린 이강국 소장 등 재판관 5명의 의견 요지는 집시법 10조가 헌법 21조 2항 취지에 정면 위배된다는 것이다. 법률에 의한 국민 기본권의 과도한 침해를 금지하는 헌법 37조 2항에도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또 일본 독일 영국 등 각국 입법례를 보더라도 야간옥외집회규정은 별로 없는 데다 러시아 프랑스 등 규정이 있더라도 사문화돼 있다는 점을 또 다른 근거로 들었다.

이와 달리 민형기 목영준 재판관 2명은 입법당국의 재량상 공공질서를 위해 집회의 시간 · 장소 · 방법적 제한을 둘 수 있다고 판단,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야간은 시민들의 평온이 특별히 요청되는 상황인데 집회참가자는 감성적이 되고 폭력적 돌발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그러나'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 집회 금지'라는 광범위한 시간대를 설정한 것만은 과잉금지 원칙에 벗어난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어떤 시간대에 옥외집회를 금지할지는 입법자의 판단에 맡긴다"고 밝혔다.

이렇게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의 야간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의 입장은 국민의 기본권을 더욱 폭넓게 보장할 필요성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야간집회 금지법에 위헌성이 있다는 해석에 어느 재판관이 낸 소수의견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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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자료: 시사매거진 2580)

1994년 변정수 전 재판관은 야간집회를 허용하자는 소수의견을 냈지만 그 당시에는 소수의견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소신 있게 그런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더라면 야간집회 허가제의 위헌성을 밝혀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처럼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소수의견을 단순히 몇몇 사람들의 의견이라고 치부해버려서는 안 되며, '틀린 것'으로 판단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의견일 뿐이지 틀린 것은 아니니까요.

소수의견 속에 사회 변화의 씨앗 있다

<시사매거진 2580>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편을 보면서 소수의 의견이 큰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군사정권 시절을 지나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한국 시민은 각자의 권리와 자유를 누리는 데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권리를 요구하는 데 어른이나 학생, 저소득층이나 고소득층의 구분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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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요구하는 촛불집회 현장

각자 헌법이 보장한 자유와 평등의 권리를 누리는 삶이 중요함을 깨달으면서 한때는 소수의 의견으로 무시되고 폄하되었던 권리도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소수자가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기도 어려웠지만, 인터넷 시대를 거쳐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발달로 이제는 누구나 자신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게 되었고, 흩어져 있던 소수의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짓밟힌 미선이, 효선이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서 촛불을 들고 사과를 요구했던 대한민국 국민은 2004년 당시 야당의 일방적인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무효화하기 위해 다시 힘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치며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와 한미FTA의 부당함을 외쳤습니다. 

2011년 현재 대학생들은 엄청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고자 금요일마다 청계천 광장에 모여서 반값등록금을 외치고 있습니다. 또한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위에서 200일이 넘도록 노동자의 권익을 주장하는 김진숙 씨를 지지하는 수많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희망버스'에 올라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저 멀리 제주에서는 평화의 섬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부당함에 동조하는 시민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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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00도씨(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어떻습니까? 혹시 '혼자의 의견'이라서, '어차피 되지 않을 건데'라는 생각에 망설이는 분이 계십니까? 어쩌면 여러분 머릿속에 있는 그 생각이 가깝거나 먼 미래를 바꿀지도 모릅니다. 비록 지금은 답이 보이지 않고, 미래가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냄비에 가득 담긴 물에 열을 가하면 서서히 온도가 높아져 100도에 다다랐을 때 끓어 넘치기 마련입니다.  '지금이 바로 99도'라고 생각하는 분이 우리 사회에 많이 계십니다. 그러니 좋은 나라를 만들고, 좋은 미래를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서 우리 앞에 산적한 문제를 향해 함께 연대하며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이 바로 99도다'라는 마음으로 말이죠.


MBC 시사교양국의 간판이자 한국 탐사보도의 상징인 <PD수첩>의 안위가 심상치 않습니다. 아니, 건국 이래 한 해도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던 한국경제처럼, 권력층의 치부를 드러내고 비리를 치열하게 파고드는 <PD수첩>이 한시도 위험하지 않았던 적이 없을 겁니다. 그렇더라도 최근 MBC의 행보를 보면 이번 정권 들어 <PD수첩>과 같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더 위험에 빠진 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MBC PD수첩 ‘수난시대’(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View.html?idxno=25521, 기자협회보)

"<무한도전> 김태호 PD를 '1년 됐다'고 다른 데로 보내면?" [인터뷰] 최승호 PD "비판 저널리즘 질식 시스템이 갖춰졌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10303221627, 프레시안)

‘PD수첩’, MB무릎기도사건 끝내 불방(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1739404, 노컷뉴스)

스폰서 검사를 폭로하여 2010년 올해의 PD상을 받은 최승호 PD를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인사이동하더니, 지난 8일 생생 이슈 코너에 방영하려 했던 '이명박 대통령 조찬기도회 무릎기도사건'은 시사교양국장 지시로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본격적으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될 정도입니다.

사실을 자유롭게 말할 수 없는 언론은 그 존재가치가 무색합니다. 그래서 현대 저널리즘에서 탐사보도에 바탕을 둔 '폭로'는 사실을 알리는 데 꼭 필요한 수단이죠.

폭로 - 사실을 보도하는 저널리즘의 가치

잡지 연재 초기에 스탠더드 오일을 폭로하는 기사에 대한 찬사가 꾸준히 이어졌다. 타벨은 헨리 데마레스트 로이드에게 받은 찬사에 답장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께서 제가 하는 일이 바람직한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니 참으로 기쁩니다. 저는 양쪽의 입장을 치우치지 않게 파악하려고 노력했고 어느 한 쪽의 입장에 동조하지도 않았습니다. 또한 제가 가진 목적을 끝까지 고수하려 합니다. 언제나 사실을 말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_360p

아이다미네르바타벨어떻게한명의저널리스트가독점재벌스탠더드오일? 상세보기

그런 의미에서 <PD수첩> PD들의 인사이동 조치는 물론이고, 이명박 대통령 조찬기도회 무릎기도사건의 중지를 명령한 시사교양국장은 스스로 언론의 본령을 훼손한 셈입니다.

'나는 정치에 관심 없어, 따분한 시사 프로그램도 관심 없어, 그렇게 밤늦게 하는 시청률도 안 나오는 프로그램을 누가 본다고... 난 <무한도전>이랑 <나는 가수다>만 보면 돼'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만, 나만..."이라고 외쳤다가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역사가 말해줍니다.

그들이 처음 왔을 때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므로.

그 다음에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으므로.

그 다음에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므로.

그 다음에 그들이 유태인들에게 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으므로.

마침내 그들이 나에게 들이닥쳤을 때
나를 위해 항변해 줄 사람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 마르틴 니뮐러

Ahlul Bayt 뉴스 에이전시에 따르면 2011년 3월 4일자로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왕이 골드만 삭스를 통해서 페이스북을 170조 원에 현금으로 사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대체 왜 석유로 잘 먹고 잘사는 사우디 국왕이 뜬금없이 페이스북을 천문학적인 현금으로 사겠다고 한 걸까요? 그 이유는 지금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중동 민주화 혁명을 분쇄하기 위해섭니다. 페이스북 같은 SNS를 중심으로 혁명세력이 결집하고 혁명주도 페이지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행위를 막아 혁명세력을 뿌리 뽑겠다는 생각이지요.

'석유'와 '페이스북'과 '혁명', 그리고 '민주화'. 이처럼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일도 가만히 따져보면 연쇄적인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우리나라에서 <PD수첩>이 사라지면 다음에는 전국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위험해질지 모릅니다. 아니 위험해진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작년부터 <PD수첩>과 <무한도전>의 PD들이 '세트로 묶여' 위협받아 왔으니까요. 딱딱한 저널리즘으로 '진실'을 지키는 일이 결국은 온 국민의 피로를 풀어주는 '웃음'을 지키는 일 아닐까요?

그러니 여러분, <무한도전>을 사랑한다면 <PD수첩>을 지켜내도록 힘을 모아주세요!



생각비행이 어제 저녁 6시 반부터 서울 시청 광장에서 거행되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 1주기 추모 문화제에 다녀왔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마음만 참석하신 분들을 위로하고자 어제 현장에서 찍은 시원한 사진들을 공개합니다^_^

우선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손을 잡고 있는 바탕 위로 김대중 대통령께서 환하고 웃고 계신 사진이 걸렸는데 정말 그분을 추모하는 자리답다 싶었습니다. 언제나 국민을 지칭하실 때는 '존경하고 사랑하는'을 빠짐없이 붙이던 분이시니까요.


아얘 이런 티셔츠까지 맞춰 입고 오신 분들도 계셨습니다ㅎㅎ


추모 문화제이긴 합니다만 더운 여름날 끼리끼리 더위를 식힐 수 있는 휴식의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바닥에서 뿜어 나오는 분수 속에 다국적의 아이들이 뛰어 놀고 문화제를 통해 다양한 음악들이 제공되었거든요^_^ 문화에 대한 식견이 높으셨고 특히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란 원칙으로 문화계를 대하셨던 그분이 부쩍 그리워 지는 요즘입니다.


추모문화제의 사회는 문성근씨와 오정혜씨가 맡으셨습니다. 두 분 모두 김대중 대통령과의 추억을 많이 말씀하셨어요.


무대 오른쪽으로 추모 헌화대와 추모 글을 남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눈에 좀 더 잘 띄는 곳에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그분이 웃고 계신 모습 앞에 장미 한송이로 독도까지 정확히 표현된 꽃의 한반도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추모 글 중에는 진지한 추모의 념도 있었고 간단한 것도 있었습니다. 생각비행도 짧고 굵게 한마디 남기고 왔고요. 여기에 독특하고 재치있었던 추모 글을 몇 개 공개해 봅니다.


하트♡까지 꼼꼼히 그려 넣은 예쁜 추모 글.


막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가 썼는지 한자 한자 또박또박 써넣은 추모 글.


재치있게 S.O.S를 치는 추모 글.


생각비행을 많이 웃게 만들었던 개인적인 욕망(?)을 사심없이 드러낸 추모 글^_^


패셔너블한 뉴요커처럼 NY 대신 DJ를 ♡ 하신다는 추모 글.


...........................이외수 식으로 말하자면 "아 씨바 할 말을 잃었습니다"란 느낌의 추모 글.


달필로 추모를 올린 글 등 추모제에 참여한 사람수 만큼이나 다양하고 재치있는 추모가 많았습니다^_^


6시 반이 넘자 사람들이 운집하여 차곡차곡 앉았습니다. 추모제의 첫 막은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열었습니다.


신명나는 사물놀이와 품격있는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져 정말 듣기 좋은 음악이 연이어 흘러나왔습니다. '아리랑'이 특히 아름다웠어요^_^



서울 시청 광장을 빙 둘러 시사 만화가들의 헌정 만화와 시인들의 헌시가 전시 되어 있었습니다. 한 커플은 서로 꼭 끌어 안고 김대중 대통령의 발자취를 살펴보는데 참 보기 좋았습니다^_^



김대중 대통령 1주기 추모 문화제의 하이라이트는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씨였습니다. 장애를 이겨내고 피아니스트가 되신 불굴의 의지를 가진 분이죠. 그분이 피아노 연주 후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독창하기 앞서 김대중 대통령을 그리워 하는 말씀을 쏟아내셨는데 이게 너무나도 진심이 묻어나서 듣는 제가 다 울컥했을 정도였습니다. "우리는 평화를, 평화 통일을 원합니다!"라고 외치실 때는 저도 감동해서 울 뻔했어요ㅠ.ㅠ

이때 헌화대 앞으로 일반 경찰 1개 소대 정도 되어 보이는 인원이 도열하기 시작했습니다. 상식적인 사회라면 질서 유지를 위해 민주 경찰이 고생하는 구나 란 생각이 나야 할 텐데, 전경은 아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먼저 들어 슬펐습니다ㅠ.ㅠ 자기 세금으로 월급 주는 경찰에게 보호 받는다는 느낌보다 위협 당한다는 느낌부터 받아야 하는 세태라는 게 말입니다ㅠ.ㅠ




분수에 네온 불빛이 들어올 정도로 밤이 깊었습니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듯이 추모 문화제도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과 휴식 같은 시간을 뒤로 한 채 다음 날 있을 1주기 추모식을 기약했습니다. 무대도 정리되고 있는데 사람들이 여전히 옹기종기 모여 있길래 다가가 봤습니다. 살펴보니 TV에서 흘러나오는 김대중 대통령의 추모 영상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는 거였습니다ㅠ.ㅠ

요즘 같은 시절에 더 그리워 지는 그분을 위한 추모 문화제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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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분위기를 더 느끼시고 싶은 분들을 위해 생각비행이 김대중 대통령 추모 문화제에서 찍었던 모든 사진을 슬라이드로 올립니다. 추모와 함께, 매우 더운 날씨에 시원한 사진 보시며 더위를 식히시길^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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