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또다시 총기난사 사건으로 충격에 빠졌습니다. 지난 주말 겨우 13시간 만에 텍사스와 오하이오에서 연쇄적으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 총기난사 사건으로 인해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백인 범죄자들에 의한 총기난사 사건이었죠.


출처 - 연합뉴스


지난 3일 오전 10시경 텍사스주 국경도시 엘패소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은 인종 우월주의에 기반한 증오범죄였습니다. 주말을 맞아 나들이와 쇼핑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많은 대형 쇼핑몰에서 총기를 난사해 20명이 죽고 26명이 다쳤습니다. 부상자는 2세 어린아이부터 82세 노인까지 무척 광범위합니다. 주말을 맞아 쇼핑몰을 찾은 가족들이 변을 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찰은 댈러스 출신의 21세 백인 남성인 패트릭 크루시우스를 체포했습니다. 그는 범행에 앞서 이번 범행을 예고하는 성명서를 온라인상에 게시했다고 하죠. 성명서에서 그는 히스패닉의 텍사스 침략을 반대한다는 인종차별적 주장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텍사스는 애초 멕시코 땅이었고 미국이 전쟁으로 빼앗은 곳이었죠. 그렇기에 히스패닉이 많이 사는 겁니다. 침략 행위는 자기네가 해놓고선 히스패닉이 침략해온다는 적반하장도 유분수인 인종차별적 주장으로 증오범죄를 저지른 겁니다. 무식함이 지나쳐 화를 부른 경우라고나 할까요.


출처 - 연합뉴스


끔찍한 참상이 수습되기도 전에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또 다른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총기난사로 9명이 죽었습니다. 총기난사 범행을 저지른 이는 코너 베츠라는 24세 백인 남성이며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총기난사 사건을 저지른 지 1분 만에 주변을 순찰 중이던 경찰에게 사살됐기 때문입니다. 그는 최소한 100발 이상의 총알을 소지했고 방탄복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자칫하면 사망자가 9명 이상이 될 가능성이 있었던 겁니다. 사살된 범인의 총에 여동생도 사망한 사실을 미루어볼 때 남매간의 갈등을 포함한 가족 관계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연이은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각 당의 대선후보들은 즉각 애도를 표했습니다. 백악관과 관공서는 조기를 게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성명을 통해 모든 미국인은 인종주의와 편견, 백인 우월주의를 비난해야 한다며 단결을 호소했습니다. 그러고는 두 총기난사 사건을 야만적 공격이자 모든 인류에 대한 범죄, 악의 공격이라 규정하고 총기규제 강화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촉구했으며, 총기 구매자에 대한 더욱 강력한 신원조회 법안을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대량살상 가해자들이 신속히 처형될 수 있게 새로운 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적절한 발언을 한 것처럼 보입니다만,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인종주의를 기반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에 설득력이나 진실성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숭고한 이념을 이루기 위해 순교한다는 망상에 빠져 범행을 저지르는 총기난사 사건의 경우 범인을 신속하게 처형한다 한들 범죄율이 내려갈지 의문이 드는 점도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인 총기 자체를 그대로 두고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건 언어도단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13시간 만에 연달아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으로 미국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지만, 사실 일주일 사시에 미국에서 일어난 대형 총기사고는 이 2건을 포함해 모두 4건이었습니다. 나머지 2건 또한 큰 총기사고였지만 삽시간에 묻혀버릴 정도로 미국에서 총기난사는 크나큰 사회문제입니다. 올해 미국 내에서 다수가 사망한 총기난사 사건은 32건에 달합니다. 이 사건들의 사망자만 해도 125명이나 됩니다. 《USA투데이》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에서 일어난 모든 총기난사 사건을 따지면 오하이오주 총기난사 사건은 251번째라고 합니다. 이를 보면 하루에 1건이 넘는 꼴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JTBC


총은 칼이나 불과는 달리 오로지 살상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입니다. 그렇기에 반드시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도구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총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합니다. 대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총 그 자체가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까요. 총기 규제를 바라는 수많은 미국 시민의 삶이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지는 때입니다.

우리가 긴 한가위 연휴를 즐기는 사이 미국은 미지의 공포에 직면했습니다. 불야성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콘서트를 즐기던 2만여 명의 관객이 마른하늘의 날벼락처럼 하늘에서 쏟아지는 총탄 세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콘서트장이 내려다보이는 호텔 스위트룸에서 학살범인 스티븐 크레이그 패덕은 중화기를 동원해 사람들을 향해 난사했습니다.

 

이 때문에 59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도 515명에서 527명으로 늘었습니다. 단 한 명에 의한 총기난사 테러로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사건입니다. 2만여 명 달하는 사람이 밀집해 있었고, 몸 가릴 데 없는 하늘에서 총탄이 쏟아져 피해가 더 컸습니다. 스티븐 패덕은 사건을 저지른 후 현장에서 자살했습니다. 테러 직후 세계 각국의 정상들과 미국인들의 추모가 이어졌습니다.


출처 – 무등일보


이번 총기난사 테러가 사람들에게 공포로 다가온 지점은 스티븐 패덕이 사건을 일으킬 만한 어떤 사상적, 개인적 동기가 밝혀진 바 없기 때문입니다. 이 학살극이 일어난 뒤 ISIS는 자신들의 테러라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스티븐이 ISIS 대원이라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고 그럴 가능성도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특별히 정치적 주장을 하던 사람이 아니고, 종교에 심취한 사람도 아니었다는 게 주변인물들의 증언이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는 환갑을 넘긴 64세의 실버타운 정착민이었고 백만장자라고 할 정도로 돈도 많았습니다. 자가 비행기를 2대나 갖고 있었다고 하죠. 전과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정신병 경력도 없었습니다. 사실 통계적으로는 미국에서 정신병자의 총기범죄율이 정상인보다 낮다고 하는군요. 

 

스티븐 패덕은 이혼을 2번한 이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혼으로 총기 난사범이 된다면 미국이란 나라는 오래전에 세상에서 사라졌겠죠. 도박을 좋아했다지만 많이 잃은 만큼 많이 따기도 했습니다. 도박 때문에 신경안정제를 복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그가 정신이상이었음을 증명하는 이유가 되진 못했습니다. 총기 테러를 일으킨 당시 재산을 탕진한 상황도 아니었고요. 한편 스티븐 패덕의 아버지인 벤자민 홉킨스 패덕이 1970년대에 FBI의 중요한 지명수배 은행강도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으나 몇 해 전에 사망한 아버지의 40년 전 과거가 이번 총기 테러의 범행 동기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이처럼 스티븐 패덕의 총기 범행은 종교나 사상 혹은 사회에 대한 분노가 동기로 표출된 사건과는 매우 다릅니다. 우리나라에도 충격을 안겼던 조승희의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무언가를 주장하고 싶어하거나 증오에 의해 총을 갈기는 사람들은 현장에서, 즉 자신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범행을 저지릅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분노를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없을 테니까요. 반면 스티븐 패독은 희생자들과 수백 미터나 떨어진 콘서트장 건너편 호텔 스위트룸에서 총기를 난사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렇다면 대체 무엇 때문에 그 많은 사람을 죽인 걸까요? 모릅니다. 지난 10월 1일 미국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지 10일이 지난 시점에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던 현지 경찰은 언론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정말 그가 왜 총격을 가했는지, 동기를 알 수 없다. 심지어 그가 왜 총격을 멈췄는지도 알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알 수 없는 공포, 즉 총기의 나라 미국에서 평범한 사람이 딱히 이유가 없어도 공공의 장소에서 아무나 사람들을 몰살할 수 있다는 실질적인 공포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인권 유린이란 비난을 감수해가며 특정 종교나 국적을 가진 사람을 테러범으로 관리한다 한들, 미국에서 흔하다 못해 하루를 멀다 하고 발생하는 총기 사건을 막을 방도는 없기 때문입니다.


플로리다에 사는 스티븐 패덕의 동생이 한 말이 어쩌면 이번 사건이 일어난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하는 증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티븐은 메스킥에 살면서 라스베이거스로 도박하러 놀러가던 사내였습니다. 그는… 그냥 뻔했어요. 부리또나 먹고 말이죠. 그가 그런 무기들을 갖고 있었다는 게 그저... 대체 어떻게 자동화기를 구했단 말입니까? 스티븐은 군 경력 같은 것도 없는데 말이죠."


출처 - 위키트리


총기 난사 현장인 호텔에서는 23자루나 되는 총이 발견되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스티븐 패덕의 집에서도 19자루나 되는 총이 발견되었죠. 심지어 삼각대가 달린 자동화기, 반자동총을 연사로 개조해주는 장비 등도 발견되었습니다. 총기의 나라 미국에서도 대량 살상이 가능한 자동화기의 경우는 생각보다 통제가 엄한 편이라고 하는데 대체 그는 무얼 위해, 어떻게 그런 총기류를 손에 넣은 것일까요?


출처 - 한국일보


미국에서는 해묵은 총기규제 논란이 다시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물론 서구 언론도 총기 규제 입법이 실제로 도입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공화당이 의회와 행정부를 장악하고 있으며 미국 내 여론도 여전히 미국 수정헌법 2조에 근거해 총기의 개인 소유를 옹호하는 쪽이 우세하기 때문입니다. 표에서 자유로운 힐러리가 미국총기협회(NRA)를 직접 겨냥했지만 민주당 내에서 급진적인 축에 속하는 상원의원조차 '반자동 소총을 자동화하는 장치나 개조만이라도 제한하자'고 주장하는 게 고작인 상황입니다. 미국은 무장한 자경단이 세운 나라여서 개인의 무장 소유 및 휴대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 규정은 흔들릴 줄을 모릅니다.


그런데 이번 라스베가스 총기난사로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견해도 등장했습니다. 총기규제 반대논리의 핵심은 내 몸의 안전과 자유를 위해 총에는 총으로 대응한다는 건데, 이번 테러는 수백 미터 떨어진 방어가 불가능한 고층 빌딩 위에서 자동화기에 가까운 총기로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난사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라스베이거스 총기참사가 법적다툼으로 확대된 것을 주시할 필요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합뉴스TV는 참사 현장에 있었던 생존자들이 총기개조 부품인 ‘범프 스탁’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총기폭력 예방을 위한 브래디 센터(Brady Center)'와 개인상해 전문 로펌인 '에글레 프린스'가 콘서트 현장에 있던 시민을 대신해 범프 스탁 제조사 '슬라이드 파이어 솔루션스'(Slide Fire Solution)를 상대로 네바다주 클라크 타운티에 있는 주 법원에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는 내용입니다.

 

참사 생존자들은 합당한 안전조치 없이 군용 수준의 무기 개조부품을 판매해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 측은 정신적 충격 치료에 드는 비용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죠. 사망자와 부상자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은 이번 소송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추가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TV

 

범프 스탁(Bump Stock)은 반자동 총기에 부착하면 사실상 연사가 가능한 자동소총으로 바꿔주는 총기 개조 부품입니다. 1분당 400~800발의 완전자동 사격이 가능해진다고 하는군요. 이번 총기 참사에서 범인 스티븐 패덕도 살상효과를 높이기 위해 범프 스탁을 부착한 총기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미국에서 민간인에게 자동소총 판매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나 범프 스탁을 사용하면 총기규제법을 회피할 수 있어 예전부터 문제가 되어왔습니다.  

 

참사 생존자들이 제기한 이번 소송에 대해 제조사 측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으나 범프 스탁에 대한 신규 주문 접수는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태라고 합니다. 한편 이번 총기참사 희생자 가운데 한 명인 존 피펜(56)의 가족은 변호사를 통해 범인인 스티븐 패덕의 재산동결 청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패덕이 총기 24정을 보관하며 머물렀던 만델레이 베이 리조트 앤드 카지노와 모회사인 MGM 리조트를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인구 100명당 총기 소지자 수는 여전히 미국이 압도적으로 1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와 같은 총기 난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미국 정부와 국민들은 자신들의 안전이라는 입장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해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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