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또다시 총기난사 사건으로 충격에 빠졌습니다. 지난 주말 겨우 13시간 만에 텍사스와 오하이오에서 연쇄적으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 총기난사 사건으로 인해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백인 범죄자들에 의한 총기난사 사건이었죠.


출처 - 연합뉴스


지난 3일 오전 10시경 텍사스주 국경도시 엘패소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은 인종 우월주의에 기반한 증오범죄였습니다. 주말을 맞아 나들이와 쇼핑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많은 대형 쇼핑몰에서 총기를 난사해 20명이 죽고 26명이 다쳤습니다. 부상자는 2세 어린아이부터 82세 노인까지 무척 광범위합니다. 주말을 맞아 쇼핑몰을 찾은 가족들이 변을 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찰은 댈러스 출신의 21세 백인 남성인 패트릭 크루시우스를 체포했습니다. 그는 범행에 앞서 이번 범행을 예고하는 성명서를 온라인상에 게시했다고 하죠. 성명서에서 그는 히스패닉의 텍사스 침략을 반대한다는 인종차별적 주장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텍사스는 애초 멕시코 땅이었고 미국이 전쟁으로 빼앗은 곳이었죠. 그렇기에 히스패닉이 많이 사는 겁니다. 침략 행위는 자기네가 해놓고선 히스패닉이 침략해온다는 적반하장도 유분수인 인종차별적 주장으로 증오범죄를 저지른 겁니다. 무식함이 지나쳐 화를 부른 경우라고나 할까요.


출처 - 연합뉴스


끔찍한 참상이 수습되기도 전에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또 다른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총기난사로 9명이 죽었습니다. 총기난사 범행을 저지른 이는 코너 베츠라는 24세 백인 남성이며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총기난사 사건을 저지른 지 1분 만에 주변을 순찰 중이던 경찰에게 사살됐기 때문입니다. 그는 최소한 100발 이상의 총알을 소지했고 방탄복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자칫하면 사망자가 9명 이상이 될 가능성이 있었던 겁니다. 사살된 범인의 총에 여동생도 사망한 사실을 미루어볼 때 남매간의 갈등을 포함한 가족 관계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연이은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각 당의 대선후보들은 즉각 애도를 표했습니다. 백악관과 관공서는 조기를 게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성명을 통해 모든 미국인은 인종주의와 편견, 백인 우월주의를 비난해야 한다며 단결을 호소했습니다. 그러고는 두 총기난사 사건을 야만적 공격이자 모든 인류에 대한 범죄, 악의 공격이라 규정하고 총기규제 강화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촉구했으며, 총기 구매자에 대한 더욱 강력한 신원조회 법안을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대량살상 가해자들이 신속히 처형될 수 있게 새로운 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적절한 발언을 한 것처럼 보입니다만,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인종주의를 기반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에 설득력이나 진실성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숭고한 이념을 이루기 위해 순교한다는 망상에 빠져 범행을 저지르는 총기난사 사건의 경우 범인을 신속하게 처형한다 한들 범죄율이 내려갈지 의문이 드는 점도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인 총기 자체를 그대로 두고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건 언어도단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13시간 만에 연달아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으로 미국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지만, 사실 일주일 사시에 미국에서 일어난 대형 총기사고는 이 2건을 포함해 모두 4건이었습니다. 나머지 2건 또한 큰 총기사고였지만 삽시간에 묻혀버릴 정도로 미국에서 총기난사는 크나큰 사회문제입니다. 올해 미국 내에서 다수가 사망한 총기난사 사건은 32건에 달합니다. 이 사건들의 사망자만 해도 125명이나 됩니다. 《USA투데이》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에서 일어난 모든 총기난사 사건을 따지면 오하이오주 총기난사 사건은 251번째라고 합니다. 이를 보면 하루에 1건이 넘는 꼴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JTBC


총은 칼이나 불과는 달리 오로지 살상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입니다. 그렇기에 반드시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도구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총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합니다. 대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총 그 자체가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까요. 총기 규제를 바라는 수많은 미국 시민의 삶이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지는 때입니다.

우리가 긴 한가위 연휴를 즐기는 사이 미국은 미지의 공포에 직면했습니다. 불야성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콘서트를 즐기던 2만여 명의 관객이 마른하늘의 날벼락처럼 하늘에서 쏟아지는 총탄 세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콘서트장이 내려다보이는 호텔 스위트룸에서 학살범인 스티븐 크레이그 패덕은 중화기를 동원해 사람들을 향해 난사했습니다.

 

이 때문에 59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도 515명에서 527명으로 늘었습니다. 단 한 명에 의한 총기난사 테러로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사건입니다. 2만여 명 달하는 사람이 밀집해 있었고, 몸 가릴 데 없는 하늘에서 총탄이 쏟아져 피해가 더 컸습니다. 스티븐 패덕은 사건을 저지른 후 현장에서 자살했습니다. 테러 직후 세계 각국의 정상들과 미국인들의 추모가 이어졌습니다.


출처 – 무등일보


이번 총기난사 테러가 사람들에게 공포로 다가온 지점은 스티븐 패덕이 사건을 일으킬 만한 어떤 사상적, 개인적 동기가 밝혀진 바 없기 때문입니다. 이 학살극이 일어난 뒤 ISIS는 자신들의 테러라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스티븐이 ISIS 대원이라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고 그럴 가능성도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특별히 정치적 주장을 하던 사람이 아니고, 종교에 심취한 사람도 아니었다는 게 주변인물들의 증언이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는 환갑을 넘긴 64세의 실버타운 정착민이었고 백만장자라고 할 정도로 돈도 많았습니다. 자가 비행기를 2대나 갖고 있었다고 하죠. 전과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정신병 경력도 없었습니다. 사실 통계적으로는 미국에서 정신병자의 총기범죄율이 정상인보다 낮다고 하는군요. 

 

스티븐 패덕은 이혼을 2번한 이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혼으로 총기 난사범이 된다면 미국이란 나라는 오래전에 세상에서 사라졌겠죠. 도박을 좋아했다지만 많이 잃은 만큼 많이 따기도 했습니다. 도박 때문에 신경안정제를 복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그가 정신이상이었음을 증명하는 이유가 되진 못했습니다. 총기 테러를 일으킨 당시 재산을 탕진한 상황도 아니었고요. 한편 스티븐 패덕의 아버지인 벤자민 홉킨스 패덕이 1970년대에 FBI의 중요한 지명수배 은행강도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으나 몇 해 전에 사망한 아버지의 40년 전 과거가 이번 총기 테러의 범행 동기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이처럼 스티븐 패덕의 총기 범행은 종교나 사상 혹은 사회에 대한 분노가 동기로 표출된 사건과는 매우 다릅니다. 우리나라에도 충격을 안겼던 조승희의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무언가를 주장하고 싶어하거나 증오에 의해 총을 갈기는 사람들은 현장에서, 즉 자신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범행을 저지릅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분노를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없을 테니까요. 반면 스티븐 패독은 희생자들과 수백 미터나 떨어진 콘서트장 건너편 호텔 스위트룸에서 총기를 난사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렇다면 대체 무엇 때문에 그 많은 사람을 죽인 걸까요? 모릅니다. 지난 10월 1일 미국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지 10일이 지난 시점에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던 현지 경찰은 언론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정말 그가 왜 총격을 가했는지, 동기를 알 수 없다. 심지어 그가 왜 총격을 멈췄는지도 알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알 수 없는 공포, 즉 총기의 나라 미국에서 평범한 사람이 딱히 이유가 없어도 공공의 장소에서 아무나 사람들을 몰살할 수 있다는 실질적인 공포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인권 유린이란 비난을 감수해가며 특정 종교나 국적을 가진 사람을 테러범으로 관리한다 한들, 미국에서 흔하다 못해 하루를 멀다 하고 발생하는 총기 사건을 막을 방도는 없기 때문입니다.


플로리다에 사는 스티븐 패덕의 동생이 한 말이 어쩌면 이번 사건이 일어난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하는 증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티븐은 메스킥에 살면서 라스베이거스로 도박하러 놀러가던 사내였습니다. 그는… 그냥 뻔했어요. 부리또나 먹고 말이죠. 그가 그런 무기들을 갖고 있었다는 게 그저... 대체 어떻게 자동화기를 구했단 말입니까? 스티븐은 군 경력 같은 것도 없는데 말이죠."


출처 - 위키트리


총기 난사 현장인 호텔에서는 23자루나 되는 총이 발견되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스티븐 패덕의 집에서도 19자루나 되는 총이 발견되었죠. 심지어 삼각대가 달린 자동화기, 반자동총을 연사로 개조해주는 장비 등도 발견되었습니다. 총기의 나라 미국에서도 대량 살상이 가능한 자동화기의 경우는 생각보다 통제가 엄한 편이라고 하는데 대체 그는 무얼 위해, 어떻게 그런 총기류를 손에 넣은 것일까요?


출처 - 한국일보


미국에서는 해묵은 총기규제 논란이 다시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물론 서구 언론도 총기 규제 입법이 실제로 도입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공화당이 의회와 행정부를 장악하고 있으며 미국 내 여론도 여전히 미국 수정헌법 2조에 근거해 총기의 개인 소유를 옹호하는 쪽이 우세하기 때문입니다. 표에서 자유로운 힐러리가 미국총기협회(NRA)를 직접 겨냥했지만 민주당 내에서 급진적인 축에 속하는 상원의원조차 '반자동 소총을 자동화하는 장치나 개조만이라도 제한하자'고 주장하는 게 고작인 상황입니다. 미국은 무장한 자경단이 세운 나라여서 개인의 무장 소유 및 휴대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 규정은 흔들릴 줄을 모릅니다.


그런데 이번 라스베가스 총기난사로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견해도 등장했습니다. 총기규제 반대논리의 핵심은 내 몸의 안전과 자유를 위해 총에는 총으로 대응한다는 건데, 이번 테러는 수백 미터 떨어진 방어가 불가능한 고층 빌딩 위에서 자동화기에 가까운 총기로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난사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라스베이거스 총기참사가 법적다툼으로 확대된 것을 주시할 필요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합뉴스TV는 참사 현장에 있었던 생존자들이 총기개조 부품인 ‘범프 스탁’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총기폭력 예방을 위한 브래디 센터(Brady Center)'와 개인상해 전문 로펌인 '에글레 프린스'가 콘서트 현장에 있던 시민을 대신해 범프 스탁 제조사 '슬라이드 파이어 솔루션스'(Slide Fire Solution)를 상대로 네바다주 클라크 타운티에 있는 주 법원에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는 내용입니다.

 

참사 생존자들은 합당한 안전조치 없이 군용 수준의 무기 개조부품을 판매해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 측은 정신적 충격 치료에 드는 비용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죠. 사망자와 부상자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은 이번 소송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추가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TV

 

범프 스탁(Bump Stock)은 반자동 총기에 부착하면 사실상 연사가 가능한 자동소총으로 바꿔주는 총기 개조 부품입니다. 1분당 400~800발의 완전자동 사격이 가능해진다고 하는군요. 이번 총기 참사에서 범인 스티븐 패덕도 살상효과를 높이기 위해 범프 스탁을 부착한 총기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미국에서 민간인에게 자동소총 판매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나 범프 스탁을 사용하면 총기규제법을 회피할 수 있어 예전부터 문제가 되어왔습니다.  

 

참사 생존자들이 제기한 이번 소송에 대해 제조사 측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으나 범프 스탁에 대한 신규 주문 접수는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태라고 합니다. 한편 이번 총기참사 희생자 가운데 한 명인 존 피펜(56)의 가족은 변호사를 통해 범인인 스티븐 패덕의 재산동결 청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패덕이 총기 24정을 보관하며 머물렀던 만델레이 베이 리조트 앤드 카지노와 모회사인 MGM 리조트를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인구 100명당 총기 소지자 수는 여전히 미국이 압도적으로 1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와 같은 총기 난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미국 정부와 국민들은 자신들의 안전이라는 입장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해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 25일 세종시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이후 27일 경기도 화성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또 발생해 사회적 충격을 안겼습니다. 1999년 4월 20일 미국 콜로라도 주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2007년 4월 16일 미국 버지니아 폴리테크닉 주립 대학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그리고 최근 프랑스에서 발생했던 《샤를리 에브도》 총기난사 테러에 이르기까지 총기난사 테러는 외국에서나 벌어지는 참사로 생각해왔기에 국내에서 연이어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분이 많으실 줄 압니다. 

 

우리나라는 미국 등 서구권과 달리 민간인이 총기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고, 이에 대한 법률도 엄격한 편이라 여태껏 총기 사고는 군대 내에서 일어나거나 탈영병에 의해 자행된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2012년 서산 총기난사 사건과 이번 세종시 편의점 총기난사 사건, 경기도 화성의 총기난사 사건까지 민간에서 발생하는 사례가 잦아져 사회적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출처 – 경인일보



서산, 세종시, 화성 모두 엽총 난사


2012년 충남 서산 농공단지 한 공장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으로 공장 직원 중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진 일이 있었습니다. 범인은 그 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는 성 모 씨였는데요. 당시 쉬고 있던 공장 직원 6명에게 50발을 난사하고 차량으로 도주하며 추격하던 경찰한테도 총격을 가했다고 합니다. 범인은 경찰에 잡히기 직전 음독해서 자살했는데 차량 안에서 258발이나 되는 총탄이 발견되어 자칫 더 큰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건이었습니다. 그가 범행에 쓴 총은 수렵용으로 산 엽총이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2015년 2월 25일에 발생한 세종시 편의점 총기 난사 사건으로는 3명이 숨졌습니다. 범인 강 모 씨는 편의점 주인의 전 동거남이었는데요, 1년 6개월 전 헤어지면서 편의점 투자 지분을 놓고 갈등이 심각했다고 합니다. 돈 문제와 원한 관계가 얽힌 겁니다. 이 때문에 범인은 편의점 앞에 있던 동거녀의 아버지와 오빠 등 가족 3명을 쏘아 죽이고 편의점에 불을 지르고 달아나 근처 강변에서 총으로 자살했습니다. 그가 범행에 쓴 총 역시 수렵용으로 산 엽총이었다고 합니다.

 

출처 - 한겨레

 

지난 27일 오전 경기도 화성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 역시 돈이 문제였습니다. 사업에 실패한  70대 전 모 씨는 평소 형에게 돈을 달라고 자주 행패를 부렸다고 합니다. 그는 결국 형과 형수를 총으로 쏴 죽였습니다. 총소리를 들은 숨진 전 씨의 며느리가 2층에서 탈출해 112에 신고를 했으나 전 모 씨는 현장에 도착한 남양파출소 이강석 소장과 이 모 순경에게 들어오지 말라며 경고사격을 했습니다. 하지만 전 씨를 설득하러 집 안으로 들어가려던 이강석 소장은 전 씨가 쏜 총에 맞아 숨지고 말았습니다. 이 사건 역시 사냥용 엽총이 사용되었습니다. 


총기 단속해도 사용 시에는 현실적으로 막기 힘들어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비하면 총기 소유 자체에 대한 제재나 관리가 엄격한 편이고, 제조부터 판매까지 규제가 잘되는 편입니다. 우리나라의 총포, 도검, 화약류 등의 단속법은 총포를 권총, 소총부터 금속 탄알과 가스 등으로 쏠 수 있는 장약 총포, 공기총은 물론 총 포신, 기관부 등 부품까지 광범위하게 포함시켜, 직접 쏠 수 없는 총의 부품이라 할지라도 총 전체와 마찬가지로 제조, 판매, 소지의 경우 국가의 허가를 받게끔 규정하고 있습니다. 

 

총기류를 부품 상태로 수입하거나 무허가로 제조하는 업소를 규제하려는 의도입니다. 또한 총포는 제조, 판매, 수출입 등 모든 과정에서 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아야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제조소나 판매소도 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판매소 위치나 구조, 시설, 심지어는 판매하는 총포 화약류의 종류를 바꿀 때에도 허가가 필요합니다. 수출입은 건마다 경찰청장의 허가가 있어야 하고 공공의 안전 유지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시 허가가 난 업체라도 수출입을 금지할 수 있습니다. 소지자도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소지할 수 없게 되어 있어 사실상 법령과 규제 면에서 보자면 총포 관련된 장사는 사실상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어 보일 정도로 강한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그럼에도 민간 영역에서 총기 사건, 사고와 밀반입 사건은 꾸준히 발생했습니다. 압수되는 불법 총기류 수도 과거보다 늘었습니다. 2014년 7월까지만 해도 3정의 실제 총기를 포함해 132정의 불법 총기류가 적발되는 등 밀반입 시도마저 계속되고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문제는 총기류의 부실한 관리와 실제 사용 목적과 달리 사용되는 일을 규제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2012년 서산 총기난사 사건, 지난 2월에 발생한 세종시 총기난사 사건과 경기도 화성 총기난사 사건에 사용된 엽총은 모두 수렵용으로 등록된 것이었으나 범행에 사용되었죠. 현재 일반인이 구입해 경찰서에 보관했다가 수렵용으로 허가받아 꺼내 쓸 수 있는 엽총의 경우 3만 8000정 이상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수렵 기간에는 포획승인증, 수렵면허증 등이 있으면 총기를 쉽게 사용할 수 있어 늘 문제의 여지는 잠재해 있습니다. 이번 세종시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인 강 모 씨도 공주 신관지구대에서 포획승인증과 수렵면허증을 제시하고 총을 찾아간 것으로 파악되었죠. 이처럼 수렵용으로 총을 사용하겠다고 받아간 다음 이를 사람을 죽이는 등의 범죄용으로 활용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현재로는 전무합니다. 이 때문에 수렵 기간에 총을 내준 뒤 실시간 연락 체계를 구축하는 등 수시로 총기류를 점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방지책 마련이 줄곧 제기된 것도 다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수렵 활동과 총기 소지 자체를 막지 않는 한, 수많은 총기 사용자의 동선을 일일이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또한 민간의 총기를 통제한다고 해도 총기 난사 학살로 유명한 1982년 우범곤 사건같이 경찰관이 무기고에 있는 총기와 수류탄을 탈취할 경우 속수무책입니다. 우리나라는 성인 남성 대부분이 군 복무 경험이 있어 총기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총기 사건이 확대된다면 그 파급 효과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미국처럼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나라였다면 이미 망해도 백번은 망했을 거란 말이 우스갯소리로 넘길 일만은 아닙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최근 일어난 민간 총기난사 사건의 경우 재산 관련 분쟁으로 국한하여 의미를 축소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 분노가 많이 쌓여 있기에 다른 범죄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분노를 낮추는 일에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떤 책은 우리나라를 '분노사회'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서산 총기난사 사건의 경우 공장 직원들에게 집단따돌림을 받았던 용의자의 울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추정이 있습니다. 또한 세종시 총기난사 사건과 화성의 총기난사 사건은 돈 문제와 원한 관계가 겹쳐진 문제였습니다. 작년에 22사단 지역에서 발생한 GOP 총기난사 사건을 포함해 군대 내 총기, 수류탄 사건도 따지고 보면 따돌림과 학대 등이 원인이 되어 내재한 울분을 이기지 못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총기 범죄가 드문 우리나라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살상력이 강한 수렵용 총기 관리를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총기 규제 정책 자체는 엄격하다곤 하나 총기류 관리를 허술하게 방치하는 일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닙니다. 세종시 사건에서 드러났듯 경찰이 엽총 1정만 반출하도록 한 규정을 어기고 두 정을 내준 일도 있었으니까요.

 

화성 총기난사 사건의 경우 전 씨가 16~26일 사이에 12차례나 총의 입출고를 반복했으나 경찰은 아무런 의심 없이 총기를 반출해주었습니다. 70대 노령의 총기 소지자가 연휴를 제외한 7일 동안 6차례나 총을 출고했음에도 이에 대해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않았다고 하니 관리의 허술함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 아닌가 합니다.

 

또한 현행 법령은 화약 사용 분량을 규제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초과한 실탄을 사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총을 반출하면서 경찰이 실탄은 확인하지만 엽총탄의 경우 문제 삼지 않는 것 역시 문제입니다. 그리고 조금 다른 측면이지만 화성 총기난사 사건 대응 과정에서 해당 지역 파출소장이 방탄복을 착용하지 않고 범인을 설득하다가 순직한 것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총기 사건에 필수적인 방탄복이 대간첩 작전이나 대테러 장비로 분류되어 있어 경찰에 지급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한국총포협회 관계자는 실탄 종류에 따른 관리 규정을 강화하고 총기류의 추적이 가능하게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총기 소지자가 수렵장으로 향하는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향하는지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촉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또한 폭력 성향으로 범죄 경력이 있는 이들이 총기를 소지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등 총기 소지 허가제를 더욱 엄격하게 운용하고 수렵 해제 기간에 총기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일 것입니다.

 

아울러 지난 28일 《한겨레》 신문 기사에서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인 표창원 씨가 화성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가족 구성원 사이의 갈등이 심해지고 갈등 조정자가 없어지면서 분노 조절을 못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한 내용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 전반의 분노를 낮추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과 사회적인 안전망을 구축하는 작업을 병행하는 데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노력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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