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오늘은 신간 《키워드 오덕학―자생형 한국산 2세대 오덕의 현재 기록》을 소개합니다. 덕후 또는 오덕은 ‘특정 분야의 정보나 관련 상품, 지식을 적극적으로 수집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유래해 이미 오래 전부터 생명력을 얻고 있는 한국식 표현이지요. 우리의 오덕 문화는 일본의 영향을 받았으되, 그 말이 쓰이는 맥락은 태반이 혼란스럽거나 혼동되거나 심지어는 적잖게 달라지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의 ‘오덕’은 일본의 ‘오타쿠’와는 또 다른 맥락성을 지니고 자생해가고 있는 중인데요. 《키워드 오덕학》은 ‘웹툰(WEBTOON)/오타쿠/코스프레/야오이 그리고 BL/OSMU(ONE SOURCE MULTI USE)/기록과 통계/백합(百合)/모에(萌)/지역 캐릭터/짤방/병맛/츤데레에서 얀데레까지/서브컬처(subculture)’에 이르는 총 13가지 키워드(열쇳말)를 통해 오덕 문화가 우리네 현실과 닿아 있는 접점이 무엇인지 상세히 살펴봅니다. 한마디로 《키워드 오덕학》은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땅의 ‘오덕 문화’를 충실히 소개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타쿠에 대한 부정적 인식

 

'덕후'의 어원이라 할 수 있는 '오타쿠'(おたく)는 일본에서도 멸칭으로 시작되었다. 칼럼니스트 나카모리 아키오는 《만화 브릿코》 1983년 6월호부터 실은 칼럼 〈'오타쿠' 연구〉에서 오타쿠를 '안경에 파묻혀 영양실조 걸린 하얀 돼지 같은데' '엄마가 사준 옷 차려입고' '세기말적으로 어두컴컴하다가 만화 행사장에선 잔뜩 모여 활개 치는' '남창 같은 구석이 있어 여자를 사귈 수 없을 것 같은 놈들'이라고 묘사했다. 명색이 연구란 말을 제목에 달아놓은 글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감상적 악담을 쏟아낸 까닭에 연재가 중단되긴 했으나 이 칼럼은 '오타쿠'라는 용어의 정립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러다 1989년 미야자키 츠토무가 도쿄·사이타마 연속 여아유괴 살인 행각을 벌이자 일본 사회는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일본 경찰은 처음으로 프로파일링 수사기법을 동원해 범인을 검거했다. 그런데 그의 집에서 5763개의 비디오테이프가 발견되고, 그 안에 호러 영화와 로리콘 성인물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언론은 '오타쿠=잠정적 범죄자'란 부정적인 인식을 유포하기에 이른다. 미야자키 츠토무는 '롤리타 콤플렉스 살인귀'라고 불렸다. 이 때문에 한동안 일본에서 오타쿠는 시각 기호로 창작된 캐릭터에 집착해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범죄 예비군 정도로 인식되었다. 2008년까지 NHK는 오타쿠를 금지어나 다름없는 방송 문제 용어로 구분하기도 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후 오타쿠에 대한 인식이 재정립되고 그들이 심취한 산업의 규모가 재조명되면서 인문학적 연구가 거듭되고 있다. 이로써 오타쿠는 '꽂히는 취향에 일정 이상으로 몰입하는 사람'을 뜻하는 표현으로 일반화하는 지리멸렬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한때 일본의 신어사전은 오타쿠를 '만화, 애니, 비디오게임, 아이돌 등 허구성 강한 세계관을 좋아하는 이들을 일컫는다'라고 정의한 바 있지만, 현재 오타쿠의 관심 대상은 철도나 밀리터리, 성우, 특정 인물 등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우리의 덕후 문화, 어디까지 왔나?

 

'덕후' 또는 '오덕'은 '특정 분야의 정보나 관련 상품, 지식을 적극적으로 수집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일본어 ‘오타쿠'에서 유래해 오랜 시간을 거쳐 생명력을 얻고 있던 한국식 표현이었다. 그런데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을 넘어 다수의 일반 한국 대중 사이에서 '오덕'이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된 건 TV 프로그램 〈화성인 바이러스〉(tvN, 2009. 3. 31~2013. 11. 26)였다. 2010년 1월 27일자 〈화성인 바이러스〉 프로그램은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안는 베개(끌어안고 잘 수 있는 등신대 베개)를 들고 나와 "이 캐릭터와 혼인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출연자를 소개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 조롱처럼 돌아다니던 '안여돼'(안경 여드름 돼지)형 인물이 화성인(=상식 밖 인물)의 대표주자 '덕후'의 표상으로 정립되는 순간이었다. '오덕' '덕후' 부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대중에게 고정된 것이다.

 

이를 보면 한국의 '오덕' 또한 일본 ‘오타쿠’의 전철을 밟은 듯하지만, '오덕 문화'는 거기에 머무르고 있지만은 않았다. 웹툰이 상업적 정립 10년을 넘긴 2013년을 거치며 미끼 상품에서 벗어나 콘텐츠와 상품으로서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로, 덕후 문화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향유층과 함께 나이를 먹기 시작했다. 문화 코드란 시간이 지나면서 원래 정의되던 범위 바깥으로 확장하며 경계를 무너뜨리고 급기야 멸칭마저도 유희화하는 현상을 겪게 마련이고 그러지 못하는 문화는 역설적으로 박제화하거나 사멸하는데, 오덕 문화는 다행스럽게도 확장되기 시작했다.


근래 화제를 모은 TV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능력자들〉(MBC, 2015. 11. 13~2016. 9. 8)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인류는 덕후들의 능력으로 인해 진화되었다" "당신의 덕심이 바로 당신의 능력이다"(프로그램 소개 중에서)라며 '덕후'를 별다른 주석문 하나 없이 전면에 내세웠다. 재밌는 건 〈능력자들〉이라는 프로그램의 제목 자체다. 말 그대로 덕후를 '능력자'로 지칭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여기서 한술 더 떠 "개개인의 전문성이 나라의 경쟁력이 된다"라고까지 피력했다. 새로운 프로그램의 등장 정도로 여길 수도 있겠으나, 어떤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상전벽해라는 말이 어울릴 법한 변화로 비치는 현상 이었다. 여기서 어떤 사람들이란 바로 덕후들, 바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TV 미디어가 '능력자' 이전에 '화성인'으로 분류했던 이들을 의미한다.


아스카(〈신세기 에반게리온〉 여주인공 가운데 한 명)를 향한 애정을 감추지 않는 연예인과 〈도라에몽〉에 미쳐 사는 몸짱 훈남 연예인처럼 사회적 인지도와 실력을 갖춘 그럴싸한 오덕층의 출현은 스스로를 덕이라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이 대부분일 일반 대중에게는 나름대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어라? 우와? 세상에?' 하며 놀라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그런 사람이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많다는 생각에 도달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들이 '사회성 결여' 같은 비상식적 면모와 거리가 멀다는 점도 인지하게 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 모두는 어느 무언가에는 '덕'이다. '덕질'이 즐거운 유희가 되는 시점에 '오덕·덕후=안여돼' 프레임은 힘을 잃게 된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 창궐하던 사방천지의 덕질 놀이가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TV라는 절대적 대중문화 살포 도구(!)에까지 침투하고 있다. '오덕' '덕후' '덕질'이라는 말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나 〈능력자들〉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다. 〈능력자들〉에 출연한 이들은 겉보기에 멀쩡하고 자기 일에도 충실했다. 더구나 관심 대상을 향한 애정과 노력은 실제 해당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조차 혀를 내두르다 못해 "너 이쪽으로 와라"라며 취업 제안을 즉석에서 받을 만큼 전문성마저 갖추고 있었다. 오덕들의 노력과 지식은 '덕질'이라는 범주 안에 놓이지 않아 왔을 뿐 덕후 문화가 애먼 논란 속에 정체를 겪고 있던 시기부터 이미 쌓이고 있었던 것들이다. 우리 시대의 흐름이 이들이 쌓아온 면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칭찬할 수 있는 데까진 온 것이다.


 

오덕 문화가 우리네 현실과 닿아 있는 접점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오덕 문화가 새로운 경제 동력이 되고 있다. 이들이 몰입하는 분야를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 게임 같은 콘텐츠 시장이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이면 이 분야만 약 1700억 달러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오타쿠 시장의 규모를 알려주는 단적인 자료가 있다. 2004년 8월 24일 노무라종합연구소(野村総合研究所)가 발표한 〈마니아 소비층은 애니메이션, 만화 등 주요 5개 분야에서 2,900억 엔 시장—오타쿠층의 시장 규모 추계와 실태에 관한 조사〉라는 보도자료를 보면 '애니메이션/만화/게임/아이돌/조립PC' 다섯 개 분야에 걸친 오타쿠들의 소비 시장 규모는 2900억 엔(약 2조 9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콘텐츠 관련 네 개 분야, 즉 애니메이션, 아이돌, 만화, 게임 산업 전체의 시장 규모는 약 2조 3000억 원이며 이 가운데 오타쿠 소비층이 금액 기준 11퍼센트를 차지했다. 이처럼 오타쿠는 구매 의욕이 높을 뿐 아니라 커뮤니티 형성의 핵심, 차세대 기술 혁신의 장, 신상품 실험 대상으로서의 가치도 높아 산업 관점에서 기대되는 역할이 큰 모집단이라 할 수 있다. 오타쿠든 한국화한 오덕이든, 이들에게 통하는 코어한 부분을 이용하려면 이들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오덕들의 문화와 역할은 일본의 오타쿠들과는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되 다르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더욱 달라질 것이다. 이 때문에 《키워드 오덕학》의 저자는 '오덕'을 '오타쿠'와 단순 동의어로 놓고 용어를 해설하기보다는 우리나라의 오덕 문화가 우리네 현실과 닿아 있는 접점이 무엇인가를 찾아보려 노력했다. 이 책의 특징은 일본에서 유래한 '바닥 문화'를 파고드는 차원이라기보다 우리나라에서 오덕 문화와 개념들이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가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제목이 《키워드 오타쿠학》이 아닌 《키워드 오덕학》인 까닭도 여기에 있다. 우리에겐 우리에게 맞는 '오덕' 담론이 필요하다. 아울러 앞으로도 더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 책이 그 시발점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람을 공유하고자 한다.


 

지은이 

 

서찬휘
본명 임채진. 1979년생. 1998년 이후 지면과 형식을 가리지 않고 만화 이야기를 해온 만화 칼럼니스트. 자생한 한국산 2세대 오덕으로 한국 오덕 문화의 흐름과 성격을 역사라는 맥락 안에서 꾸준히 탐색하고 정리해왔다. 만화, 애니, 성우, 애니송, 라이트노블 등을 덕질하다 현재는 만화를 중심으로 정착 중. 만화 정보 웹진 《만화인manhwain.com》 운영을 비롯해 대학 강의, 인터뷰, 팟캐스트 진행, 전시 기획, 세미나 기획 및 진행, 캘리그래피 등 만화와 연관성 있는 일들에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차례

 

들어가며 _자생형 한국산 2세대 오덕의 현재 기록

 

01. 웹툰(WEBTOON)
‘MADE IN KOREA’ 만화 형식 웹툰의 정립 과정과 대외 브랜드화 현황에 관하여

-생각할 거리들

 

02. 오타쿠
‘화성인’에서 ‘능력자’까지, ‘덕후’의 즐거운 위상 변화

-생각할 거리들

 

03. 코스프레
불분명한 유래 집착과 일본 콤플렉스를 넘어서

-생각할 거리들

 

04. 야오이 그리고 BL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섹슈얼리티 판타지

-생각할 거리들

 

05. OSMU(ONE SOURCE MULTI USE)
똑바로 서지 못한 원 소스, 멀티 유즈가 무시한다

-생각할 거리들

 

06. 기록과 통계
한국 만화가 진정 튼튼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

-생각할 거리들

 

07. 백합(百合)
소녀(여성) 간의 우정과 유대에 천착한 판타지 픽션

-생각할 거리들

 

08. 모에(萌)
극단적으로 부품화한 취향 코드와 언캐니밸리

-생각할 거리들

 

09. 지역 캐릭터
한국에서 ‘쿠마몬 성공신화’를 바라고 싶다면

-생각할 거리들

 

10. 짤방
이미지 속 맥락의 만화적 재해석

-생각할 거리들

 

11. 병맛
조롱을 내재화한 이 시대의 산물

-생각할 거리들

 

12. 츤데레에서 얀데레까지
상반된 마음의 간극을 부품화하다

-생각할 거리들

 

13. 서브컬처(subculture)
오타쿠 컬처? 문화콘텐츠?

-생각할 거리들

 

마무리하며 

 

 

한국의 웹툰에 열광한 2013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활판인쇄술로 인류의 역사를 크게 뒤바꾼 구텐베르크의 나라 독일에서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세계 최대 책의 축제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작년에 작은 이변이 있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우리나라 웹툰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웹툰에 <신의 탑>을 연재하는 SIU 작가와 <갓 오브 하이스쿨>을 연재하는 박용제 작가, <노블레스>를 연재하는 손제호, 이광수 작가의 사인회에 해외 팬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출처 - 네이버
 

한국에서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웹툰 작가들이지만 외국에서의 인기를 장담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이들 작품이 네티즌들의 자발적 번역이나 해적판 출판본을 통해 어느 정도 알려졌음을 몇몇 지표로 어림짐작해왔을 뿐이다. 그런 이들의 사인회가 열린 10월 12일과 13일 이틀 동안, 도서전 현장에는 경비 요원이 출동할 정도로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길게 줄지어 선 많은 유럽인들은 웹툰 속 캐릭터를 하나하나 호명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의 작가를 직접 만났다는 사실에 열광했다. 첫날 두 시간 동안 사인을 했지만 길게 늘어선 줄을 다 소화하지 못했다. 다음날 이어진 사인회에서는 아예 번호표를 나눠줬다. 베를린에 산다는 오무트(26) 씨는 “<신의 탑> 작가가 온다기에 프랑크푸르트까지 달려왔다”며 만화 속 캐릭터 이미지를 전부 출력해와 SIU 작가에게 건네며 사인을 부탁했다. 한 유럽 팬은 <노블레스>의 캐릭터를 직접 그려와 이광수 작가에게 건네기도 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어린이날만 되면 만화책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화형식을 벌이곤 했습니다. 만화는 한마디로 문화계의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는데요, 그런 만화가 2000년대에 들어 IT와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저변을 확대함으로써 다양한 연령대에 수용되고 영화, 드라마 등의 원천 소스로 대접받으며 한류의 선두주자로 평가받게 된 데에는 웹툰, 특히 네이버 웹툰의 공이 적지 않습니다. 웹툰은 '지식in' 서비스와 더불어 네이버 브랜드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런 네이버 웹툰이 2014년 6월 23일에 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축하할 일입니다.


네이버 웹툰 10년, 후발 주자에서 콘텐츠의 광맥으로 거듭나다

출처 - 네이버

2014년 6월 23일 10주년을 맞이한 네이버 웹툰은 10주년 캠페인 페이지( http://campaign.naver.com/webtoon/)를 개설하며 여태까지 네이버 웹툰의 면면을 공개했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네이버 전체가 아닌 네이버 웹툰만을 대상으로 10년간 누적 조회수가 약 300억 회에 이른다는 사실입니다. 단순 계산으로도 한 달 평균 네이버 웹툰을 2억 5000만 번을 본다는 얘깁니다. <신의 탑> 2부 20화 같은 경우는 댓글이 무려 70만 개가 달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세계인이 열광할 만하다는 점을 실감케 했습니다. 무시무시한 주목도와 더불어 네이버가 만화가들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수익 플랫폼은 만화가들의 살림살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네이버 웹툰 작가 중 최고의 수익을 올린 사람은 웹툰 수입으로만 월 7800만 원을 벌어들였다고 합니다. 잘 나가는 대기업 종사자의 연봉을 한 달 만에 벌어들이다니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군요. 2013년 인기를 끈 네이버 웹툰 작가들은 광고까지 찍으며 이제 네이버라는 브랜드 전체를 상징하는 인사가 되었습니다.

출처 - 네이버

하지만 네이버가 웹툰을 가장 먼저 시작한 매체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업계에 뒤늦게 진입한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웹툰의 문을 연 건 인터넷 포털과 마찬가지로 전통의 강자 야후였습니다. 2002년 3월 '카툰세상'이란 제목으로 야후코리아가 포문을 열었고 뒤이어 파란닷컴이 무료 웹툰을 처음 선보였습니다. 2003년 다음 만화속세상으로 웹툰에 진출한 다음은 강풀과 윤태호라는 스타 작가를 중심으로 웹툰의 선두주자가 됩니다. 이후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끼> <26년>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의 작품은 웹툰이 영화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출처 - 채널예스


네이버 웹툰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출처 - 지디넷

네이버 웹툰은 많은 매체가 성공을 거둔 시점으로부터 2년이나 지난 2005년 연말에 이르러서야 론칭했습니다. 그 시작은 무척 초라해서 담당 직원 1명의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서비스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곧 유입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2010년부터 독립된 사업 부문으로 팀이 꾸려질 정도로 성장합니다. 인터넷 업계의 많은 사업이 그러하듯 단기간에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추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인데요. 그렇다면 네이버 웹툰은 어떻게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포털 업계에의 후발주자였던 검색 기업 네이버가 한게임이라는 문화 산업과 합병함으로써 급성장했던 역사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생각비행이 펴낸 《브랜드 임팩트》는 대한민국 브랜드 역사 120년을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네이버를 소개합니다.



네이버와 다음은 인터넷 시장의 후발 주자 그룹의 일원이었다. 네이버는 게임 업체인 한게임을 인수합병하면서 인터넷 포털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 매김을 하게 된다. 네이버가 인수한 한게임은 오픈 3개월 만에 100만 회원을 모았고, 9개월 만에 페이지뷰 기준 세계 게임 사이트 1위에 오를 정도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이런 성장세를 뒷받침할 시스템이 뒤따르지 못했다. 자칫 대형 서비스 장애로 이어져 사용자들이 순식간에 떠날 위험도 상존했다. 결국 한게임은 포털 네이버와 손을 잡았다.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과 한게임 창업자 김범수는 대학과 삼성SDS 입사 동기였다. 이로써 검색과 게임이라는 인터넷의 핵심 수익 모델을 모두 갖춘, 세계 인터넷 시장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갖춘 회사가 탄생했다. 두 회사의 합병은 단순한 검색업체와 게임업체의 만남을 넘어서는 시너지 효과를 냈다. 한게임 이용자들이 대거 네이버로 몰려들었고 게임 유료화를 통해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비판론을 잠재우며 수익을 창출해나갔다. 네이버는 늘어난 사용자층을 기반으로 다채로운 서비스를 꾸밀 수 있었다. 강력한 사용자 기반은 검색 광고 사업의 핵심 자산이 되었다. 네이버의 트래픽이 한게임으로 흘러갔다. 네이버가 흔들릴 때엔 한게임이, 한게임이 어려울 때엔 네이버가 회사의 중심을 잡아가며 강력한 웹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렇게 네이버는 포털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다.

―《브랜드 임팩트》 327쪽, (전병길, 생각비행)

이미 한게임과의 합병 경험을 통해 네이버는 문화 산업과 검색 서비스의 선순환을 체득하고 있었고 이 경험이 이후 지식in과 웹툰으로 이어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네이버의 본격적인 성장은 지식in 서비스를 런칭하고부터인데요. 다른 포털에서는 미처 제공하지 못했던 이용자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캐치한 서비스가 주효했습니다.

출처 - 지디넷


네이버가 다음을 앞선 것은 2002년 ‘지식인(iN)’서비스를 출시하면서부터다. 다른 포털에서는 ‘맛집’ ‘강남’ 등의 단어로 검색해서 얻던 결과를, 네이버에서는 ‘강남에서 스테이크 맛있는 곳’같이 한국어와 한국인 생활양식에 맞는 구절로 검색해 바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는 사용자가 궁금해하는 모든 것을 물어보도록 했고, 그에 적합한 답을 내놓았다. 네이버는 검색에 강하고 지식인 서비스를 통해 다른 포털이 주지 못하는 가치를 제공했으며 블로그, 카페와 같은 커뮤니티 플랫폼을 통해 네이버만의 브랜드 가치도 높여나갔다.

―《브랜드 임팩트》 328쪽, (전병길, 생각비행)

네이버 웹툰은 이용자들이 원하는 바를 다시 한 번 정확히 잡아냅니다. 인터넷 이용과 모바일 환경이 조성되면서 장시간의 휴식을 재밌게 보내고 싶은 욕구를 웹툰 서비스로 풀어낸 것이죠. 실제로 요일별로 정해진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은 인터넷에서 네이버 웹툰이 처음으로 시도했습니다. 이용자들로 하여금 웹툰을 통해 네이버에 요일별로 색다른 기대를 하게 만든 것이죠. 브랜드 충성도를 올리는 방법의 하나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네이버와 다음의 웹툰 담당자들은 지금의 무료 웹툰 서비스는 프로모션 플랫폼이며 포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한편 만화 창작 환경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양자적 역할을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만화 및 콘텐츠 산업의 선순환을 이끌어내는 플랫폼이 될 거라는 얘깁니다.

출처 - 네이버

지난 10년 동안 네이버 웹툰은 주류에서 아무도 인정하지 않던 만화 산업을 차세대 한류의 선두주자이자 다른 영상 문화의 무궁무진한 광맥으로 키워냈습니다. 앞으로도 네이버 웹툰의 도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7월 네이버는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해 라인 웹툰을 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영어권 대상 작품 44개, 중화권 대상 작품 52개 등 각 언어권에 적합한 작품을 선정해 제공하기로 하고 번역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2013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네이버 웹툰 전시관을 다녀간 2만 명이 넘는 방문자와 각종 판권 상담과 작가 사인회 성황 등으로 비춰볼 때 네이버는 성공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까요? 영화, 음악에 이어 웹툰 서비스로 우리나라 만화가 세계 속에 널리 알려지길 바랍니다.

다만, 《브랜드 임팩트》에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네이버를 꼽으면서도 비판적 지지를 보내는 저자의 충고를 네이버와 네이버 웹툰이 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네이버는 포털 시장을 장악해 한국의 온라인 지식 생태계를 독점하며 콘텐츠의 재생산 구조를 어렵게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14년 현재 네이버의 국내 포털 시장점유율은 74퍼센트 수준이다. 네이버라는 하나의 울타리가 곧 국내 인터넷 전체 울타리의 절대적인 위치에 있다는 지위를 이용해 서비스 연계를 통해 벤처나 중소사업자들의 시장까지 싹쓸이하고 있다는 게 비판의 골자다. 강력한 플랫폼 리더십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점, 이에 따라 경쟁사들은 불공정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중략) 과연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브랜드 파워를 활용한 독점과 베끼기를 통한 경쟁자 고사 전략이 얼마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브랜드 임팩트》 330~331쪽, (전병길, 생각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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