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특검이 사상 처음으로 수사 연장 요청을 하지 않기로 결정해 정치권이 소란스럽습니다. 지금까지 모두 13번의 특검이 있었는데 수사 기간 연장 요청이 없는 특검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시다시피 특검은 필요하다고 생각할 경우 30일간 추가 수사 기간을 대통령에게 요청할 수 있죠.

 

이번 드루킹 특검은 상당히 의욕적인 출발을 보였지만 용두사미 같은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특검 쪽에서는 더 이상 조사나 수사가 적절치 않다는 이유를 댔는데요, 여당과 야당은 각기 자신들의 형편에 맞춘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출처 – JTBC 유튜브


민주당은 역대 최악의 정치특검으로 뭐 하나 시원하게 밝혀진 바 없이 핵심 의문이 그대로 남았으며 고 노회찬 의원을 비롯해 정치적으로 죽이거나 죽이려는 시도만 많았던 특검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이 특검팀에 유무형의 압력을 가했기 때문에 수사 연장을 포기한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이 때문인지 자유한국당은 특검도 안 되니 국정조사를 하자며 드루킹 사건을 계속 물고 늘어질 작정으로 보입니다.


출처 - 뉴스1


하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인 김경수 도지사를 두 차례 소환하고도 특별한 혐의를 밝히지 못한 특검팀이 구속영장까지 기각되며 동력을 잃었다는 평이 일반적입니다. 무엇보다 자유한국당으로서도 드루킹 사건으로 촉발된 포털과 커뮤니티의 매크로 여론 조작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 현 사안을 무작정 밀어붙이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출처 - 한겨레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2007년 대선을 비롯한 각종 선거운동 기간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포털에 댓글을 다는 등 여론을 조작한 정황이 이미 지난 6월 드러난 바 있습니다. 정당 차원에서 공식 선거운동 조직이 매크로를 활용해 여론 조작을 벌인 정황이 확인된 건 한나라당이 처음입니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한나라당 모 의원 사무실에서 일한 사람의 내부 폭로가 나왔죠.

 

그가 공개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네이버 등 포탈사이트 검색 1순위 작업 대책 시행 바람", "야간 매크로 세팅하겠습니다" 같은 작업 용어와 "매크로 했니?"라고 직접적으로 확인하는 한나라당 상황실장의 문자도 있었습니다. 그는 2007년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의 사이버팀에 파견되어서도 매크로를 통해 여론 조작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에는 박근혜 측이 새누리당 후보 캠프에서 온라인 여론 조작이 불법이라는 내부 경고를 묵살하고 이를 강행했다는 증언까지 나왔습니다. 사실 매크로 여론 조작의 경우 제대로 파면 팔수록 오히려 자유한국당의 입지가 좁아지는 결과가 나올 것 같군요.


출처 - 연합뉴스


정치권의 왈가왈부를 뒤로 하고 허익범 드루킹 특검팀은 25일 종료를 앞두고 마무리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불구속 기소는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송인배 백원우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처분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특검이 수사력을 집중하는 부분은 김경수 지사의 불구속 기소입니다.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 기소 사건은 공소 제기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1심을 끝내야 해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김경수 지사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구속 영장 기각, 수사기간 연장 포기 등 여태까지의 모습을 보면 특검이 혐의 입증에 필요한 명확한 증거를 법원에 제시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죠.

출처 – 시민의 소리


법을 어겼다면, 특히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와 관련해 법을 어겼다면 처벌받아 마땅합니다. 그 사람이 권력자라면 더욱 그렇죠. 하지만 과연 이번 드루킹 사건이 한 정치인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고 정치권을 뒤집을 만한 사건이었을까요? 그리고 이 특검을 밀어붙인 자유한국당이야말로 여론을 조작했다면 이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죄 지은 만큼 벌을 받을 수 있는 재판이 진행되길 바랍니다.

드루킹 이야기로 세간이 뜨겁습니다. 이른바 포털 댓글을 이용한 여론조작 사건입니다. 드루킹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김동원이 민주당을 옹호하는 댓글 작업을 하다가 자신의 청탁이 거절당하자 바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댓글 작업을 한 것을 보면 신념이나 줏대 없이 눈앞의 이익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만 보입니다. 수사가 이어지면서 드루킹이 박사모 회원에게 접근해 2012년 대선에서는 박근혜가 반드시 대통령이 되니 줄을 대달라며 청탁을 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입신을 위해서는 이념에 상관없이 어디든 들러붙는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드루킹이 2010년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설립한 느릅나무 출판사는 8년간 책을 한 권도 출간하지 않은 유령 출판사입니다. 사실상 경제적 공진화 모임의 영향력 키우기와 여론몰이가 그의 주업이었던 셈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드루킹 사건에 대해 정치적 뒷배의 사주를 받아 댓글공작을 했고, 그 대가로 인사청탁을 하고 김경수가 그걸 들어주었다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한마디로 더불어민주당과 드루킹 사이에 부당한 뒷거래가 있었다는 겁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댓글조작을 의뢰한 사실이 없으며, 드루킹이 인사추천을 한 일은 있으나 누구나 추천할 수 있는 것이었고 검토 후 청와대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그만두었다고 대응했죠. 자유한국당의 의혹을 일축한 겁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야 3당은 지난 23일 드루킹 김 씨의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수사를 위한 특검" 법안과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공동 제출했습니다. 특검법 정식 명칭은 '더불어민주당원 등의 대통령선거 댓글공작 및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에 관한 법률안'으로 정했습니다. 야 3당은 제안 이유로 "드루킹 등이 19대 대선 이후 현재까지 조직적으로 댓글부대를 동원해 불법적으로 여론조작에 관여해 왔다는 보도가 계속됐다"면서 "여론조작 과정에서 청와대와 김경수 의원 등이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또 다른 야당인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당을 비롯 보수야당이 특검 여부를 국회 정상화의 전제처럼 얘기하는 부분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며 "경찰수사에서 부족한 점들은 검찰 수사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드루킹 사건이 정계의 블랙홀이 되어 국회를 마비시켰습니다. 국민도 진실이 무엇인지 의아해하는 한편 정치적 피로감을 느낍니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11개월 사이에 이번 드루킹 특검을 포함에 8번째 특검을 하자고 제기했습니다. 툭하면 특검을 요구하니 특검이 아닌 '툭검'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죠. 드루킹 사건에 대해 경찰은 수사를 미루고 검찰은 모르는 척하거나 막는 신경전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보수 정치권이 요구하는 특검도 특검이지만 국민은 무엇보다 '댓글조작'에 상당한 거부감을 느낍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국방부와 국정원 같은 국가기관의 댓글조작 행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전례를 이용하여 또다시 판을 흔들려 하는 세력이 있다면 이는 중대한 범죄행위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드루킹 사건 때문에 사람들은 터무니없는 음모론에 빠지기도 합니다. 여론조작은 사회의 건강한 토론과 의사소통을 오염시키는 병균입니다. 우리는 이런 병균에 감염되어 음모론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드루킹 사건의 실질적인 문제는 네이버 댓글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여론조작이 가능하게 되어 있었던 부분입니다. 네이버 뉴스 기사 밑에 댓글과 공감, 비공감 버튼을 프로그램을 통해 조작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일전에 생각비행이 네이버 댓글 조작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음을 말씀드리기도 했는데, 이럴 때마다 네이버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의 검증 보고서를 공개하거나,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전례가 있다 보니 네이버 측이 조작이 아니라고 해명해도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죠.


출처 - 한국일보


지난 평창 올림픽 관련 댓글 조작 의혹에 대한 청와대 청원으로 나온 조사에 의하면 네이버는 기계적 어뷰징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매크로 프로그램이나 비정상적인 댓글 및 추천 현상, 그리고 네이버 내부의 도움이 있다고 의심되는 현상이 많다는 청원자의 주장과는 다른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드루킹이 2000개가 넘는 ID와 해외 IP를 동원했다는 사실, 그리고 무엇보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한 여론 조작이 가능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걸 보면 당시 네이버의 발표를 믿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댓글부대의 집단 움직임을 묵과해왔던 이유는 방문자들의 체류 시간을 늘려 수익을 유지하려는 꼼수였다고 비판합니다. 댓글창도 PV를 올려 일종의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 네이버는 매크로를 자동 포착해 차단하지만 개인이 ID 2~3개를 쓰는 건 댓글부대인지 개인인지 알 수가 없어 대처하기 애매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인터넷 사업자의 공정성과 투명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가짜뉴스와 개인정보 유출로 청문회에 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도 이제 대한 대처가 어렵다는 식으로 답변한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포털에서 댓글 창을 아예 없애버리자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제기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애매합니다. SNS로 의사소통이 상당 부분 옮겨 간 지금, 기사에 달린 댓글 창을 없애더라도 가짜뉴스나 여론조작 시도가 사라지지는 않을 테니까요. 실명제도 큰 의미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실명으로 가입하게 되어 있는 페이스북에 가짜뉴스와 온갖 음담패설과 각종 차별이 여과 없이 전시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우리는 한때 뉴스 기사 댓글창에 실명제를 적용해본 적도 있습니다. 그때라고 지금보다 낫지는 않았죠.


출처 – JTBC 유튜브


이런 이유로 해외에서는 댓글창에 제한을 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네이버는 기사의 개수와 상관없이 하루에 각각 20개까지 댓글을 달 수 있습니다. 이렇게 20개씩 모든 기사에 달 수 있고 특정 기사의 댓글을 모으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야후 재팬의 경우는 기사 1개당 1개의 댓글만 달 수 있고 댓글 달기에 동의한 언론사의 기사에만 달 수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올린 지 5분이 지나면 댓글의 수정과 삭제가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댓글을 다는 사람도 심사숙고하라는 뜻입니다. CNN이나 블룸버그, 로이터처럼 아예 댓글창을 없앤 매체도 여럿 존재합니다.


출처 - 네이버


드루킹 사건은 우리나라가 포털 여론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음을 보여줍니다. 영국 로이터 연구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이용자가 포털 뉴스에 의존하는 비율은 한국이 77퍼센트로 1위입니다. 프랑스는 36퍼센트, 미국은 23퍼센트 등으로 다른 매체, 다른 플랫폼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네이버는 인터넷 댓글조작을 막겠다며 뉴스 댓글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과다하게 댓글을 다는 사용자들의 폐해를 막기 위해 댓글 수를 제한하고 시간 간격을 도입한 것인데요, 하루에 기사 1건당 3개까지만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하는 식입니다. 공감·비공감 수도 하루에 50번 이상 할 수 없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댓글조작을 막을 수 있을까요?

 

한 명이 하나의 아이디로 댓글 달기가 어려워졌다곤 해도 여러 개의 아이디를 구비한 뒤 이를 이용하여 댓글 공세를 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런 작업을 쉽게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바로 매크로입니다. 매크로는 여러 개의 명령어를 자동으로 기억해 실행하는데요, 이를 활용하면 여러 개의 아이디를 번갈아 바꿔가며 수많은 댓글을 다는 일이 가능합니다. 매크로를 만들려면 네이버의 정보 처리 과정을 알아야 하는데 이걸 알아내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하죠. '패킷 분석 프로그램'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네이버가 댓글과 추천수 등을 어떤 식으로 처리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드루킹은 이 같은 댓글 조작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고성능 서버까지 동원한 바 있습니다.  네이버가 내놓은 대책이 보여주기식 처방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실제로 네이버가 내놓은 1차 댓글 개편안의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6일 댓글 통계 분석 사이트 워드미터는 네이버 댓글 개편안이 시행된 25일 네이버 뉴스에 달린 댓글이 31만 1373개로 집계됐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개편안이 도입되기 전인 20일 20만 4399개, 21일 36만 8454개, 22일 25만 7609개, 23일 31만 2740개, 24일 29만 926개 등의 수치와 비슷합니다. 25일 댓글을 한 번이라도 달았던 아이디의 개수 역시 12만 6655개로 24일(11만4740개)과 유사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구글과 달리 포털 내부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한 소위 '가두리 양식' 형태의 검색모델 한계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면서 '아웃링크 전환'을 고려하지 않아 드루킹과 같은 조직적인 여론 조작을 막기 힘들다고 봅니다. 아웃링크는 뉴스를 클릭하면 네이버 내부 뉴스창이 아니라 해당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해주는 방식입니다. 네이버는 그간 사용자를 내부 사이트와 콘텐츠에 최대한 오래 머물게 하는 '인링크' 모델을 고수해왔죠.

 

우리나라 포털은 여론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데도 댓글 문제를 비롯한 여론 형성에 책임 있는 자세를 아직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이번 드루킹 사건으로 포털들의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합니다. 국회도 쓸데없는 공회전을 자제하고 국민의 권익을 위해 시급한 현안을 해결하길 바랍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