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2011 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국제전자제품박람회)를 아시나요? 세계 각국의 전자업체들이 모여 스마트폰, TV, 태블릿PC 등 첨단 기기를 선보이며 그해의 화두를 던지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박람회 중에 하나랍니다. 이번 2011년 CES에서는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이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스티브 발머, 시스코의 CEO 존 챔버스 등과 함께 기조연설 키노트를 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삼성에서는 2011 CES 개막 전날인 5일 이젠 필수가 된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키노트 티저 영상 네 편을 공개했습니다. 제품이 아닌, 1시간 남짓한 키노트를 위해 무려 티저 영상까지 만든 거죠. 그것도 한 편도 아닌 네 편씩이나요.

이 티저 영상에는 브로드웨이 최고 흥행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연 배우인 제이콥 클레멘트를 캐스팅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제이콥은 윤부근 사장과 함께 키노트 현장에도 등장하여 티저에서 제시한 스토리텔링을 계속 이어 나갔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2011년 1월 7일 오전 9시 30분~10시 30분까지 진행한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의 기조연설 키노트. <기술로 구현되는 인간의 본성(A Story of Human Nature Enabled By Technology)>이란 주제로 주인공 제이콥의 성장과정을 IT 산업의 발달과 접목시킨 키노트였습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에서 이 기조연설 프레젠테이션을 생중계했습니다. 영상을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이용해주세요.

CES2011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의 키노트 Part.1( http://apps.facebook.com/samsunglive/channel_view.php?seq=87, 삼성전자 페이스북 )
CES2011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의 키노트 Part.2( http://apps.facebook.com/samsunglive/channel_view.php?seq=88, 삼성전자 페이스북 )
CES2011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의 키노트 Part.3( http://apps.facebook.com/samsunglive/channel_view.php?seq=89, 삼성전자 페이스북 )
CES2011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의 키노트 Part.4( http://apps.facebook.com/samsunglive/channel_view.php?seq=90, 삼성전자 페이스북 )
CES2011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의 키노트 Part.5( http://apps.facebook.com/samsunglive/channel_view.php?seq=91, 삼성전자 페이스북 )
CES2011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의 키노트 Part.6( http://apps.facebook.com/samsunglive/channel_view.php?seq=92, 삼성전자 페이스북 )

 

엔가젯에서 편집한 CES2011 삼성전자 윤부근(BK Yoon) 사장의 키노트 하이라이트
 
* 엔가젯의 하이라이트 영상은 자막이 없지만 삼성전자 페이스북의 영상들은 100%는 아니지만 한글 자막을 지원합니다. 풀 버전이고요. 키노트를 좀 더 자세하게 보고 싶으신 분들은 삼성전자 페이스북을 이용해주세요.

이게 프레젠테이션인지 발레 발표회인지 헷갈릴 정도로 물량공세를 펼친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IT전문 사이트인 엔가젯에서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의 이 기조연설 키노트를 Best of CES 2011 중 최고의 프레스 컨퍼런스(Best press conference)로 선정했습니다. 먼저 기사를 보시죠.

Best of CES 2011( http://www.engadget.com/2011/01/11/best-of-ces-2011/, Engadget )

정말? 하고 기사를 자세히 들여다 보니 삼성의 키노트를 비꼰 의미로 상을 준 것이더군요. 서양식 조크라고나 할까요.

엔가젯이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의 기조연설 키노트에 2011 CES 최고의 프레스 컨퍼런스 상을 수여한 것은 언뜻 보면 삼성을 최고라고 칭찬한 듯 보이지만, 실상 엔가젯이 말한 바는 이런 내용입니다. 

"우리가 꼽은 '베스트'는 삼성인데, 사실은 '베스트'라고 쓰고 '이게 뭐야?'로 읽어야 한다."

즉 키노트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는 사실을 돌려서 말한 거죠.

그러면서 엔가젯은 뒤이어 제이콥과 윤부근의 등장을 두고 '동물 모자를 쓴 이 10살배기 게으름뱅이는 아귀가 맞지 않는 말을 외치며 무대 위를 뛰어다녔다. 그 와중에 삼성 사장 BK 윤은 "인류의 삶이야말로 우리의 최우선입니다"라며 경고했고...(후략)'라고 말했네요. 미국인인 그들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백혈병 피해자들을 알고 있는 걸까요? 솔직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백혈병 피해자(관련 포스트: http://mongu.net/641, 미디어몽구 )분들을 생각하면 인간이 삼성전자의 최우선순위 운운하는 게 우습기도 합니다만, 이번 포스트는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이야기니 일단 줄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엔가젯은 CES 기조연설에 '참석한 기자들은 공짜로 받은 카라멜 팝콘을 들고 앞줄에 앉아서 누군가의 해석이 필요한 발레(동영상 보면 나오는 그 춤!)를 감상했다'며,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발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라고 칭찬하듯 비꼬았습니다. 아마도 뮤지컬을 도입한 게 재밌다기 보다 난삽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꽤 많았나 봅니다. 뭔가 대단한척해서 베스트를 주긴 줬는데, 프레젠테이션으로서의 가치는 별로 없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어떻게 보면 엔가젯이란 청자의 입장에선 삼성은 이번 키노트에서 이런 실책을 저지른 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뜻밖의 행동을 하라는 것이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방법 중에 하나이긴 합니다만, 너무 그쪽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상대를 설득한다는 프레젠테이션의 기본을 잊을 건 아닐까요? PT 자체를 만드는 데 엄청난 품을 들이는 낭비처럼 스토리텔링을 위한 스토리텔링이 되어버린 무리한 댄스 공연 도입이 무리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의 가장 큰 단점은 준비하는 시간의 90퍼센트를 표나 슬라이드 같은 자료를 만드는 데 허비한다는 점이다.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실제로 영향을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하는 데 말이다. 목적이 아닌 수단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다.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가능성을 제안하기 보다는 프레젠테이션 자체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이다.

설득의스토리텔링 상세보기


엔가젯은 일주일 후에 이 '비꼼'의 쐐기를 박습니다. 
춤추는 장면만 가득한 위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올리며 '거의 일 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는 와일드한(동물모자 쓴 아이와 이상한 춤 등을 빗댄 표현) 삼성의 CES 2011 발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이 발표를 블로그에서 생중계했고, 쇼캐스트에서 이야기도 했고 또 이 발표를 CES에서 "최고"의 발표로 선정했던 건 분명히 우리가 맞다. 그렇지만 그런 우리라고 해도 발표 속 댄서들의 광기라든지, 예상할 수 없었던 순간이나, 미래소년 졸(Zoll)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하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당신도 한번 직접 보면 우리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삼성은 유튜브에 전체 발표를 6조각으로 나눠서 올려놓았다. (아래에 그 중 첫 발표를 가져다 놨다. http://www.engadget.com/2011/01/12/samsungs-crazy-ces-2011-keynote-the-highlight-reel/) 그 전체 내용을 우리가 짧게 편집해서 하이라이트로 만들어서 위에 올려뒀다. 진짜 가관이다. 정말이다.'란 멘트로 마무리하네요.

과유불급. 삼성의 발표는 쇼로서는 성공적이었을지 몰라도 삼성의 미래 가치와 신제품을 알리기 위한 프레젠테이션으로서는 가치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겠군요. 이런 걸 보면 삼성의 키노트를 비꼬기 위해 일부러 상까지 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다음 달이면 미국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립니다. 헐리우드에서 만든 수많은 영화 중 최고의 영화를 뽑는 시상식이죠. 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 전날, 해마다 골든라즈베리시상식이 열린다는 사실을 혹시 아시나요? 아카데미상과는 반대로 한 해 동안 제작된 영화 중 최악의 영화, 최악의 배우에게 어떻게 이렇게 못날 수가 있느냐는 감탄(?)을 담아 상을 수여하는 시상식이랍니다. ^_^;;

엔가젯의 베스트 프레스 컨퍼런스로 선정한 삼성의 키노트. 2011 CES 골든라즈베리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p


인간의 행위가 올바름과 온전함을 추구해야 한다는 진리를 인정하지 않으며 관세율이 도덕적으로 온당하게 개정되어야 한다는 사실마저 거부하는 그런 권력자만큼 위험한 존재는 없다.
-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


원출처 : No Man More Dangerous( http://www.youtube.com/watch?v=5Yog7FyAFyA, 'The Erie Hall of Fame'의 유튜브 )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고자 생각비행이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의 이리 명예의 전당 2009년 수상 기념 동영상에 한글 자막을 붙여보았습니다. ^_^

1857년 11월 5일 석유 개척기 시대에 펜실베이니아 시골 마을에서 출생한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이 《매클루어 매거진》에 기고하기 시작해 명실상부한 커리어 우먼으로 자리 잡고, 총 19회에 걸친 연재 폭로기사로 록펠러의 석유 독점기업 스탠더드 오일 트러스트를 해체하는 데 영향을 끼친 이후 만년에 강연을 하며 87세로 숨을 거둘 때까지의 일대기를 간결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생각비행의 책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이 분량이 만만치 않아 부담을 느낀 분들은 이 동영상으로 타벨의 일대기를 간략하게나마 한번 정리한 다음 읽으면 한결 편하실 겁니다. 특히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본보기가 될만한 분이 아닐까 싶네요.




* DAUM에서 실시간 이슈 검색어였던 '지하철 난투극'을 클릭하면 관련검색어로 폐륜은 떠도 패륜은 안 뜨는 현실.

'그'와 '그녀'의 사정

휴일부터 오늘까지 인터넷상에서 이슈가 된 유튜브 지하철 난투극 동영상이 결국 언론 보도로 이어지며 파장이 커지고 있네요. 아직 사건의 정확한 전모가 밝혀지진 않았습니다만, 촬영에 급급할 뿐 제대로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 더 안타까웠습니다.

지하철 난투극 “대드는 학생이나, 화풀이하는 어른이나, 외면하는 승객이나…” 씁쓸( http://www.newsprim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4647, 프라임경제 )
10대소녀 vs 할머니 ‘지하철난투극’ 목격자 증언 ‘분분’( http://ntn.seoul.co.kr/main.php?cmd=news/news_view&idx=54180, 서울신문)

언론이 되었건 네티즌이 되었건 이렇게 젊은 여성이 연루된 사건은 일단 젊은 쪽을 XX녀라고 이름 붙이기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유명한 사건인 개똥녀 때부터 말이죠. 특히 이 지하철 사건처럼 어르신과 젊은 사람이 싸우게 되면 자초지종을 따지기보단 먼저 젊은 쪽을 이른바 패륜, 패륜라고 이름 붙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이름 붙일 때마다 많이 틀리는 말이 바로 '폐륜'입니다.


이번 지하철 난투극 관련해서 올라온 글들도 언론, 네티즌 가릴 것 없이 패륜폐륜으로 잘못 쓰고 있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언론은 패륜으로 정확히 쓰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만, 네티즌의 의견을 인용하면서 틀린 말폐륜를 그대로 가져온 경우가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잘못 쓰는 단어란 얘기가 됩니다.

패륜폐륜애초에 뜻이 전혀 다른 단어입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렇게 나왔어요.

패륜悖倫 : 인간으로서 마땅히 하여야 할 도리에 어그러짐. 또는 그런 현상. ≒파륜02(破倫).

폐륜廢倫 : (1) 시집가거나 장가드는 일을 하지 않거나 못함. (2) 부부간에 성생활을 하지 않음.

음, 이렇게 사전에서 뜻을 찾아 동시에 놓고 보니 인간의 도리를 못한 패륜는 당연히 시집이나 장가들기 힘들 테니 자연히 폐륜가 될 것 같아 아주 연관이 없는 단어는 아닌가 싶은 생각도 문득 드는군요. ^_^;;;

보시다시피 패륜은 당연한 인간의 도리를 지키지 못했을 때 쓰는 단어고, 폐륜은 결혼 및 부부관계에 쓰는 단어입니다. 뜻이 전혀 다른 단어라 앞으로는 쓸 때 주의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단어를 쓸 만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게 가장 좋겠고요. ^_^

어찌 됐건 아직 정확한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패륜이든 폐륜이든 아직 여중생 정도밖에 안 돼 보이는 어린아이에게 쓰기는 둘 다 마땅치 않은 말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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