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9년 3월 1일은 삼일운동 100주년이자 주말의 시작이며 뜻깊은 휴일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노는 날로 생각하면 안 되겠지만 후손들이 독립된 대한민국에서 평범하게 잘 살 수 있도록 고생하신 조상님들의 뜻을 기린다면,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푹 쉬면서 삼일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는 하루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3월 1일 하루 선조들의 뜻을 기리면서 주머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무료 행사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출처 - 한국대학신문


이불 밖을 나갈 상황이 되지 않는 분들은 이 누리집으로 전국 일주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삼일운동 데이터베이스 누리집을 열었습니다. 각종 자료를 토대로 삼일운동의 양상을 시간순으로 보여주고 국내외는 물론 지역별 삼일운동 양상을 인포그래픽으로 만들었습니다. 이곳의 그래프와 이미지들을 보고 있노라면 100년 전 통신수단도 변변하지 않은 시절 어떻게 이토록 동시다발적이고 문자 그대로 전국에서 대한독립을 외치며 들고일어날 수 있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출처 - 국사편찬위원회

 

삼일운동 데이터베이스(국사편찬위원회): http://db.history.go.kr/samil/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삼일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황제의 나라에서 국민의 나라로'라는 테마전을 엽니다. 이번 전시는 황제의 나라였던 대한제국이 국민이 주권을 지닌 나라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3부로 구성했다고 합니다. 대한국국제, 대한민국 임시헌장, 대한독립여자선언서, 3.1 독립운동가와 조선독립군가 등과 함께 삼일운동의 정신을 담은 독립선언서, 그리고 최근 문화재로 등록 예고된 이봉창 의사 선서문 진본이 공개된다고 합니다.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테마전 황제의 나라에서 국민의 나라로(국립중앙박물관) :

http://www.museum.go.kr/site/main/exhiSpecialTheme/view/upcomming?exhiSpThemId=462360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삼일운동 100주년 기념으로 3월 1일부터 3월 13일까지 상암동 시네마테크 KOFA에서 독립운동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들을 무료 상영합니다. 유관순 열사를 그린 〈유관순〉(1959), 광주학생독립운동을 배경으로 일제강점기에 숭고한 독립정신을 그린 〈이름없는 별들〉(1959)과 같이 해방으로부터 몇 년 지나지 않은 때 만들어진 고전 영화를 비롯해 문인 윤동주와 박열의 독립정신을 그린 〈동주〉(2016), 〈박열〉(2017), 일제강점기에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형상화한 〈말모이〉(2018) 등 최신 영화까지 상영될 예정입니다. 연인이나 가족과 더불어 가벼운 마음으로 나들이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해방 이후 남한 사회에 깊숙이 자리한 이념 갈등과 상처를 에세이로 풀어내는 〈할매꽃〉(2007),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과 해결되지 않은 역사 문제를 다룬 〈그리고 싶은 것〉(2012) 등의 다큐멘터리도 상영된다고 하니 시대상을 그대로 보고 싶은 분들은 꼭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출처 - 한국영상자료원


평화화 화합을 노래하다: 3.1운동 100주년 기념전(한국영상자료원) :

https://www.koreafilm.or.kr/cinematheque/programs/PI_01184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있는 DDP에서는 서울디자인재단과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삼일운동 100주년 간송특별전, '대한콜랙숀'이 3월 1일 무료로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간송미술관을 만든 전형필은 보물과 국보를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한 문화재 수호자로 유명합니다. 이번 전시가 아니면 고려청자나 조선백자 등의 도자기류는 간송미술관에서도 당분간 만나보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국보 68호인 청자상감운학문매병과 국보 294호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 등 도자기 전시 작품이 24점에 달한다고 하니 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출처 - DDP

 

삼일운동 100주년 간송특별전 대한콜랙숀(DDP) : 

http://www.ddp.or.kr/event/detail/1780?menuId=20&status=3&cateCode=


정부는 삼일운동을 계기로 수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일인 4월 11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뿌리가 되는 임시정부의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인데,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현재 여론 수렴 등의 과정을 거치는 등 임시공휴일 지정을 검토 중이어서 확정된 사안은 아닙니다만, 여론은 임시공휴일 지정을 지지하는 쪽입니다. 대한민국의 뿌리가 되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는 의미를 기리기 위함은 물론이거니와 일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 소위 '워라밸' 차원에서도 우리나라는 휴일을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독일보다 연 100일을 더 일한다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우리는 지나칠 정도로 이미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삼일절은 몸과 마음의 휴식을 찾고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으로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출처 - 공동취재단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만났습니다. 두 정상은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연내 종전 선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 설치, 이산가족 상봉 등을 천명했습니다. 평화의 분위기는 2018년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졌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0년 적대관계를 뛰어넘어 싱가포르에서 손을 맞잡았습니다.

출처 - JTBC

 

함께 대한의 독립을 외쳤던 남과 북이 두 체제로 나뉘어 동족상잔의 전쟁 포화 속에서 통일을 꿈꾸었고, 수십년 갈등과 화해의 여정을 거쳐 2018년 9월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천지 앞에서 손을 맞잡았습니다.

 

출처 - 공동취재단

 

그리고 삼일운동 100주년을 앞둔 2019년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회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8개월 만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대한민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미국의 정상이 만나 교류하고 손을 맞잡고 함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100년 전 우리 선조들이 꿈에 그리던 모습이 아닐까요? 대한민국은 이제 동북아를 넘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라는 멍에에서 벗어나 통일, 화해, 협력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남북관계에 큰 영향을 끼칠 '하노이 선언'에 과연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데요, 언론은 북미 정상 합의문이 크게 6개 부분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점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선언이 6개 부분, 즉 전문과 4개 본문, 그리고 결문으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지요. 하노이 선언 전문에는 두 정상이 전쟁 상태를 종식하고 평화 공존을 지향하겠다고 약속하는 평화 선언이 포함될 가능성이 큽니다. 본문은 싱가포르 4개 조항에서 한 발 나아가 구체적인 목표와 실행 계획에 대한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리고 결문에는 싱가포르 선언은 물론 하노이 선언에 대한 이행과 준수 의지를 표명하며 제3차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담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높은 수준의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한다면 하노이 선언은 북핵 문제 해결은 물론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획기적인 전기로 기록될 가능성이 큽니다. 삼일운동 100주년을 하루 앞둔 날, 하노이 선언을 기대하며 뜻깊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4월 13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입니다. 1919년 4월 13일, 3.1운동 정신을 계승해 일제에 빼앗긴 국권을 되찾고 자주독립을 이루고자 중국 상하이에 세워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역사적 의의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제정한 국가 기념일이죠. 국민주권과 민주공화정부를 선포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하는 대한민국이 '법치'와 '민주주의'의 힘으로 후안무치한 대통령과 그 부역자들을 끌어내리는 데 성공한 현재 시점에서 상기할 만한 날입니다.


출처 - 중부매일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일제에 맞서는 독립운동의 구심점이었습니다. 연통제라는 비밀 행정 체계를 만들어 대한민국 본토에서 독립운동을 도모하는 한편 활발한 외교 활동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기도 했죠. 파리 강화 회의에서 한국의 독립을 위해 힘쓴 일이 이런 맥락입니다. 1940년엔 광복군을 창설하여 실질적인 독립운동의 중심으로서 그 역할을 수행한 것과 아울러 독립운동가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며 자주성과 민족문화를 고취한 성과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백범 김구의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의 한 대목을 생각해볼까요?


나는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영화를 여럿 만들고, 한류 붐으로 전 세계적인 대중문화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 우리. 하지만 박근혜 정권의 묵인 속에 미르 재단과 미래창조과학부가 '문화융성'을 한답시고 자행한 일로 대한민국의 국격에 먹칠을 한 작금의 현실을 생각하면 김구 선생님께 한없이 죄송한 마음입니다.


출처 - 뉴스1

 

김구 선생님은 '나의 소원'에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집안이 불화하면 망하고, 나라 안이 갈려서 싸우면 망한다. 동포 간의 증오와 투쟁은 망조다. 우리의 용모에서는 화기가 빛나야 한다. 우리 국토 안에는 언제나 춘풍이 태탕하여야 한다.

 

조기 대선 정국에 4월 폭격설 따위의 가짜뉴스가 판을 칠 정도로 한반도의 위기감이 더해가는 요즘, 남북한 정상회담이 열리고 햇볕정책으로 평화를 갈망하던 따뜻한 봄날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미국을 위한 사드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가 휘청거리더니 우리 의지와 상관도 없이 미국 대통령의 변덕 때문에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이 시국에 말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현실만 놓고 볼 때 100여 년 전 우리나라 신세가 떠오른다고 하면 너무 가혹한 평가일까요? 백범 김구는 나라 안에 봄바람이 화창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반도의 기반은 무력이 아닌 평화임을 인식하고, 이를 수행할 비전과 능력을 갖춘 사람을 뽑는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무겁게 느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2년 뒤면 우리나라는 자주독립과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과연 그때 우리는 어떠한 나라에 살고 있을까요? 한 달 뒤 우리의 선택이 그 날을 좌우할지도 모릅니다.

 

71주년 광복절을 맞아 대표적인 국민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뜻깊은 이야기를 전해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과 그의 가족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재조명한 겁니다. 미국과 상해 등지에서 타향살이를 하면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만 살았던 도산 안창호 선생의 인생은 우리에게 큰 귀감이 되었습니다. 한편 독립운동가의 가족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잘 모르고 살았던 우리에게 역사인식의 중요성을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해주었습니다.


출처 - MBC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인 새누리당에게 이번 8월 15일은 광복 71주년이 아닌 건국 68주년이라는 의미가 더 중요했나 봅니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시작된 날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부터 논란이 된 문제였지만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의 침략 만행과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위로조차 생략하면서 건국절을 언급했기 때문에 사회적 논란으로 비화했습니다.


출처 - JTBC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새누리당의 대표가 됨으로써 모처럼 청와대와 밀월 관계로 돌아갔죠. 그래서 그런지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건국절 타령에 추임새를 넣기 바빴습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늘은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한 것은 역사를 사실 그대로 적시한 것이라며 진영 논리로 대한민국의 건국 논리를 훼손하지 말라고 적반하장으로 나왔으며, 친박의 입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건국절 문제는 중대한 문제라며 국회 5분 발언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죠.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한술 더 떠서 8월 15일을 건국절로 만들도록 법제화 작업에 들어갈 것임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출처 - JTBC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새누리당의 건국절 타령은 애초에 말이 안 됩니다. 광복절 대신 건국절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대한민국이란 나라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죠. 대한민국 헌법은 첫머리부터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출처 - 뉴시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이는 현재의 대한민국이 조선 왕조가 망한 이후 1919년 일제강점에 맞서 분연히 떨치고 일어난 전국민적인 운동인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 나라라는 천명입니다. 국가의 기초인 헌법에 따라 3.1운동일이나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을 건국기념일로 삼겠다면 그럴 수 있는 일이겠지요. 

 

하지만 1948년 8월 15일을 건국기념일로 삼겠다는 논리에는 3.1운동이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현재의 대한민국과 상관없는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욕망이 숨어 있습니다. 1948년 이전엔 존재하지 않았던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온갖 패악질을 한 친일파들의 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니 역사의 죄인들이 꿀릴 게 없는 세상이 되는 겁니다. 

출처 - 경향신문

 

아버지가 만주국 장교 출신이었던 박근혜 대통령부터 그 이하 정권의 수뇌부와 사회지도층들에 얼마나 많은 친일파와 그 후손들이 포진해 있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동원해 71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독립운동과 임시정부의 흔적을 지우려고 하나 싶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이 때문에 야당과 광복회를 비롯해 독립운동과 연관된 역사 단체들은 건국절 법제화는 친일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건국절 경축사는 국민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며 비난했고, 이종걸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임시정부를 비롯해 항일 독립운동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그 이유가 일제 관동군에 복무한 아버지 때문이냐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항일 독립운동가 단체인 광복회는 독립운동을 폄하하고 선열 모두를 모독하는 반역사적이고 반민족적인 망론이라며 비판했습니다. 건국절 운운할 거면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처음 쓴 1919년 4월 1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 생일로 정하면 되지 않는가 하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편 민족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 등 20개 단체와 역사학계 원로 20여 명은 건국절 논란에 대해 항일시대 선열들의 독립운동이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건국과 관련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일침을 놓았습니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이라고 주장하고 광복절 대신 국경일로 지정해 기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1945년 8월 15일 이후 3년 동안 건국운동에 참여한 사람, 즉 반민족 행위자인 친일파라 할지라도 건국공로자가 되는 것이라며 비판했습니다. 또한 김구 선생처럼 평생을 독립운동에 바치고 해방 이후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면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참여하지 않은 유수한 독립운동가들 모두가 반국가사범이 되고 만다면서 건국절 주장은 친일파들의 역사 세탁이 그 본질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번 〈무한도전〉에 등장해 우리에게 역사의 교훈과 큰 감명을 준 도산 안창호 선생과 그 가족 역시 대한민국과 전혀 상관없는 중국인, 미국인이 되어버리고 만다면, 이게 말이 되는 얘깁니까?



이번 7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건국절 논란을 야기함과 더불어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 감옥에서 순국했다고 발언해 비웃음을 사기도 했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 기초적인 사실조차 점검하지 않았다니 직접 읽은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경축사 원고를 작성하고 점검했을 주변 인물들 역시 역사에 무지하기 짝이 없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그네들의 뿌리를 생각하면 그게 중요했겠습니까?

 

지난 5월 케이블 방송 온스타일 라이브 '채널 AOA'에 출연한 여성 아이돌 그룹 멤버가 안중근 의사를 몰라 역사 인식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며 대중의 지탄을 받은 일이 있었죠. 하지만 일각에선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 활동을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문제에 대한 자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옳은 이야기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른 나이에 연예계 활동을 시작하여 스타를 꿈꾸는 아이들의 욕망과 전인격적인 교육보다 춤과 노래 위주의 경쟁적인 스타 양성 시스템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책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교육의 정상화를 꿈꾸다》의 저자 김용택 선생님은 학생들이 순치의 대상,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당당한 권리의 주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울러 오늘날 교육 위기는 결코 우연의 결과가 아니며 신자유주의 시대의 교육은 자본의 입맛에 맞는 인간을 양성하려 한다고 일침을 놓습니다.

 

우리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 민주적인 인간을 양성하기를 거부하고 국정교과서로 충성스러운 국민을 양성하려고 했던 가슴 아픈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런데 왜 오늘날 학교에서는 평생을 노동자로 살아갈 아이들에게 노동 3권조차 가르치지 않는 걸까? 지금이야말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건만, 학교는 학생들에게 민주의식, 정치의식을 길러주기보다 '가만히 있으라!'는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자본과 정치가 교육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항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법전은 교육의 중립성을 보장하지만, 현실은 국정교과서를 부활시켜 5.16 군사쿠데타와 10월 유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이를 위해 일제강점기에 일제에 부역한 친일세력과 유신의 후예, 전두환 정권 일당 그리고 이들과 이해관계가 있는 무리가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국정교과서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겉으로는 ‘보수’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학교교육을 통해 비판의식이 거세된 인간, 자본의 논리에 순응하는 인간을 길러내는 모리배일 뿐이다. 또한 이들은 자기네 생각과 다른 이들을 공존 대상이 아닌 제거 대상으로 간주한다. 입만 열면 종북타령이요, 흑백논리 혹은 냉전논리를 꺼내는 이유도 비판세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과거를 감추려는 세력과 매판자본, 이들과 하나가 된 수구언론, 권력에 빌붙는 대형교회 지도자, 권세를 바라며 곡학아세하는 지식인…. 이 모두가 학교에서 역사의식과 비판의식을 갖춘 민주적 시민을 양성하기를 원치 않는다.

 

_《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교육의 정상화를 꿈꾸다》 중에서

 

출처 - JTBC


박근혜 정부의 역사 왜곡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지금도 큰 반발을 받고 있지만, 이네들은 초등학교 아이들 교과서에 이미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수립일이라고 슬쩍 바꿔 써넣었습니다. 지난 3월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으로 발행된 국정 교과서인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는 박정희 유신을 정당화하고 위안부 용어와 사진을 삭제해 극우 편향성 논란을 일으켰죠. 교육계가 발견한 오류만 해도 124군데가 넘었습니다. 무능하기 짝이 없는 국정 운영과 달리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는 일에는 참으로 기민하게 행동하고 있는 겁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명박 정부 때 잃어버린 10년 운운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박근혜 정부는 대체 어디까지 역사를 퇴행시키고 싶은 걸까요? 자기네가 떵떵거리던 일제강점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가 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교육의 기본은 진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잊어서는 안 될 일을 기억하고 후대에 물려주는 일, 변화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시국이 어수선할 때일수록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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