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니튜드 8.8 규모로 일본을 강타한 후쿠시마 대지진과 쓰나미로 피해가 끊이질 않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후쿠시마 핵발전소 1호기의 외부 건물이 폭발하여 파손되고 한때 멜트다운의 위험성까지 거론되며 방사선 누출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지진 피해로 사망·실종자가 1700명을 넘었고, 원전 현장에 있던 3명은 방사선 피폭이 확인된 상태라고 합니다. 다행히 건강에 이상은 없어 보이는 상태라고 하네요. 

 

12일 저녁에 후쿠시마 동쪽 근해에서 또다시 강진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일본에 계신 모든 분이 안전하시기를 빌며 더는 피해가 없기를 기원합니다. 이런 대재앙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구호 인력, 물자, 의료 물품과 의사... 하나같이 중요한 것들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황을 주시하는 '침착함'과 피해 복구 '의지'가 아닐까요? 사람들이 공황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 모든 구호 활동의 출발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일어난 9.11 사태 당시 뉴욕 시장 루돌프 줄리아니는 당황하는 시민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라."

 

많은 시민이 침착하게 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일본에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아낌없는 노력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생각비행은 책과 관련이 있는 작가의 사례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슬램덩크>를 필두로 <베가본드>, <리얼> 등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걸작 만화책을 출간한 일본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井上雄彦)의 <Smile> 연작입니다. 그는 가끔 자신의 트위터에 <Smile>이란 제목으로 작품을 올리곤 했는데요, 제목 그대로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다양한 필치로 그린 연작입니다. 그런 그가 지난 3월 11일 지진이 일어난 후부터 사람들이 침착함을 되찾고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고자 <Smile>이란 제목으로 사람들이 웃는 얼굴을 끊임없이 그려서 올리고 있습니다.

 ⓒ Inoue Takehiko, All rights reserved.

2011년 3월 13일 0시 현재 <Smile 57>까지 올라왔습니다. 지진이 일어난 뒤 12일부터 "기도합니다(祈る)"라는 트윗과 함께 <Smile 34>가 시작되었으니 하루 만에 24장, 지금껏 그린 작품만큼의 분량을 하루만에 그려낸 셈입니다. 자연의 힘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대재앙 속에서도 많은 사람이 미소 띤 얼굴을 보면서 침착함과 희망을 되찾길 바라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그려내는 한 장 한 장의 미소에서 느껴지는 푸근함이 일본 사회에 큰 힘이 되길 바랍니다. 여태까지 게재된 <Smile> 연작은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트위터(@inouetake)해쉬 태그 #prayforjapan #tsunami 등으로 검색이 가능합니다.
 
 
한편 20세기 말에 <슬램 덩크>를 연재했던 일본 최대의 만화잡지 《점프》를 비롯해 주간지 대부분이 차질없이 이번 주 출간을 완수하고자 사력을 다하고 있다는군요. 임원들은 긴박하게 인쇄소 상황을 파악하는 등 무슨 일이 있어도 책을 낸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문화의 저력이기도 한 만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한결같은 일상을 전해주는 데 일익을 담당하겠죠. 대지진으로 충격에 빠진 국민이 돌아가야 할 그 일상으로 말입니다. 출판 대국인 일본 출판 관계자들의 저력과 강철같은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정말 문자 그대로 자신이 맡은 바에 목숨을 거는 분들의 책임감에 고개를 숙이게 되는군요.
 
 
p.s 일본 지진 당일 전화와 휴대전화, 문자 등은 불통이 된 곳이 많았으나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건재해서 긴급대피, 정보교환, 실종자 찾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으로 정보를 교류하는 비상통신수단으로 급부상했다고 합니다. 2011년은 중동 민주화 물결부터 일본 대지진에 이르기까지 극한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소셜네트워크의 위력을 극명하게 느낄 수 있는 한 해인 것 같습니다.


올해가 끝나기 전에 좋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부터 큰 이슈를 몰고 왔던 미네르바 사건에 적용되었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 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렸습니다.

헌재 `전기통신기본법은 표현의 자유 침해` 위헌 결정( http://news.mk.co.kr/v3/view.php?year=2010&no=724343, MK뉴스 )
전가의 보도' 허위통신죄 역사 속으로(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01228_0007040828&cID=10203&pID=10200, 뉴시스 )
인터넷·스마트폰 시대의 ‘긴급조치’ 풀렸다(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56112.html, 한겨레)
미네르바 잡아들였던 전기통신기본법 ‘위헌’, 정부·검찰 또한번 망신?(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eco&arcid=0004477451, 국민일보)

사실 위헌 결정은 당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네르바 사건 이후 인터넷 여론을 옥죄는데 사용되었던 '전기통신법 47조'는 원래 발신 명의자를 속이는 것을 처벌하기 위해 도입된 것입니다. 애초부터 쓰임새가 맞지 않았고 사문화되다시피 한 법이었죠. 그런데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터진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미네르바 사건 등 이른바 인터넷 허위사실 유표자를 처벌할 근거를 찾다 보니 제정된 지 50년 된 법을 급하게 끄집어내어 전용한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실정에 맞지도 않고 국민의 표현의 자유만 억압하는 꼴이 되었지요.

사실 이 법이 없더라도 정말로 이 사회의 공익을 위협하는 진짜 범죄자들이라면 형법과 민법을 통해 충분히 커버가 가능합니다. 연평도 사태 당시 유언비어니 하는 것도 말입니다. 전기통신법 47조에 근거하여 기소되었던 미네르바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고 마침내 이번에 위헌 판결까지 나왔습니다. 

또한 같은 날, 헌법재판소는 수사기관의 감청이나 이메일 열람을 사실상 무제한으로 허용하고 있는 '통신비밀보호법' 조항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습니다. 위헌 결정처럼 당장 효력이 중지되는 건 아니지만 내년 12월 31일 안에 대체입법을 하지 않을 경우 소멸합니다.

공안국가처럼 정부의 억압이 무제한적으로 커지는 느낌이 드는 이때에 사법부에서 적절한 제동을 걸어준 것 같습니다. 이런 결정으로 국민이 인터넷에서나마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이명박 정부는 그런 꼴을 두고 볼 수가 없나 봅니다. 이번에는 대놓고 전기통신법 47조 역할을 대신할 처벌규정을 신설하겠다네요.

법무부, “허위사실 유포 처벌규정 신설하겠다”(http://www.fnnews.com/view?ra=Sent1201m_View&corp=fnnews&arcid=101228180307&cDateYear=2010&cDateMonth=12&cDateDay=28, 파이낸셜뉴스)

이명박 정부는 이런 면으로는 어쩌면 이렇게나 한결같을 수가 있을까요? 표현의 자유와 인터넷에 대해 몰라도 이렇게 모를 수가 있을까 싶은 얘기라 한숨이 다 나옵니다.


자, 그럼 이건 허위사실 유포 아닌가 하는 우스꽝스러운 생각도 듭니다. ^_^;; 아직 2년 남았다고 변명하시려나요?
집권하기 위해 공약을 남발하는 허언증 걸린 정치인들도 허위사실 유포로 처벌하는 법안이 마련되면 좋겠네요.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한다면 쓸데없는 일로 국민의 성화를 돋우지 말고 큰일에 좀 집중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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