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특검이 사상 처음으로 수사 연장 요청을 하지 않기로 결정해 정치권이 소란스럽습니다. 지금까지 모두 13번의 특검이 있었는데 수사 기간 연장 요청이 없는 특검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시다시피 특검은 필요하다고 생각할 경우 30일간 추가 수사 기간을 대통령에게 요청할 수 있죠.

 

이번 드루킹 특검은 상당히 의욕적인 출발을 보였지만 용두사미 같은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특검 쪽에서는 더 이상 조사나 수사가 적절치 않다는 이유를 댔는데요, 여당과 야당은 각기 자신들의 형편에 맞춘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출처 – JTBC 유튜브


민주당은 역대 최악의 정치특검으로 뭐 하나 시원하게 밝혀진 바 없이 핵심 의문이 그대로 남았으며 고 노회찬 의원을 비롯해 정치적으로 죽이거나 죽이려는 시도만 많았던 특검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이 특검팀에 유무형의 압력을 가했기 때문에 수사 연장을 포기한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이 때문인지 자유한국당은 특검도 안 되니 국정조사를 하자며 드루킹 사건을 계속 물고 늘어질 작정으로 보입니다.


출처 - 뉴스1


하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인 김경수 도지사를 두 차례 소환하고도 특별한 혐의를 밝히지 못한 특검팀이 구속영장까지 기각되며 동력을 잃었다는 평이 일반적입니다. 무엇보다 자유한국당으로서도 드루킹 사건으로 촉발된 포털과 커뮤니티의 매크로 여론 조작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 현 사안을 무작정 밀어붙이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출처 - 한겨레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2007년 대선을 비롯한 각종 선거운동 기간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포털에 댓글을 다는 등 여론을 조작한 정황이 이미 지난 6월 드러난 바 있습니다. 정당 차원에서 공식 선거운동 조직이 매크로를 활용해 여론 조작을 벌인 정황이 확인된 건 한나라당이 처음입니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한나라당 모 의원 사무실에서 일한 사람의 내부 폭로가 나왔죠.

 

그가 공개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네이버 등 포탈사이트 검색 1순위 작업 대책 시행 바람", "야간 매크로 세팅하겠습니다" 같은 작업 용어와 "매크로 했니?"라고 직접적으로 확인하는 한나라당 상황실장의 문자도 있었습니다. 그는 2007년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의 사이버팀에 파견되어서도 매크로를 통해 여론 조작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에는 박근혜 측이 새누리당 후보 캠프에서 온라인 여론 조작이 불법이라는 내부 경고를 묵살하고 이를 강행했다는 증언까지 나왔습니다. 사실 매크로 여론 조작의 경우 제대로 파면 팔수록 오히려 자유한국당의 입지가 좁아지는 결과가 나올 것 같군요.


출처 - 연합뉴스


정치권의 왈가왈부를 뒤로 하고 허익범 드루킹 특검팀은 25일 종료를 앞두고 마무리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불구속 기소는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송인배 백원우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처분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특검이 수사력을 집중하는 부분은 김경수 지사의 불구속 기소입니다.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 기소 사건은 공소 제기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1심을 끝내야 해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김경수 지사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구속 영장 기각, 수사기간 연장 포기 등 여태까지의 모습을 보면 특검이 혐의 입증에 필요한 명확한 증거를 법원에 제시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죠.

출처 – 시민의 소리


법을 어겼다면, 특히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와 관련해 법을 어겼다면 처벌받아 마땅합니다. 그 사람이 권력자라면 더욱 그렇죠. 하지만 과연 이번 드루킹 사건이 한 정치인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고 정치권을 뒤집을 만한 사건이었을까요? 그리고 이 특검을 밀어붙인 자유한국당이야말로 여론을 조작했다면 이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죄 지은 만큼 벌을 받을 수 있는 재판이 진행되길 바랍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사망 소식에 정치권은 물론 수많은 국민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소수 정당인 정의당의 원내대표이지만 노동자들을 위해 싸우던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3선 의원으로 활동하기까지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국민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정치인이었죠. 그의 존재감은 국회를 쥐락펴락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그는 진보의 틀 안에서 다채로운 경험을 하면서 다양한 직업인으로 살아왔습니다. 고대 정외과 학생으로 민주화운동을 시작한 노회찬 원내대표는 노동운동에 투신한 뒤 진보정당 육성의 길에 주력했습니다. 고려대 재학 중 용접공 자격증을 딴 그는 1989년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노연)에 가입해 인천과 부천 노동자들을 상대로 의식화 교육을 했습니다. 당시 치안본부는 영장도 없이 집을 수색하고 서적 등을 압수한 끝에 노회찬을 이적단체 가입 등의 혐의로 구속합니다. 징역형으로 1992년 만기 출소한 그는 진보정당추진위원회에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죠.


출처 - 한겨레


1993년에는 《매일노동뉴스》를 창간하며 발행인으로 취임하기도 했습니다. 노동 전문 언론인으로 변신하여 10년간 발행인으로서 노동 관련 뉴스들을 전달했습니다. 한편 1997년에는 《어 그래―조선왕조실록》이란 책을 펴내어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어깨를 나란히 한 책으로 《로마인 이야기》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있던 시절이었죠.


출처 - 한국일보


1999년에 노회찬은 노동자들도 자신의 정치적 요구를 자기 입으로 말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정치권력에 참여할 때라고 얘기하며 오로지 노동자를 위한 정치를 역설했습니다.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노회찬 의원은 이런 행보를 계속 이어갔습니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한 그였기에 2004년 비례대표로 원내에 입성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비례대표는 지금까지 진보 정치인들이 국회로 진입할 수 있는 유력한 통로이기도 합니다.


출처 - JTBC


국회에 입성한 노회찬 의원은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아온 검사 7인의 명단을 공개한, 이른바  '삼성 X파일' 관련 재판으로 당선 9개월 만에 의원직을 상실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다음 20대 총선에서 지역구를 경남 창원 성산으로 바꿔 출마해 당선되었고 진보정당 최초의 3선 국회의원이 되는 기록도 남겼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유튜브


노회찬 하면 숱한 어록이 떠오릅니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핵심을 찌르는 그의 언어유희는 그야말로 촌철살인의 대명사요, 답답한 정치판의 사이다와 같았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노회찬 의원에게 '갓회찬' '노르가즘' 같은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죠.   

 

“한나라당과 민주당,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퇴장하십시오. 50년 동안 썩은 판을 이제 갈아야 합니다.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 먹으면 고기가 시커메집니다. 판을 갈 때가 이제 왔습니다.”

_2004년 17대 총선에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여 KBS 〈심야토론〉에서 한나라당, 민주당을 비판하며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고 하는데 1만 명만 평등한 것 아닌가."

_17대 총선에서 당선된 뒤 법제사법위원회 첫 국감 자리에서 사법부를 질타하며

 

“4대강과 부자감세는 서민들에게 신종플루 비슷한 겁니다. 확진상태죠. 국민을 살릴 건지 4대강 살릴 건지 결단해야 합니다”

_2009년 MBC 〈100분 토론〉에서 이명박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폐암 환자를 수술한다더니 폐는 그냥 두고 멀쩡한 위를 들어낸 의료사고와 무엇이 다른가?"

_2013년 삼성 X파일 사건 폭로로 대법원에서 징역형 확정판결을 받은 직후 심경을 밝히며

 

“제가 한번 누워보겠습니다. 여기에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인권침해라고 제소해야 할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니라 4만여 일반 수용자입니다.”

_2016년 10월 국정농단으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치소의 열악한 환경으로 인권을 침해당했다는 주장을 비판하기 위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일반 수용자의 가용면적이라는 신문지 2장 반을 깔고 그 위에 누우면서

 

"동네파출소가 생긴다고 하니까 그 동네 폭력배들이 싫어하는 것과 똑같은 거죠. 모기들이 반대한다고 에프킬라 안 삽니까?"

_2017년 9월 20일, 정부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청소할 때 청소를 해야지, 청소하는 게 먼지에 대한 보복이라고 얘기하면 말이 되느냐. 적폐청산은 보복이 아니라 잘못된 시대를 엎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_2018년 1월 2일, 적폐청산이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을 반박하

 

“기원전(B.C) 역사가 되풀이될 수 없듯이 Before Candle 즉, 촛불 이전(B.C) 시절도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20대 국회의원 모두 촛불과 함께 한 시대를 건넜다. 촛불 이전의 낡은 정치를 반복하지 말자. 정치가 스스로 개혁할 때 비로소 나라도 나라답게 설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_2018년 2월 6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값싼 쇠고기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소에 물을 먹여 쇠고기 중량을 늘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_2018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비판하며 

 

노회찬은 한국 노동계, 진보정치계에서 선구자의 한 사람이자 마지막까지 노동자의 처지를 생각하는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런 그였기에 드루킹 특검이 진행 중인 와중에 과거 경공모로부터 4000만 원을 받은 사실을 스스로 견디지 못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유서에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모두 4천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어떤 청탁도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 나중에 다수 회원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며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고 후회의 심정을 남겼습니다.


출처 – MBC 유튜브


사실 법정에서 잘잘못을 가릴 수도 있었습니다. 대가성이 없었다고 밝혀지면 뇌물죄로 기소되지 않을 수 있고 그러면 집행유예 선에서 마무리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그는 돈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 그리고 자신이 했던 말을 뒤집는다는 행위가 진보정당의 도덕성에 끼칠 타격을 염려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국회 특수활동비를 자진 공개하는 등 늘 깨끗한 정치를 강조했던 그의 정치 이력과 소신이 부담으로 작용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오랜 분열과 부침 끝에 평화와 정의라는 원내교섭단체가 이루어졌다는 점도 부담이 되었겠죠. 그래서인지 그는 유서에서 잘못이 크고 책임이 무거워 법정형으로도 당의 징계로도 부족하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출처 - 서울신문


노회찬 의원이 아파트에서 몸을 던진 시간, 원래대로라면 12년 만에 복직하게 된 KTX 승무원과 삼성전자 반도체 피해자 모임과 관련한 메시지를 전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고통을 감내하며 드디어 뜻깊은 결과를 이룬 이들을 축하하려던 것이었죠. 이처럼 그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노동자들을 위해 무언가를 준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노회찬 원내대표는 유서에 밝힌 바와 같이 어리석은 선택과 부끄러운 판단을 자책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죽음으로 대신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듭니다. 그보다 수백, 수천 배의 돈을 받아먹고도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이 사는 정치인이 허다하니까요. 고 노무현 대통령과 고 노회찬 의원처럼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들만 왜 먼저 가버리는 건지, 그런 현실이 못내 안타깝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정의당은 노회찬 원내대표의 장례를 정당장으로 5일장으로 치른다고 밝혔습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장례위원장을 맡았습니다. 고 노회찬 의원의 빈소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일반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의 마지막 길을 지켜주러 가지 않으시겠습니까?

출처 - 경향신문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어제(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제주해군기지의 타당성에 대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 토론회는 제주출신 국회의원 강창일·김우남·김재윤·장하나 의원실(이상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노회찬 의원실, 강정마을회, 제주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 범도민대책위,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가 공동주최했습니다.

토론회 2부 순서 사회자, 발제자, 토론자

1부 제주해군기지사업, 절차적 정당성과 시민권 (1:00~3:00)
사회: 이훈삼(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국장)
발제1: 제주해군기지 사업 추진의 민주적 정당성과 평화적 생존권 / 박주민(변호사)
발제2: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환경적 영향 / 윤기돈(녹색연합 사무처장)
토론: 이대훈(성공회대), 백신옥(변호사), 이영웅(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2부 ‘평화의 섬’ 제주와 제주해군기지사업 (3:10~5:10)
사회: 이훈삼(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국장)
발제1: 제주해군기지의 정치군사적 타당성에 대한 고찰 / 이태호(제주대책회의 공동집행위원장, 참여연대 사무처장)
발제2: 제주해군기지 입지타당성 / 고권일(강정마을회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
토론: 정욱식(평화네트워크), 오혜란(제주대책회의 공동집행위원장,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사무처장)

제주 해군기지는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해군기지 그 자체의 안정성마저 담보할 수 없다


자료집을 통해 파악한 1부 순서의 논의는 "제주 해군기지는 동북아 평화를 위협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절차적·환경적·인권적 정당성이 없는 건설행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종합할 수 있습니다. 생각비행은 2부 순서부터 참관했습니다. 첫 발제는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맡아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군사적 문제점 ― 미국의 아태지역 해양전략과 제주해군기지>라는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발표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아태지역에서 미국이 제창하는 해양안보구상은 미·중간 군사갈등을 유발하고 동북아에 군사주의를 촉발하는 안보딜레마 상황을 연출할 뿐이다.
- 이런 해양안보구상 논리를 따르면 미국은 필연적으로 중국과 군사적 갈등에 휘말리게 될 것이며 제주 강정마을에 건설 중인 해군기지는 미 해군의 기항지로서 대중국 견제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 제주 해군기지사업은 물론 21세기 한미전략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추구하고 있는 지역동맹화, 공격적 군사혁신과 작전계획 전반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다음 발제는 고권일 강정마을회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이 맡아 <제주해군기지의 입지적 타당성 고찰>이라는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발표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평택항, 목포항, 요코스카항 등 국내외 해군기지 입지조건을 분석한 결과 제주 해군기지를 건설 중인 강정마을 지역은 항만적 입지조건을 갖추지 못한 곳이다.
- 강정해안은 파도가 높아 항구 정온도 유지에 불리할 뿐 아니라 삼면이 노출되어 있어 대잠수함 방어에 몹시 취약한 곳이다. 
- 대공방어를 위한 대책이 전무한 제주 해군기지가 과연 전략적인 측면과 전술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입지 타당성을 검토했는지 의문이다.

발제자의 의견을 종합하면 강정마을에 건설 중인 해군기지는 대한민국의 안보에 이득이 되지 않으며 해군기지 그 자체의 안정성마저 담보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애초에 대한민국 해군이 제주에 해군기지가 필요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홍보했는데요, 토론회의 내용에 따르면 해군기지의 정당성은 그 무엇하나 온당하지 않아 보입니다. 

대한민국해군 누리집

한반도 남방해역과 해상교통로에 대한 효율적인 감시와 보호활동을 위해 접근이 용이한 제주도에 해군기지 건설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첫째, 제주 남방해역의 해상수송로 안전통항 보장이 필요합니다.
     - 한ㆍ중ㆍ일의 석유 핵심수송로
       (우리나라 석유 100%를 동지역으로 수송)
     - 수출ㆍ입 물량의 99% 해상수송에 의존
        (관련근거 : 한국의 해양력, '04년)
     - 15일 이상 해상봉쇄시 국가경제 파탄
    ※ 국가 생존권 차원에서 안정적 관리 필요

둘째, 남방해역은 해저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지역으로 국가 생존권 차원에서 상시 감시 및 보호가 필요합니다.
     - 제주남부 동중국해 원유 매장량이 100~1,000억 배럴 추정
     -  제주 서남해 원유 및 가스 매장량 72억톤 추정

셋째, 한중일의 경계없는 앞마당과 같은 지역으로 전략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 '05년도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에 대해 5차례 중국 해상초계기 감시활동
     -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 운용 관련 중국의 이의 제기('05. 9월)
     - 이어도를 중국령으로 확보하기 위한 중국 민간단체 출범 가능성 보도('05.11.27)
     - 중국 정부기관지에서 이어도는 분할될 수 없는 중국영토로 보도('07. 8. 3)
     - 중국 국가해양국 산하 중국해양신식망 웹사이트 이어도 영유권 주장('07.12.24, '08. 8.13)

넷째, 제주도는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대양진출의 교두보 역할 수행을 위한 관문역할을 하게 됩니다.
     ※ 이어도 근해 상황발생시 대응시간(12kts 기준)
     - 한국 : 부산 → 이어도(476Km / 21시간 30분)
                제주남단 → 이어도(149Km / 7시간)
     - 일본 : 도리시마 → 이어도(276Km / 12시간 40분)
     - 중국 : 퉁다오 → 이어도(247Km / 11시간 15분)

다섯째, 전력화되는 함정의 규모를 고려한 전진기지 추가확보 필요
     - 기존 기지의 낮은 수심 및 수용능력 부족 KDX-Ⅲ 등 일부 함정의 출입항 제한
     - KDX-Ⅲ 및 LPX는 부산작전기지에만 정상 출입가능
       * KDX-Ⅲ 계류소요 수심 : 10.5m  * LPX 계류부두 소요길이 : 240m

(출처: 대한민국해군 누리집)

제주 남방해역의 해상수송로 안전통항 보장이 필요하다?

과연 제주 남방해역의 해상수송로 안전통항을 위해 해군기지가 필요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남방해양수송로 보호론 혹은 해양안보론은 애초에 동맹국들과 협력파트너들에게 미국이 제공한 개념이었습니다. 지난 2004년 미태평양 사령관은 해양운송로 보호를 위해 지역해양안보구상(Regional Maritime Security Initiative, RMSI)을 제안합니다. 동(남)아시아 해역에서 해상테러와 해적의 위협으로부터 민간선박을 보호하고 이들의 자유로운 항해를 보장하고자 미 해군 주도로 해군연합 해양순찰을 조직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미태평양 사령부가 RMSI의 적용대상으로 우선 거론한 지역이 바로 말라카해협이었습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이 해협을 끼고 있는 핵심국가들은 해협의 군사화와 주권침해를 우려하여 반대했고, 이 해협을 통해 대다수 전략물자를 운송하는 중국의 반대로 지역해양안보구상은 사실상 실패하고 맙니다.

미국의 구상이 실패한 또 하나의 이유는 실제적 위협보다 과장된 위협인식에 기초해 말라카해협 인근 국가들의 주권을 제약하거나 미국의 제해권 장악의 도구로 이용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2005년 말라카해협을 지나간 6만 3000척의 상선 중 해적의 공격 시도에 직면한 선박은 9척에 불과했고, 피해액은 건당 평균 5000달러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2005년 인도네시아가 불법조업으로 잃은 경제적 손실은 40억 달러에 달합니다. 테러리스트의 공격이나 피랍은 지금까지 단 한 건도 기록된 바 없습니다. 이런 사실관계를 분석한다면 말라카해협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군함이 필요할까요? 아니면 불법적인 어로를 감시할 해경이 더 절실할까요? 답은 분명해보입니다.

말라카해협 연안국가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와 함께 2005년 7월 이후 해상과 항공에서 '조율된 경계' 활동을 하기로 합의하고, 관련 정보를 교환하기로 합의합니다. 2007년에는 태국도 이 계획에 합류하지요. 이와 같은 해경 협력은 실질적인 지금까지 효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 선박의 98퍼센트 이상이 이용하는 남방해양수송로 보호를 위해 전략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대한민국 해군의 주장은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은 비현실적인 주장인 셈입니다. 이 해역은 한국뿐 아니라 인근국가의 교역에도 중요한 지역이므로 관계된 나라는 자국 인근해역에 다른 나라의 군함이 들어오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군함 파견은 이 해역의 군사화를 촉진한다는 이유로 다 반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남방해역의 해저자원을 국가 생존권 차원에서 감시하고 보호해야 한다?
이어도 인근이 한중일의 경계없는 앞마당과 같은 지역으로 전략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어도 인근 남방해역에 있는 자원개발과 보호를 위해 미군이 드나들 해군기지가 과연 필요할까요? 우선 이어도는 독도와 달리 섬이 아닌 해상 암초에 불과합니다. 한·중·일 어느 나라도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한국과 중국이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주장할 수 있으므로 갈등의 소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중 간 이미 다양한 외교채널이 형성되어 있고, 2004년에 이미 양국이 이어도 인근을 공동수역으로 합의했습니다.

2011년 말에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우리나라 해경이 웅진군 소청도 남서쪽 해상에서 희생된 일이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해군기지의 당위성을 주장하시는 분도 간혹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쟁은 군사력으로 해결할 사안이 아닙니다. 군사적 긴장은 양국에 득 될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지요. 대한민국의 외교적 위상을 강화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이어도 인근 남방해역은 제주해경청이 관할하는 제주남방해역은 한중잠정조치수역·한일중간수역으로 남을 것입니다. 만일 이곳에 해군이 출동하면 한·중·일 삼국 간 군사충돌 상황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제주 화순항에 추진 중인 해경전용부두 건설과 제주항 전용부두 확장이 이뤄지면 제주해경청의 작전 수행은 더욱 원활해질 것입니다. 

제주도는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대양진출의 교두보 역할 수행을 위한 관문역할을 한다?

해군력의 전진배치 필요성은 명백히 과장된 내용입니다. 한국이 소유한 이지스함의 탐지거리나 이지스함 탑재 유도무기의 사정거리는 수백 킬로미터에 달합니다. 앞서 제주 남방해역의 해양자원을 둘러싼 갈등이 군사적 갈등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과장되었다는 말씀을 드렸지만, 만에 하나 이런 갈등이 군사적 대결로 비화하는 예외적인 상황이 온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부 간 외교갈등과 해경 간 갈등이 충분히 고조된 이후 일어나게 마련이므로 해군기지의 전진배치가 군사적 우위를 가져온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중국 본토에 가까운 제주도에 미군이 이용할 수 있는 전략해군기지가 완공된다면 중국의 탄도미사일이나 유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집니다. 따라서 향후 제주도 전체에 공군부대, 특수부대, 병참부대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결국 제주도 전역이 요새화해야 하는 부담만 지게 될 것입니다.  

전력화되는 함정의 규모를 고려해 전진기지 추가 확보가 필요하다?
    
항만을 건설할 때는 최적화된 입지적 여건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군의 특성상 전천후 작전능력을 보장받기 위하여 최악의 기상 상황에도 입출항이 가능하고 안정적인 계류능력이 보장되는 지형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조건이겠지요. 세계 유수의 해군이 입지한 항만을 분석해보면 우선 정온도가 확보되는 지역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대잠수함 방어 측면에서 항 입구부가 좁은 지역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또한 잠수함의 감시를 위한 감청장비 운용이나 기뢰 운용을 위해서도 사방이 트인 지형보다는 협만을 선호합니다.  

이렇게 볼 때 현재 제주 강정해변에 건설 중인 해군기지의 항만적 입지조건은 최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회 토론회에서 고건일 위원장이 발표한 내용에도 잘 나와 있듯이, 강정해안은 상시로 파도가 높이 일고 외해와 바로 맞닿아 있어 항구 정온도 유지에 불리한 지역입니다. 설계풍속인 51.5노트를 적용하여 입출항 시뮬레이션하면 어떤 배도 입출항이 불가능하여 해군은 그보다 낮은 40노트 상황으로 시뮬레이션을 했습니다. 그 결과 대형수송함은 아예 입출항이 불가능했고 대형함(구축함)도 교차항행하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국 해군은 대형수송함의 경우 풍속을 30노트로 낮춰 잡았고, 파고 상황을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을 뿐 아니라 전체 입출항 실험이 아닌 항입구부까지만 시뮬레이션하고 그마저 예인선을 2~3대 쓰는 조건을 다는 등의 꼼수를 부렸습니다.

강정해변은 항구 전면과 측면이 두루 노출되어 있고 해당 사업지에서 3킬로미터 외해로 나가면 수심이 대단히 깊어져 잠수함 은닉에 유리한 지형입니다. 더구나 공군기지 건설계획이 제주도민의 반대로 두 차례나 좌초되었던 과거의 경험을 떠올린다면 해군기지의 대공방어를 대책이 전무한 실정입니다. 이렇게 방어가 취약한 해군기지를 중국과 가까운 곳에 전진배치한다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요? 과연 제주 해군기지가 대한민국 해군의 능력에 근거하여 전략적인 측면과 전술적인 측면에서 입지적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의 세금 낭비하는 허울뿐인 해군기지 공사는 중지해야 한다

발언 중인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제주 해군기지 사업은 국가안보를 위한 사업이 아닌 재벌의 배를 불리고 국가안보를 빙자해 해군의 몸을 불리는 사업에 불과합니다. 많은 분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의 대중국 전진 군사기지로 이용되어 대한민국이 패권 싸움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제주 해군기지는 지역주민과 소통 없이 오로지 개발 마인드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문제 제기를 무시하고 국가안보를 위한다는 이유 하나로 온당한 민주주의적 절차를 무시하고, 인권을 유린하며 여전히 건설 중입니다. 

이번에 열린 국회 토론회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사업이 최초 입지선정에서부터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현재 표출되고 있는 갈등의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고,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해군기지 그 자체의 안전성마저 확보되지 않으니 타당성 검토부터 원천적으로 다시 해야 한다는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절차적, 환경적, 인권적 정당성이 담보되지 않는 해군기지가 과연 대한민국의 안보에 도움이 되며, 평화의 밑바탕이 될 수 있을까요? 과거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밀어붙여 엄청난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습니다. 공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수많은 전문가와 국민의 주장을 묵살했습니다. 그 결과 강의 흐름은 뒤틀렸고, 4대강에서 조류만 성장하지 않았습니까?

민주주의적 절차를 무시하면 이런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합니다. 해군기지사업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드러난 거짓말과 말 바꾸기 행태로 이 사업이 국익이 목적이 아닌 개발 이권을 챙기려는 일부 재벌과 해군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사업을 더 묵과해서는 안 됩니다. "공정률이 몇 퍼센트다, 해군기지 반대자들 때문에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식의 거짓말에 더는 속지 마십시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국민이 단합하면 제주 해군기지 백지화, 이룰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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