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참사를 벌써 잊었나?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국민은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을 대거 선택했습니다. 경쟁 위주 교육에 반대하는 기치를 내건 진보교육감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3곳에서 당선되었습니다. 반면 박근혜 정부의 인사는 퇴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인사 참극이 따로 없다고 표현해야 할 지경입니다.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지낸 바 있는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아들의 편법 병역면제 및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자진 사퇴했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동영상 파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줄줄이 일어났고, 세월호 참사 이후 국면 전환용으로 안대희 전 대법관을 국무총리 후보로 내세웠으나 변호사 수임료 논란으로 자신 사퇴했지요.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에 이제 인물이 없는 게 아닌가 싶을 무렵 "일본의 식민 지배와 6.25가 하나님의 뜻"이며 "위안부 문제로 일본의 사과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은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인선되었습니다. 

이외에 박근혜 대통령은 뉴라이트 역사관으로 논란을 빚은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명예교수를 임기 3년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심의위) 위원장에 임명하려고 강행하고 있으며, 친일·독재에 대한 기술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은 것을 두고 '국가·국민적 수치'라며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주장했던 김명수 한국교원대 명예교수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으로 내정했습니다.

유난히 인사 참사가 끊이지 않던 박근혜 정부를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보며 6.4 지방선거 이후 변화의 조짐을 기대하던 국민의 가슴에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또 한차례 비수를 꽂았습니다.

출처: 경향신문 (김용민의 그림마당)


청소년이 뽑은 교육감 vs 박근혜 정부가 뽑은 교육부장관

지난 6월 16일자 《한겨레》 지면에 <'세월호 10대'가 뽑은 교육감·시도지사는?>이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1618 선거권을 위한 시민연대'가 5월 17~25일에 서울·경기·대구 지역에서 시행한 지방선거 모의 투표 결과를 분석한 기사였는데요, 가상의 투표권을 행사한 1111명의 청소년은 과연 어떤 후보를 선택했을까요?

출처: 한겨레

청소년들은 대중적인 인기나 지역주의로부터 어른들보다 훨씬 자유로웠다. 후보 선택의 제일 중요한 기준은 ‘공약’이었다. 경기도교육감은 실제 선거에서는 7.2%의 득표율로 후보 7명 가운데 꼴찌를 했던 정종희 후보가 26.6%의 득표율로 1위를 했다. 송유현(20) 경기도차세대위원회 위원장은 “청소년들이 제일 고민하는 진로·진학 교육에 대한 정종희 후보의 공약이 호응을 얻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당선자와 접전을 벌였던 조전혁 후보는 정작 청소년 투표에서는 4.9%의 득표율로 꼴찌를 겨우 면했다.   

'세월호 10대'가 뽑은 교육감·시도지사는? (한겨레)
  


시도지사 투표 결과를 보면 청소년들은 어른들보다 더 강하게 세월호 참사를 심판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 후보가 3개 지역에서 모두 야당에 1위를 내주었기 때문입니다. 모의투표에 참가한 고등학교 3학년인 유가현(18) 양은 “침몰하는 세월호를 보면서 저기에 내가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조를 너무 못했고, 이후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서 여당은 찍지 않았다”고 의사를 밝혔습니다.
 
반면 새누리당은 6.4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했습니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지방자치발전위원회도 교육감 직선제 폐지 보고서를 의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교육감으로 진보적 인사가 대거 발탁된 데에는 세월호 참사의 충격이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교육 환경의 변화가 시급하다는 국민의 열망이 분출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오늘 《한겨레》는 사설에서 "세월호의 비극을 겪고 나서, 이제는 우리 아이들을 무한경쟁의 쳇바퀴 안에서 질식시키지 않겠다고 결단을 내린 것이다. 무한경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탐욕을 충족시키려는 이기적 인간을 키워냈고, 그런 사회에서는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최소한의 공동체적 가치도 자리를 잡을 수 없다는 걸 부모들이 깨닫게 되었다"고 논합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내정한 김명수 한국교원대 명예교수는 어떤 사람입니까? 그는 시대적 요구에 어울리는 인물이 전혀 아닙니다. 진보교육감을 배출한 전교조를 극도로 적대시하며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당연하다고 했고, 전교조를 막기 위한 이념투쟁을 공공연하게 주장할 뿐 아니라 박 대통령의 선거공약인 선행학습금지법에 대해 개인 기본권 침해라며 반대할 정도로 보수적인 인물입니다. 무엇보다 김 내정자는 친일·독재 미화 기술로 비판받은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옹호하며 "교사와 한국 사학계, 역사교과서 검정을 담당하는 국사편찬위원회까지 이념적으로 좌편향되어 있다"며 "국정화도 검토해야 한다. 역사교육은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이념투쟁도 해야 한다"고 표명했던 사람입니다.
 

교과서를 바꾼다고 매국노가 애국자 되나?

진보교육감들은 지난달 19일 공동공약으로 "친일독재를 미화한 교학사 교과서를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뜻을 분명히했습니다. 생각비행이 펴낸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의 저자 김용택 선생님은 "교육의 중립성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이름으로 교사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억압을 두고 교육의 중립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나라를 사랑했다는 이유로 자자손손 가난과 탄압의 대상이 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가난해지는 참으로 이상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시비를 가리려 하면 좌빨이나 종북으로 매도당하고 승진과 출세를 포기해야 하는 나라. 교육과정 정상화를 입버릇처럼 말하는 교과부가 앞장서서 교육과정을 파괴하는 나라.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등 어느것 하나 기본적인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다.

이런 모순의 근원이 박정희 정권에 있다면 틀린 말일까? 케이비에스(KBS)는 백선엽·이승만 다큐 등을 통해 박정희 미화에 나섰고, 보수단체가 친일·독재자의 동상을 건립하는 일이 일어나는 등, 사회 전반에서 거짓 영웅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이명박 정부부터 시작된 역사 우향우 행보에 화답이라도 하듯 교과부는 2013년부터 중학교 역사교과서에서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고 독재와 민주화 관련 주요 내용을 삭제한다고 했다가 관련 단체와 여론의 반대에 부닥쳤다. 이에 국사편찬위원회는 집필기준에는 넣지 않았지만 4·3항쟁, 4·19혁명, 5·16군사정변,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 등과 친일 청산 과정을 충실히 기술하라는 고육책을 내놓기도 했다. 얼마 전 뉴라이트 인사들이 이끄는 한국현대사학회가 집필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검정실의 본심사를 처음으로 통과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교과서를 바꾼들 매국노가 애국자가 될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바보로 아는지 금방 탄로 날 거짓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한 탓에 만인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촛불집회를 보고 반성한다던 대통령. 그러나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 자랑 삼아 자기 입으로 말한 비비케이(BBK)조차 부인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4대강 사업을 환경을 살리는 일이라고 거짓말하고,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서도 줄곧 거짓말을 일삼았다. 정권 말기에는 변모한 사회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한미에프티에이(FTA)가 경제를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만 강변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우리 사회에서 교사들은 지난 세월, 씻을 수 없는 상흔을 간직하고 있다. 교육의 중립성을 말하면서 반공궐기대회에 학생들을 동원하기도 하고, 유신헌법을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제자들에게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교사이기 때문에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고 침묵을 강요당하고,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조차 행사하지 못하는 인간으로 취급받으며 살았다.

교사는 교과서를 금과옥조로 생각하고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 존재일까? 그렇지 않다. 교사는 자신의 전공 지식만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 수학이나 영어교사는 정치가 무엇인지, 민주주의가 어떤 것인지, 역사의식이 무엇인지 몰라도 상관없는 존재가 아니다. 교사이기 때문에 오히려 현실에 대한 예리한 감각과 올곧은 세계관을 갖추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중요성에 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주권의식에 대한 철학과 소신도 필요하다. 때에 따라서는 정당의 역사며 권력과 폭력을 구별하는 지혜도 일깨워줘야 한다.

경제 사정이 나빠질 때면 으레 ‘다른 건 몰라도 박정희가 경제를 살린 건 사실 아닌가?’ 하며 과거로 회귀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박정희 시절에 연평균 8.5퍼센트의 경제성장과 국민총생산이 4.5배로 커졌으며 1인당 국민소득이 87달러에서 791달러로 거의 10배 늘었고 수출도 400만 달러에서 210억 달러로 늘었다는 자료를 들먹인다.

그러나 박정희 시절에 연평균 물가지수가 16.5퍼센트였다는 건 알고 있을까? 18년간 수출이 연간 638억 달러에 수입 871억 달러로 무역적자가 233억 달러였다. 이것이 박정희 경제건설 신화의 실체다. 박정희 정권 시절, 농민의 50퍼센트(670만 명)가 농촌을 떠나 도시 근로자가 됐다. 도시의 산업 근로자 확보를 위해 농촌을 황폐화시킨 주범이 누구였는가? 농민이 잘살았다면 왜 농촌을 떠났겠는가? 박정희는 수출을 위해 저임금 정책이 필요했고 저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저곡가 정책을 펼친 게 아니던가?


오늘날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의 토대를 박정희가 닦았다. 독재 권력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보겠다며 재벌과 불법 공생관계를 형성한 것이 정경유착이며, 통화증발과 관치금융으로 특정 기업을 지원함으로써 심각한 빈부격차를 낳았다. 경제성장 신화를 위해 일반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상실하고 재벌에 종속되게 만들었으며, 도시는 비대해지고 농촌은 피폐해지는 지역 간 격차마저 양산했다.

독재 권력을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 입법부 기능을 축소하고 사법부를 마비시킨 장본인이 박정희였다. 관치경제로 재벌과 권력층이 경제를 독식하는 바람에 개발독재, 부패공화국이 조성되었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반공주의로 동족을 적으로 규정하여 통일을 물 건너가게 한 것도 모자라 유신헌법을 만들어 영구집권을 꿈꾼 이가 바로 박정희 아닌가?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교사는 수능 점수 몇 점 올려주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분별하는 안목을 갖추도록 교육해야 한다. 옳고 그름을 구별하는 지혜와, 불의에 분노할 줄 아는 정의감과, 현상과 본질을 분별하는 판단력도 길러줘야 한다. 불의한 세상에서 불의를 보고 침묵한다면 중립이 아니라 악의 편을 돕는 것이라고 했다.

주권이 없는 백성은 노예다. 침묵이 미덕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교사는 지식전달자일 뿐 삶을 안내하는 참스승일 수는 없다. 시행착오는 과거로 충분하다. 교육의 중립성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이름으로 교사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억압을 두고 교육의 중립성을 기대할 수 없다. 불의를 보고 분노할 줄 모르는 교사가 어떻게 존경받기를 기대할 것인가?

_《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중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청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교사들

스승의날이었던 지난 5월 15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김정훈 전국교직원노조 위원장과 소속 조합원 등 1만 5853명의 교사가 실명을 내걸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세월호 참극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교사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출처 - 참세상

교사들은 대통령을 향해 "형식적인 사과와 '연출된 위로'가 국민의 억장을 무너뜨렸"다며 "부실한 구난 시스템과 함께 가슴이 내려앉은 국민들은 단 한 명의 목숨도 구하지 못한 국가 시스템의 총체적 붕괴 앞에 또 다시 넋을 잃었"다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강압과 통제로 합리적 의심을 봉쇄하는 것으로 국민의 분노를 억누를 수 없습니다. 대통령은 자신의 책무 불이행을 뼈저리게 고백하고 이제라도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뼈를 깎는 책임규명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이런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대통령 자격이 없습니다. 대통령은 무한 권력자가 아니라 무한 책임자입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킬 의지도 능력도 없는 대통령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세월호 참극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교사선언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직후 일선 학교에서는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교사들에 대한 색출 작업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앞서 교육부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실명으로 글을 올려 대통령 하야를 주장했던 교사들에 대해 <위법한 교사선언 관련자에 대한 조치사항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내 "교사 선언에 참여한 교원을 확인하고 징계처분, 형사고발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해 달라"고 요청한 바가 있었습니다.  

출처 - News1

교육부는 지난 6일 학교에서 채택한 교과서의 재심 절차를 밟을 수 있는 기준을 현재 학교운영위 '절반 동의'에서 '3분의 2 찬성'으로 높인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학교장의 목소리가 더 세지게 되어 학부모, 학생, 교원 등 교육주체의 자율성이 제한될 여지가 다분합니다.

이런 때에 6.4 지방선거의 진보 교육감 당선자 13명 중 10명이 ‘전교조의 법외노조’ 여부를 가릴 법원 판결을 앞두고 잇따라 재판부에 탄원서를 냈다고 합니다.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될 시 학교 현장에서 겪을 혼란과 교육청의 행정력 낭비를 고려해달라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13명의 진보 교육감과 역사적 퇴행을 일삼는 박근혜 정부 및 새누리당 사이에 벌어질 역사전쟁의 귀추가 주목됩니다. 여러분은 어느 편에 서시겠습니까?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지난달 저희가 출간한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의 저자 김용택 선생님께서 7월 24일 CBS방송 프로그램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하셨습니다. 3부 [집중 인터뷰] 코너에서 한국 교육의 현재와 문제점, 그리고 대안을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방송에 소개된 김용택 선생님의 교육 철학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생각비행,

2013년 7월 24일(수) 방송에 소개된 김용택 선생님

3(오후 7:35-8:00)

[집중 인터뷰]
"훈장거부한 선생님의 참교육 이야기"
-퇴직교사 김용택 선생님 (다시 듣기)


약 22분간 진행된 집중 인터뷰였으나 우리나라 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두루 살피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습니다. 김용택 선생님의 교육철학을 깊이 이해하시려면 꼭 책으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경남도민일보》와의 특별한 인연

지난 7월 31일자《경남도민일보》에 <뜨거운 교육철학 담긴 책이 나왔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김용택 선생님의 출판기념회 소식이 실렸습니다.


애초에 선생님께선 조촐한 축하 자리로 책 출간을 기념하려고 하셨습니다. 일부러 많은 분께 책을 냈다는 말씀도 하지 않으셨답니다. 그런데 CBS 방송을 듣고 책 출간을 축하한다며 연락하는 분이 많았다고 하시더군요. 동료, 후배, 지인, 제자 등 선생님을 귀하게 여기는 많은 분이 자발적으로 축하 자리를 만들었다는 소식에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출판기념회는 8월 9일(금) 오후 5시에 태봉고등학교 도서관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출판기념회 기사

7월 19일자 《경남도민일보》에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서평이 실린 적이 있습니다. <추락하는 교권…무너지는 교실, 40년 교직경험 바탕으로 쓴 에세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기사는 김용택 선생님에 대해 "퇴임할 때까지 불합리한 교육 정책의 문제를 지적해왔다. 이 같은 문제를 현장에서나마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은 올바른 교사에게서 나온다는 생각에서다"라고 책 출간의 의의를 밝힙니다. 또한 참된 삶을 안내하는 스승의 역할을 강조하며 아이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철학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생각비행, 교실붕괴, 추락하는 교권, 교육현실

7월 19일자 경남도민일보

사실 김용택 선생님과 《경남도민일보》는 각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1999년 경남도민일보창간준비위원장, 2000~ 2010년 1월 경남도민일보 논설위원, 2003 경남도민일보 이사, 2005~2012년 경남도민일보 독자모임 대표, 2011년~현 경남도민일보 독자권익위원 등으로 활동하셨기 때문입니다.  

김용택 선생님 정도는 아니겠지만 《경남도민일보》를 바라보는 생각비행의 관심 또한 특별합니다. 저희는 서울에서 《경남도민일보》를 정기구독하고 있습니다. 약 2~3일 지나 도착하기 때문에 매번 과거의 소식을 접하는 셈이지만, 그래도 중앙지에서 볼 수 없는 소중한 정보에 놀라는 일이 잦습니다. 생각비행은 《경남도민일보》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피플파워》를 창간호부터 정기구독하고 있는 열혈 독자이기도 합니다. 지방의 소식은 지방 매체가 가장 정확하게 전달해준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 각지에 많은 지방지가 있지만 《경남도민일보》를 향한 애정은 각별합니다. 《경남도민일보》가 권력화된 '토호 언론'의 병폐를 극복하기 위해 6,000여 명의 도민이 주주로 참여하여 창간한 '개혁적 지역정론지'이기 때문이죠. 이 신문의 지향점은 창간사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두렵고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존 신문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지역언론 하나를 세상에 내어놓습니다. 6,000여명의 각계각층 도민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일간신문을 만들었다는 것은 경남 언론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거니와, 이를 위해 우리의 모든 정열과 노력을 쏟아 부었던 지난 6개월을 돌이켜 볼 때 벅찬 감격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먼저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경남도민일보 창간을 위해 기꺼이 피와 살점을 떼어 준 6,000여 주주들의 높은 기대와, 예사롭지 않은 신문에 쏟아지는 전국적인 관심이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두려움과 중압감 속에서도 우리는 경남도민일보의 창간이 경남의 역사는 물론 한국언론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기념비적인 일로 남을 것이라 믿습니다.

우선 경남도민일보는 '신문'의 주인과 '신문사'의 주인이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는 '도민의 신문'으로서 특정 대자본의 이해관계에 흔들려 온 한국언론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했다는 것입니다. 언론의 자유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국민 모두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의 언론은 민주화의 과정에서 국민들이 피흘려 쟁취한 언론자유를 소유자본이나 언론구성원들의 이익을 위해 이용해왔던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과정에서 언론은 부도덕한 권력과 자본의 횡포를 감시하고 비판하기보다 스스로 권력화 함으로써 참언론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려 왔던 것도 사실입니다.우리는 이런 문제의 근본이 언론의 잘못된 소유구조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경남도민들은 전국에서도 유례가 드문, 전혀 새로운 신문의 소유구조를 창출했습니다.

예로부터 경남은 외세의 침탈로부터 나라를 구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 의병의 구국혼과 형평사운동으로 표출된 인간해방의 정신, 그리고 3.1독립운동과 3.15의거, 10.18항쟁으로 이어져온 자주.민주.정의의 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는 고장입니다.

개혁언론의 기치를 든 경남도민일보가 이 고장에서 창간하게 된 것도 이처럼 불의를 용납치 않는 경남인의 혼이 살아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일찍이 경남도민일보는 지역언론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덕목으로서 도민에게 드리는 21가지 약속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스스로 깨끗한 언론만이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원론적인 인식에 따른 것입니다. 뒤틀린 현실 속에서 바른 길을 걷는다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압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첫마음으로 돌아가 스물 한가지 약속을 되새기겠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것. 그것만이 경남도민일보에 쏠린 300만 도민의 관심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길이라 생각하며, 오늘의 이 두려움과 설레임을 영원히 간직하겠습니다. 
 
1999년 5월 11일

생각비행이 창립 이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올린 다양한 기사에 《경남도민일보》가 자주 등장합니다. 대표적인 기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 생각비행의 책이 소개되어 반가운 마음에 글이 길어졌습니다. 다른 언론 지면에 소개된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기사를 소개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많이 사랑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최근에 출간한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가 여러 언론 매체에 소개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소개해준 곳 중 하나가 《시사인》이었습니다. <"속이 불편한 아이들, 미안했어요">라는 제목을 단 기사는 온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아이들의 불편함을 알아채지 못한 선생님이 미안한 마음을 고백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김용택 선생님은 "교직 생활을 40년 가까이 했어도 아이들 세계를 이렇게 몰랐다니. 부끄럽고 미안해 얼굴이 화끈거렸다"며 솔직한 마음을 드러냅니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본문 중 <선생님, 쟤 변태예요!>라는 글의 일부입니다.

다음은 인터넷상에 떠도는 어느 고3 학생의 일과표다.

06:00 기상
06:00~06:30 씻고 옷 입기
06:30~06:50 아침 먹기
06:50~07:00 스쿨버스 탑승
07:00~07:30 이동 중 버스에서 잠자기
07:30~08:00 자유시간 또는 대략 잠자는 시간
08:00~09:00 EBS 등 방송 시청
09:00~12:50 정규수업
12:50~13:50 점심 먹기
13:50~18:50 정규수업 및 보충
18:50~19:30 저녁 먹기
19:30~23:00 야간 자율학습
23:00~23:30 스쿨버스로 이동 / 2시까지 도서실에서 공부하기도 함

수험생에게 4당 5락(4시간 자면 합격, 5시간 자면 불합격)은 여전히 현실이다. 식욕은 왕성한데 먹고 책상 앞에만 앉아 있다가 집과 학교를 다람쥐 쳇바퀴 돌듯 왔다 갔다 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살이 찌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열이면 일곱, 여덟이 배가 나오는 현실. 그래서 허리띠를 매지 못하고 풀어헤치고 앉아 있는 교실. 특기나 소질 개발이 아닌 시험문제 풀이를 위해 하루 17시간을 책상 앞에만 앉혀놓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야만적인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공부하는 아이들이 배만 나오는 게 아니다. 딱딱한 나무의자에 17시간을 앉혀놓으면 어떤 허리인들 멀쩡하며, 눈이며 위장이며 성한 곳이 있겠는가? 그렇게 한 공부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진짜 도움이 되는 지식인가 하는 건 별개의 문제가 되고 있다. 올해도 장도식(수능시험을 치기 전에 학교에서 수능 치는 학생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행사)을 마치면 아이들은 공부하던 교과서며 참고서를 폐휴지통에 내다버리고 말 것이다.

이렇게 시험을 위해 준비한 지식은 시험이 끝나는 순간 버림받을 수밖에 없다. 서열화된 대학을 두고서는 어떤 교육개혁도 불가능하다. 정부 수립 후 스무 번 가까이 바뀐 입시제도가 말해주듯 야만적인 입시교육은 나날이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입시교육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공약한 대통령이나 교육부 장관 그 누구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교육개혁을 하겠다면서 시장논리를 앞세워 불평등을 대물림시키는 정부, 바른말 하는 전교조의 입에 재갈을 물리면서 아랫돌 빼 윗돌 괘는 교과부는 언제까지 국민을 기만할 것인가?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220~221쪽


김용택 선생님은 "학생들로 하여금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하게 사는 길인지,어떻게 사는 게 아름답게 사는 것인지, 어떻게 살면 훌륭한 삶을 살 수 있는지를 가르치지 않고,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 이겨야 산다는 생존의 법칙, 힘의 논리만을 가르치는 교사가 과연 교사로서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믿어도 좋은 걸까?" 하고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오늘날 한국의 교육, 무엇이 문제일까요? 《노컷뉴스》가 김용택 선생님의 고민을 잘 담아 기사화했습니다. <무너진 공교육… 문제는 철학이야>라는 기사는 교육이 무너진 것은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교육 정책과 입시위주의 교육, 일류대학이라는 학별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꼬집습니다. 개인은 물론 학급, 학교, 지역사회까지 서열화하는 성적지상주의 교육이 교실을 황페화시켰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교육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김용택 선생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철학을 가르치지 않는 학교는 교육을 포기한 것이다. 많은 지식을 전수하지만 사용법을 가르지지 않는다면 오용(誤用)하기 십상이다. 지식이 좋기는 하지만 나쁘게 쓰이면 무식함만 못하다. 판단 기준이 없는 지식은 악용될 수 있다.

학교는 이제 미몽(迷夢)에서 깨어나 교육을 해야 한다. 영어, 수학을 잘하면 훌륭한 사람이 되고, 일류학교를 졸업하면 출세가 보장되는 사회는 학벌이 지배하는 전근대적인 사회다.

돈과 지위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양심을 저당 잡는 사회에서 사람답게 살려면 형극(荊棘)의 길을 가야 한다. 남북분단 상태로 덕을 보는 사람, 봉건적 폐쇄사회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변화를 거부하는 보수(진정한 보수는 아니다)의 길을 고집하게 되어 있다. 그러다 결국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소외되는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

니체나 쇼펜하우어, 칸트의 몇 마디 말을 읊조리는 것은 올바른 철학공부가 아니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아는 것,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아는 것, 서로 도우며 의지하고 사는 평범한 지혜를 깨우치는 것이 곧 철학이다. 고의든 아니든, 나로 말미암아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더불어 사는 법’을 깨닫게 하는 것이 철학이다. 철학을 가르치는 학교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244~245쪽


그렇습니다. 권력이나 돈이나 선의 이름으로 약자의 눈을 감기고 짓밟는 세상은 진위가 뒤집힌 더러운 세상입니다. 그런 사회에서 아무리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학력이 높아진들 삶의 질이 나아지길 바라는 건 그림의 떡일 뿐이겠지요. 아무리 지식이 많더라도 판단 기준 없는 지식은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언제까지 교실붕괴 타령만 할 텐가! 철학을 가르치는 학교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는 김용택 선생님의 교육 철학에 우리 모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2013년 들어 세 번째 책을 출간했습니다. 제목은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약 40년 가까이 학생들을 교육하다 정년퇴임한 선생님의 철학을 담은 교육에세이입니다. 저자인 김용택 선생님은 우리나라의 잘못된 교육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전교조 활동, 방송 출연 및 제작, 신문 논설위원 등으로 온몸을 던져 살아오신 분입니다.

이 책에서 선생님은 교직에 있는 동안 만난 제자 이야기, 교사의 변화를 촉구하는 이야기, 교실에서 못다 한 이야기 등을 들려주며 위기에 처한 학교의 현실을 진단하고, 철학을 가르치는 학교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는 교육 철학을 전파합니다.

오늘날 교실붕괴는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교육정책과 입시위주의 교육, 그리고 일류대학이라는 학벌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전국단위 일제고사로 개인은 물론 학급, 학교, 지역사회까지 서열화하는 성적지상주의 교육이 교실을 황폐화시켰습니다. 개인의 소질이나 개성을 무시하고 일류대학 진학만을 강조하는 입시교육이 만든 결과가 곧 교실붕괴가 아니라고 강변할 수 있을까요?

칠순을 바라보는 김용택 선생님은 교육을 살리는 길은 수업기술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외칩니다. 퇴임한 지 7년이 됐지만 학벌, 왕따, 학교폭력, 학교운영위원회, 교육과정 등 산재한 우리 교육의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여전히 '현직' 교사를 자처하는 김용택 선생님을 만나보시죠!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 사랑으로 되살아나는 교육을 꿈꾸다

▸분야: 인문·사회과학 〉교육에세이          ▸판형: 신국판 변형(140*215)      ▸발행일: 2013년 7월 10일
▸지은이: 김용택        ▸쪽수: 248쪽         ▸가격: 14,000원                      ▸ISBN: 978-89-94502-15-1

“언제까지 교실붕괴 타령만 할 텐가!”

칠순의 현직 교사, 김용택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의 저자 김용택은 1969년 초등학교에 첫발을 내디뎌, 38년의 교직생활 후 2007년 2월 정년퇴임한 교사다. 그는 퇴임 당시 정부의 옥조근정훈장(33년 이상 근무한 퇴임 교사 전원이 대상임)을 거부했다. 훈장을 포기했던 사연을 자신이 운영하는 개인 홈페이지에 올렸더니 신문과 방송이 큰 사건이라도 만난 것처럼 부산을 떠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그가 훈장을 거부한 이유는 무너진 학교의 현실을 그대로 두고 정년퇴직을 하면 개근상처럼 훈장을 받아들이는 세태를 질책하기 위해서였다. ‘해방 후 지금까지 수십만 명이 훈장을 받았는데 왜 교육은 이 모양인가?’ 하는 항의의 표시였던 것이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훈장을 거부한 사람이 아니라 훈장 받는 사람이 기삿거리가 돼야 할 텐데, 오히려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고 술회한다.

초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마산지부장을 맡았던 그는 이른바 전교조 1세대 교사다. 전교조 활동으로 5년간 해직 끝에 복직된 그는 무너진 학교를 되돌리기 위해 1994년부터 마산MBC 라디오광장 〈교육이야기〉에 15년간 고정 출연했다. 생방송으로 학교 현장의 실태를 알리고 교육다운 교육이 무엇인지를 전달하고자 애썼다. 또한 ‘모든 시민은 기자’라는 기치를 내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학생인권을 강조하고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좋은 학교 만들기, 민주적인 학교운영 등의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노동자가 노동법을 모르고 역사의식이 없다면 노예로서 삶을 살 수밖에 없다며, 노동자들로 하여금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행복을 찾아주려는 취지로 1999년에 지역의 양심적인 대학교수들과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노동사회교육원’을 개설해 노동자 교육에 참여하면서 10여 년간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교직에 몸담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교육개혁에 헌신한 그는 퇴임 후 한 경남도교육감 후보의 정책 참모를 맡아 무상급식과 공립대안학교 설립을 제안, 이후 공립대안학교 TF팀장을 맡아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에서 태봉고등학교 설립에 참여했다. 공립대안학교가 공교육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어렵게 개교하여 지금은 지원율 3대 1이라는 전국에서 유일한 기숙형 공립대안학교로 개교 4년차를 맞고 있다.

그의 교육개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태봉고등학교에서 대안학교지원센터장을 맡아 일하면서 대안학교조차 들어오지 못해 방황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가온누리센터 ‘보리학교’를 세웠다. 학교를 떠났으나 여전히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들과 제자의 물적 지원에 힘입어 세워진 ‘보리학교’는 아이들의 쉼터요, 탈학교 학생들이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희망의 장이 되고 있다. 여기서 그는 지금도 아이들을 현직 교사로 만나고 있다.

칠순을 바라보는 그가 포기하지 못한 일이 또 하나 있다. 홈페이지가 유행이던 2000년에 운영한 개인홈페이지(김용택과 함께하는 참교육이야기)의 미련을 버릴 수 없어 지금도 포털 다음에서 ‘김용택의 참교육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교단을 떠난 지 7년. 하루가 다르게 현장 감각이나 정보가 떨어지고 기억력도 줄어든다고 한탄하면서도 학교가 교육을 할 수 있는 장으로,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학교,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로 바뀔 때까지 그는 이 길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철학을 가르치는 학교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발령을 받아 교단에 선 교사는 교직원 간에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교장 선생님의 뜻에 따라 교과서를 잘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편애하지 않고 인간적으로 대하면 금상첨화라고 믿을 것이다. 그러나 교사가 과연 그렇게만 살면 될까?

교사 김용택은 사회의 온갖 모순과 위선, 폭력, 상업주의가 난무하는 현실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느냐고 우리에게 묻는다. 교권상실이나 교실붕괴는 사회적인 병리현상과 환경, 입시위주 교육정책을 먼저 개선하지 않고서는 막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사회가 병들었는데 교실붕괴만 막겠다는 ‘교실붕괴 타령’은 저질 코미디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다.

2013년 4월 《경향신문》은 한때 서울 강북지역에서 명문고로 불렸던 학교의 한 반 38명 학생 중 20명 정도만 수업 듣고 나머지는 다 잔다는 기막힌 현실을 보도한 바 있다. 학교가 왜 이 지경이 됐을까? 교육부가 수월성을 추구한다며 ‘특목고—자사고—일반계고—실업계고’ 식으로 학교를 서열화했기 때문이다. “학교 오면 지옥 같다”느니 “졸업장 따러 학교 간다”느니 하는 말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 중에 학교를 자퇴하고 대학입학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 조사(2011. 3. 1~2012. 2. 29 기준)에 따르면 해외유학·이민을 제외하고 학업을 중단한 학생이 5만 9165명으로 파악됐다. 전체 초·중·고교 재학생 1000명 중 9명(0.85%)꼴이다. 학업 중단자는 고교생이 3만 3057명(1.7%)으로 가장 많고, 중학생 1만 5337명(0.8%), 초등학생 1만 771명(0.34%) 순이다.

그동안 전교조를 비롯해 수많은 교육단체와 학자들이 교육위기의 원인이 대학 서열화에 있다며 근본적인 해법을 요구했으나 지금까지 어떤 정권도 이를 풀어내려는 진정 어린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독해력은 물론 기본적인 학습능력을 갖추지 못한 아이들을 하루 16시간씩 교실에 가둬두고 끊임없이 문제풀이를 하는 학교에서 아이들만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교사 김용택은 학교가 이제 미몽(迷夢)에서 깨어나 교육을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영어, 수학을 잘하면 훌륭한 사람이 되고, 일류학교를 졸업하면 출세가 보장되는 사회는 학벌이 지배하는 전근대적인 사회이기 때문이다. 삶의 지표가 없는 사람은 불행하다. 행복이 뭔지, 진정한 사람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은 더더욱 불행하다. ‘왜 사는가?’에 관한 자기 나름의 대답이 ‘인생관’이다. 이제 학생 스스로 인생을 설계하고 자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교육이 절실하다.

니체나 쇼펜하우어, 칸트의 몇 마디 말을 읊조리는 것은 올바른 철학공부가 아니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아는 것,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아는 것, 서로 도우며 의지하고 사는 평범한 지혜를 깨우치는 것이 곧 철학이다. 고의든 아니든, 나로 말미암아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더불어 사는 법’을 깨닫게 하는 것이 철학이다. 철학을 가르치는 학교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김용택

그는 ‘김용택의 참교육이야기(http://chamstory.tistory.com)’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정년퇴임한 교사다. 사람이 어떤 인물인가를 알아보려면 살아온 삶을 살펴보면 된다. 그는 40년 가까이 교직생활을 하는 동안 잘못된 교육을 바꿔보겠다며 전교조 활동, 방송 출연 및 제작, 신문의 논설위원 등으로 온몸을 던지며 살아왔다. 그럼에도 학교에서 못다 한 얘기를 블로그를 통해 나누기 위해 오늘도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한다. 그런 노력 덕분일까. 블로그를 시작하고 5년의 세월이 흐르는 사이 하루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이 찾는 파워블로거가 됐다.
오늘날 교육에 관한 한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없을 정도지만, 이해관계로 얽힌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교육에는 해법이 없다. 아니, 오히려 갈수록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 형국이다. 하지만 그를 만나면 문제가 보인다. 왜 학교가 무너지고 있는지, 왜 아이들이 폭력문제로 시달리고 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병든 교육을 바꿔보겠다고, 신음하는 아이들을 살려내겠다며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하고 있는 사람, 그는 말한다. 교육을 살리는 길은 수업기술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퇴임한 지 7년이 됐지만 학벌, 왕따, 학교폭력, 학교운영위원회, 교육과정 등 산재한 우리 교육의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여전히 ‘현직’ 교사를 자처하는 사람, 그를 만나면 왜 이런 길을 걷고 있는지 깊이 공감할 수 있다.

본문 중에서

학생들로 하여금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하게 사는 길인지, 어떻게 사는 게 아름답게 사는 것인지, 어떻게 살면 훌륭한 삶을 살 수 있는지를 가르치지 않고,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 이겨야 산다는 생존의 법칙, 힘의 논리만을 가르치는 교사가 과연 교사로서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믿어도 좋은 걸까? ―108~109쪽

주권이 없는 백성은 노예다. 침묵이 미덕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교사는 지식전달자일 뿐 삶을 안내하는 참스승일 수는 없다. 시행착오는 과거로 충분하다. 교육의 중립성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이름으로 교사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억압을 두고 교육의 중립성을 기대할 수 없다. 불의를 보고 분노할 줄 모르는 교사가 어떻게 존경받기를 기대할 것인가? ―164쪽

목차
추천사 | 한 사람의 교사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머리말 | 교육 없는 학교, 방황하는 학생

1부 부끄러운 학교를 말하다

수능날 아침, 늙은 교사의 기도
한 반 38명 중 3명만 공부하는 학교
인성교육도 등수 매기나?
학원에서 인성교육, 그럼 학교는 뭘 하지?
교과부, 누더기 교육과정 또 바꾼다
모두를 피해자로 만드는 선행학습, 누가 좋아할까?
학교가 무너진 지 언젠데 이제야 ‘교실붕괴 타령’인가?
학생인권조례 시행되면 교육 현장이 난장판 된다고?
학생 강제하는 교권으로 어떻게 교육 살리나?
학교폭력과 사회폭력, 어느 쪽이 더 심각한가?
학교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원인을 분석해보니
학교폭력, 학생부에 기재하면 안 되는 진짜 이유
복수담임제, 이런 정책으로 폭력을 근절하겠다고?
학교의 주인은 교장인가, 학생인가?
‘교무회의 의결기구화’, 학교 민주화의 길 열린다
진보적인 교장, 민주적인 교장은 어떻게 다른가?
노동자로 살아갈 제자에게 ‘노동자의 가치’ 가르쳐야
야만적인 현장실습, 교육인가 노동착취인가
수능 끝난 학교, 교육도 끝인가?

2부 교사가 바뀌어야 교육이 바뀐다

일류대학이 교육 목표가 된 나라에서 훌륭한 교사란?
교사 휴게실에서 들은 황당한 이야기
교사! 그는 누구인가?
이런 아이, 어떻게 지도하세요?
교사가 저지를 수 있는 ‘일곱 가지 죄’
아이들의 신조어, ‘남아공’이 무슨 뜻인지 아세요?
교육의 질은 교원의 질을 능가하지 못한다?
교장, 교감은 수업하면 안 되나?
‘교장 십계명’, 들어본 적 있나요?
첫 수업마다 들려주던 이야기
담임은 싫고 부장은 서로 하겠다고?
선생님! 저 대학 등록을 못 했어요
씨×! 학교 안 다니면 그만 아닙니까?

3부 교육위기, 극복할 길 있다

교육이란 잘못을 바로잡아주는 거잖아요!
일제고사가 교육을 망치는 이유
사교육·입시지옥, 바꿀 수 있습니다
교과서를 바꾼다고 매국노가 애국자 되나?
지금 경기도에는 천지개벽이
학교운영회의부터 개선하자
무상교육, 무상의료는 꿈일까?
교육다운 교육, 할 수 없나?
학부모가 바뀌어야 교육이 산다
영어를 나랏말로 바꿀 셈인가?

4부 교실에서 못다 한 이야기

교사의 기도
선생님이 사전보다 똑똑해요?
삶의 질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제자의 변화
선생님, 쟤 변태예요!
무엇을 위한 행복인가?
인간이 ‘사회적 존재’라는 의미
선생님, 저 술사모 카페 회원이에요!
당신은 선생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나는 분노할 줄 모르는 사람이 싫다
현대사를 알면 세상이 보인다
나는 누구인가?
김예슬 죽이는 더러운 세상
교육다운 교육, 교사부터 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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