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잘 쇠셨는지요? 우리나라의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인 설 연휴가 끝났습니다. 설을 맞이하여 유통업계는 각종 선 선물 세트를 내놓았던 것 기억하실 겁니다. 이번 설 선물 중에 눈에 띈 건 이른바 '김영란법 세트'였습니다. 설 대목을 앞두고 대형 마트에는 부정청탁 및 금풍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 품목과 가격이라는 안내 스티커가 붙어 있었는데요, 이 세트의 가격 상한은 20만 원이었습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우리가 애초 알고 있던 김영란법이 규정한 금액과 꽤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출처 - YTN

 

실제로 그랬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자 민생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며 명절이 되면 농축수산물에 한해 선물 상한 금액을 기존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올렸습니다. 한시적으로 인상 방안을 추진했다가 자영업자들의 꾸준한 법 개정 촉구로 올해 설부터 명절마다 금액을 완화하는 개정안이 통과된 겁니다. 애초 김영란법 시행 이후 2년도 안 된 2018년 1월부터 한도를 10만 원으로 올린 전례가 있었죠. 그때 명분은 화환, 조화 및 농수산물 소비를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민심의 반발을 의식해 경조사비 한도는 5만 원으로 내렸습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20년 9월 선물 상한액은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두 배가 뛰었습니다. 이번에도 명분은 코로나19와 태풍 피해로 인한 농축수산물 소비 위축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했습니다. 2년에 한 번씩 두 배로 올리니 무슨 법칙이라도 되는 것 같군요.

 

출처 - 뉴스1

 

특히 올해는 임시 조치가 아닌 법 개정이 이뤄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법적으로 완벽하게 상한선이 올라간 것이니까요. 관련 업계 사람들은 환영하고 있습니다. 한우를 비롯해 굴비나 견과류처럼 값나가는 1차 산품들은 숨통이 트였으니까요. 홍삼 같은 가공품이라도 우리 농, 축, 수산물이 50% 이상 들어갔다면 20만 원 상한까지 선물할 수 있습니다. 이번 설의 실제 소비 패턴을 보면 대형 마트 3사의 설 선물 사전 예약 판매 실적이 늘었습니다. 10만~20만 원 사이 매출 신장률이 큰 폭으로 뛰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매수 경제가 활기를 띄는 것은 좋은 현상이겠죠.

 

출처 - YTN

 

그런데 정작 '공직자에게 선물할 때는 이제부터 20만 원에 맞춰라'라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김영란법 제정으로 겨우 공직자들에 대한 선물과 접대에 투명성이 생기려 했으나 이제 그 의미가 퇴색하고 적정 선물 금액마저 정해주는 듯한 법이 되어 버렸습니다. "20만 원까진 뇌물 아님~" 하고 국민을 놀리는 것 같아 보일 정도입니다. 어떻게 보면 비정규직법 같기도 합니다. 비정규직 법은 비정규직을 구제하고자 만든 법이었지만 현실에서는 비정규직을 자르기 위한 기준이 되어버린 것처럼 말이죠. 대중의 반발이 없어서일까요? 국회의원들은 현재 3만 원인 공직자들의 외식 접대비도 5만 원까지 올리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내수 진작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고통받는 외식 산업을 살리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 핑계에 불과하죠.

 

출처 - 경향신문

 

중고 물품을 파는 당근마켓에 가보면 설 선물을 중고로 사고파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필요 없는 선물을 처리하겠다는 목적도 있겠지만 중고 선물이나마 구하려고 2~3만 원짜리를 찾아 헤매는 서민들의 애환이 묻어납니다. 반면 20만 원짜리는 받아야 선물이라고 여기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김영란 선물 세트'를 보노라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어느 수준에 도달했는지 확인하는 일종의 기준점이 된 듯합니다. 

 

출처 - YTN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김영란법 적용대상자는 251만 명입니다. 법률 시행 이후 2020년까지 법 위반으로 신고된 건수는 총 1만여 건이었습니다. 시행 첫해 1568건에서 2018년 4380건까지 늘어난 뒤 2019년 3020건, 2020년 1761건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인데요, 실제로 제재를 받은 사람은 전체 신고의 6% 수준에 머물렀다고 합니다. 그중 대부분은 과태료 처분으로 끝났으니 실제 형사처벌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셈입니다. 이렇게 보면 과연 김영란법이 실효성이 있긴 한가 하는 회의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애써 확립하기 시작한 공직사회 기강 세우기가 무덤으로 들어가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될 일입니다. 김영란법은 꼼수를 위해 만든 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해두고 싶습니다. 설 연휴가 끝난 이 아침에 여러분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지난 9월 28일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속칭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만 1년이 된 날이었습니다. 그사이에 농산물과 화훼 시장이 수조 원의 피해를 봤다느니 경제가 죽는다느니 하는 공포를 조장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도 못 달아드렸다, 선생님께 커피 한 잔도 맘대로 사드리지 못한다, 신제품을 출시하는 애플에 한국 언론이 취재를 가지 못했다 등등 자극적인 기사도 줄을 이었죠. 그동안 얻어먹던 산업계의 콩고물이 끊기자 언론들이 앞장서서 김영란법을 훼손하려고 작심한 것이었는데요, 언론계 일부는 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죠.


출처 - SBS


하지만 볼멘소리를 하는 공직자들과 언론인들의 졸렬함을 치워놓고 보면 지난 1년간 김영란법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가장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곳은 교육현장이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이 초중고 학부모와 교직원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95퍼센트가 김영란법에 찬성했습니다. 명확히 반대한다는 의견은 1퍼센트에 그쳐 사실상 오차 범위 내에서 김영란법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촌지 등의 금품수수 관행이 사라졌다고 답한 학부모와 교직원은 85퍼센트에 육박했습니다. 하자니 부담되고 안 하자니 내 아이만 피해를 볼까 두려워할 수도 안 할 수도 없었던 일들을 법이 하지 말라고 못 박아주자 생긴 긍정적인 효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추석에는 학교는 물론 구립 체육센터들까지 나서 강사들에게 선물을 주지 말라고 공지하는 등 안내문을 낸 곳도 많았다고 합니다.


출처 - SBS


지난해 전경련 유관 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이 낸 보도자료는 가관이었습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고급 음식업을 중심으로 국가 경제에 8조 5000억 원의 매출이 줄어든다는 겁박 수준이었습니다. 언론과 방송은 이를 비판 없이 인용해서 베끼기 바빴고 골프장과 선물 업계까지 포함하면 김영란법으로 추정되는 손실액이 1년에 무려 11조 6000억 원이라며 공포를 조장하기 바빴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국내 모든 음식점 매출이 10퍼센트는 줄 것으로 전망했는데 한국외식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줄어든 매출은 1퍼센트대로 극히 미미했습니다. 카드사의 실적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법인카드 결제액은 김영란법 시행 전보다 2.3퍼센트 증가했습니다. 일반적인 음식점의 경우 김영란법 영향을 아예 받지 않았고 접대로 필요 이상 비싼 음식점들만이 제한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이죠.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음식점이 다 망하고 경제가 무너지고 나라가 무너진다던 소리는 다 자기들이 누리던 특권을 놓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조장한 과장된 공포였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드러난 셈입니다.



출처 - 중앙일보


물론 확실히 매출이 떨어진 분야가 있긴 합니다. 사과와 배, 한우, 화훼 같은 선물용 농산물 분야가 그러합니다. 특히 관상용인 난의 경우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10퍼센트 넘게 떨어졌습니다. 설 선문 세트 판매액도 작년 대비 26퍼센트 수준으로 큰 내려갔습니다. 통계 자료는 없지만 동네 떡집들도 매출이 줄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합니다.

 

출처 - 뉴스토마토

 

지난 2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축산 도소매, 화훼 도소매 등 소상공인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매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하면서도, 김영란법 시행 취지에 공감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소상공인의 68.5퍼센트가 '공감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를 보면 김영란법 시행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소상공인의 실질적 매출 감소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함과 아울러 김영란법 시행의 긍정적인 면을 더 확산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권익위가 경제적 효과를 종합해 올해 안에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으니 업계도 법에 맞게 조정을 거치면 될 것입니다.


출처 - 허핑턴포스트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에서 2016년 우리나라는 52위였습니다. 우리 바로 위는 아프리카의 르완다였고, 바로 뒤에는 아프리카의 나미비아가 있었습니다. 한편 싱가포르는 7위, 일본이 20위, 대만이 31위였습니다. 아시아 국가에서도 우리나라는 부정부패 지수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삼성 총수까지 잡혀들어가 있는 2017년 부패지수는 더 떨어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부정부패는 민주주의와 법치를 위협하고 국가 재정을 좀먹으며 사회의 신뢰를 떨어뜨립니다. 겨우 1년 만에 김영란법 적용 액수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닙니다. 적폐와 부패를 청산하기 위해서도 김영란법은 더 강하게 집행되어야 합니다.

 

지난 7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일명 '김영란법')이 마지막 관문을 넘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에서 4대 쟁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모두 합헌 결정을 내리며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공직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김영란법은 예정대로 9월 28일 시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애초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측은 그 이후로 자신들의 무기인 권력과 언론의 힘을 바탕으로 김영란법에 십자포화를 쏴대고 있습니다.

 

출처 - SBS

 

헌재에서 다룬 핵심 쟁점은 4가지였습니다. 민간영역인 사립교원, 언론인도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게 적법한가, 공직자 등의 배우자 금품수수 시 신고의무를 부과한 점은 연좌제가 아닌가, 부정청탁과 사회상규라는 뜻이 모호하지 않은가, 식사비/선물/경조사비 등의 상한가액을 시행령으로 정한 규정이 포괄위임 금지원칙에 반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었죠. 헌재는 이 모든 쟁점이 적법하며 사회의 만연한 부정부패를 일소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출처 - 팩트올


이로써 9월 28일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공직자와 공적 직역 대상자들이 1회 100만 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 등을 제공받으면 직무와 관련이 있건 없건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 원에 처하며, 공직자 등이 배우자의 금품수수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아도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 원의 처벌을 받습니다. 100만 원 이하의 금품 등을 받았을 때 직무관련성이 있다면 2~5배의 과태료를 물립니다.

 

이 때문에 밥 한번 먹고 술 한잔 해야 일이 돌아갔던 재계를 비롯한 경제 관련 단체는 소비 위축에 뒤따른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며 사람들을 겁박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김영란법 시행에 반발하며 〈한우의 한숨, 굴비의 비명〉이라는 감각적인 제목의 기사로 김영란법은 한우를 비롯한 농가를 죽이는 악법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죠. 기사는 우리 농가가 김영란법으로 무너진 사이 중국산이 쏟아져 들어와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우루과이 라운드, 조류독감, 쌀 수매 등의 핵심 사안이 있을 때마다 피눈물 터지는 농촌의 어려움을 외면하던 보수 언론이 김영란법 시행에 관해서는 왜 이런 입장을 보이는지 그 저의를 알 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출처 - 조선일보


경제계와 언론의 우려대로 김영란법으로 말미암아 일시적인 소비 위축이 올 수는 있을 겁니다. 한국은행의 경우 김영란법의 영향을 고려해 올해 GDP 성장률을 낮췄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 곳곳에 부정부패가 그만큼 만연해 있다는 현실의 방증이기도 합니다. 

 

김영란법의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외식업계는 먹고살 일을 걱정하며 헌재의 결정을 규탄하면서도 발 빠르게 3만 원 미만 메뉴 만들기에 나섰습니다. 백화점 등 대형 유통점도 김영란법에 맞는 선물세트 만들기에 바쁩니다. 법 시행을 앞두고 사회 곳곳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얘깁니다.


출처 - 한국일보


우리나라는 매일 270억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접대비로 쏟아붓는 나라입니다. 연간 10조 원 규모입니다. 선물 구매비는 좀 더 나가서 11조 원이었죠. 국세청이 법인카드로 확인한 금액만 집계한 것입니다. 그중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 비중이 가장 높았습니다. 매일 수십억씩 연간 1조 원이 넘는 돈이 유흥업소로 흥청망청 쓸려 들어갑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를 접대 문화라고 부르며 묵인해왔습니다. 기업이 어렵다면서도 접대비 지출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건 대체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이런 접대 문화가 '먹혔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접대비와 선물 구매비에 해당하는 약 20조란 돈을 기업의 혁신에 쓴다고 경제가 위축될까요? 김영란법이 기업을 죽인다는 말은 기업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무식한 말입니다. 접대비를 줄인 돈으로 신기술과 신제품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부정부패를 없앨수록 소득이 올라가고 경제가 성장한다는 건 상식이고 경제학계의 정설입니다.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청해진해운은 사고 전해인 2013년에 접대비로 6000만 원을 썼습니다. 하지만 안전교육 등 선원들의 교육비로 쓴 돈은 겨우 54만 원이었죠.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에서 접대비 일부가 해경 향응에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죠.

 

이처럼 접대 문화가 만연한 곳에서 기업은 힘들여 혁신할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로비와 청탁에 매달리게 되고 기업을 감시하는 공직자와 언론 종사자는 이 로비와 청탁에 빌붙어 사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하지만 구태에 젖은 새누리당은 김영란법을 연착륙시켜야 한다며 벌써 시행령 개정으로 식사비 등 비용을 인상하려 하고 있고, 언론은 자영업자들이 폭삭 망한다느니 수사기관의 함정수사에 목줄이 잡힐 거라느니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3만 원 이상 식사, 5만 원 이상 선물 금지로 축산업자나 과수농가, 어민 등 서민이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단체가 엄살떠는 소비 위축의 근거는 되지 못합니다. 최저 시급 6000원이면 황제처럼 식사할 수 있다던 새누리당과, 최저 임금으로도 먹고살 수 있다며 매년 최저 임금 인상 몇백 원에 윽박지르던 경제단체가 할 말은 아니죠. 또한 "축산업과 과일 산업이 뿌리째 흔들릴 것" "경제를 망가뜨릴 것"이라며 호들갑을 떠는 언론도 사실관계를 왜곡하지 말고 올바르게 알릴 의무가 있습니다.

출처 - 뉴스핌

 

이미 지난 6월 29일 전국농민회총연맹, 가톨릭농민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등 4개 농민단체가 "농어민의 어려움을 방패막이 삼아, 김영란법을 무력화시키려는 일체의 행동을 중단하라"며 성명서를 낸 바 있습니다. 이들 단체는 "김영란법은 검은 거래를 막기 위해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농어업의 피해를 의도적으로 부풀려 이 법의 시행을 미루고, 기능을 못 하게 한다면 농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밝혔죠.

 

또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김영란법 시행령의 '식사비 3만원, 선물비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완화하는 결의안을 내놓자 시민단체들이 기준 완화는 "입법 취지를 훼손하는 행태"라고 반발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 농해수위의 김영란법 한도 상향 결의안은 정치권이 스스로 부정부패 근절의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경실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농수축산업계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부패로 망한 나라는 있어도 청렴으로 망한 나라는 없다"며 "금품수수 기준을 완화할 것이 아니라 정부·정당·산업계가 판로를 개척하고 상품을 개발하는 등 업계를 보호할 보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생각비행은 지난 5월에 〈김영란법으로 경제 위축?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기사에서 김영란법이 국민 경제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 즉 박근혜 정부가 직접 발주한 용역 보고서의 내용이었죠. 이 보고서는 김영란법 시행령의 근거가 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용역 보고서는 대통령이나 언론인 등 김영란법을 반대하는 부류의 불만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줍니다. 대표적인 피해 업종으로 알려진 화훼산업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충격이 없을 것이라고 결론 났습니다. 선물 수요도 줄지 않을 것으로 나타났죠.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즉 김영란법에 걸릴 만한 행위를 했던 공무원 수 등을 대입해 시장 수요를 조사해봤더니 많아야 0.86퍼센트 정도가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가장 비관적인 예측조차 1퍼센트도 안 됩니다. 오히려 김영란법 시행의 긍정적 효과로 기업 접대비가 감소하여 노동자의 임금 상승으로 연결되면 진정한 의미의 경제 활성화가 일어날 수 있고 부패 척결을 통한 지하 경제 양성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합니다.


결국 김영란법이 시행된다 한들 국민 경제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 불안한 이들은 걸릴 구석이 많은 높으신 분들과 그 주변에서 꿀을 빨던 사람들뿐입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크니 사회가 시끄러운 겁니다. 김영란법 탓하지 말고 자기 밥값은 자기가 냅시다. 2차, 3차로 이어지는 불필요한 접대 문화를 근절하고 일찍 집에 들어가 각자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립시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그렇게 변해가는 게 마땅합니다. 그런 변화가 곧 경제의 선순환으로 이어집니다.

 

"부정청탁금지법이 이대로 되면 우리 경제를 너무 위축시키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 편집·보도국장과의 간담회에서 직접 한 말입니다. 부정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경제가 위축될 거라는 얘기였죠. 발의 당시는 물론 작년에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부터 이에 대한 각계각층의 반발이 대단했습니다. 김영란법 국회 본회의 통과의 의미와 향방에 관해 다룬 생각비행의 기사를 참고해주세요.


출처 - MBN



그런데 이번에는 대통령이 직접 김영란법을 힐난하고 나섰습니다. 선물 액수를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조정해야 한다는 말을 한 것은 물론 헌법 소원을 언급하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내비치기도 했죠. 한국기자협회 등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는 언론인과 사립교원을 공무원과 같이 처벌하는 조항이 언론과 사학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가 쟁점입니다. 헌법재판소는 김영란법의 9월 시행 전에 심리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조선일보


언론이 김영란법 반대 기사를 쏟아내는 이유는 이 법이 언론인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이완구 원내 대표를 통해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언론인을 제외하자고 공식적으로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런 틈을 보수 언론이 파고들겠다는 겁니다. 《조선일보》는 즉각 〈한우의 한숨, 굴비의 비명〉이라는 감각적인 제목의 기사로 김영란법은 한우를 비롯한 농가를 죽이는 악법이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우리 농가가 김영란법으로 무너진 사이 중국산이 쏟아져 들어와 시장을 잠식할 거라는 으름장도 잊지 않았죠. 우루과이 라운드, 조류독감, 쌀 수매 등의 핵심 사안이 있을 때마다 피눈물 터지는 농촌의 어려움을 외면하던 보수 언론이 지금은 왜 이러는지 그 저의가 궁금하군요. 노골적으로 언론인만 김영란법에서 빼자는 기사까지 내면서 말입니다.


국민의 알 권리가 정말 언론의 강령이라고 생각한다면 국민의 여론이 모여 통과된 김영란법에서 자기들만 빠져나가려는 행태는 자가당착의 결과입니다. 김영란법, 즉 부정부패방지법으로 발목 잡힐 언론의 자유라면 그게 진정한 언론의 자유일까요?


출처 - JTBC


JTBC는 김영란법이 국민 경제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 즉 박근혜 정부가 직접 발주한 용역 보고서의 내용이었죠. 이 보고서는 김영란법 시행령의 근거가 된 것이기도 하죠. 용역 보고서는 대통령이나 언론인 등 반대하는 부류의 불만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줍니다. 대표적인 피해 업종으로 알려진 화훼산업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충격이 없을 것이라고 결론이 났습니다. 선물 수요도 줄지 않을 거로 나타났죠.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즉 김영란법에 걸릴 만한 행위를 했던 공무원 수 등을 대입해 시장 수요를 조사해봤더니 많아야 0.86퍼센트 정도가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가장 비관적인 예측조차 1퍼센트도 안 됩니다. 오히려 김영란법 시행의 긍정적 효과로 기업 접대비가 감소하여 노동자의 임금 상승으로 연결되면 진정한 의미의 경제 활성화가 일어날 수 있고 부패 척결을 통한 지하 경제 양성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잠깐, 이건 사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내용이 아니었던가요?


결국 김영란법이 시행된다 한들 국민 경제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 불안한 이들은 걸릴 구석이 많은 높으신 분들과 그 주변에서 꿀을 빨던 사람들뿐입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크니 사회가 시끄러울 뿐입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적한 내용처럼 뇌물 아니고는 국가 경제를 활성화할 수 없다고 전 세계에 고백하는 창피한 이야기를 대통령이 해서야 되겠습니까?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지나친 고액 선물을 금지하고 있는 조항 때문에 우리나라 국가 경제가 위축된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뇌물 공화국에 다름없으니, 김영란법의 필요성이 더욱 요구될 뿐입니다.

출처 - 뉴시스

 

국제투명성기구(TI)가 175개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2014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아시아 1위 청렴 국가는 싱가포르였습니다. 1960년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퇴출당하며 국가적 위기가 찾아왔을 때 싱가포르에는 부정부패가 기승을 부렸죠. 망해가는 싱가포르를 살리기 위해 리콴유 전 총리는 부정부패 척결을 기치로 내걸고 해외 투자 유치에 앞장섰습니다.

 

중국에서 태어난 리콴유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쳐들어오자 정치인으로서 눈을 뜹니다. 종전 후 변호사로 활동하다 인민행동당을 창당하고 1959년 자치의회 의석 43석 중 41석을 석권하며 싱가포르 자치정부를 이끌었죠. 이후 1991년까지 30년 넘게 총리직을 수행했고 2011년까지 다른 직책을 맡으며 실질적으로 싱가포르를 통치했습니다. 그러니 사실상 반세기 동안 싱가포르의 역사를 쓰고 통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죠.

 

정치적 영향력이 대단한 리콴유가 앞장선 결과 부패방지법이 마련되었고, 이를 통해 부패행위조사국이 설립되었죠. 1963년에는 뇌물을 받지 않았더라도 의도가 있었거나 이에 따르는 처신을 했다 해도 범죄가 성립되도록 법을 강화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해외에서 뇌물을 받거나 비슷한 부정을 저질러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기도 했습니다. 1981년에는 법이 한층 강화되었습니다. 뇌물 수수자에 대해 형벌과 별도로 뇌물 전액을 반환하도록 한 것이죠. 반환할 능력이 없을 때는 액수에 따라 징역형을 부과하도록 했습니다. 

 

출처 - KBS 명견만리

 

이러한 싱가포르 정부의 반부패 노력에 의해 시민의식이 차츰 성장했습니다. 오늘날 싱가포르는 가벼운 경범죄에 대해서조차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지요. 예를 들어 금연 장소에서 흡연할 경우 1000싱가포르달러(한화 약 80만 원)를 벌금으로 내야 합니다. 이 때문에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침을 뱉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강력한 처벌을 근간으로 하는 법 때문에 시민들은 법을 지킬 수밖에 없습니다. 리콴유의 한결같은 의지와 실행력이 오늘날 부강한 싱가포르의 초석이 된 측면도 있으나 정치·사회적으로 남긴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 점에 관해서는 예전에 쓴 기사(리콴유 서거, 싱가포르의 정치적 향방)를 참고해주세요.

 

현재 한국은 OECD 34개국 중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가 27위로 최하위권에 해당합니다. 김영란법을 재논의한다면 이 법을 강화하는 방향이어야 할 겁니다. 전관예우 관행으로 일파만파 퍼지는 법조계 게이트, 돈 좀 있다는 사람 중에 연루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역외 탈세 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 부정부패청탁금지법은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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