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의 시작과 끝인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지난 14일 징역 25년이 구형되었습니다. 지난 10월 10일 특검은 최순실의 '이대비리'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구형했고, 지난 11월 14일 법원은 최순실 '이대 비리' 항소심에서 1심과 똑같이 징역 3년을 선고한 바 있죠. 검찰은 분리된 사건에서 이미 별도 구형이 내려졌기 때문에 이번에 최순실에 대한 구형량을 낮췄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 실질적으로 징역 30년 구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JTBC

 

아무튼 최순실은 구형으로만 따진다면 최순실은 7년에 25년을 더해 32년을 받은 셈입니다. 이와 같이 중형이 구형된 이유는 최순실의 죄질이 극히 불량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벌금 1185억 원, 추징금 77억 9735만 원도 함께 구형되었습니다. 검찰과 특검은 사실상 최순실이 이 벌금을 다 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현행법에 따라 벌금을 내지 못하면 최장 3년간 노역장에 유치되므로 결국엔 징역 35년만큼을 구형한 것과 동일한 효과가 나는 셈인데요, 이와 같은 최순실의 구형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형과 형평성을 따진 결과로 풀이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난 1996년에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뇌물과 내란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무기징역이 구형된 바 있습니다. 이 사례를 본다면 뇌물 혐의 중심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이보다 낮게, 그러나 최순실보다는 중형을 구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 등으로 최순실보다 더 많은 혐의를 가졌고, 최근 드러난 ‘국정원 특수활동비’ 뇌물 사건에도 연루된 정황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저 징역 25년에서 35년 정도가 구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한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은 지난 14일 최순실에 대한 검찰의 구형 소식이 나온 이후 "박근혜는 최소 무기징역 이상 구형량이 예측"된다고 밝혔습니다. 형법상 유기징역은 30년까지, 가중처벌은 50년까지 가능합니다. 최순실에게는 사실상 유기징역 최대치가 구형된 셈입니다. 정청래 전 의원의 예측도 박 전 대통령에게는 최순실보다 더 높은 형을 구형해야 하지 않겠냐는 국민의 감정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최순실에 대해 "무분별한 재산 축적 사욕에 눈이 멀어 온 국민을 도탄에 빠뜨렸기에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며 자기들 배 불리기에 바빴던 박근혜 정권의 몸통과 비선실세, 부역자들이 줄줄이 법의 심판을 받고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런 마당에 최근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은 심이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김영란법 개정안은 음식물, 선물, 경조사비의 상한액을 3만, 5만, 10만 원으로 정했던 기본안을 선물비의 상한액을 농축수산물에 한해 10만 원으로 올리고 경조사비는 10만 원에서 5만 원으로 낮춘 것이 골자입니다. 음식비는 3만 원으로 유지했지만 선물비가 농축수산물에 한해서라곤 하지만 2배로 올려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경조사비 역시 현금만 5만 원으로 내렸을 뿐 화환, 조화비는 따로라서 10만 원이나 다름없죠. 이 때문인지 개정안이 가결된 권익위에서는 외부 인사의 부대 의견이 함께 공개되었습니다. "부정청탁금지법의 본질적인 취지 및 내용을 완화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 부정청탁금지법의 안정적 정착 시까지는 금품 등 수수금지에 대한 예외인 음식물 경조사비, 선물 등 가액의 추가적인 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한 차례 부결되고 진통 끝에 개정됐지만 부대 의견처럼 1년밖에 안 된 법을 개정해 청탁금지법의 취지를 약화시킨다는 우려가 많은 가운데 원칙 없는 수정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한편 통과가 됐다는 점에서 그동안 청탁금지법에 가장 거세게 반발해온 농축산업계와 화훼농가는 개정안 통과를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그동안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를 신상품 개발이나 판로 개척 등으로 돌파하려 하지 않고 다시 선물에 기대려고 한다는 점에서 농축산, 화훼 업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우와 인삼 등 상대적으로 비싼 상품을 생산하는 농가는 이번 개정안도 마뜩잖아 하고 있습니다. 이들 업계는 아예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 품목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죠. 김영란법 개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하며 반색하는 건 대형마트 업계입니다. 선물세트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김영란법 개정이 농가보다 유통업계 배 불리기가 되지 않을지 벌써 걱정이 드는군요.


출처 - JTBC


이번 개정안에서 3만 원으로 동결된 외식업계는 뿔이 났습니다. 그간 5만 원으로 인상해달라고 요구해왔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영란법 시행 후 객단가가 큰 일식과 한정식 등은 매출 감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관련 업체는 상한액을 7만 원 수준까지 인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각자 부담해서 계산하면 될 텐데 그걸 사줘야만 먹는다는 건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출처 - cnb뉴스


김영란법 개정안이 뭔가 풀어주는 것처럼 착각하실까 봐 말씀드리지만 오히려 죈 부분도 있습니다. 직무 관련 공직자 등에게 상품권을 선물하는 것은 금지되었습니다. 상품권 등 유가증권은 현금과 유사하고 사용내역 추적이 어려워 음성적 뇌물 제공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죠. 개정안의 취지가 농축수산물 현물에 대한 소비 진작이었기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청탁금지법 기준에 맞는 선물에는 소비자들이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착한 선물 스티커를 부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시민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에 부정적인 기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일부 업계의 이해만을 반영해 우리 사회의 숙원인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저버린 근시안적 태도라고 밝혔습니다. 청탁금지법으로 실제 일부 산업에 부정적 효과가 생긴다면 이는 그 산업의 결과물이 그만큼 우리 사회의 부정청탁과 관련이 깊다는 반증이므로 산업 재편에 대한 정책적 지원으로 해결을 해야지 청탁금지법을 느슨히 해서 풀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경실련 역시 이번 개정을 빌미로 청탁금지법 기준 완화와 예외조항 삽입 시도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한 번 밀렸으니 계속 밀릴 여지를 주게 되었다는 거죠.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청탁금지법 원안을 고수하고 초반에 더욱 고삐를 조여야 했지 않나 싶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상품권 관련 부분에서 진전된 부분도 있고 반발이 극심한 업계의 숨통을 트여준 면도 없지 않으니 더는 이권 개입으로 청탁금지법이 누더기가 되지 않도록 시민사회가 촘촘하게 감시해야겠습니다. 김영란법 개악은 문재인 정부로서는 부패 척결이라는 시대정신을 훼손하는 정부로 기록될지 모를 중요한 문제입니다. 더 많은 여론을 참작하여 올바른 방향으로 귀결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9월 28일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속칭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만 1년이 된 날이었습니다. 그사이에 농산물과 화훼 시장이 수조 원의 피해를 봤다느니 경제가 죽는다느니 하는 공포를 조장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도 못 달아드렸다, 선생님께 커피 한 잔도 맘대로 사드리지 못한다, 신제품을 출시하는 애플에 한국 언론이 취재를 가지 못했다 등등 자극적인 기사도 줄을 이었죠. 그동안 얻어먹던 산업계의 콩고물이 끊기자 언론들이 앞장서서 김영란법을 훼손하려고 작심한 것이었는데요, 언론계 일부는 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죠.


출처 - SBS


하지만 볼멘소리를 하는 공직자들과 언론인들의 졸렬함을 치워놓고 보면 지난 1년간 김영란법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가장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곳은 교육현장이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이 초중고 학부모와 교직원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95퍼센트가 김영란법에 찬성했습니다. 명확히 반대한다는 의견은 1퍼센트에 그쳐 사실상 오차 범위 내에서 김영란법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촌지 등의 금품수수 관행이 사라졌다고 답한 학부모와 교직원은 85퍼센트에 육박했습니다. 하자니 부담되고 안 하자니 내 아이만 피해를 볼까 두려워할 수도 안 할 수도 없었던 일들을 법이 하지 말라고 못 박아주자 생긴 긍정적인 효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추석에는 학교는 물론 구립 체육센터들까지 나서 강사들에게 선물을 주지 말라고 공지하는 등 안내문을 낸 곳도 많았다고 합니다.


출처 - SBS


지난해 전경련 유관 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이 낸 보도자료는 가관이었습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고급 음식업을 중심으로 국가 경제에 8조 5000억 원의 매출이 줄어든다는 겁박 수준이었습니다. 언론과 방송은 이를 비판 없이 인용해서 베끼기 바빴고 골프장과 선물 업계까지 포함하면 김영란법으로 추정되는 손실액이 1년에 무려 11조 6000억 원이라며 공포를 조장하기 바빴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국내 모든 음식점 매출이 10퍼센트는 줄 것으로 전망했는데 한국외식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줄어든 매출은 1퍼센트대로 극히 미미했습니다. 카드사의 실적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법인카드 결제액은 김영란법 시행 전보다 2.3퍼센트 증가했습니다. 일반적인 음식점의 경우 김영란법 영향을 아예 받지 않았고 접대로 필요 이상 비싼 음식점들만이 제한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이죠.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음식점이 다 망하고 경제가 무너지고 나라가 무너진다던 소리는 다 자기들이 누리던 특권을 놓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조장한 과장된 공포였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드러난 셈입니다.



출처 - 중앙일보


물론 확실히 매출이 떨어진 분야가 있긴 합니다. 사과와 배, 한우, 화훼 같은 선물용 농산물 분야가 그러합니다. 특히 관상용인 난의 경우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10퍼센트 넘게 떨어졌습니다. 설 선문 세트 판매액도 작년 대비 26퍼센트 수준으로 큰 내려갔습니다. 통계 자료는 없지만 동네 떡집들도 매출이 줄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합니다.

 

출처 - 뉴스토마토

 

지난 2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축산 도소매, 화훼 도소매 등 소상공인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매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하면서도, 김영란법 시행 취지에 공감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소상공인의 68.5퍼센트가 '공감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를 보면 김영란법 시행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소상공인의 실질적 매출 감소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함과 아울러 김영란법 시행의 긍정적인 면을 더 확산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권익위가 경제적 효과를 종합해 올해 안에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으니 업계도 법에 맞게 조정을 거치면 될 것입니다.


출처 - 허핑턴포스트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에서 2016년 우리나라는 52위였습니다. 우리 바로 위는 아프리카의 르완다였고, 바로 뒤에는 아프리카의 나미비아가 있었습니다. 한편 싱가포르는 7위, 일본이 20위, 대만이 31위였습니다. 아시아 국가에서도 우리나라는 부정부패 지수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삼성 총수까지 잡혀들어가 있는 2017년 부패지수는 더 떨어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부정부패는 민주주의와 법치를 위협하고 국가 재정을 좀먹으며 사회의 신뢰를 떨어뜨립니다. 겨우 1년 만에 김영란법 적용 액수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닙니다. 적폐와 부패를 청산하기 위해서도 김영란법은 더 강하게 집행되어야 합니다.

 

김영란법이 지난 10일 국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하지만 시행되기도 전에 비난과 법 개정에 관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김영란법 자체가 위헌이라는 의견마저 제기합니다. 그런데 반부패 개혁을 추진 중인 중국 시진핑 주석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상하이 인민검찰원장과 이야기하는 중 한국의 김영란법을 호평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여 주목을 받았습니다. 정작 이 법안을 제안했던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이번에 통과된 법이 반쪽짜리라고 비판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오늘은 현재 정치, 언론, 기업 등 전방위에 걸쳐 혼란의 중심에 있는 김영란법은 과연 무엇인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아울러 비슷한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이 법안이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에 관해서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부정 및 청탁 금지의 토대가 되는 김영란법


이 법안은 2012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자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었던 김영란의 이름에서 유래했으며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의미합니다. 원래는 공무원이 직무 관련성이 없는 사람에게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하지만 3년여의 세월을 거치는 사이 국회에서 여야 간 신경전과 각계의 이해관계 등이 맞물려 원래 취지에서 벗어나는 부분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원래의 취지가 왜곡되었다고 비판하는 측이 있는가 하면 이 정도 법안이나마 통과되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평하는 측도 있습니다.


 

출처 - JTBC


통과된 법안대로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와 유치원의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과 이사는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처분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부정부패 방지에 상당히 강력한 영향을 발휘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파급력을 고려했기 때문인지 유예 기간을 1년 6개월로 넉넉하게 두어 2016년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하는군요.



김영란법에 통과에 따른 각계각층의 반발


 그렇지만 이번 법안 통과와 관련하여 각계각층의 입장에 따라 반발, 비판, 아쉬움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우선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이 법을 제안하고 이름을 내건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은 최초 발의했던 법안에서 핵심 사항이 여럿 빠진 반쪽짜리 법안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특히 전관예우 등 공직자의 사익 추구 행위를 금지하는 이해충돌 방지 규정이 빠졌다며 "반부패 정책의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아쉽다"고 밝혔습니다. 이해충돌 방지 규정은 국회에서 여야가 끝까지 충돌했던 요소 중 하나로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해 입법예고안에는 있었으나 최종 법안에서는 빠져버린 조항입니다.


출처 - YTN


이 조항은 공직자의 공적 수행이 사적인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장관이 본인의 자녀를 특채 고용하는 등 공직자로서 사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장치가 되는 것이죠. 그러니 반부패 정책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겠습니까? 

 

이와 더불어 부정청탁의 개념이 포괄적인 개념에서 15가지의 구체적 유형으로 축소된 점, 부정청탁 대상이 공직자 등의 가족에서 배우자로 축소 된 점 등도 원안과 달리 김영란법이 반쪽짜리 법안으로 의미가 퇴색했다고 보는 근거가 됩니다.

 

출처 - 세계일보


김영란법이 건전한 정책 제안이나 친교 유지마저 저해한다는 기업의 주장은 구태의연함으로 치부해도 무방하겠지만, 현재 가장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언론인과 사립 학교 임직원처럼 민간인이 포함되는 부분은 사실 미묘한 지점이 있습니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후보자였을 당시 유출된 녹취록 파문 당시 기자들을 압박하는 방편으로 김영란법 통과가 사용되었듯이, 자칫 이 법을 이용한 정부의 언론 통제 및 민간기업 통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부분이 김영란법이 통과되자마자 대한변호사협회를 중심으로 위헌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데요, 실제로 법안의 제안자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도 원안의 공직자 외에 사립 학교 교원이나 언론인 등 적용 대상이 사회적 합의와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급하게 확대된 면이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끊고 공직과 기업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 이 정도의 극약 처방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며 공감대가 높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김영란법에 대해 국민의 69.8퍼센트가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 바람직하다고 답변한 조사 결과가 그 방증입니다.

출처 - MBN


이완구 녹취록 파문 당시 현장에 참석한 기자가 기사화하고자 했어도 각 언론사의 데스크에 막혀 결국 다른 방송사에서 기사가 나온 현실을 현실을 생각하면 위헌 논란을 떠나 언론이 이런 상황을 자초한 면이 큽니다. 철마다 드러나는 사학 재단의 비리를 생각하면 말할 것도 없지요.


이런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 그리고 김영란법의 부작용에 대한 걱정 등으로 법 개정부터 위헌 심판까지 각계각층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보다 더 엄격한 외국의 부패방지법들


김영란법에 해당하는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요?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은 훨씬 더 엄격합니다. 다만 범위는 공직자에 한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처 - KBS


로비가 합법화되어 있긴 하지만 부패의 고리를 끊기 위한 뇌물 부당이득 및 이해충돌 방지법을 입법한 미국은 고의성 있는 뇌물과 없는 금품수수를 구분하여 뇌물의 경우 징역 15년, 벌금으로 뇌물 수수액의 3배를 물리는 식으로 엄격히 처벌합니다. 로비가 합법이긴 하지만 공직자와 만날 때는 일시와 사유를 기록해 이를 공중에 공개해야 합니다.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이 없는 경우에도 정부 이외의 다른 곳으로부터 보수나 기부금을 받으면 최고 5년의 징역이나 벌금을 부과합니다.

 


출처 - KBS


독일은 형법으로 공무원 뇌물 수수 범죄의 정도와 준 쪽과 받은 쪽 등에 따라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직자가 부당한 행동을 하도록 요구받는다면 이 사실을 소속 기관장에게 즉시 신고해야 하며 기관장은 이를 일반에 공개해야 합니다.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금품수수행위는 강력히 처벌하고 있죠.

 

이 때문에 2008년 주 총리 시절 주택 구입을 위해 친구에게 6억 원을 빌렸던 볼프 전 독일 연방대통령은 2년 뒤에 이 돈을 갚았지만 특혜 의혹으로 대통령직을 사임해야 했습니다. 2014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 총리는 선물로 받은 260만 원짜리 와인 한 병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물러나야 했습니다. 이처럼 선진국을 중심으로 외국에서는 가혹할 정도로 엄격한 청렴성을 공직자들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영란법, 접대와 부정을 근절하기 위한 성장통으로 봐야


공직자와 관계하는 일뿐 아니라 일상적인 직장생활에서도 기름칠을 좀 해야 일이 잘 돌아간다는 말이 통용되는 우리 사회입니다. 말은 사회를 반영합니다. 돈이든 향응이든 갑에게 접대 행위를 하지 않으면 뭔가 잘 풀리지 않는 우리 사회의 후진적인 문화가 담겨 있습니다. 

 

김영란법은 우리나라의 접대 및 로비 문화 근절을 입법 목표로 보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국민 대다수는 우리 사회의 공적 기능을 수행한다면 민간이라도 김영란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보지 않았을까요?


출처 - KBS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역시 김영란법 국회 통과에 대한 소감으로 반쪽짜리라 아쉽지만 우선은 이 상태로라도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헌법상의 언론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긴 했으나 김영란법이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오래된 관행과 습관, 문화를 바꾸는 데 목적이 있고 근본적인 부패 문화를 바꾸는 데 역점을 뒀기 때문이겠죠. 일단 제대로 시행해서 부패 문화를 강도 높게 바꾸면서 미진한 부분을 개선하고 강화하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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