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소방공무원의 현실

 

지난 21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박남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시·도 소방본부와 소방학교 24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소방공무원 7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소방공무원 근무여건 개선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근무하면서 한 번 이상 부상당한 사람은 124명으로 18퍼센트에 달했습니다. 그중에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했다'고 응답한 소방관이 약 80퍼센트(99명)에 달했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화재 현장의 최일선에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는 소방공무원들이 치료비를 본인 부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복잡한 신청 절차'가 27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공상처리 기준부재'가 26퍼센트로 뒤를 이었습니다. 그리고 '행정평가상 불이익'(17%), '부족한 보상'(10%) 등도 주요한 이유였습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 작전에 필요한 안전장비까지 본인 부담으로 구매해서 쓰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전쟁에 나가는 군인이 무기를 직접 사서 쓰는 것과 다름없는 현실인데요, 왜 소방관들이 안전장비를 직접 사서 써야 했을까요? 통계 자료를 보면 현장활동 중에 위험을 유발하는 장비 관련 요인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안전장비의 노후화입니다. 무려 45퍼센트가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다음으로 안전장비의 수량부족이 30퍼센트로 뒤를 이었습니다. 실제로 조사에 참여한 소방공무원 가운데 무려 37퍼센트가 자비로 안전장비를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하니 대한민국 소방공무원의 현실이 암담합니다.

 

 

최근 5년간 순직한 소방관보다 자살한 소방관이 더 많아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순직한 소방관이 33명, 자살한 소방관은 35명으로 자살한 소방관이 순직 소방관의 수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살자 35건 중 과반이 넘는 19건(54%)이 우울증 등 신변비관으로 숨졌으며, 가정불화가 10건(29%) 등이었습니다. 이는 위험하고 불규칙한 근무환경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지난 9월 17일 경기방송 <유연채의 시사999>라는 프로그램에서 박남춘 의원이 이 문제를 잘 다뤘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 경기방송

 

소방관의 업무 특성상 위험 직군으로 분류돼 보험료 할증을 요구받거나 아예 보험가입을 거부당하는 사례도 빈번합니다. 시간외수당, 안전장구, 부상 치료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서 어떻게 일선에 있는 소방관들에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겠습니까? 소방공무원을 위한 정책적 보험과 세밀한 공상처리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이 시급합니다. 또한 우울증, 불면증, 스트레스로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는 소방공무원들을 위해 소방전문병원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치유센터 설립 등도 검토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민안전처가 나서기 바랍니다.

 

 

한국전쟁 때 쓰던 수통 그대로 사용하는 한국 군의 현실

 

소방공무원의 현실도 기가 막히지만, 대한민국 군대의 현실을 보면 할 말을 잃게 됩니다. 군대 다녀오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한국전쟁 때 쓰던 수통과 베트남전쟁 때 쓰던 군장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온 젊은이에게 1~2년 전 것이 아닌 반세기 전 보급품을 지급하는 대한민국 군대의 현실,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요? 복잡한 심경을 말로 표현할 길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 면전에서 "수통이 빵꾸나지 않고 사용만 제대로 할 수 있으면 50년이 됐든 100년이 됐든 무슨 상관이냐?"며 타박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이번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이 한 발언인데요, 한 의원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에 육군 장성으로 예편한 국회의원입니다.

출처 - JTBC


한 의원의 발언이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오래되고 비위생적인 수통을 사용하는 장병들을 위한 예산이 편성되어 노후 수통을 전량 교체할 수 있도록 했는데도 여전히 반세기 전의 헌 수통을 쓰는 현실을 지적하는 상황에서 변명처럼 나온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가재는 게 편이라더니 비웃음을 사더라도 국방부 장관의 변명을 대신 해주고 싶었나 봅니다.


이미 예산이 편성되어 새 수통을 사기까지 했는데도 변하지 않은 군대의 현실을 보면 비리와 부정 외엔 달리 생각할 여지가 없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성인 남성이 태반인 우리나라에서 군대가 비리의 온상임은 공공연한 비밀이죠.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 터진 사례만 해도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상수도 보급률 50퍼센트에도 못 미쳐


세계 7대 군사강국. 다음 달 1일로 창군 67주년을 맞는 한국 군의 위상입니다. 세계 10대 무기 생산국이자 병력 규모 등 외형이나 신무기 투자 규모로 봐도 세계 10위 수준이라는 대한민국 군대. 하지만 그 기본이 되는 장병에 대한 처우는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한국 군의 실태는 참으로 가관입니다. 반세기가 다 된 모포, 수통을 아직도 사용하고 육군과 해병대, 상수도 보급률은 5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하지요. 지하수나 우물을 쓰고 빗물을 받아 사용하는 곳이 수두룩하다는 얘깁니다. 화장실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재래식 화장실이 1400여 개에 달하며, 군납 식품에선 머리카락, 벌레, 쇳가루 등 불순물이 나오기 일쑵니다.

 

출처 - JTBC


대한민국에서 해킹 사건이 일어나기만 하면 항상 배후로 북한이 지목되는 데 반해 우리 군은 아날로그 방식투성이입니다. 예하 사단 상황장교들은 아직도 무선 통신 내용을 받아 적습니다. 천안함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함장이 휴대폰으로 보고했다는 사실을 잘 아실 겁니다. 군대 내부에서도 간부들은 급한 연락은 휴대폰으로 하기 일쑤입니다. 각종 통신장비가 낡았기 때문입니다. 소대장들이 대놓고 중대장에게 휴대폰으로 보고할 정도니 말 다했죠. 방송에서 <진짜사나이> 같은 프로그램으로 아무리 군대의 기강을 보여주고,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을 보여주어도 대한민국 군의 현실은 동물의 왕국 혹은 정글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병사의 주적은 간부, 병사-지휘관 간 차별 여전해


군 복무를 하신 분이라면 "사병의 주적은 북한이 아니라 간부"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사례만 봐도 사병과 지휘관 사이의 차별이 너무나 노골적이어서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았습니다.


출처 – 계간 고대문화

 

장병들이 탑승하는 주력 전차와 장갑차에는 냉방장치가 없어 여름철 내부 최고 온도가 무려 56도까지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장교들이 타는 지휘관용 장갑차량에는 1000만 원짜리 냉방장치가 빠짐없이 장착되어 있었죠. K1A2 전차 성능 개선 사업에서 합참은 전차에 냉방장치를 장착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지만, 사업 추진 중 갑자기 백지화합니다. 비용 대비 효과와 전술적 운용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를 들먹이면서요. 그렇다면 지휘관용 전차의 냉방장치도 제거함이 마땅할 텐데, 지휘관용은 또 그렇지 않답니다.

 

출처 - 일요서울


장병들은 제대 후 예비군에 편성됩니다. 생업을 두고 길게는 3일간 다시 입소해 훈련을 받아야 하니 사회적으로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훈련을 빠져선 안 됩니다. 그것도 자비 부담으로 말입니다. 훈련소가 대부분 도심에서 동떨어진 곳에 있다 보니 오가는 교통비만 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예비군 훈련 참가비 평균 비용은 2만 2190원인데 반해 보상비는 겨우 1만 2000원입니다. 그러니까 예비군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1인당 1만 원을 자비 부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뿐입니까? 자영업 등 생업 전선에서 뛰고 있는 사람이라면 예비군 훈련 기간은 고스란히 손실로 돌아옵니다. 이 때문에 미군은 예비군 훈련 시 계급별로 하루 최고 22만 원에 이르는 보상비를 지급하고 있으며 이스라엘도 10여만 원을 국가가 지급합니다. 대한민국은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않는 상태에서 국방의 의무만을 이토록 손쉽게 요구해도 되는 걸까요? 사회에선 '열정페이' 군대에선 '애국페이', 이를 당연시하는 현실. 이대로 두면 안 됩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대한민국 군의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만 하면 군은 항상 예산 타령을 합니다. 하지만 사실 군대, 돈 잘 법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육군 일선 부대들이 민간인들을 상대로 숙박, 요식업소 등을 운영하면서 일반 전투병들을 무보수 종업원으로 불법 파견해 100억 원대의 순익을 내고 이를 해당 부대 지휘관 업무추진비로 전용해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부대 근처의 복지회관 등이 대표적이죠.

 

군 병원 역시 입원한 환자인 장병을 청소나 배식 등에 부려 먹습니다. 군대에서는 이렇게 아파도 손해를 봅니다. 더구나 군 복지회관 부근 소상공인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봤습니다. 무보수로 일할 인력이 끊임없이 공급되는 군 복지회관을 상대로 소상공인이 어떻게 경쟁을 할 수 있겠습니까? 불의로 얻은 이익을 장병들에게 돌리기는커녕 높으신 분들끼리 나눠 먹으니 그야말로 '헬조선'의 축소판이랄 수밖에요.



군사기밀 유출, 영관 장교가 최다

 

상황이 이러한데 군사기밀 유출은 병사보다 장교들이 더 많이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최근 5년여간 현역 군인에 의한 군사기밀 유출 사건은 모두 44건 발생했는데, 이 중 영관 장교가 가장 많았습니다.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8월에는 '일베'를 하는 현역 장교가 군 전술망 화면을 유출해 파문이 일기도 했죠. 이 때문에 스카파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직접 보안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 KBS


이뿐입니까? 지난 11일 신병 훈련 중 느닷없이 폭발한 수류탄으로 교관인 김 중사가 숨지고, 손 훈련병과 박 중사가 중상을 입었습니다. 이 수류탄은 이미 1년 전 스무 살도 되지 않은 박 훈련병의 목숨을 앗아간 불량 수류탄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기능시험에서 치명적 결함 판정을 받은 수류탄을 계속 훈련에 사용하고 있었던 겁니다. 30발 중 6발이 손에 들고 있는 상태에서 터져버리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오폭률이 2퍼센트가 아니라 20퍼센트라니 러시안룰렛을 한다 해도 이것보단 살 확률이 높겠습니다. 문제의 수류탄은 현재 군에 25만 발이나 남아 있으나 군은 여전히 이를 내버려두고 있는 실정입니다.



'노동개악' 하지 말고 대한미국 군을 개혁하라

 

단 한 번의 국정감사로 온갖 비리로 점철된 군의 모습이 드러났지만, 대한민국 군은 뻔뻔하기 그지 없습니다. 인사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조남풍 재향군인회장은 비리로 채용한 임직원 25명을 취소하라는 보훈처의 명령을 어기고 임용을 강행했으며, 국정감사 출석을 앞두고 해외 출장을 떠나버렸습니다. 육군 대장으로 예편한 조 회장은 보훈처 감사 결과 과거 재향군인회에 790억 원의 손래를 입힌 핵심 인물입니다. 군에 있을 때처럼 자기가 아직도 왕인 줄 착각하고 있는 겁니다.

 

출처 - YTN


저희는 <박근혜 정부 방산비리 척결, 말뿐인 추악함>이라는 기사에서 방위산업과 연관된 숱한 비리 의혹의 실태를 다뤘습니다. 또한 부패 척결의 의지가 없는 박근혜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천안함 사건 5주기에 돌아보는 국가 안보>라는 기사를 통해서는 군사력 증강에 투입되는 막대한 예산이 정말로 우리의 안보를 책임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때 납품비리로 통영함에 어군탐지기보다 못한 장비가 달려 있었다는 사실을 말씀드린 바 있는데요, 장비 납품비리 혐의로 기소된 전직 해군 간부들에 대해 검찰이 징역 3년 6월에서 징역 12년 등 중형을 구형했다는 보도가 오늘 나왔습니다.

 

군납 비리를 처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행방이 묘연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때문에 세월호 사고의 진상조차 규명하지 못하는 정권이 과연 방산비리를 제대로 밝힐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에 방산비리 척결을 강조한 이후 합수단은 검사 18명과 군검찰관 9명을 포함해 총 117명의 규모로 운영됐습니다. 군 창설 이후 최대의 방산비리 수사 규모를 자랑했는데요, 방산비리에 연루된 국방 관련 사업 규모가 총 9809억으로 드러난 것으로 보도된 바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에 쏟아부은 혈세가 24조 원에 달합니다. 자원외교로 날린 돈이 40조 원이 넘습니다. 이와 비교하면 합수단의 조사 결과 방산비리로 날린 혈세는 1조 원도 채 안 되니 대한민국 군이 그간 참 깨끗하게(?) 운영되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방산비리 수사가 변죽을 울리는 제대로 된 조사가 아니었다고 보는 편이 맞지 않겠습니까?

 

얼마 전 목함지뢰 두세 발이 남북 간 전쟁 위기 상황을 야기한 상황을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대한민국 군의 설명을 그대로 따른다면 막대한 국방예산을 쏟아부어도 GP 내 북한군의 동향을 파악하기 어렵고, 목함지뢰를 매설하러 내려오는 북한군에 대해 적절한 대응조차 못하는 꼴입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목함지뢰 사건은 대한민국의 국익에 필요한 것은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는 무기가 아니라 평화를 지향하는 의지라는 사실을 천명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생각비행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반대 23] 우리 세금을 무기 대신 복지에>라는 기사에서 "평화는 안보/평화 같은 이분법적 도식으로 풀 문제가 아닙니다. 평화와 안보는 상호보완적이고 병행적인 관계입니다. 우리 사회 도처에서 평화를 증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발점은 군축입니다. 모두가 바라는 평화를 어떻게 이뤄나갈지 앞으로 시민사회와 한국사회가 답을 낼 차례입니다"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앞서 다룬 소방공무원과 대한민국 군의 현실을 통해 국민의 '안전'과 '안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우리의 세금을 어디에 써야 할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남북 화해 분위기 가운데 통일을 지향하는 지도자를 뽑고,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국방예산을 국민의 복지와 안전을 증진하는 비용으로 환원한다면 우리의 삶은 현저히 나아질 수 있습니다. '노동개악'을 하지 않아도 관련된 일자리가 늘어나는 건 당연지사입니다. 후대에게 과연 어떤 세상을 물려주어야 하겠습니까?



첫눈이 내렸지만 휴일 잘 보내셨는지 여쭙기가 무서운 주말이었습니다. 23일 군인 두 명과 민간인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간 연평도 포격전의 상처는 다 아물지도 못했고, 28일 일요일부터 시작된 한미연합훈련 시에는 북측에서 또 한 번 포성이 들려와 또다시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소리로만 그치고 대피령도 곧 해제되었지만요.

주말 동안 인터넷에서 재밌지만 의미심장한 사진들을 보았습니다. 23일 연평도 포격전을 처음으로 알린 연합뉴스의 사진을 원본으로 좌우,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색감과 프레임 등을 바꿔버린 1면 사진들입니다. 《경향신문》《한겨레》《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등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일간지와 원본이 된 《연합뉴스》의 사진이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네요.

원본과 비교하자면 《한겨레》의 경우 원본보다 다소 연기가 덜해 보이고, 《중앙일보》의 경우는 마치 핵전쟁이라도 일어난 거 같아 보입니다. 사실 언론사도 기업으로서의 속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자사 신문의 구독자 취향을 현실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다는 점을 압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언론사별로 편집 기조라는 게 존재한다는 것도요.
그럼에도 이런 중대한 사건까지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현실만을 보려 하고 또 그런 현실만을 골라 의도적으로 보여주려는 일에 언론이 앞장서는 행태는 최소한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요?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노출한 프레임을 통해 그 의도대로 현실이 확대, 재구축 되도록 하는 행위가 과연 언론과 기자의 본분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는 사태 해결을 위한 객관적인 현실 파악에도 혼란을 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위 사진뿐 아니라 각 언론사의 기사 역시 각자 자기 입장을 대변하기 급급한 글이 대부분이었죠.

타벨은 록펠러의 삶을 조사하면서 한 개인 안에 선과 악이 공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록펠러를 오직 선한 존재나 혹은 악하기만 한 존재로 한정하는 일은 전기적인 죄악 그 자체였다. 타벨은 록펠러의 생을 연대기적으로 기술하면서 때로 인정사정없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지만, 그의 사업적 성취를 선이나 악이라는 감상적인 틀에 맞춰 왜곡하는 오류를 범하지는 않았다. 타벨은 록펠러에 대해 쓴 책의 마지막 장 제목을 '실로 대단한 스탠더드 오일 The Legitimate Greatness of the Standard Oil Company'이라고 붙이기도 했다.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 어떻게 한 명의 저널리스트가 독점재벌 스탠더드 오일을 쓰러뜨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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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비행이 출간한 책《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에 나온 위 내용처럼 저널리즘과 저널리스트가 견지해야 하는 기본 중의 기본은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정보 전달이 아닐까요? 그것을 토대로 토론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건 바로 독자들의 몫일 겁니다. 그러니 적어도 독자를 현혹하는 일이 그들의 임무는 아니겠지요. 특정 계층의 나팔수라 불리기 싫다면, 우리나라 언론은 냉정함을 지키며 한 번쯤 초심으로 돌아가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고 문광욱 이병이 친구 싸이에 남겼다는 마지막 한마디.

모든 것에 앞서 이번 연평도 포격전으로 전사한 해병대 고 서정우 병장과 고 문광욱 이병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중·경상을 입은 군인과 주민의 쾌유를 빕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총대를 짊어진 젊은이들과 군대에 자식을 보낸 부모님들의 심정을 생각하며 측은함을 느낍니다.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북한과 위기에 처한 한반도의 정세는 어떻게 될까요? 인명 사고까지 발생한 만큼 먼저 북한의 철저한 사과와 배상이 있어야겠지요. 천안함 사태와는 구분해서 바라보아야 할 듯합니다. 그 후에 더는 아픔없이 평화롭게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몇몇 기사와 용어 해설을 링크해봤습니다.

<숨가빴던 南北 연평도 포격전>(종합) ( http://media.daum.net/politics/view.html?cateid=1020&newsid=20101123215004509, 연합뉴스 )

<'연합위기관리' 선포되면 어떤 변화>( http://media.daum.net/politics/view.html?cateid=1010&newsid=20101123231113931, 연합뉴스 )

[연평도 피격]軍 대응사격에 북한군 피해는?( http://media.daum.net/politics/cluster_list.html?clusterid=241293&clusternewsid=20101123203813389, 뉴시스 )

[비상사태용어] 데프콘, 워치콘, 진돗개의 차이는?(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01123170239, 프레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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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를 알 수 없는 연기파 배우 에드워드 노튼이 주인공인 브루스 배너(헐크 역)를 맡아 화제가 되었던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The Incredible Hulk>. 영화에서 군대는 헐크를 저지하기 위해 음향 대포를 쏘는 신병기를 투입합니다. 헐크도 처음에는 신병기에 고전합니다. 하지만 분노하면 할수록 강해지는 헐크 앞에 결국 신병기도 한낱 고철이 되어 버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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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크레더블 헐크>에서 헐크가 싸우는 상대는 어보미네이션Abomination. 모든 걸 힘으로 밀어붙이는 호전적 군인이 되기로 자처한 괴물입니다. 원형인 '어보미네이트Abominate'는 '증오하다, 혐오하다'란 뜻입니다. 그러니 분노한 거인과 증오로 똘똘 뭉친 괴물이 격돌하는 셈입니다. 그들의 싸움에 도시는 남아나질 않지요.

원래 헐크는 나약한 과학자 브루스 배너입니다. 그는 실험 중 실수로 감마선에 노출된 이후로부터 분노를 통제할 수 없게 되면 믿을 수 없는 괴력을 내는 거인 헐크로 변신합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알 수 있다시피 그는 가만있는데 먼저 화를 내진 않습니다. 헐크의 잠재력을 두려워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힘을 이용하려는 군인정부가 집요하게 괴롭히며 뒤쫓기 때문에 참다 참다 분노가 폭발하는 거죠.

사실 헐크는 유명한 히어로 무비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등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마블 코믹스의 만화를 원작으로 합니다. 헐크로 변신하기 전 브루스 배너는 가장 빈민층에 속하는 나약하고 불쌍한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일단 분노하고 나면 재벌인 아이언맨이 떼로 덤벼들어도 막지 못할 만큼 괴력을 발휘합니다. 이른바 빈자의 분노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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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고막 터지는 '음향 대포' 사용키로 - G20 시위대 해산 위해 '고무탄' 사용도 허가
(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67725, 뷰스앤뉴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찰은 시위대 해산을 목적으로 고막이 터질 수도 있는 음향 대포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고무탄을 사용하겠다고 합니다.

대화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기에 앞서 시민을 상대로 이런 무기까지 사용하려는 경찰을 보며 과연 어디까지 시민의 분노를 시험할 셈인가 싶었어요. 시민 한 명 한 명은 나약해서 도망 다니기 바쁘지만, 일단 한번 분노하면 헐크 같은 괴력을 낸다는 걸 이미 청와대 뒷산에 서서 확인한 바 있을 텐데, 또 힘으로 찍어 누르려 하다니 참 안타깝습니다.

정말 친서민적인 대화를 할 의지가 있다면 시민의 어려움과 불만을 먼저 들어주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서울 한복판에서 헐크를 찍는 일은 없겠죠.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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