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 의혹 사건에서 속속 밝혀지는 국정원의 증거 조작 행태가 점입가경입니다.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유우성 씨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재판에 제출된 검찰 측 진술서마저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니 국정원이 '국가조작원'이라는 국민의 비판을 듣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합니다.

국가정보원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의자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진술서나 조서를 미리 써놓고 나중에 탈북자 등 증인들의 도장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정원이 중국 공문서에 이어 진술조서까지 광범위하게 자신의 입맛대로 위조한 구체적인 정황이어서 검찰의 수사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진술서는 참고인 등이 자신이 할 말을 서술하는 것이고, 진술조서는 수사기관에서 문답 형식으로 작성하는 것인데, 모두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된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파렴치하게 유우성 씨 측 증인을 세 차례나 회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지난해 초 화교 출신 탈북자 유우성(34·전 서울시 공무원)씨의 1심 재판을 앞두고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한 무죄를 증언하기 위해 국내에 들어온 화교 출신 A(여)씨를 세 차례 찾아가 회유·협박하려 한 정황이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


생각비행은 지난 삼일절에 헌법의 근본정신을 돌아보며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이나 유우성 공무원 간첩 사건이 오늘날의 드레퓌스 사건과 닮은꼴이라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참고 기사: 삼일절에 돌아보는 헌법의 근본정신). 국가 기관에서 증거를 조작해 죄 없는 시민을 범인으로 몰아세우는 수사 방식은 100년이 지난 오늘날 드레퓌스 사건을 생생히 떠올리게 하니까요.
 
국가나 정부기관에 의한 증거 조작 사건처럼 엄청난 일이 역사 속에서 그저 사라질 리 만무합니다. 시대적 충격을 일으킨 사건은 언론, 방송, 문학, 회화, 공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어떻게든 재생산되기 마련입니다. 증거 조작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오늘은 좀 감성적인 방법으로 접근해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드레퓌스 사건과 관련이 있는 영화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말입니다.

영화 검열의 시작, <드레퓌스 사건>

출처 - GEORGE MELIES : L'affaire Dreyfus

드레퓌스 사건은 그 자체가 워낙 극적이었기 때문에 영화란 매체가 막 생겨난 그 시대에도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영화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조르주 멜리에스도 드레퓌스 사건을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멜리에스 스스로 '재구성된 뉴스릴'이라고 부른 <드레퓌스 사건>은 드레퓌스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사건 전체를 12개 장면으로 재현한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1899년 프랑스 정부는 이 영화를 포함해 드레퓌스를 다룬 영화를 일괄해 상영 금지라는 초강수를 둡니다. 드레퓌스 사건의 재심이 막 시작되려는 민감한 때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막 태어난 영화라는 매체는 드레퓌스 사건을 다뤘다는 이유로 관객을 만나지도 못하는 시련을 겪어야 했습니다.


나는 고발한다! <에밀 졸라의 생애>

출처 – 네이버 영화

드레퓌스에게 무죄가 선고되고 얼마 지났을 때 미국에서 에밀 졸라를 주인공으로 하여 드레퓌스 사건을 조명하는 영화가 나옵니다. 1937년 작 <에밀 졸라의 생애>라는 영화인데요, 프랑스 정부와 군부가 증거를 조작하고 침묵을 유지할 때 <나는 고발한다!>라는 명문으로 드레퓌스의 무죄 석방을 요구하고 진실 규명과 무죄 석방을 주장한 대문호의 삶을 다룬 작품입니다.

영화는 국수주의에 빠진 권력층과 군부의 비겁함과 무능함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편견에 사로잡힌 인종차별을 고발합니다. 무죄 석방된 드레퓌스가 고인이 된 에밀 졸라의 무덤을 찾는 마지막 장면은 그 시절 많은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1938년 제1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영화는 작품상, 각본상을 받았으며 드레퓌스 역을 맡은 조셉 쉴드크로트는 남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에밀 졸라 역을 맡은 폴 무니는 상은 받지 못했으나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세상에 맞선 어머니, <체인질링>

출처 – 유니버설코리아 공식 유튜브

1928년 미국에서 있었던 실화를 다룬 이 영화는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을 맡고 여전사에서 어머니로 연기 변신을 한 앤젤리나 졸리가 주인공으로 열연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LA에 사는 싱글맘인 크리스틴은 회사에서 돌아와 9살 난 아들 월터가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되어 경찰에 신고합니다. 하지만 아이의 행방은 묘연합니다. 생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버티며 아들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크리스틴은 5달 뒤 경찰로부터 아들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찾은 아이는 그녀의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유괴 사건을 조기 종결해 대중의 신뢰를 얻으려던 경찰과 권력층은 일이 틀어지면 입장이 난감해지기 때문에 억지를 부리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진짜 아들 월터를 찾아달라고 사정하는 크리스틴을 정신병원에 가두기까지 합니다. 경찰이 찾은 아이를 아들로 인정하라는 거죠. 세상 어떤 어머니가 자기 아들을 못 알아볼까요? 결국 이때부터 크리스틴은 부패한 경찰과 세상에 맞서는 어머니가 됩니다.


원칙 없는 세상을 향한 경고, <부러진 화살>

출처 – 다음 영화


"재판장님은 100여 년 전 프랑스 군사재판에서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몰아간 드레퓌스 사건을 알고 계실 겁니다. 당시 재판부는 진범이 잡혔는데도 당국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진실을 은폐한 채 드레퓌스에게 종신형을 선고했지요. 그런데 100년도 더 지난 21세기에 대한민국 사법부에서는 이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억지 재판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부러진 화살> 주인공 안성기의 대사

2007년 초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석궁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이는 성균관대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김명호 전 교수가 2007년 1월 교수 지위 확인 소송의 항소심에서 패소하자 재판장인 박홍우 판사를 석궁으로 위협한 사건입니다. 

사건 자체에 관해 조금 더 상세한 설명이 필요할 듯합니다. 대입시험 문제의 오류를 지적하고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김 교수는 교수 사회에서 왕따를 당하고 부당하게 재임용에 탈락한 뒤 교수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합니다. 하지만 사법부는 사학재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에 승복할 수 없었던 김 교수는 석궁을 들고 담당 판사를 찾아가 위협했다고 하죠. 실제 사건은 영화의 내용과 다른 점이 있다고 하는 게 사법부의 입장이라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영화 자체는 권력의 손을 들어주는 사법부의 원칙 없음과 권위주의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배급 문제 등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의외로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주인공을 맡은 안성기의 열연은 대단했죠. 이 영화에서 경찰의 증거보존능력이 의문시되고 담당 판사가 혈흔 DNA 검사를 거부하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계속 드러납니다. 과학 수사와 증거법정주의를 지향하지만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통쾌하게 드러낸 영화였습니다.

국가란 국민이다, <변호인>

출처 – 다음 영화

온갖 우여곡절에도 1000만 관객에게 감동을 준 <변호인>도 권력에 의해 증거 조작된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림 사건에서 변호를 맡은 실화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는데요. 송강호의 신들린 열연이 돋보였습니다. 독재정권에 의해 어설프게 조작된 증거들이 영화에 등장할 때면 실소를 금치 못하다가도 그런 행태가 오늘날에도 버젓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보면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드레퓌스 사건> <에밀 졸라의 생애> <체인질링> <부러진 화살> <변호인>, 다섯 영화를 소개하고 보니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입니다. 어느 나라, 어느 시절이든 권력에 의한 증거 조작과 진실 은폐, 그에 따른 억울한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겠지요. <에밀 졸라의 생애>를 제외하면 모두 DVD 구매 또는 영화 관련 사이트에서 비용을 치르고 합법적인 내려받기가 가능한 영화들입니다. 이번 주말엔 위 영화를 다시 보면서 대한민국의 현실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대통령 선거 3일 전, 한밤의 경찰 수사 결과 발표

2012년 12월 16일 박근혜-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초박빙의 대선을 치르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경찰이 국가정보원 직원의 댓글 사건에 대한 긴급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양당 후보의 TV 토론회가 끝난 직후인 밤 11시경에 느닷없이 진행하여 많은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했던 일을 기억하실 겁니다. 

2012년 12월 16일은 대통령 선거를 사흘 앞둔 중요한 시점이었습니다. 토론에서 박 후보는 "국정원 여직원이 댓글을 달았는지 증거도 없는 걸로 나왔다. 여성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도 없고 사과도 하지 않는다"며 문 후보를 쏘아붙였습니다. 이때 문 후보는 "그 사건은 수사 중인 사건이고, 지금 발언은 수사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출처-민중의소리

그런데 TV 토론회가 끝난 직후 한밤에 서울 수서경찰서가 긴급 브리핑을 열어 "국정원 직원 김 씨의 컴퓨터를 분석한 결과 대선후보 관련 댓글 작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박 후보의 토론회 발언 내용을 뒷받침하는 셈이 된 것이죠. 예측을 불허하는 혼전 상황에서 경찰의 이례적인 심야 발표 배경을 놓고 야권은 의구심을 제기했습니다. 실제로 2013년 12월 기준으로 국군사이버사령부 직원들이 대선에 개입하는 글을 올린 것과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에서 트위터에 수십만 건 이상의 정치·대선 개입 활동을 한 사실이 추후 확인되어 이 사건은 더욱 확대되었으며 각계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요구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는 "대선 당시 경찰이 국정원 사건의 전모를 제대로 밝혔다면,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의 8.3%가 마음을 바꿔 문재인 후보를 찍어 승패가 바뀌었을 것"이라는 여론조사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참여연대에서 대한민국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의 문제점을 잘 정리해놓았으니 다음 자료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국정원의 개그본능


대선을 앞두고 경찰의 깜짝쇼가 인구에 회자하자 이에 자극을 받았는지 국정원도 주말 예능을 시작했습니다. 일요일인 지난 9일 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문제와 관련해 기습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발표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만 던졌을 뿐이니까요. 개그콘서트와 시청률 경쟁이라도 하고 싶었던 걸까요? 이런 중요한 사과를 아무도 주목하지 못할 일요일 밤에, 그것도 기자들한테만 기습적으로 메일을 보내놓고 넘기려 하다니 어이가 없다 못해 실소를 금할 수 없군요.

출처 - MBN
 

국정원은 '발표문' 첫머리에서 "최근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세간에 물의를 야기하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다"고 밝힌 뒤 곧바로 해명을 늘어놓았다. 국정원은 "재판 진행과정에서 증거를 보강하기 위해 3건의 문서를 중국 내 협조자로부터 입수해 검찰에 제출했다"며 "하지만 현재 이 문서들의 위조여부가 문제가 되고 있어 저희 국정원으로서도 매우 당혹스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자살을 시도한 국정원 협력자 김아무개씨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정말로 죄송한 마음이 있다면 한밤중에 꼼수를 부릴 일이 아니라 책임자인 국정원장 혹은 그 상급자인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직접 나서서 진심으로 사과해야 마땅합니다. 사과란 진심과 예의를 갖춰서 해야만 의미가 있기 때문이지요. 국정원의 사과는 꼬리자르기식으로 억지로 꺼낸 비겁한 사과로 보입니다. 여론이 나빠짐을 느껴서일까요, 오로지 종북 타령만 하던 보수 신문과 검찰도 비겁한 급선회에 동참했습니다.

대통령이 "증거자료 위조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한마디 하자 검찰은 전격적으로 국정원을 압수 수색을 했고, 보수 신문들은 남재준 국정원장 사퇴와 사태의 철저 규명을 목소리 높여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애초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사태 해결을 위해서가 아닌 6.4 지방 선거용 말치레라는 관측이 일반적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향후 꼬리자르기 위험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변호사는 "국정원이 겉으로 드러나 있는 조직이 아니며, 현재 드러난 것만 알고 있을 뿐 사건의 실체와 배후가 어디까지인지는 알 수 없다"며 "국정원이 책임지는 쪽으로 꼬리를 잘라내고, 남재준 국정원장이 정치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정도로 마무리하려 할지 모르나 이렇게 되면 배후도 밝히지 못할 뿐 아니라 수사책임자인 검찰에 대한 사법처리도 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특검 명분을 없애고 선거 앞두고 조기 봉합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야당이 공세를 펴기도 어렵게 돼 지방선거 정국이 여당에 유리하게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며 "정치적으로 과감한 선택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건 배후와 관련해 박 변호사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이라는 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해 색깔론 공세를 펴기 위한 것으로 본다"며 "차기 대선 후보에 대한 싹을 자르기 위해 무리하게 하다가 덤터기 쓴 것이다. 검찰의 이런 기세라면 1~2주 안에 처벌대상자와 구속자까지 다 나오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주말 예능식 사과, 박근혜 정부의 정책인가?

그런데 이런 상황, 왠지 익숙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거의 정확히 1년 전에 이런 주말 예능식 사과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국가 공공기관과 권력자의 잘못을 한 개인에게 떠넘겨 꼬리자르기 하는 대처법은 박근혜 정권의 전매특허인가 봅니다. 세계 외교사에 길이 남을 수치인 윤창중 성희롱 사건에 대한 사과도 이와 똑같았으니까요.

출처 - 한겨레21

미국을 순방한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하던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한국대사관에서 자신의 수행으로 배치한 여성 인턴을 호텔 바와 자신의 호텔 방에서 성추행했다는 보도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던 일이 엊그제 같습니다. 정치권 안팎으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박 대통령을 포함한 청와대의 책임을 묻는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비서실장이 대신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데 이르렀지요. 

전날까지만 해도 "사과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어오던 청와대가 주말 오전에 갑자기 사과 입장을 밝힌 배경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다음날 일간신문들이 나오지 않는 토요일에 사전 공지도 없이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한 건 유례를 찾기 쉽지 않다. 이에 이날 오후 2시에 예정돼 있던 고위 당·정·청 워크숍에서 있을 수 있는 '인사참사'에 대한 논란을 사전봉쇄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인사 책임자인 대통령은 뒤로 빠진 채 비서실장 명의의 대국민 사과문을 청와대 대변인이 주말에 기습적으로 대독했지요. 추후 가시적인 책임자도 후속조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진심이 아니라 뒤로 머리를 굴리는 사과, 예의가 아닌 꼼수에 불과한 참으로 나쁜 사과의 전형이었습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데, 잇따른 인사 실패의 결과가 1년 뒤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까지 이어진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에 대해 많은 국민이 "차라리 사과를 하지 말든가"라고 분노하며 한때 박근혜 정부의 국정지지율이 41퍼센트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국민이 뽑아준 대표자가 국민을 우습게 보니 사과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 만무합니다.


소비자 우롱하는 기업의 꼼수 사과도 여전

정치권의 하는 듯 마는 듯한 비겁한 사과 행태가 사업계까지 퍼져나간 걸까요? 국내 최대 소셜커머스업체인 티켓몬스터는 지난 3월 5일 경찰로부터 3년 전인 2011년 해킹으로 113만 명의 회원 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통보받았지만, 이를 주말인 7일 저녁에야 언론에 발표했습니다. 직장인들이 다 퇴근하고 주말을 즐기기 바쁜 시간에 은근슬쩍 사과해 진정성에 의구심이 듭니다.


출처 – 티켓몬스터 홈페이지

더군다나 티몬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제대로 공개하지도 않았습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건 광고뿐입니다. 별도의 팝업으로 사과문을 띄우기는커녕 한참 스크롤을 내려야 보이는 홈페이지 우측 하단에 조그맣게 2011년 개인정보 유출 확인이라는 메뉴를 만들어놓았을 뿐이었습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이거늘, 국익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대통령, 국정원, 검찰, 여당, 보수언론이 이렇게 비겁한 작태를 보이는데 일개 기업이라고 다르겠습니까? 그러니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 총수들이 한결같이 휠체어 신공을 선보이며 집행유예 코스로 빠져나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큰 기금을 출연하여 재단을 만들겠다는 약속으로 위기를 넘기는 술책에 국민이 하루 이틀 당한 것도 아니지요.

박근혜 정부 내내 각계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반복될 텐데 비겁한 주체들이 앞으로 어떠한 예능감으로 무장하여 국민에게 큰 웃음을 줄지 자못 기대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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