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소방공무원의 현실

 

지난 21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박남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시·도 소방본부와 소방학교 24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소방공무원 7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소방공무원 근무여건 개선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근무하면서 한 번 이상 부상당한 사람은 124명으로 18퍼센트에 달했습니다. 그중에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했다'고 응답한 소방관이 약 80퍼센트(99명)에 달했습니다.

 

출처 - 한국일보

 

화재 현장의 최일선에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는 소방공무원들이 치료비를 본인 부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복잡한 신청 절차'가 27퍼센트로 가장 많았고, '공상처리 기준부재'가 26퍼센트로 뒤를 이었습니다. 그리고 '행정평가상 불이익'(17%), '부족한 보상'(10%) 등도 주요한 이유였습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 작전에 필요한 안전장비까지 본인 부담으로 구매해서 쓰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전쟁에 나가는 군인이 무기를 직접 사서 쓰는 것과 다름없는 현실인데요, 왜 소방관들이 안전장비를 직접 사서 써야 했을까요? 통계 자료를 보면 현장활동 중에 위험을 유발하는 장비 관련 요인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안전장비의 노후화입니다. 무려 45퍼센트가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다음으로 안전장비의 수량부족이 30퍼센트로 뒤를 이었습니다. 실제로 조사에 참여한 소방공무원 가운데 무려 37퍼센트가 자비로 안전장비를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하니 대한민국 소방공무원의 현실이 암담합니다.

 

 

최근 5년간 순직한 소방관보다 자살한 소방관이 더 많아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순직한 소방관이 33명, 자살한 소방관은 35명으로 자살한 소방관이 순직 소방관의 수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살자 35건 중 과반이 넘는 19건(54%)이 우울증 등 신변비관으로 숨졌으며, 가정불화가 10건(29%) 등이었습니다. 이는 위험하고 불규칙한 근무환경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지난 9월 17일 경기방송 <유연채의 시사999>라는 프로그램에서 박남춘 의원이 이 문제를 잘 다뤘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 경기방송

 

소방관의 업무 특성상 위험 직군으로 분류돼 보험료 할증을 요구받거나 아예 보험가입을 거부당하는 사례도 빈번합니다. 시간외수당, 안전장구, 부상 치료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서 어떻게 일선에 있는 소방관들에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겠습니까? 소방공무원을 위한 정책적 보험과 세밀한 공상처리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이 시급합니다. 또한 우울증, 불면증, 스트레스로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는 소방공무원들을 위해 소방전문병원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치유센터 설립 등도 검토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민안전처가 나서기 바랍니다.

 

 

한국전쟁 때 쓰던 수통 그대로 사용하는 한국 군의 현실

 

소방공무원의 현실도 기가 막히지만, 대한민국 군대의 현실을 보면 할 말을 잃게 됩니다. 군대 다녀오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한국전쟁 때 쓰던 수통과 베트남전쟁 때 쓰던 군장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온 젊은이에게 1~2년 전 것이 아닌 반세기 전 보급품을 지급하는 대한민국 군대의 현실,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요? 복잡한 심경을 말로 표현할 길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 면전에서 "수통이 빵꾸나지 않고 사용만 제대로 할 수 있으면 50년이 됐든 100년이 됐든 무슨 상관이냐?"며 타박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이번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이 한 발언인데요, 한 의원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에 육군 장성으로 예편한 국회의원입니다.

출처 - JTBC


한 의원의 발언이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오래되고 비위생적인 수통을 사용하는 장병들을 위한 예산이 편성되어 노후 수통을 전량 교체할 수 있도록 했는데도 여전히 반세기 전의 헌 수통을 쓰는 현실을 지적하는 상황에서 변명처럼 나온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가재는 게 편이라더니 비웃음을 사더라도 국방부 장관의 변명을 대신 해주고 싶었나 봅니다.


이미 예산이 편성되어 새 수통을 사기까지 했는데도 변하지 않은 군대의 현실을 보면 비리와 부정 외엔 달리 생각할 여지가 없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성인 남성이 태반인 우리나라에서 군대가 비리의 온상임은 공공연한 비밀이죠.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 터진 사례만 해도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상수도 보급률 50퍼센트에도 못 미쳐


세계 7대 군사강국. 다음 달 1일로 창군 67주년을 맞는 한국 군의 위상입니다. 세계 10대 무기 생산국이자 병력 규모 등 외형이나 신무기 투자 규모로 봐도 세계 10위 수준이라는 대한민국 군대. 하지만 그 기본이 되는 장병에 대한 처우는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한국 군의 실태는 참으로 가관입니다. 반세기가 다 된 모포, 수통을 아직도 사용하고 육군과 해병대, 상수도 보급률은 5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하지요. 지하수나 우물을 쓰고 빗물을 받아 사용하는 곳이 수두룩하다는 얘깁니다. 화장실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재래식 화장실이 1400여 개에 달하며, 군납 식품에선 머리카락, 벌레, 쇳가루 등 불순물이 나오기 일쑵니다.

 

출처 - JTBC


대한민국에서 해킹 사건이 일어나기만 하면 항상 배후로 북한이 지목되는 데 반해 우리 군은 아날로그 방식투성이입니다. 예하 사단 상황장교들은 아직도 무선 통신 내용을 받아 적습니다. 천안함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함장이 휴대폰으로 보고했다는 사실을 잘 아실 겁니다. 군대 내부에서도 간부들은 급한 연락은 휴대폰으로 하기 일쑤입니다. 각종 통신장비가 낡았기 때문입니다. 소대장들이 대놓고 중대장에게 휴대폰으로 보고할 정도니 말 다했죠. 방송에서 <진짜사나이> 같은 프로그램으로 아무리 군대의 기강을 보여주고,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을 보여주어도 대한민국 군의 현실은 동물의 왕국 혹은 정글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병사의 주적은 간부, 병사-지휘관 간 차별 여전해


군 복무를 하신 분이라면 "사병의 주적은 북한이 아니라 간부"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사례만 봐도 사병과 지휘관 사이의 차별이 너무나 노골적이어서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았습니다.


출처 – 계간 고대문화

 

장병들이 탑승하는 주력 전차와 장갑차에는 냉방장치가 없어 여름철 내부 최고 온도가 무려 56도까지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장교들이 타는 지휘관용 장갑차량에는 1000만 원짜리 냉방장치가 빠짐없이 장착되어 있었죠. K1A2 전차 성능 개선 사업에서 합참은 전차에 냉방장치를 장착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지만, 사업 추진 중 갑자기 백지화합니다. 비용 대비 효과와 전술적 운용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를 들먹이면서요. 그렇다면 지휘관용 전차의 냉방장치도 제거함이 마땅할 텐데, 지휘관용은 또 그렇지 않답니다.

 

출처 - 일요서울


장병들은 제대 후 예비군에 편성됩니다. 생업을 두고 길게는 3일간 다시 입소해 훈련을 받아야 하니 사회적으로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훈련을 빠져선 안 됩니다. 그것도 자비 부담으로 말입니다. 훈련소가 대부분 도심에서 동떨어진 곳에 있다 보니 오가는 교통비만 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예비군 훈련 참가비 평균 비용은 2만 2190원인데 반해 보상비는 겨우 1만 2000원입니다. 그러니까 예비군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1인당 1만 원을 자비 부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뿐입니까? 자영업 등 생업 전선에서 뛰고 있는 사람이라면 예비군 훈련 기간은 고스란히 손실로 돌아옵니다. 이 때문에 미군은 예비군 훈련 시 계급별로 하루 최고 22만 원에 이르는 보상비를 지급하고 있으며 이스라엘도 10여만 원을 국가가 지급합니다. 대한민국은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않는 상태에서 국방의 의무만을 이토록 손쉽게 요구해도 되는 걸까요? 사회에선 '열정페이' 군대에선 '애국페이', 이를 당연시하는 현실. 이대로 두면 안 됩니다.

 

출처 - 아시아경제


대한민국 군의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만 하면 군은 항상 예산 타령을 합니다. 하지만 사실 군대, 돈 잘 법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육군 일선 부대들이 민간인들을 상대로 숙박, 요식업소 등을 운영하면서 일반 전투병들을 무보수 종업원으로 불법 파견해 100억 원대의 순익을 내고 이를 해당 부대 지휘관 업무추진비로 전용해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부대 근처의 복지회관 등이 대표적이죠.

 

군 병원 역시 입원한 환자인 장병을 청소나 배식 등에 부려 먹습니다. 군대에서는 이렇게 아파도 손해를 봅니다. 더구나 군 복지회관 부근 소상공인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봤습니다. 무보수로 일할 인력이 끊임없이 공급되는 군 복지회관을 상대로 소상공인이 어떻게 경쟁을 할 수 있겠습니까? 불의로 얻은 이익을 장병들에게 돌리기는커녕 높으신 분들끼리 나눠 먹으니 그야말로 '헬조선'의 축소판이랄 수밖에요.



군사기밀 유출, 영관 장교가 최다

 

상황이 이러한데 군사기밀 유출은 병사보다 장교들이 더 많이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최근 5년여간 현역 군인에 의한 군사기밀 유출 사건은 모두 44건 발생했는데, 이 중 영관 장교가 가장 많았습니다.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8월에는 '일베'를 하는 현역 장교가 군 전술망 화면을 유출해 파문이 일기도 했죠. 이 때문에 스카파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직접 보안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 KBS


이뿐입니까? 지난 11일 신병 훈련 중 느닷없이 폭발한 수류탄으로 교관인 김 중사가 숨지고, 손 훈련병과 박 중사가 중상을 입었습니다. 이 수류탄은 이미 1년 전 스무 살도 되지 않은 박 훈련병의 목숨을 앗아간 불량 수류탄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기능시험에서 치명적 결함 판정을 받은 수류탄을 계속 훈련에 사용하고 있었던 겁니다. 30발 중 6발이 손에 들고 있는 상태에서 터져버리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오폭률이 2퍼센트가 아니라 20퍼센트라니 러시안룰렛을 한다 해도 이것보단 살 확률이 높겠습니다. 문제의 수류탄은 현재 군에 25만 발이나 남아 있으나 군은 여전히 이를 내버려두고 있는 실정입니다.



'노동개악' 하지 말고 대한미국 군을 개혁하라

 

단 한 번의 국정감사로 온갖 비리로 점철된 군의 모습이 드러났지만, 대한민국 군은 뻔뻔하기 그지 없습니다. 인사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조남풍 재향군인회장은 비리로 채용한 임직원 25명을 취소하라는 보훈처의 명령을 어기고 임용을 강행했으며, 국정감사 출석을 앞두고 해외 출장을 떠나버렸습니다. 육군 대장으로 예편한 조 회장은 보훈처 감사 결과 과거 재향군인회에 790억 원의 손래를 입힌 핵심 인물입니다. 군에 있을 때처럼 자기가 아직도 왕인 줄 착각하고 있는 겁니다.

 

출처 - YTN


저희는 <박근혜 정부 방산비리 척결, 말뿐인 추악함>이라는 기사에서 방위산업과 연관된 숱한 비리 의혹의 실태를 다뤘습니다. 또한 부패 척결의 의지가 없는 박근혜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천안함 사건 5주기에 돌아보는 국가 안보>라는 기사를 통해서는 군사력 증강에 투입되는 막대한 예산이 정말로 우리의 안보를 책임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때 납품비리로 통영함에 어군탐지기보다 못한 장비가 달려 있었다는 사실을 말씀드린 바 있는데요, 장비 납품비리 혐의로 기소된 전직 해군 간부들에 대해 검찰이 징역 3년 6월에서 징역 12년 등 중형을 구형했다는 보도가 오늘 나왔습니다.

 

군납 비리를 처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행방이 묘연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때문에 세월호 사고의 진상조차 규명하지 못하는 정권이 과연 방산비리를 제대로 밝힐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에 방산비리 척결을 강조한 이후 합수단은 검사 18명과 군검찰관 9명을 포함해 총 117명의 규모로 운영됐습니다. 군 창설 이후 최대의 방산비리 수사 규모를 자랑했는데요, 방산비리에 연루된 국방 관련 사업 규모가 총 9809억으로 드러난 것으로 보도된 바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에 쏟아부은 혈세가 24조 원에 달합니다. 자원외교로 날린 돈이 40조 원이 넘습니다. 이와 비교하면 합수단의 조사 결과 방산비리로 날린 혈세는 1조 원도 채 안 되니 대한민국 군이 그간 참 깨끗하게(?) 운영되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방산비리 수사가 변죽을 울리는 제대로 된 조사가 아니었다고 보는 편이 맞지 않겠습니까?

 

얼마 전 목함지뢰 두세 발이 남북 간 전쟁 위기 상황을 야기한 상황을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대한민국 군의 설명을 그대로 따른다면 막대한 국방예산을 쏟아부어도 GP 내 북한군의 동향을 파악하기 어렵고, 목함지뢰를 매설하러 내려오는 북한군에 대해 적절한 대응조차 못하는 꼴입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목함지뢰 사건은 대한민국의 국익에 필요한 것은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는 무기가 아니라 평화를 지향하는 의지라는 사실을 천명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생각비행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반대 23] 우리 세금을 무기 대신 복지에>라는 기사에서 "평화는 안보/평화 같은 이분법적 도식으로 풀 문제가 아닙니다. 평화와 안보는 상호보완적이고 병행적인 관계입니다. 우리 사회 도처에서 평화를 증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발점은 군축입니다. 모두가 바라는 평화를 어떻게 이뤄나갈지 앞으로 시민사회와 한국사회가 답을 낼 차례입니다"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앞서 다룬 소방공무원과 대한민국 군의 현실을 통해 국민의 '안전'과 '안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우리의 세금을 어디에 써야 할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남북 화해 분위기 가운데 통일을 지향하는 지도자를 뽑고,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국방예산을 국민의 복지와 안전을 증진하는 비용으로 환원한다면 우리의 삶은 현저히 나아질 수 있습니다. '노동개악'을 하지 않아도 관련된 일자리가 늘어나는 건 당연지사입니다. 후대에게 과연 어떤 세상을 물려주어야 하겠습니까?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지난 주말 '세계 평화의 날'(9월 21일)을 맞이하여 열린 평화군축박람회에 다녀왔습니다. 올해로 3회를 맞이한 이 행사는 한반도에 당면한 평화 문제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평화를 지향하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방위산업을 국가전략산업과 수출주력사업으로 육성해왔습니다. 그 결과 세계 2위의 무기 수입국이 되었고, 국방비 지출은 세계 12위에 해당합니다. 지난 25일 정부는 내년 정부 예산에서 복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였습니다. 분야별 예산을 추계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수치라고 합니다. 반면 2013년 국방예산안은 35.5조 원에 달하며, 매일 972억 원을 국방비로 쓰게 됩니다.
 

이번 평화군축박람회는 '국가안보'라는 미명하에 이뤄지는 군비증강, 전쟁무기 도입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제주 해군기지처럼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국방사업의 진실을 알리는 한편 시민의 안전과 평화에 대한 투자(교육, 주거, 의료 등의 복지예산의 중요성 등)를 촉구하는 자리였습니다.
 

지금, 평화를 이야기하자
 
'세계 평화의 날'은 경희대 설립자이자 세계대학총장회의(IAUP) 의장을 지낸 조영식 박사가 1981년 6월 개최된 세계대학총장회 제6차 총회에서 제안한 뒤 유엔에 의해 기념일로 제정되었습니다. 매년 9월 셋째 주 화요일을 '총성 없는 날'로 부르기도 하는데요, 2001년부터 9월 21일을 세계 평화의 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세계 평화의 날 31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평화군축박람회 현장] 풍선으로 만든 탱크 뒤편으로 평화단체에서 다양한 참여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무기수출 세계 7위 국가라는 목표를 세우고 각종 첨단무기를 과시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수시로 벌였습니다. 남북관계는 급속히 단절되었으며 그 결과 연평도 포격사태를 낳았습니다. 평화군축박람회는 군사무기로는 평화를 지킬 수 없고, 무기산업을 키우고 군비를 확장하면 필연적으로 무력충돌로 이어진다는 자명한 현실을 알리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교육, 주거, 의료 등 복지를 위한 예산을 희생하면서 적정규모 이상 책정되는 국방예산의 문제점을 알리는 전시물이 많은 시민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제3회 평화군축박람회는 우리 사회에 평화에 관한 관심이 왜 중요한지를 알리면서 군축에 공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평화를 주제로 한 토크쇼, 콘서트, 영화상영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도 마련했습니다.
 

한국은 휴전 상태이므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국방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계시겠지요. 하지만 이번 행사에 참여한 많은 시민은 '북한에 인도적 지원 확대, 남북 여성교류를 위한 인프라 구축, 한미행정협정(SOFA)개정, 방위비 감축과 여성복지 확대, 군사주의 문화를 평화문화로 전환' 같은 의제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평화를 바라는 이들이 현실을 무시하고 당장 모든 군대를 없애자거나 무장을 해제하자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현재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평화에 이르는 길을 다양하게 모색하자고 제안할 뿐입니다. 대화와 협력을 통해 친구가 되면 평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강력한 무기와 핵억지력 등으로 상대를 압박하고 굴복시켜서 얻는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닐 뿐더러 오래가지도 않습니다. 총을 내려놓고 조금씩 군비지출을 줄이고 복지예산을 확대해나가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평화를 추구하는 신뢰가 필요한 때입니다. <한반도 평화와 군축을 위한 시민제안전>은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리였습니다.


변모하는 세계정세,
과연 군사력이 대안인가?  


과거 국제정치에서 국력을 중요한 요인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주로 '현실주의'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세계정세는 그동안 많이 변해왔고, 국력만큼 중요한 요인도 많이 생겼습니다. 국제정치에서 현실을 강조하는 이들은 유엔 같은 국제기구가 세계정세를 움직일 만한 힘이 없다고 강조하지만, 사실은 그동안 세계정세의 긍정적 변화를 간과하거나 부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과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후진국의 차이는 절대적이었으나 이제는 그 간극이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으로 나라가 파탄 났던 우리나라가 지금 이 정도의 경제력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군비증강이 그 요인입니까? 아닙니다. 전 세계 여러 나라와 교역하면서 인적, 경제적, 문화적 역량을 키웠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그랬듯이 우리와 같은 역량을 갖춘 나라가 앞으로 많이 생겨날 겁니다.

과거 강대국은 세계의 주요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식민지 개척에 열을 올렸던 나라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이룬 국력으로 지금도 세계 패권국으로서 지위를 유지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입니다. 그런데 미국을 대표하는 지식인인 노엄 촘스키 교수는 미국을 '불량국가'로 규정합니다. 미국이 세계 유수의 지역분쟁을 유발했으며, 지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명분을 내세워 전쟁을 일으키는 깡패국가이기 때문이지요.

시민 한 사람 사람은 도덕적일지 모르지만, 개인이 모인 집단으로서의 사회는 비도덕적이기 쉽고, 깡패국가나 불량국가가 되기 쉽습니다. 왜 그럴까요? 지나친 국방력 그 자체가 전쟁의 도화선이 되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에 포진해 있는 미군, 미국의 경제의 한 축이 된 군산복합체, 국가안보사업에 집중되는 최첨단 기술 등은 사실상 미국경제를 떠받치는 토대입니다. 당연히 엄청난 유지비가 듭니다. 이 때문에 군비증강에 열을 올리는 미국은 시시때때로 전쟁을 일으켜 무기 재고를 소진하고, 지하자원을 획득하거나 전후 복구를 떠맡으면서 국가경제를 쇄신해왔습니다.

이렇게 국력 강화에 힘을 쏟는 미국조차 최근 국제정치에서는 영향력을 잃고 있습니다. G3, G7, G8, G20... 이런 국제적 변화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게 무엇입니까? 세계정세가 단극화 체제에서 다극화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 아닌가요? 일부 깡패국가를 제외하면 전쟁보다 세계 평화를 유지하는 편이 각국의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세계 정상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대한민국은 전 세계 국가와 연대를 공고히 하고 인적, 물적, 문화적 교류를 활발히 하면서 국제 평화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한민국에 도둑, 강도, 깡패가 있다고 전 국민이 무장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당하는 쪽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위해를 가하는 쪽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 동의하신다면, 비록 지금 국제기구의 힘이 약하다고 하나 그 실효성을 키우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막연한 이상론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대한민국이 깡패국가를 이겨낼 만한 군사력을 갖추는 일이 오히려 더 불가능한 현실입니다.

과거 대한민국 안보 이데올로기의 중심은 북한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은 북한을 통일의 대상이 아닌 적국으로 규정하고 비정상적인 냉전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면서 전쟁 위협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엄청난 예산을 국방비로 쏟아왔습니다. 하지만 국가안보 논리는 필요 이상으로 남북의 군사적 대립을 조장했고, 때때로 무력 충돌을 낳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화와 타협이 아닌 무력으로 평화를 이룰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군사력 증강에 투입하는 예산을 복지와 다른 측면으로 환원한다면 우리의 후대에겐 지금과 다른 세상을 물려줄 수 있습니다. 


불법과 편법으로 점철된 해군기지로는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킬 수 없다 

최근 센가쿠열도(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간 영토분쟁이 미·중 간 신경전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미·일 양국은 괌 일대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는데요, 양국 군이 합동으로 도서 상륙 훈련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합동 군사훈련이 일본과 중국 간 영토갈등을 빚고 있는 센카쿠열도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이를 기사화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동북아 정세를 가만히 살펴보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한·미·일 삼국의 군사동맹 강화 시도나 신냉전 구도를 연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해군이 속으로 쾌재를 부를지 모르겠습니다. 그간 해군은 "제주남방해역은 한·중·일의 울타리 없는 앞마당과 같은 지역으로 보호가 절박하다. 주변국들은 항공모함, 잠수함 건조 등 군비경쟁을 가속화하고 우리의 해양영토 넘보기를 노골화하는 등 우리의 각별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며 제주 해군기지의 필요성을 주장해왔으니까요.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대한민국 해군의 논리가 얼마나 철저하게 미국의 해양패권전략을 위한 것인지가 드러납니다.

이번 평화군축박람회 행사에서 제주 해군기지 문제의 실체를 알리는 전시물이 많은 시민의 호응을 받았습니다. 불법과 편법으로 점철된 해군기지로는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킬 수 없으며 동북아 평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게 저희의 생각입니다. 아래 자료를 보시죠.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사용된다는 점을 증명하는 자료는 또 있습니다. 

대한민국 해군은 제주 해군기지가 제주의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해왔는데요, 과연 믿을 만한 이야기일까요? 아래 자료를 보시죠.

제주 해군기지는 지역경제를 발전시킨다는 명목으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고 제주도민을 속이고 이중계약서까지 써가면서 추진했던 사업이었으나 사실상 해군기지 건설사업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항만 내 15만 톤급 크루즈 선박 입출항이 불가능하다고 해군조차 설계 오류를 인정했지요. 그 밖에 절차상 많은 문제가 발생하자 국회는 2011년 12월 말에 2012년 해군기지 예산을 대폭 삭감하여 정부의 일방적 추진에 급제동을 걸었습니다. 예결특위에서 여야 합의로 삭감된 새해 예산안이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된 본회의에서 그대로 통과된 점을 고려하면 야당은 물론 여당조차 정부가 해군기지 건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데 거부감이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국가안보를 위한 해군기지라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하지만 제주 강정마을에 건설 중인 해군기지는 애초부터 그런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거짓과 은폐를 조장하여 강정마을 주민을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게 함으로써 마을 공동체를 분열시켰습니다. 제주 해군기지의 진행과정을 다시 한 번 돌아볼까요?

1. 2007년 4월 26일에 강정마을 전 회장 윤태정 씨가 마을 운영위원회를 소집하고 불과 87명 참석한 가운데 만장일치 박수로 해군기지 유치를 결의하고 다음 날 유치 신청했습니다. 향약에서 정한 공고일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중요한 내용을 결정하는 일은 수시로 방송해서 마을주민 전체에게 알려야 하는 의무를 위반했고 공고 내용조차 불명확했습니다.

2. 제주도지사는 2차례 여론조사를 하고서 주민 대다수가 찬성한다고 2007년 5월 14일 강정동에 해군기지 유치 결정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 여론조사는 용역 발주, 설문 내용, 설문 대상 선정 등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KBS <추적60분>에도 이런 내용이 잘 나와 있습니다.

3. 해군기지 문제가 불거지자 강정마을 주민은 유치 찬반을 마을 전체 투표로 결정하기로 합니다. 2007년 8월 20일 주민투표 결과 94퍼센트의 주민이 해군기지를 반대했습니다. 이것이 강정주민의 뜻입니다.

4. 2009년 4월에 해군 측이 환경영향평가를 졸속 시행했음이 드러났습니다. 연산호 현황조사 미비와 보존 및 저감대책 부재, 해양 환경의 영향 예측 검토 미흡, 공유수면 매립 및 부유사로 인한 저감대책 부재, 공동생태계조사결과 반영 미흡 등이 지적되었습니다. 제주도는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 등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을 달성한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곳입니다.

5. 2009년 12월 17일에 제주도의회는 <강정해안에 대한 절대보전지역 변경동의안>과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변경안> 2건을 날치기로 통과시킵니다.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나라당이 꼼수를 부린 것입니다. 기명전자투표가 아닌 거수표결 실시도 문제였고, <절대보전지역 변경동의안>의 경우, 재적의원 27명 중 18명이 찬성했는데 찬성 수가 적어 일사부재의(一事不再議) 원칙을 위배하고 재투표한 결과입니다.

6. 2010년 12월에 제주해군기지 건설 예산 포함 2011년도 예산이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되었습니다. 그리하여 2011년 2월 16일에 해군기지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천혜의 자연을 훼손하면서 건설 중인 해군기지를 대한민국 해군은 여전히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고 속이고 있습니다. 공권력을 남용하여 강정마을 주민, 평화지킴이, 종교인을 위시한 평화지지자들을 탄압하면서 인권유린 또한 서슴지 않습니다.

지난 9월 6일부터 15일까지 제주도에서 세계자연보전총회가 열렸습니다. 9월 18일 《한겨레》신문에 <세계자연보전총회 뭘 남겼나>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번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과 전략으로 채택했다는 점을 부각하여 '녹색성장의 선도국'으로 인정받고 싶어 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해군은 모든 힘을 동원하여 제주 강정마을을 고립시키고 해군기지 문제를 덮으려고 과도하게 움직였습니다.

그 결과
환경단체들의 연대기구인 한국환경회의는 “세계자연보전연맹과 세계자연보전총회 조직위원회는 이번 총회에서 정부와 자본, 군사주의에 굴복하고, 과학적 근거로 자연 생태계 관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세계자연보전총회의 중립적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습니다. 

기사 주요내용

-이번 총회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 꼽히는 것은 세계자연보전연맹 집행부가 한국 내 환경 현안에 대해 중립적 입자을 취하지 않고 한국 정부 쪽에 기운 듯한 태로를 보이면서 스스로 위상을 실추시켰다는 점이다.

-정부가 강정마을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회식에 참석하러 오는 세계자연보전연맹 일본 지부 대표의 입국 신청까지 거부할 정도로 국외 환경평화 운동가들에 대한 입국 거부조처를 남발했다는 점도 문제다.

-환경단체들의 연대기구인 한국환경회의는 결의문(자연보전과 경제개발의 지송가능한 전략으로서 녹색성장) 통과 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으로 포장된 원전 확대 정책과 토건 사업이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이름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며, 한국 정부에 의한 환경파괴 사태를 직시하지 않고 결의문이 채택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결의문 발의안 원안에 있던 "한국 녹색성장의 지도국이며, 최초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과 전략으로 채택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녹색성장의 사례로 고려하고 있음을 인정한다"는 부분은 거의 삭제되고, "한국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전략과 비전으로 채택했음을 인정한다"는 내용만 살아남았다. 이번 총회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녹색성장 정책을 전세계 환경단체들에 홍보하고, 자연환경 부문 세계 환경단체 연합체로부터 '녹색성장의 선도국'으로 공인받으려던 계획은 절반만 성공한 셈이다. 

-해군기지 문제는 총회장 안팎에서 뜨거운 문제로 부각됐다. 강정마을회는 세계자연보전연맹에 총회 부스 설치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고, 총회에 참석하려던 외국 활동가 7명의 입국이 거부됐다. 국방부와 해군은 기자호견 등을 통해 해군기지 문제의 결의안 채택을 저지하려 총력을 기울였다. 이 때문에 오히려 외국의 활동가들이 해군기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복지, 평화, 통일은 앞으로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할 지향점입니다. 이런 시국에 아름다운 자연을 훼손하면서 무기를 앞세운 평화가 과연 가능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편화군축박람회는 우리에게 많은 화두를 던졌습니다. 평화와 군축을 위해 활동하는 여러 시민단체가 대화하고 협력하는 만남은 앞으로 더 자유 열려야 하며, 평화와 군축을 지향하는 시민의 공감을 더 많이 끌어내야 합니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 추진한 실리 외교의 결과는 실로 참담했습니다. 대북정책의 실패로 얼마나 많은 사건이 일어났습니까? 남북 간에 긴장관계를 조성해서 우리 국민이 득 본 게 있습니까? 미국과의 관계는 또 어떻습니까? 한미혈맹을 강조하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굴욕적인 외교협상도 모자라 끝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세간의 염려를 무시하고 졸속으로 한미FTA를 통과시켜 애초에 예견된 시나리오대로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낳았습니다.

이처럼 평화는 안보/평화 같은 이분법적 도식으로 풀 문제가 아닙니다. 평화와 안보는 상호보완적이고 병행적인 관계입니다. 우리 사회 도처에서 평화를 증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발점은 군축입니다. 모두가 바라는 평화를 어떻게 이뤄나갈지 앞으로 시민사회와 한국사회가 답을 낼 차례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국익에 필요한 것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제주 해군기지가 아닙니다. 오히려 정치계의 변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치인을 배출하고, 남북화해를 통해 통일을 지향하는 대통령을 뽑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대한민국이 남북 간 갈등 국면을 넘어 통일의 길을 모색한다면 동북아 평화에 기여할 수 있고, 국제사회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계기가 되어 국익에 기여하는 바가 훨씬 클 테니까요. 무력은 결코 평화의 전제 조건이 될 수 없고, 평화는 평화를 바라는 마음에서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공감하는 국민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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