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찰개혁의 칼을 뽑았습니다. 지난 4월 15일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겁니다. '검수완박'은 윤석열이 꺼내고 언론에서 붙인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준말입니다. 검찰개혁을 폄훼하기 위해 급조한 단어였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은 검찰의 일반적 수사권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입니다. 박홍근 원내대표를 필두로 172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공동 발의자로 서명한 법안이죠. 더불어민주당은 당론 채택과 법안 제안 이유에 대해 "검찰의 국가형벌권 행사에 있어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고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와 기소가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을 꺼냈습니다. 그러면서 영장 청구 및 공소제기 및 유지를 전담하는 기관으로 검찰의 위상을 재정립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검찰개혁을 해야만 한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YTN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여 사건을 자기 입맛대로 주무르던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죠. 자기네 입맛에 맞으면 기소 요건이 되지 않아도 기어이 기소해 사건으로 만들고, 나라를 휘청이게 하는 사건일지라도 자기네 이득을 위해 기소하지 않고 조용히 묻어두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출처 - 연합뉴스

 

가장 큰 문제는 검찰이 검사의 비리를 기소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7년간 검사 범죄 사건에 대한 기소율은 0.1%, 불기소율은 97.2%에 달합니다. 검사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사실상 처벌하지 않거나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 엄격한 기소율의 잣대를 과연 일반 사건에 공평하게 적용했을까요? 그럴 리 없죠. 검찰이 그렇게 공평했다면 '검찰개혁'이 시대적 화두가 됐을 리 만무합니다. 전체 형사사건에서 같은 기간 검찰의 기소율은 32.90%입니다. 들어온 사건의 3분의 1은 일단 기소하고 본다는 겁니다. 32.9%와 0.1%의 간극, 이 하늘과 땅 차이는 범죄자가 검사냐 아니냐, 이것뿐입니다.

 

출처 - 임은정 SNS

 

임은정 검사는 검찰의 '내로남불'과 '직권남용'에 대해 자신의 SNS에 구체적으로 썼습니다. 검사들이 단지 거슬린다는 이유로 기소하고 구속시킨 걸 무용담처럼 떠들고 다닌 추악한 실태를 말입니다. 자기가 보기에 건방지다거나 자기 앞에서 골프를 쳤다고 구속시키는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러라고 준 기소권이 아닐 텐데 말입니다. 세계 다른 나라에 비해 극단적으로 비대한 검찰 권력의 결과가 이런 참담한 현실입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검찰청법에서 이른바 6대 범죄인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범죄 및 대형참사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을 삭제한 것입니다. 검사의 직무는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다만 수사는 제외한다'고 규정됐습니다. 다만 경찰이나 공수처 소속 공무원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단서 조항을 달았습니다. 기소와 수사에 대해 경찰과 검찰 그리고 공수처라는 권력끼리 견제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출처 - 리얼미터

 

검찰의 주요 권력 중 하나인 영장 청구 역시 검찰의 직접 청구가 아니라 경찰의 신청이 있어야 검찰이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조문을 수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긴급체포의 경우 검찰에는 경찰의 긴급체포를 승인할 권한만 주어집니다. 그간 검찰이 독점하고 마음껏 휘두를 수 있었던 권력을 경찰과 나누고 검찰의 직접 수사보다 경찰을 통해 보완수사가 이뤄지도록 하는 방향으로 바꾼 겁니다. 그런데 밥그릇을 빼앗기게 된 대검찰청이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이 법안이 헌법 위반이라는 겁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사건이 검찰과 경찰 사이에서 이송이 반복되고 부실한 기소로 법원에서 무죄가 속출할 것이라며 돈 많고 힘 있는 범죄자들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처벌을 면해 안도할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사건의 장기화와 피해회복을 제대로 받지 못해 국민이 더욱 고통받을 것이라고 비난했죠. 여기서 한 가지 묻고 싶습니다. 검찰은 왜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얘기하는 걸까요? 기소권을 자기 입맛대로 휘두르며 정치질하던 검찰은 과연 헌법을 잘 지키고 있었던 걸까요?

 

출처 -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검찰개혁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돼 5월 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될 경우 3개월 후인 윤석열 정부에서 시행이 되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윤석열 인수위는 검찰 개혁을 폄훼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처럼 검찰이 표적에게 권력을 휘두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이미 경험했습니다. 이번이 검찰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출처 - MBC

출처 - 시사오늘

 

그러나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속도전식 법 개정은 여러 측면에서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민변 사법센터는 지난 4월 12일 논평에서 "방향이 옳고 명분이 있다고 해도 충분한 검토와 대안도 마련 없이 진행되면 국민들께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국회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숙의하여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4월 13일 언론과 통화에서 "이렇게 서둘러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결정을 하는 것은 너무 서두르는 느낌이 있다"고 꼬집었죠.

 

출처 - 참여연대

 

지난 4월 20일 참여연대는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검찰정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입법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참여연대는 수사권 조정 이후 꾸준히 '수사-기소' 조직의 분리를 개혁의 방향으로 제시해왔습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개정안은 "검찰권에서 수사 권한만을 분리하는 기능 분리 관점에서, 사법경찰관을 수사의 주체로 하고, 검사는 수사권 없이 기소권만을 행사하는 기관으로 상정하고" 있다며 "검찰로부터 수사권한을 제거하면서도 사법경찰관에 집중된 권한을 통제할 장치들을 마련하지 않고, 이미 있는 적법성/적정성 통제 장치마저 약화시켜 이대로 처리될 경우 비대해진 경찰권한의 오남용으로 인한 문제가 예상"된다고 문제를 제기합니다. 이 때문에 참여연대는 "권한이 강화되는 경찰수사에 대해 비례적으로 강력한 견제수단을 도입하여 견제와 균형이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검사-사법경찰관-공수처 등 수사·기소 기관 사이의 협력 프로그램을 통한 협력·공조 체제의 강화, △강제수사에서 영장청구권자인 검사의 심사를 통해서, 그리고 기소를 위한 독자적인 조사권능을 통해서 경찰수사의 적법성/적정성을 통제하는 검사의 역할 강화, △더욱 비대해지는 경찰에 대해 권한의 분리·분산을 통한 견제 등의 보완이 필요하고, △법 개정 이후 세부적 시행을 위한 입법 및 이행 로드맵과 조직법적 보완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점"을 입법의견서에 담았습니다.

출처 - 민변

 

이는 지난 4월 12일 민변 사법센터가 낸 논평과 같은 입장이었습니다. 민변은 "검경수사권조정 및 공수처 등 새로운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검수완박이 아무리 올바른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경찰의 수사능력과 통제장치는 충분한지, 사건관계인들의 불만과 불평은 없는지 확인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검찰이 수행하고 있는 소위 6대 범죄를 경찰이나 공수처가 수행할 경우 수사의 공백을 채울 대안은 무엇이고,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역량을 확보할 방안은 무엇인지, 나아가 공수처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에 중대범죄수사청이라는 또 다른 전문수사기관을 만드는 것이 필요불가결한 일인지에 대해서도 평가와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치열하게 논쟁 중인 법의 세세한 부분을 다 이해하기란 어렵습니다. 이번에는 '검찰 개혁'이라는 국민의 뜻에 부합하면서도 진영 논리에 빠지 말고 정말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국회가 제대로 일하길 기대합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이른바 공수처법 개정안이 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재석의원 283명 중 187명이 찬성했고 반대 99명, 기권은 1명이었습니다. 그동안 검찰개혁의 상징적인 기구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1호였던 공수처는 법안 통과까지 국민의힘의 발목잡기로 지지부진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법 제정 후 1년간 국민의힘의 반대 때문에 초대 처장 후보 추천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 개정안 통과로 처장 임명과 공수처 출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연내 출범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6년 참여연대가 공수처를 포함한 부패방지 법안을 입법 청원한 지 24년 만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공수처 설치를 대선공약으로 내건 지 18년 만에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수사를 전담하는 조직이 현실이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출처 - MBC


상식적으로 보면 공수처 출범이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은 아니었습니다. 고위공직자를 전담해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기관인 만큼 야당과 시민사회가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자들을 감시하기 더 좋아지니까요. 그런데 여당은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반면 해괴하게도 야당이 온갖 발목잡기로 시간을 끌었죠. 이번 개정안 통과로 삼권분립이 무너지고 공화정이 위기에 처했다며 아무 소리나 늘어놓고 있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예전에 공수처의 필요성을 얘기하며 찬성했던 법안입니다.

 

출처 - MBC / 보배드림

 

지난 2016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진경준이 구속되고 우병우 처의 부동산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주호영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공수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나아가 2016년 새누리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을 당시 인터뷰에서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검찰권이 비대한 곳이 없다"면서 "공수처 이야기가 수년째 논의되는데 이번 기회에 그런 것들이 정비되리라 본다"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공수처도 검찰개혁도 부정하는 발언을 하는 걸 보면 국민의힘의 적은 국민의힘이고, 주호영의 적은 주호영이 아닐까 합니다.

 

출처 - 경실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017년 11월 16일(목)부터 12월 1일(금)까지 15일간 공수처 설치에 대해 공법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64명이 답변한 결과를 보면 공수처 설치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87.5%(56명)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12.5%(8명)에 불과했습니다. 이 결과에 대해 경실련은 공수처 설치의 높은 당위성이 확인됐다면서 공수처 설치를 지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죠.


출처 - 오마이뉴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야당의 비토권을 삭제한 법 개정은 국민의힘이 정치적 타협을 통해 공수처장을 추천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한 결과입니다. 공수처법 시행 후 지난 반년여를 비토권에 안주해 처장 후보 추천 등 공수처 무력화에 눈이 멀어 정치적 타협을 통한 해결은 손 놓아버린 것이죠. 이는 여당이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명분이 되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공수처가 국민을 억압할 무소불위의 앞잡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입니다. 공수처의 수사대상은 3급 이상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으로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회의원,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관, 검찰총장, 차관급 이상 정무직 공무원, 광역단체장, 교육감, 대통령비서실·경호처·안보실·국정원 3급 이상, 판사·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관, 감사원·국세청·공정위·금융위 3급 이상 공무원, 금감원장·부원장·감사, 장성급 장교 등 총 7000명 정도입니다. 그 이외의 사람들은 애초에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속하지 않습니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 범죄 역시 고위공직자의 직권남용, 알선수재, 뇌물수수 등 각종 부정부패 사항입니다. 그러므로 공수처가 제대로 작동하면 여태까지 알면서도 모른 척해야 했던 윗선의 부패와 비리 등 어두운 관행들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부패 없는 사회로 갈 단초가 마련될 것입니다. 뒤가 구린 사람들일수록 공수처를 싫어하겠죠.

 

출처 - 페이스북

 

공수처가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을 훼손한다는 주장도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상호 견제하도록 하는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에 비춰볼 때 공수처는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도록 하기 위한 것에 가깝습니다. 동시에 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행정부 내부에서 검찰권의 권력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그 필요성을 인정해 만들려는 조직이기도 하고요. 검찰은 권력형 비리를 자신들의 안위와 이득을 위해 조절하며 수사를 해왔던 것이 사실이고 무엇보다 검찰 내의 비위와 범죄에 대해서는 솜방망이로 일관해왔습니다. 이런 검찰을 누군가는 감시해야 합니다.


출처 - 참여연대

 

공수처 출범은 검찰을 견제하고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깬다는 점에서 본격적 검찰개혁의 시작점입니다. 공수처 출범의 지연은 단순히 공수처의 물리적 출범 지연만이 아니라 검찰개혁의 지연을 의미했습니다. 우리는 지난 1년간 본색을 드러낸 정치검찰의 민낯을 생생히 목격했습니다. 하루빨리 공수처가 출범해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수처장 추천과 인사청문회 등 후속 절차가 조속히 이어져야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최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술접대 자리에 참석한 검사 2명에 대해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자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검사님들을 위한 99만 원짜리 불기소 세트'라는 이름이 달린 술자리 사진이 퍼지고 있습니다. 공직자가 부적절한 술접대를 받더라도 100만 원 미만으로 미리 결제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점을 비꼰 것입니다. 검찰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시대입니다.

출처 - 서울신문


공수처 설치와 운영이 현실화되었으니 이제 우리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합니다. 공수처는 누가 감시하는가의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들만 전담하는 수사기관으로 검찰보다 더 독립된 기구입니다. 검찰총장보다 긴 3년의 임기를 가지며 공수처 차장과 공수처 검사, 공수처 수사관 등 70여 명에 이르는 조직의 인사위원장이기도 합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장을 최대한 신중하게 임명하고 공수처를 견제하기 위해 공수처장에 대한 징계위원장을 국무총리에게 맡겨 총리실에 감찰부를 두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공수처장후보추천위도 재가동 예정입니다. 국회의장이나 추천위원장인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의 소집으로 재개할 예정인데요. 후보 추천은 이미 상당히 진행되어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의 연내 출범을 강조하는 만큼 새로운 후보 추천보다는 국민의힘도 추천 후보를 냈던 4차 회의까지 심사를 진행한 기존 9명의 후보를 재심사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경우 지난 회의에서 5표 최다 득표한 대한변호사협회 추천인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추천의 전현정 변호사가 최종 후보로 점쳐집니다. 4차에 걸친 충분한 심사 회의를 했는데 다득표한 사람이 둘이었기 때문이죠. 위원회가 후보 추천을 하면 최종 후보 2명 중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하게 됩니다. 지명 20일 내 인사청문회를 거치면 임명이 되고 초대 공수처가 출범하게 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우리나라 현대사의 가장 큰 개혁 포인트 중 하나였던 검찰개혁의 기치가 올랐습니다. 공수처가 시민들이 기대했던 만큼 검찰을 포함한 권력자들의 부패와 부정을 바로잡아 깨끗한 사회로 가는 첫걸음이 되길 바랍니다.

서초동과 광화문. 요즘 주말마다 집회가 이어진 장소입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과 검찰의 과잉수사로 촉발된 이 대결 양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죠.


출처 - 뉴스1

 

지난 9월 2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인근에서 열린 검찰개혁 촛불집회에는 국정농단 이후 최대 규모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와 조국 법무부장관의 강력한 검찰개혁을 지지하는 집회였는데요. 주최측 추산으로는 200만 명이 참석했다고 하죠. 경찰이 공식적으로 참가자 수를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2017년 3월 박근혜 탄핵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열린 촛불집회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사실 정부를 비판하거나 정부의 부정부패에 항의하기 위해 큰 규모의 집회를 하는 일은 자주 있었지만, 같은 장소에서 벌이는 맞불집회도 아닌데 정부와 그 정부가 시행하려는 개혁을 지지하기 위해 이 정도 규모의 시민이 모이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키기 위해 나온 사람도 있겠지만 조국 개인에 대한 호불호는 이미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검찰을 개혁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시민들을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한 주요한 동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까지 검찰의 모습이나 그들을 옹호하는 자유한국당과 그 지지층의 모습을 보면 그런 불안을 가질 법도 합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조국 일가족을 둘러싸고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이러다 창녕 조씨는 다 소환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죠. 표창장 위조 혐의로 동원되는 검사의 수가 지나치게 많고 그렇게 장시간에 걸쳐 압수수색을 해야 할 사안이었느냐에 대한 비판도 거셌습니다.

 

사법농단을 비롯해 국가적으로 정말 중요한 사건들을 그런 식으로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했다면 시민들이 이런 불만을 토로하지는 않았을 텐데, 아무래도 검찰 수사의 초점이 비교되는 건 사실이었죠. 이 밖에도 증거가 확실치 않은 부실한 기소라거나 일부 언론사와 짜고 기소 사실 등을 미리 흘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등 검찰에 대한 불신은 점점 깊어졌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원래 한창 진행되고 있어야 할 검찰개혁에 대한 이야기가 조국 일가족 수사라는 소란에 묻혀 주목을 덜 받고 있으니 이 무슨 세태인가 싶던 상황이었죠.


출처 - 오마이뉴스


그 와중에 국회에서 막말이나 일삼는 자유한국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엄중한 요구를 '관제데모'라고 폄하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과연 이런 말을 입에 담을 자격이나 있을까요? 자유한국당은 개천절에 집회를 계획하고 상당 기간 전부터 총력 집회나 집중 집회로 규정해왔습니다. 그러고는 집회에 시·도당별로 인원을 동원하도록 지시했죠. 자유한국당 중앙당이 내려보낸 공문에는 집회 전 예정 참석 인원과 집회 후 실제 참석 인원을 보고하라는 내용까지 쓰여 있었습니다. 이를 보면 도대체 관제데모는 누가 계획하고 집행했는지 답이 딱 나오죠.


출처 - JTBC


이렇게 동원된 관제데모는 유혈로 점철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개천절 광화문에 모인 범보수 집회는 청와대로 밀고 들어가다가 경찰 저지선을 넘어 각목을 휘둘렀고 이 때문에 35명이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목사를 사칭하는 전광훈은 신도들을 몰고 와 광화문 앞에서까지 헌금을 뜯어냈죠. 돈 밝히는 데는 참 한결같습니다. 예전부터 "데모나 하는 빨갱이들"이라고 혀를 차던 그 보수가 과연 맞나 싶기도 하네요. 이제 와서 그들도 빨갱이가 된 건지 아니면 자기들이 하는 건 구국의 결단이라고 착각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내로남불'의 끝판왕인 셈입니다.


출처 - 한국일보


지난 12일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는 국민의 검찰개혁 의지를 천명하는 '최후통첩'으로 촛불집회가 마무리됐습니다. 지난 5일 촛불집회 때는 서초역을 중심으로 10개 차선에 집회 인파가 넘쳤죠.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도 있듯이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는 12일 집회를 마지막으로 휴식기에 들어갑니다. 물론 검찰개혁이 미진할 경우 언제든 다시 촛불을 들겠다는 의지하에 휴식하는 것이라 집회 신고는 철회하지 않고 유지한다고 합니다. 언제든 다시 일어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시민들의 경고인 셈입니다. 이번 기회에 검찰을 반드시 개혁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러니 하게도 조국을 둘러싼 일련의 흐름을 통해 검찰 스스로 자기네가 개혁 대상임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출처 - 뉴시스

일본을 강타한 하기비스 태풍을 주시하며 주말을 보내고 나니 월요일 오후 2시에 갑자기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했다는 속보가 떴습니다. 다음은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 입장문 전문입니다.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법부무장관직을 내려놓습니다.

검찰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랫 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목표였습니다. "견제와 균형의 원 리에 기초한 수사구조 개혁",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 권 행사" 등은 오랜 소신이었습니다.

검찰개혁을 위해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력질주 해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유 불문하고, 국 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습니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 게 정말 미안합니다.

가족 수사로 인하여 국민들께 참으로 송구하였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합니다.

지난 10월 8일 장관 취임 한 달을 맞아 11가지 '신속추진 검찰개혁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행정부 차원의 법령 제·개정 작업도 본격화됐습니다. 어제는 검찰개혁을 위한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계획을 재확인했습니다. 이제 당정청이 힘을 합해 검찰개혁 작업을 기필코 완수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이제 검찰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역사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어느 정권도 못한 일입니다.

국민 여러분!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합니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온갖 저항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이 여기까지 온 것은 모두 국민들 덕분입니다. 국민들께서는 저를 내려놓으시고, 대통령 께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절히 소망합니다.

검찰개혁 제도화가 궤도에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이제 저보다 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 줄 후임 자에게 바통을 넘기고 마무리를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검찰개혁을 응원하는 수많은 시민 의뜻과 마음 때문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위로하고 챙기고자 합니다. 저보다 더 다치고 상처 입은 가족들을 더 이상 알아서 각자 견디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특히 원래 건강이 몹시 나쁜 아내는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습니다. 가족들이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그저 곁에서 가족의 온기로 이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것이 자연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

저의 쓰임은 다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허허벌판에서도 검찰개혁의 목표를 잊지 않고 시민들의 마음과 함께 하겠습니다.

그동안 부족한 장관을 보좌하며 짧은 시간 동안 성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준 법무부 간부·직원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후임자가 오시기 전까지 흔들림없이 업무에 충실해 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딛고, 검찰개혁의 성공을 위하여 지혜와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9. 10. 14.

조국 올림

 

왜 조국 법무부 장관이 이 시점에 사퇴를 하는 것일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온 가족을 향한 질시와 비난을 감수했던 그였기에, 여론의 흐림이 바뀌고 검찰개혁을 열망하는 촛불집회의 힘이 총화되어 '최후통첩'을 날린 마당에 자진 사퇴라니 뭔가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마음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하지만 사퇴 입장문을 천천히 읽어보면 가장으로서 개인 조국의 인간적인 솔직한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법무부 장관 취임 전 기자회견에서, 청문회 자리에서 할 말과 하지 않아야 할 말을 냉철하게 구분했던 그의 모습을 상기한다면, 위 입장문 전문에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 진심 이면에 뭔가 다른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다고 부풀려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출처 - 더 팩트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 입장을 밝힌 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에 대해 "장관 본인의 결심이었다"라고 말했다고 하죠. 청와대가 조국 장관 사퇴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표명한 겁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직후 강 정무수석이 당 대표실을 나왔을 때는 이미 조 장관의 사퇴 소식이 알려진 직후였습니다. 당 대표실을 나온 강 정무수석에게 기자들은 "언제 사퇴 의사를 밝혔나?"라고 물었고, 강 정무수석은 "추후에 말씀드리겠다"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하지만 조 장관 사퇴는 본인의 결심이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3시 수보회의 모두 말씀을 통해 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조국 장관의 갑작스러운 사퇴와 관련해 강 정무수석은 "조국 장관은 계속 촛불 보면서 무거운 심정 느꼈다. 그동안 계속 그런 고민은 있어왔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조국 장관은 입장문에서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며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위로하고 챙기고자 합니다. 저보다 더 다치고 상처 입은 가족들을 더 이상 알아서 각자 견디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특히 원래 건강이 몹시 나쁜 아내는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습니다. 가족들이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그저 곁에서 가족의 온기로 이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것이 자연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사퇴 이유를 밝혔죠.


 

출처 - 데일리안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조국 법무장관이 사퇴의 뜻을 밝힌 데 대해 "조금 늦었지만 예상대로 그만두게 됐다. 사필귀정"이라면서 "국민의 승리, 민심의 승리"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조국 전 민정수석으로 촉발된 조국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동안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우습게 여겼던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국민으로부터 '나베'라는 멸칭을 받은 이가 "헝클어진 국정의 모든 난맥상을 정상화해야 한다"라고 얘기하니 참으로 가소롭습니다. 아울러 "민생경제 부분을 회복시키고 외교·안보에 있어서도 헝클어진 것을 바로 잡기 위한 과제들과 관련해서 국회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피력했는데요, 애당초 그 역할을 내팽개치고 조국 장관의 일을 국론 분열의 장으로 몰아간 게 자유한국당 아니었던가요?

 

출처 - 경향신문

 

헌정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퇴임 1년 전 시점에 이뤄진 지지율 조사에서 헌정 사상 최저치인 5%로 폭락했을 때 당시 나경원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사람입니다. 그렇게 권력욕을 앞세우다 기어이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자리를 꿰찬 다음 국민을 어떻게 기만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군요.

 

출처 - 미디어워치

출처 - JTBC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달리 야당 의원이면서도 조국 장관 임명에 지지를 표해온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저는 개혁에 방점을 찍고 조 장관의 임명에 대해 청문회 등 모든 언론에 지지를 표명해왔다"면서 "조 장관은 역대 어떤 정권도 이룩하지 못한 검찰개혁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국민들은 여러 의혹 해명에도 그를 용납하지 않았다"라며 "조 장관의 개혁에 대한 사명감과 사퇴 결정을 존중한다. 저도 정중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와 관련해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에 우리 사회는 큰 진통을 겪었다.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대통령으로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면서 "그런 가운데에서도 의미가 있었던 것은 검찰 개혁과 공정의 가치,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에 대한 조 장관의 뜨거운 의지와 이를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는 많은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검찰개혁의 절실함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검찰 개혁의 큰 동력이 됐다"고 평가하면서 "오늘 조 장관이 발표한 검찰개혁 방안은 역대 정부에서 오랜 세월 요구되어 왔지만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검찰 개혁의 큰 발걸음을 떼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국회의 입법과제까지 이뤄지면 이것으로 검찰개혁의 기본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며 검찰을 향해 "검찰개혁 방안의 결정 과정에 검찰이 참여함으로써 검찰이 개혁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개혁의 주체가 된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면서 "검찰이 스스로 개혁의 주체라는 자세를 유지해 나갈때 검찰 개혁은 보다 실효성이 생길 뿐 아니라 앞으로도 검찰 개혁이 중단 없이 발전해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뉴시스

 

또한 "공정한 수사관행 인권보호 수사, 모든 검사들에 대한 공평한 인사, 검찰 내부 잘못에 대한 강력한 자기 정화, 조직이 아니라 국민을 중심에 놓는 검찰 문화의 확립, 전관예우에 의한 특권의 폐지 등은 검찰 스스로 개혁 의지를 가져야만 제대로 된 개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언론을 향해서도 "정부가 개입할 영역은 아니다"라면서도 "언론 스스로 그 절박함에 대해 깊이 성찰하면서 신뢰받는 언론을 위해 자기 개혁을 위해 노력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언급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광장에서 국민들이 보여주신 민주적 역량과 참여 에너지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면서 "이제 그 역량과 에너지가 통합과 민생 경제로 모일 수 있도록 마음들을 모아달라. 저부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그간의 대립은 과연 무엇을 남겼을까요? 첫째, 우리 사회가 20대 젊은이들의 분노를 무시해선 안 된다는 점입니다. 조국 장관의 적격성을 둘러싸고 반발한 젊은층의 목소리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헌법을 유린한 대통령을 탄핵한 촛불의 힘을 발판 삼아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약속했습니다. 20대 젊은이들이라고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입장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기득권이 되어버린 'x86' 세대가 과연 '평등, 공정, 정의'의 가치를 수호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조국 장관 임명에 반대의 뜻을 밝히며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고 봐야 합니다. 아울러 20대의 자유한국당 지지도가 급락한 것도 중요한 지점입니다. 지난 9월 조국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부적격 여론이 급증하는 과정에서 20대의 자유한국당 지지도는 8%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므로 20대의 여론을 청년층의 단순한 분노나 환멸로 파악해서는 안 됩니다. 세대 간 불평등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정치권이 기울이지 않고서는 여권이든 야권이든 미래를 그리기 어렵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둘째, 조국 장관의 적격성 문제가 온 가족의 비리를 밝히는 과대 수사로 변질되면서 검찰개혁이라는 중요한 논제가 정파적 논리와 정쟁의 주제로 변질돼버린 측면을 돌아봐야 합니다. 검찰개혁이라는 목적은 온데간데없고 여야의 극한 대립만이 난무하며 국론이 분열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전형적인 저신뢰 사회입니다. OECD 국가 중에서 신뢰지수가 바닥을 칩니다. 특히 검찰, 경찰, 청와대 등 권력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극히 낮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의 적격 인물로 내새운 진보의 아이콘이었으나 그의 가족을 둘러싼 의혹은 시간이 지나도 해소되지 않고 정쟁의 도구가 되어갈 뿐이었습니다. 그 정쟁의 한가운데 기레기 언론이 있었습니다. 이제 언론 또한 국민의 올바른 눈과 귀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리하여 조국 장관이 "온갖 저항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이 여기까지 온 것은 모두 국민들 덕분입니다. 국민들께서는 저를 내려놓으시고, 대통령 께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절히 소망합니다"라고 사퇴 입장문을 내놓은 그 심경의 깊은 뜻을 제대로 전달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셋째, 조국 사퇴는 끝이 아니라 개혁의 시작일 뿐입니다. 조국 사퇴를 "국민의 승리" 운운하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패스트트랙 수사에 불응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철저히 수사해야 합니다. 선거개편안과 공수처법안 등 패스트트랙에 올린 법안들이 통과되어야 우리 사회가 진일보할 수 있습니다. 전체 의석 297석 중에 과반인 149석이 확보되어야 안건이 통과되는데, 바른미래당이나 무소속 등 여당에 우호적이지 않은 기류가 있기에 패스트트랙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조율의 과정은 필수적입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자신을 검찰개혁의 '불쏘시개' 역할이라고 한 것도 이런 뜻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가늠해봅니다.

출처 - 경향신문

 

넷째, 국민이 이깁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촛불 민심은 검찰개혁의 의지로 다시 불타올랐습니다. 과거 최루탄과 화염병 속에서 싹튼 민주화의 열기가 촛불이라는 거대한 들불로 한국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켰습니다.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염원이 검찰 조직 스스로 개혁안을 내놓게 하는 단계까지 이뤄냈습니다.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대로 광장에서 국민들이 보여준 민주적 역량과 참여 에너지를 통합하여 민생 경제로 모을 때입니다. 포스트 조국은 검착개혁의 성취, 국민의 통합, 민생 경제 살리기가 되어야 합니다. 열린 태도로 토론하고 입장이 다른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한층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국민이 뜻과 지혜를 모을 때입니다.

매년 4월 25일은 법의 날입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 앞에 평등'이라는 말이 무색한 역사를 살아온 우리는 법에 대해 할 말이 많습니다. 권력의 횡보를 막고 폭력의 지배를 배제하고 인권을 옹호하며 공공복지를 증진하려면 무엇보다 법적 질서가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 3월 10일 대한민국 국민의 이름으로 국정농단으로 한국 사회를 문란케 한 현직 대통령을 파면한 역사적 결단은 의미가 큽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주문으로 3개월여 탄핵심판 절차가 마무리됐습니다. 권력의 정점에 있던 대통령이 법적 절차에 의해 구속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법치주의의 원칙을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최순실로 대표되는 비선과 현직 지도부의 결탁으로 대한민국 사회를 어지럽히던 일부 세력이 법의 철퇴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습니다. 국정농단 이후 이어지는 사건들을 보면 준법정신, 법의 존엄성 이전에 법에 미안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일투성이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우선 국정농단의 핵심이자 이 사태로 가장 오랜 기간 수사를 받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구속영장 기각이 있었습니다. 박영수 특검 당시 영장이 기각되어 국정농단의 마지막 보스는 박근혜도 최순실도 아닌 우병우가 아닌가 하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죠. 보강 수사로 수많은 자료를 모아 영장을 재청구했을 땐 100퍼센트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검찰이 호언장담했습니다. 물론 국민도 그렇게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4월 12일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혐의와 관련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출처 - 노컷뉴스


우병우가 혐의를 잘 감춰서 그러한가 했는데, 밝혀진 이야기를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정황이 보입니다. 지난 13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검찰이 청구한 우병우 구속영장의 분량은 20쪽 정도였습니다. 검찰이 특수본을 세워 우병우의 범죄를 밝히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정작 특검 때보다 범죄 사실 분량을 3분의 1로 줄여 영장 청구를 했기에 검찰의 제 식구 봐주기라는 질타가 쏟아졌죠.

 

출처 - 경향신문

 

검찰이 우병우를 손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 검찰총장을 비롯해 국정농단 당시 수천 번 전화 통화를 했던 검찰 수뇌부가 물귀신처럼 함께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일 겁니다. 박영수 특검이 우병우 일가가 가족회사의 자금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하고 자료를 넘겼으나 검찰이 이를 뭉갠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법의 칼날이 누구 앞에선 무뎌지고 누구 앞에선 날카로워진다면 '법 앞에 평등'이라는 헌법 정신이 훼손됨은 명명백백합니다.


출처 - 뉴스1


법의 정신을 짓밟는 것은 검찰만이 아닙니다.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문도 유야무야 지나가는 중이죠.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원 수뇌부가 법관들의 사법개혁을 논의하는 국제인권법연구회를 탄압했고 이른바 진보 성향의 법관들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죠. 문체부의 문화계 인사를 대상으로 한 블랙리스트가 사실로 드러나 사회적 충격이 컸는데, 공명정대한 법 집행을 해야 할 법원 안에서 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컸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직접 임명한 진상조사위원회는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대한 부당한 압력은 일부 인정했지만 법원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는 조사 자체가 이루어지지도 않았고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를 내놨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제기한 판사들이 블랙리스트 파일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법원행정처 컴퓨터 조사를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고 이후 이 컴퓨터의 파일이 대거 삭제됐다는 진술까지 나왔습니다.


법의 날을 맞이해 묻고 싶습니다. 법과 관련된 종사자들이 과연 대한민국 국민에게 법을 계몽할 자격이 있습니까? 검찰과 법원의 부끄러운 자화상만 드러나는 법의 날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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