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 청문회 폭로, 트럼프 탄핵될까?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후부터 탄핵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앤드루 존슨, 리처드 닉슨, 빌 클린턴에 이어 탄핵되는 대통령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미국 역사상 대통령 탄핵 절차가 진행되면서 물러난 대통령은 닉슨이 유일하죠.


'워터게이트 사건'은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꾀했던 조직이 워싱턴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도청 장치를 설치했다가 발각된 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은 사건으로 생각했으나 《워싱턴 포스트》의 탐사보도로 파문이 커졌죠. 연방수사국(FBI) 내부고발자의 증언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닉슨은 계속 발뺌했지만 그에 의해 해임된 존 딘 백악관 고문이 상원 워터게이트 조사위원회에서 백악관 집무실의 대화 내용이 녹음된 테이프가 있다고 증언함으로써 꼬리가 잡힙니다. 특검은 녹음테이프 제출을 요청했고 닉슨은 어쩔 수 없이 중요 내용을 삭제한 테이프를 내놓게 됩니다. 대법원은 미공개분을 제출하라는 판결을 내립니다. 결국 다시 제출된 자료에서 닉슨과 보좌관들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중앙정보국(CIA)까지 움직이고 있었다는 결정적인 내용을 확인하게 됩니다. 탄핵 심판을 피할 수 없었던 닉슨은 결국 사임 요구를 받아들이게 되죠.  

출처 - 서울포스트

 

그로부터 24년 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지퍼게이트'라는 이름이 붙은 성 추문으로 탄핵 위기에 몰렸습니다. 재판 초기에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 성관계를 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죠. 하지만 르윈스키가 동료에게 성관계가 있었다고 말한 녹음테이프를 입수한 특별검사가 클린턴의 위증을 추궁합니다. 공화당 주도로 하원에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었으나 상원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무죄 표를 던져 탄핵안이 가결되진 않았습니다. 

 

닉슨은 명백한 불법을 저질렀고 이를 수사하려는 움직임을 권력을 동원해 방해했습니다. 반면 클린턴은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문제를 일으키긴 했으나 사생활의 문제일 뿐 범죄행위로 보기는 어려웠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클린턴 탄핵은 공화당 강경파가 클린턴을 식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벌인 측면이 강했다는 겁니다. 1998년 12월 하원의 탄핵 소추 결의 뒤 갤럽 조사에서 '탄핵 반대 68퍼센트, 탄핵 찬성 29퍼센트'로 반대 의견이 많았던 것을 보면 이를 알 수 있죠.

 

출처 - ㅍㅍㅅㅅ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제임스 코미 전 미국 FBI 국장의 입이 열렸습니다. 미국 시각으로 지난 8일 오전 미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코미 전 FBI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좋은 사람이다. 그를 놓아주라"라고 발언한 것을 대통령의 지시로 인식했다고 공개 증언했습니다. 그는 증언대에서 "나는 그것을 지시라고 봤다. 미국 대통령이 나와 독대하면서 (플린을 놓아주길) 희망한다고 말했고, 나는 그것이 그가 내게서 바라는 것이라고 인식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바람처럼 얘기했다곤 해도 대통령과 FBI 국장이란 관계로 독대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지시나 다름없는 행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또한 코미 전 국장은 앞서 1월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단둘이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자신에게 임기를 다 채우고 싶냐는 질문을 하며 "나는 충성심이 필요하다. 당신의 충성심을 기대한다"라고 말한 것도 FBI 국장인 자신을 밑에 두려는 시도였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해임된 이후 의회 공개 증언에 나서게 된 이유가 트럼프 행정부가 거짓말을 거듭해 자신과 FBI의 명예를 훼손하고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친구를 통해 증언한 내용을 기자에게 공유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궁극적으로 트럼프 대선 캠프의 러시아와의 내통 혐의에 대해 특별검사가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는 말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의도를 가지고 정보 유출을 한 행위를 시인한 것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와 그 옹호자들은 계속 물고 늘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는 대통령과의 대화를 유출한 혐의로 코미 전 국장을 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죠.


출처 - 뉴스1


전미 방송사와 SNS 등 존재하는 모든 매체가 생중계한 이 청문회는 미국 국민에겐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지난겨울 우리나라 국민이 박근혜와 최순실 관련 기사 하나, 뉴스 하나에 귀 기울였던 것처럼 말이죠. 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미 국민의 60퍼센트는 코미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지 매체들도 이번 청문회에서 제임스 코미 전 국장과 FBI, 그리고 방아쇠가 된 대화 메모를 보도되도록 한 다니엘 리치먼 컬럼비아대 법학과 교수 등이 완벽히 승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대선 기간부터 러시아 스캔들을 시작으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고 탄핵 위기가 한 발짝 더 다가왔다는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이번 사태를 묵인했던 법무부 장관 등 행정부는 패배한 셈이 되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청문회 결과가 트럼프 탄핵론의 핵심 근거인 사법 방해에 해당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트럼프 진영으로서는 거의 최후의 보루인데요. 둘만의 대화였기 때문에 무엇이 진실인지 증명하기가 어렵고 만약 어느 진영에서든 녹취록이 나온다 해도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습니다. 이번에 임명된 특별검사의 수사가 1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혐의 여부 결정도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일단 미국 언론과 정치권은 코미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트럼프는 사법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증인 살해나 증거 인멸같이 명백한 사법방해는 아니더라도 그만한 직위에 있는 사람이 법 집행기관의 수사 절차를 부정하게 방해하고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는 미연방법상 포괄적 의미의 사법방해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본 것이죠. 특히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한 이유가 러시아 스캔들을 덮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FBI 국장에 대한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부정한 의도로 그 인사권을 행사했다면 합법적인 권한 행사라도 사법방해가 된다는 과거 판례가 있으니까요. 르윈스키 성 추문에 휘말렸던 클린턴 전 대통령과 워터게이트로 사임한 닉슨 전 대통령도 이 사법방해를 사유로 탄핵 소추를 당했죠.


출처 - 동아일보


이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트럼트 탄핵은 과연 가능할까요? 우선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넘어가기 위한 과반수 달성이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상원에서 과반수를 얻는 것은 더 어렵다는 평가입니다. 코미 전 국장의 증언만으로는 트럼프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고, 특검 수사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론이 트럼트 탄핵 쪽으로 기울더라도 실제로 탄핵 심판이 진행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작년 우리의 겨울처럼 미국 특검이 수사를 시작합니다. 트럼프가 박근혜처럼 탄핵될 것인지 수사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지켜보는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큰 관심사가 될 듯합니다. 애초에 트럼프는 미국이란 나라의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죠. 독재자의 후손이자 국정농단 사태를 불러온 박근혜처럼 말이죠. 그러고 보니 미국에서 코미 청문회 폭로가 터진 때와 맞물려 우리나라에서는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에 적힌 메모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뇌물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미국 정치판도 어떤 새로운 사건이 터져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예단만 할 것이 아니라 끝까지 봐야 하는 이유죠.

 

출처 - 경향신문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권력의 힘은 십 년을 못 가고, 붉은 꽃의 아름다움도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사필귀정의 세상 이치를 달리 표현한 말이 아닐까 싶군요. 세계 경찰국가를 자임하던 미국의 시대도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트럼프 시대에 이르러 그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패권이 끝나가고 다변화되는 세계 정세에 맞춰 우리도 안보와 외교의 틀도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박근혜나 트럼프는 둘 다 사이좋게 교도소에서 죗값을 달게 받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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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키 사태, 의심스러울 땐 상식적으로 생각하자

'안아키'라고 들어보셨나요? '아나키'나 '아니키스트'의 오타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얼마 전까지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한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카페를 일컫는 말입니다. 회원이 6만 명이 넘는 거대 카페였는데요, 문제는 이곳이 과잉진료나 불필요한 약을 거부하는 수준이 아니라 약과 현대의료 자체를 거부하는 모임이었다는 데 있습니다.


 

출처 – 안아키 카페


특이한 점은 이 카페의 설립자가 우리나라 최고라는 경희대 한의과를 졸업한 뒤 대구에서 30년 넘게 한의원을 운영한 한의사였다는 사실입니다. 자연주의 치료법이라는 게 아이 몸에 열이 펄펄 끓어도 숯가루와 현미액종만 먹이며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하는 사실상 학대에 가까운 방식인데도, 이를 맹신해 아이의 건강을 해치는 엄마·아빠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30년 경력의 전문가가 앞장서서 비과학적이고 미신에 가까운 치료법을 설파했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카페 내에서 안아키 관련 물품을 판매해 이윤을 올렸으니 공포 마케팅도 이만한 게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종교적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여 당장 수술해야 하는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정신질환은 악마 들림이어서 구마 의식을 해야 한다며 장애인을 때려죽인 광신도들과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번 경우는 업계의 전문 지식과 자격을 갖추고 영업까지 했던 사람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컸죠.


출처 - 데일리팜


안아키 카페 설립자인 한의사 김효진은 한의업계 내에서 배척받는 이단에 가까웠다고 하고, 대한한의학회조차 안아키 방식이 한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공식 발표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이 밝힌 바에 따르면 안아키 내에 최소 12명의 한의사가 이 주장에 동조해 극단적 자연주의 치유법을 설파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간 과학적인 입증 부분에서 곤란한 일을 많이 겪은 한의학계로서는 더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백신 접종을 반대하는 식의 자연주의 치료법에 대한 관심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닙니다. 미국과 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 유행하고 있어 일종의 음모론적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백신을 맞으면 자폐증에 걸린다고 하는 루머가 있죠. 

 

1998년 웨이크필드 학자가 의학잡지 《랜싯(The Lancet)》에 MMR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논문 게재한 이후 생긴 공포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MMR 백신은 홍역(Measles), 볼거리(Mumps), 풍진(Rubella) 예방을 위해 만들어진 혼합백신입니다. 각각의 백신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주사를 무서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혼합백신이 탄생한 겁니다. 권위 있는 의학잡지를 통해 MMR 백신의 위험성이 알려지자 부모들은 자기 아이이게 접종하기를 꺼렸고 이 때문에 백신 접종률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예방 접종을 하지 않는 행위는 아이 개인의 건강에 문제를 초래하는 정도로 그치지 않고 집단 면역 체계를 무너뜨려 공동체 전체의 문제를 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출처 - 위키피디아

 

집단 면역이라는 말을 좀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데 이렇게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집단 내에 다수가 면역을 가지고 있으면 감염병의 전파가 느려지거나 멈추게 되어 면역력이 없는 개체가 감염될 확률이 낮아진다는 겁니다. 위 그림을 보시죠. 집단의 일부가 감염병에 감염(빨강)되고, 나머지는 건강하지만 면역성이 없는 상태(파랑)라면, 병은 빠르게 확산됩니다. 일부만 면역이 있는 경우(노랑)라면, 면역이 있는 사람만 감염을 피하고 나머지 대부분에게는 병이 확산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면역을 갖고 있다면 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어 면역이 없는 사람이라도 병을 피할 수 있게 됩니다. 백신 반대론자들이 "예방 접종을 안 해도 병에 안 걸리더라" 하고 경험담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백신을 안 맞아서가 아니라 백신을 맞은 대다수의 집단 면역 체계에 무임승차했기 때문이라는 게 의료계의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출처 - 백악관

 

백신 접종 음모론을 맹신하는 사람들 때문에 지난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여러 주에서 홍역이 유행했죠. 이 때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백신을 맞자는 칼럼을 내기도 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2월 2일 NBC에서 방영된 인터뷰를 통해 "일부 가정에서 백신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백신을 맞는 것이 맞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홍역 백신 주사를 접종하도록 촉구하기도 했죠. 위 사진 자료는 2010년 당시 백신 주사를 맞는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입니다.

 

아일랜드에서도 백신 반대 운동 때문에 유아 백신 접종률이 크게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2000년에 더블린에서 300명 이상의 유아가 홍역을 앓다 3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음모론이 유행하기 전인 1998년엔 56건에 불과했던 홍역이 2008년엔 1348건으로 폭증한 겁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이 되었던 문제의 논문은 작성윤리 위반으로 2004년 부분 철회되었다가 2010년 2월 2일 게재가 완전히 철회됩니다. 아울러 2010년 5월에 웨이크필드의 의사면허도 박탈되었죠. MMR 백신 루머는 결국 현대의학사에서 큰 오점 중 하나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보면 자연주의 치료법을 맹신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안아키 카페가 도마 위에 올랐지만,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한 모임 등 음모론을 맹신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는 이 밖에도 많이 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사실 이런 음모론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 유행하고 일종의 트렌드가 되는 데에는 의료계의 책임이 없지 않습니다. 의료 사고가 생겼을 때 의료계의 고압적인 처신, 약물 과잉 처방 등의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있었으니까요. 사람에 따라 약에 대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건 지극히 상식적이고 과학적인 사실입니다. 그러니 "내 아이에게 이 약을 먹였다가 큰일이 나면 어쩌지?" 하고 의심하는 건 부모로서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제약회사와 의료계의 공고한 카르텔이 반기업, 반자본주의 정서를 자극해 그들이 파는 약을 내 아이에게 먹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따른 후속 조치는 반드시 과학적인 검증이 뒤따라야 합니다. 단순한 믿음이나 자연에 대한 맹신만으로는 우리 아이들을 병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거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근거 중심의 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과잉 진료와 안아키 같은 극단적 자연주의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의료계는 병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여 일반 의료 소비자들이 안심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혹시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현대의학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게 의료 소비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면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번 안아키 사태는 그런 과정이 없었거나 부족했기에 불거진 불행한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뭔가 의심스러울 땐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됩니다. 자연주의가 그렇게 좋은 치료법이라면 환경오염도 없고 가공식품이 아닌 자연식만 하며 산과 들에서 육체를 부지런히 놀리며 일하던 20세기 이전 사람들이 왜 현대인에 비해 수명이 절반도 안 됐을까요? 영아사망률과 산모 사망률은 왜 그렇게 높았을까요? 이번 안아키 논란이 '내 아이를 위해서, 내 몸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맹목적인 신념으로 의료 상식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것이 사회 전체를 자칫 위험에 빠트릴 수 있음을 함께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생각비행이 펴낸 《알고 먹으면 약, 모르고 먹으면 독》은 잘 몰랐던 약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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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원 적폐 청산, 친일파와 독재자의 묘 퇴출하라

매년 돌아오는 호국 보훈의 달 6월, 모처럼 제대로 된 현충일 추념식이 거행되었습니다.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곁을, 이전 정권에 늘 앉아 있던 4부 요인들 대신 원래 그 자리에 앉아 마땅한 분들이 함께했기 때문입니다. 목함 지뢰 사건으로 발을 잃은 김정원, 하재헌 중사를 비롯해 국가유공자인 박용규 씨와 아들 박종철 씨가 그 주인공들입니다. 목함 지뢰 사건으로 부상한 개개인에게 돌아갔어야 할 돈을 빼돌려 흉물스러운 발 동상을 세웠던 지난 박근혜 정부와 달리 '사람이 먼저'인 상식적인 대우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되어 다행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애국의 역사를 통치에 이용한 불행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다면서 "전쟁의 후유증을 치유하기보다 전쟁의 경험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았던 이념의 정치, 편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은 애국, 정의, 원칙, 정직이 보상받는 나라를 만들어가자고 이야기하며 국회가 동의해준다면 국가보훈처의 위상부터 강화해 장관급 기구로 격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유공자와 보훈대상자, 그 가족이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말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제 한 걸음 더 나가겠습니다. 국회가 동의해 준다면, 국가보훈처의 위상부터 강화하겠습니다. 장관급 기구로 격상하겠습니다. 국가유공자와 보훈대상자, 그 가족이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가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면 보상받고 반역자는 심판받는다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국민이 애국심을 바칠 수 있는, 나라다운 나라입니다.

 

애국이 보상받고, 정의가 보상받고, 원칙이 보상받고, 정직이 보상받는 나라를 다함께 만들어 나갑시다. 개인과 기업의 성공이 동시에 애국의 길이 되는 정정당당한 나라를 다함께 만들어 나갑시다.

 

'국가보훈처' 하면 지난 8년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막은 이상한 정부 기구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으실 텐데요, 그건 이명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상식 없는 극우 인사를 보훈처장에 앉히는 등 기구 자체가 망가져서 그렇습니다. 국가보훈처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참여정부 때 장관급 기구로 격상한 바 있죠. 하지만 이명박 정권 때 차관급으로 격하하여 박근혜 정권에서도 그 상태로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런 주제에 이명박근혜 정권이 안보와 보훈을 얘기했으니 우습지 않습니까?

 

이번에 보훈처를 제대로 되돌려놓자는 의미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 장관급 기구로 격상하자는 말을 꺼냈습니다. 최초의 여성 헬리콥터 파일럿이자 진보 성향의 예비역 여군 중령인 피우진을 신임 국가보훈처장에 임명한 것도 그런 의도로 파악됩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일입니다만 국가 유공자들을 나라가 책임지겠다는 뜻이니까요.


출처 - 노컷뉴스


이런 과정은 정상 국가로 재편되는 좋은 일이지만 그간 쌓인 군 관련 적폐는 제대로 청산해야 합니다. 사드 부지 환경 평가를 원점에서 다시 하게 되어, 국방부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뒤통수까지 쳐가며 강행하려던 사드 추가 배치가 사실상 내년으로 넘어갔습니다. 국방부와 군피아들이 자초한 일이죠. 사소한 군납 비리부터 국가 안위를 뒤흔드는 거대한 비리까지, 그간 '생계형 비리'라는 터무니없는 말로 국민 혈세를 후안무치하게 빼먹은 군피아들은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것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와 더불어 그동안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부분에 대해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국립 현충원 안장에 관한 것인데요, 현충원은 초등학생도 알다시피 국가와 사회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한 분들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곳입니다. 하지만 현충원에도 청산해야 할 적폐가 있습니다.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을 모시기 위한 현충원에 친일파와 민간인 학살, 군사독재 부역자와 관련자들이 함께 묻혀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현충원이 한국의 야스쿠니 신사도 아니고 어떻게 그럴 수 있겠나 싶으시겠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3.1 운동 정신과 4.19 혁명 정신을 우리나라 정통성의 양대 기둥으로 삼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을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 아닙니까? 애초에 현충원 안장 기준부터 이상합니다. 아무리 나쁜 짓을 많이 하고 독재자라도 대통령, 장관을 역임하면 그냥 현충 시설에 안장됩니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내용을 한번 살펴볼까요?

 

제5조 (국립묘지별 안장 대상자) 
 ①국립묘지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사람의 유골이나 시신을 안장한다. 다만, 유족이 국립묘지 안장을 원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국립서울현충원 및 국립대전현충원
가. 대통령·국회의장·대법원장 또는 헌법재판소장의 직에 있었던 사람과 「국가장법」 제2조에 따라 국가장으로 장례된 사람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국립묘지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가나 사회를 위하여 희생·공헌한 사람이 사망한 후 그를 안장(安葬)하고 그 충의(忠義)와 위훈(偉勳)의 정신을 기리며 선양(宣揚)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만, 위 내용대로라면 대한민국의 가치 구현을 위해 기려야 할 분을 모시는 게 아니라 생전에 성공한 사람을 자동으로 모시는 개념에 가깝습니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던 어처구니없는 판결처럼 말입니다. 


현재 현충원 안에는 민간인 학살자나 군사독재 부역자, 관련자를 제외하고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사람만 해도 72명이나 됩니다. 여기에 독재나 부정부패 같은 여러 독직 사건을 더하면 100명도 넘어가게 생겼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대표적으로 수년간 시민단체가 이장을 요구한 대전 현충원의 김창룡 준장이 있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을 암살한 안두희의 배후 인물로 지목된 사람인데, 공교롭게도 대전 현충원은 백범 김구 선생과 그의 모친, 아들이 안장된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김구 선생을 두 번 죽이고 있었던 셈입니다.


극우 테러 집단의 대명사로 제주 4.3 사건을 일으킨 서북청년단을 이끈 문봉제도 현충원에 안장되어 있습니다. 민간인을 대량 학살한 테러 집단의 장이 단지 이승만의 충견이었다는 이유로 현충원에 있는 겁니다. 전두환의 경우 군사독재와 광주 학살의 장본인이지만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란죄 판결로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하여 그 자격을 잃었죠.

 

그 이후 형을 사면받았는데 이런 경우 어떻게 되는 건지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입니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 제4항을 보면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는 기준이 있긴 합니다만 전두환 같은 사례가 있으므로 더 구체적인 내용을 추가해야 할 듯합니다. 지금대로라면 자서전에서 자신이 피해자라고 밝힌 전두환이 현충원에 묻히겠다고 주장할 경우 명확하게 반박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생깁니다. 애초에 만주군관학교 출신인 박정희가 제일 양지바른 곳에 묻혀 있다는 것부터가 문제입니다만.

출처 - 오마이뉴스


현충원 안장에 관련된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 대한민국 헌법정신과 시민정신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퇴출함이 마땅합니다. 앞으로는 단순 직책에 따른 안장이 아닌 국가와 공동체에 실제로 공헌하고 희생된 사람들이 안장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민간인 학살이나 독재 같은 중죄를 지은 것이 밝혀질 경우 현충원에서 다른 곳으로 강제 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해야 할 듯합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우리는 광복절이 돌아올 때마다 총리나 국방장관 자격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일본 정치인들을 지탄했습니다. 당연합니다. 그런데 현충일이면 매년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요인, 시민단체들이 기리는 대한민국 현충원에 친일파와 독재자, 학살자들이 합사되어 있다는 건 참으로 모욕적인 일 아니겠습니까? 하루빨리 현충 시설에 관한 법과 제도의 정비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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