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철인 3월을 맞아 자녀나 조카를 학교에 처음으로 보내신 분들 많으시죠? 콩나물시루 같던 옛날 교실과 달리 요즘은 남녀 10쌍 내외의 단출한 교실이라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교실의 겉모습과 달리 여전한 것들도 있습니다. 바로 사학비리, 나아가 교육계 전체의 비리입니다. 이명박근혜 9년 동안 정부는 사학법 개정을 재단의 편의를 봐주며 계속 미뤄왔고, 그 때문에 사학재단은 학교를 이용해 각종 비리를 재생산해왔습니다.


출처 - 한겨레


작년에 《한겨레》가 보도한 교육부의 '사립대학 감사결과 횡령 등 처분 내역'(2008~2017)에 의하면, 이명박근혜 정권 동안 교육부의 감사를 받은 380곳의 사립대학 중 회계, 재산, 입시, 연구비 분야에서 학교 돈을 횡령해 유용한 사례는 736건에 3107억 원에 이르렀고, 3106건의 위법, 불법 사항을 적발했습니다. 교육부는 사립대 관계자 982명에 대해 파면, 해임 등 징계를, 8638명에 대해서는 경고, 주의 조처를 요구했습니다. 위법의 정도가 심하거나 고의성이 뚜렷한 205건에 대해서는 사립대 재단 이사장 21명, 총장 32명, 교직원 등을 업무상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직접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했죠.


이렇게 빼돌린 교비로는 이른바 상품권 깡을 하거나 학교 돈으로 개인 소송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교비회계에 넣어야 할 입학전형료에 손을 대거나 학생회비를 중간에 가로채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연구비를 주지 않고 꿀꺽하는 건 비일비재했고요. 전북 백제예술대 교직원 셋은 유흥주점에서 180여 차례에 걸쳐 법인카드로 1억 5000여만 원을 쓰다 적발되기도 했죠.


출처 - 국민일보


돈뿐만이 아닙니다. 서울대, 포항공대, 연세대 등 내로라하는 전국 주요 대학 교수들이 중고등학생인 자녀를 자기 연구에 참여시키고 논문 공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례도 무더기로 확인되었습니다. 과학기술논문색인 급이나 영향력이 최상위급인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이 많았고 상당수는 국비 지원도 받았다고 합니다.


자녀들이 해당 분야의 천재나 영재여서 직접 실험에 참여했다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부모의 영향력 덕분에 실험기구 세척이나 정리만 하고도 논문에 공저자로 오르는 일이 많았습니다. 대학원을 다닌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논문의 공저자로 오르기 위해 어떤 과정을 견디고 교수의 비위를 맞춰가며 어떤 수모를 겪는지 눈에 선하실 겁니다. 그런데 교수가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설거지 정도만 하고도 논문의 공저자가 된다니 이 얼마나 황당한 일입니까? 

 

고등학생 신분의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올리는 건 당연히 대입이나 입사를 위한 스펙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교수인 부모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자식들에게 노골적으로 특혜를 주고 있는 이러한 상황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외국에서는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혈연관계의 공저는 기피합니다.


출처 – SBS 유튜브


작년에 사회적으로 유명했던 숭의초등학교 폭력 사건을 기억하실 겁니다. 역시 사립학교였습니다. 올해 서울시 교육청은 해당 사건에 대한 학교 측의 은폐와 축소가 심각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숭의초 학교폭력 전담 교사는 당사자도 아닌 재벌 손자 어머니에게 학폭위 1차 회의록을 유출했습니다. 열람 자격도 없는 재벌 손자 측에 교감, 교장의 확인까지 거쳐 회의록을 보낸 겁니다. 이 회의록에는 당사자에게도 공개되지 않는 관련 학생들의 실명이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재벌 집 자녀가 많이 다니는 사립학교라서 그런지 교장부터 교사들이 재벌 밑에서 알아서 기고 있었습니다. 회의록 사전 유출과 학생들의 최초 진술서 누락에 대해서는 교장을 포함한 교사 4명을 수사 의뢰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학교폭력 은폐, 축소 책임을 물어 숭의초 교장을 비롯한 4명의 해임 등 중징계를 하라고 통보했지만, 숭의초 재단은 통보를 무시한 채 징계하지 않고 있습니다. 재벌님들이 소송 뒷바라지를 해줄 거란 심산일까요?


출처 - EBS


이번에 스쿨 미투가 터진 서울의 M 여중 역시 사립입니다. 용기 있는 미투 선언으로 7년 전 교사에게 성추행당한 충격적 사실을 고발했는데요. 이 M 여중은 성추행을 한 교사가 한둘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에도 두 명의 또 다른 교사가 성폭력 사건으로 교단에서 물러난 사실이 드러났을 정도죠. 하지만 M 여중은 이 사실을 교육청에 보고하지도 않았습니다. 심지어 학교 측은 담임들을 시켜 이 성폭력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입단속을 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사학 특유의 폐쇄적인 구조와 전권을 쥔 재단이 있기에 사립학교에서 이런 일이 반복 재생산되는 경향이 짙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재학생을 대상으로 성폭력 피해 전수조사를 하고 특별 감사에 들어갔습니다.


출처 - 세계일보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사학비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사학비리를 근절하려면 현행 사립학교법을 고치거나 정부가 사학비리 관련자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사학법은 2005년 참여정부 때 개정되었으나 박근혜와 한나라당이 거리시위를 하는 등 반발한 끝에 2007년 재개정 되어 현재에 이르렀죠. 이 재개정으로 사학 견제 장치가 무력화된 바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국정농단 이전에 박근혜는 영남대로 대표되는 사학비리의 상징 중 하나였으니 당연합니다. 박근혜는 현재 감옥에 있지만 국회에 있는 자유한국당은 올해만 두 번째로 법사위에 올라온 사학법을 무산시켰습니다. 적폐 세력은 이처럼 아직 건재합니다. 마침내 사학법에도 메스를 댈 때가 왔습니다. 돈에 의해 차별받거나 권력에 눈치를 보지 않도록, 우리 아이들이 마음 편히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더는 미뤄서는 안 될 일입니다.

 

반값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고자 많은 학생이 여전히 거리로 나서고 있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액수의 등록금이 부모님에겐 큰 경제적 부담으로, 학생들에겐 마음의 부채로 남아 있습니다.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겸하거나 휴학한 뒤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녀보지만 역부족입니다. 학자금 대출로 잠시 숨을 돌려보지만 그것도 학생 신분일 때까지 한순간일 뿐입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업대란이라는 무거운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니까요.

수많은 사회적 이슈로 전국이 혼란스러운 이때, 지난 6월 28일 <PD수첩>에서 '등록금이 비싼 이유'라는 주제로 탐사보도한 내용을 방영했습니다. 여주대학교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입수한 <PD수첩>은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적립한 운영자금이 엉뚱한 곳에 마구 쓰이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립대학교는 과연 등록금을 내릴 여력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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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는 공립학교와 달리 운영자금을 학생의 등록금에 의지하는 비율이 높습니다. 물론 국가에서 나오는 지원이나 기부금이 학교 운영자금으로 들어가지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학생들이 낸 등록금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반값 등록금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자, 사립대학들은 강경하게 버텼습니다.

한국사립대학교총장협의회에선 "사립학교는 등록금의 10% 이상을 반드시 장학금으로 주도록 법에 명시돼 있는데 이 예산을 정부가 지원해주면 지원 예산만큼 등록금을 내릴 수 있다”며 “전체 학생의 등록금을 10% 인하할 수 있는 가장 실현 가능한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사립대측은 이미 등록금의 10%를 법에 따라 장학금으로 주고 있으며, 정부의 지원이 없이는 등록금을 내리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논의의 초점은 대학의  운영자금 문제로 귀결되는데요, 과연 사립대학교의 운영자금은 등록금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모자라는 상황일까요?

좌측의 도표를 보시죠. 최근 언론에서 사립대학들의 적립금 내역을 공개하자 많은 사람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많은 사립대학교가 많게는 수천억 원씩, 총 7조원 가까운 적립금을 쌓아두고도 등록금을 계속 올려왔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적립금 가운데 상당액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 애매모호한 용도로 모아뒀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사용 용도가 불분명한 돈을 쌓아놓은 사립대학교들이 과연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을까요?

어처구니 없는 대학 운영자금 사용 내역

<PD수첩>은 여주대학교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입수하고 그것을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 아주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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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이 공개한 여주대학교 법인카드 사용 내역입니다. 일반식당, 서양식당, 슈퍼마켓, 여관/기타숙박업, 일식회집 등에서 사용한  건수만 해도 1만 건이 훌쩍 넘으며, 금액은 18억가까이 됩니다. 학생들을 위해서 혹은 특별한 미팅을 위해 사용한 내역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만, 구체적인 내역을 살펴보면 혼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금액과 유흥업소에서 유용한 금액이 상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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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충격적인 사실은 법인카드를 설립자 일가가 유용했다는 점입니다. 보도 내용을 보면 여주대학교 총장인 정태경 총장의 집 가까운 곳에서 법인카드가 자주 사용되었는데요, 인근에 있는 H마트에서만 1000만 원이 유용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사학법 반대하고 반값 등록금 반대하는 이유가 고작 이것인가

<PD수첩>이 공개한 여주대학교의 법인카드 사용 내용은 정말로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7억이 넘는 적립금을 쌓아두고도 등록금을 내리지 못하겠다고 발뺌하던 사립대학교가 사실은 운영자금을 쓸데없는 곳에 유용했다는 사실을 두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 이러한 대학의 부정부패를 바로잡기 위해서 일찌기 노무현 정부 시절에 '사학법(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했던 사실을 여러분은 기억하실 겁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립학교법 개정안 주요 내용

◆ 이사회 제도 개혁

- 개방형 이사제 도입
- 임원 승인 취소 요건 확대
- 임원의 직무집행 정지 제도 도입
- 15일 계고 기간 무력화
- 이사회 회의록 작성 후 참석 이사 기명 날인 서명 후 의무적 공개
- 비리재단 복귀 기한 5년으로 연장, 복귀 시에도 재적 이사 2/3 찬성 요구

◆ 감사제도 내실화

- 감사 전원이 확인, 날인한 감사증명서 첨부
- 개방형 감사제 도입
- 감사의 중임을 1회로 제한
- 학교 법인으로부터 독립된 공인회계사 또는 회계법인의 감사 증명서 제출
- 학교 예결산 학교운영위원회 자문을 필수로 함
- 학교 예결산 전면 공시 의무화
- 학교장의 임기를 4년 이내로 제한하고 1회만 중임하도록 연임 제한


이 외에도 친인척 이사수를 4분의 1로 제한, 이사장 배우자·직계존비속이나 배우자를 교장으로 임명 금지, 교육부와 교육청 관료의 사학 이사 진출 제한과 같은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사학법〉개정의 골자는 학교에 외부 인사를 참여시킴으로써 운영을 투명하게 감시·감독하고 부정과 비리를 척결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주 쉽게 표현하자면 현재 친인척으로 똘똘 뭉쳐 있는 사립학교재단을 손질하자는 의미였습니다. 하지만 사학법 개정은 수많은 교육재단의 반대로 결국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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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다시 여주대학교 이야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학교 설립자가 사망하자 부인이 이사와 학장을 맡거나, 부인이 총장을 그만두자 아들에게 총장직을 물려주고 자신은 이사 자리로 돌아가는 일이 생겼습니다. 우리 사회가 사학법을 제대로 개정했다면 위와 같은 일은 용납되기 어려웠을 겁니다. 이번 여주대학교 법인카드 유용 사건은 친인척 관계의 재단 운영이 얼마나 불투명하고 비리로 얼룩지기 쉬운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에 불과합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미국 다음으로 사립대 등록금이 비쌉니다. 미국은 등록금이 비싼 반면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장학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형편이 어려워서 공부하기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많은 기회가 돌아가는 편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등록금이 비싸기만 할뿐,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매우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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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되물어봅니다. 적립금을 많이 쌓아둔 사립대학교가 굳이 학생들에게 비싼 등록금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배움의 요람이어야 할 학교가 학생을 수익을 창출하는 도구로 생각하는 현실이 과연 올바른 일입니까? 교육은 100년 후를 내다보는 중대한 일입니다. 대한민국의 교육부와 정부는 사립대학교 재단을 감시·감독하고 외부 기구를 만들어 부정과 비리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할 책임이 있습니다. 정치권이 국민의 표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진정한 반값 등록금은 교육계에 종사하는 어른이 나서서 청년들에게 모범을 보일 때 실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때 먼저 나서는 대학은 인정 받을 기회를 잡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건전한 교육의 장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리저리 잔머리 굴리지 말고 통큰 개혁을 하는 대학이 나오길 기대하는 마음입니다. 강원도립대학이 전국 최초로 등록금 없는 대학을 표방하고 나섰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열리는 법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대학이 진정한 배움의 장으로 거듭나기 바랍니다.

다음뷰 메인에 포스팅이 올라갔네요. 여러분 덕분입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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