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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1퍼센트의, 1퍼센트에 의한, 1퍼센트를 위한 종편 개국

by 생각비행 2011. 12. 1.

2011년 12월 1일자 신문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오늘 《한겨레》와 《경향신문》 하단은 백지상태로 나왔습니다. 광고를 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광고 수익이 절대적인 일간지가 제1면에 광고를 싣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요? 하단에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혀놓았습니다.

우리는 조중동방송의 특혜에 반대하며, 조중동방송의 광고 직접영업으로 위기를 맞은 저널리즘을 지키기 위해, 광고를 싣지 않습니다. -《한겨레》

경향신문은 여론 다양성 훼손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미디어 광고시장을 어지럽히는 조중동방송을 반대하는 뜻으로 오늘 광고를 싣지 않습니다. -《경향신문》

많은 분이 아시겠지만,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을 개국 이틀 전에 겨우 채널 협상을 마무리하고 오늘부터 방송을 시작합니다. 시험 방송도 거의 하지 않은 채 일단 거창한 개국 쇼부터 치르겠답니다.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종편사는 방송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경향신문》은 "11월 30일 현재 종편 채널들은 12월 4일까지의 편성표만 짠 상태"라고 보도하면서 "그나마 편성 내용도 기존 지상파나 케이블TV 오락채널과 유사한 프로그램들로 채워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론 다양성과 공공성 훼손하는 종편

신문과 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미국조차도 '동일시장'에서 신문과 방송을 함께 가질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특정 언론기업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져서 여론 다양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지요.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편 도입을 강행하면서 '시청자 채널 선택권 및 방송 다양성 확대'라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오늘부터 방송하는 종편이 기존 방송과 다른 게 무엇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미디어경영연구소가 지난 10월에 내놓은 자료를 보면 조중동 3개 신문의 2010년 발행부수가 전국 단위 종합일간지 전체의 72.8퍼센트를 차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언론계와 시민사회 단체가 종편을 일컬어 '무한 특혜'라고 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상파처럼 뉴스를 보도할 수 있고, 케이블 의무송신 혜택을 누리면서도 광고 영업은 다른 케이블방송처럼 직접 할 수 있으니 언론기업의 영향력이 거의 절대적인 수준으로 오르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종편은 광고수주와 시청률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케이블 채널 번호 확보에서도 큰 특혜를 누렸습니다. 지상파에 인접한 10번대 ‘황금채널’을 확보했습니다. 광고와 편성·심의 관련 규제는 지상파보다 느슨하다고 하니 종편은 지상파와 케이블방송의 장점만을 합친 특혜방송인 셈입니다. 이런 종편이 여론 다양성과 공공성을 훼손하리라는 사실은 명약관화합니다. 

오늘 《한겨레》 신문에 실린 <‘안티 포퓰리즘’ ‘인간 박정희’…개국프로부터 보수 편향>이라는 기사의 일부를 옮겨보겠습니다.

종편들은 이미 보수·친기업 편향 시각이 그대로 배어 있는 드라마와 교양 프로그램을 개국 특집으로 준비하고 있다. 신문·방송의 취재부서를 한 공간에 두고 밀접하게 협업하겠다는 방침 역시 신문의 편향적 논조가 방송에서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종편 콘텐츠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친기업 성향의 다큐·기획물이다. <동아일보>가 대주주인 <채널에이>는 지난 10월5일 광고주를 상대로 한 채널설명회 때 개국특집으로 교양 프로그램 <어메이징 스토리, 대한민국 산업경제 발달사-대기업의 성공, 좌절, 도전사>를 내보내겠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대기업 성장 스토리를 집중 조명하겠다는 뜻이다. <조선일보>가 만든 종편 <티브이조선>은 같은달 18일 설명회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지지하는 최후의 보루”를 자처하며 <기업가 열전, 대(大)한국인 정주영>(가제) 등의 기획성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기업가 열전’이라는 제목으로 볼 때,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시작으로 주요 대기업 총수를 연이어 다룰 것으로 보인다.  

……

조중동의 보수적 논조가 엿보이는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티브이조선의 남유럽 경제위기를 다룬 <안티 포퓰리즘-공짜의 역습, 지중해를 가다>는 현재 제목을 뺀 나머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판단하기 이르지만, 남유럽 경제위기의 원인을 복지의 과잉으로 풀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채널에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한 50부작 드라마 <인간 박정희>를 개국 특집으로 내년 2월부터 방송할 예정이다. 정세호 채널에이 드라마국장은 “현재 2명의 작가가 드라마를 집필하고 있으며, 캐스팅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정 국장은 지난 10월5일 채널설명회 뒤 제기됐던 ‘박정희 미화’ 우려를 의식한 듯 “정치색은 최대한 배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삼은 드라마를 내보내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책임은 뒤로 미룬 채 그의 인간적인 면에만 초점을 맞춰 일방적 미화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종편 개국일인 오늘 'MB정권 언론장악 심판의 날' 총파업을 벌입니다. 서울과 지방 언론 노동자 약 1500여 명이 서울 광화문에서 종편의 해악을 알리고 종편을 위한 특혜 중단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오늘 《경향신문》에 실린  <“조중동 종편의 해악 알리고 언론 공정성 지키려 총파업”> 기사에서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이 조선·중앙·동아일보에 방송 사업을 허가한 건 아침엔 조·중·동 신문을 읽고 저녁엔 조·중·동 뉴스를 보라는 뜻”이라며 “조·중·동이 사회적 의제를 선도하면 방송이 이를 따라가던 2000년 이전으로 언론환경이 퇴행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총파업을 단행하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 종편 개국일에 맞춰 총파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종편을 탄생시킨 미디어법부터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탈법의 산물이다. 여론은 미디어법 개정안에 반대했지만 한나라당은 국민 의견 수렴을 거부하고 2009년 7월 표결을 밀어붙였다. 대리 투표가 상당수 자행된 게 확인됐고, 의결정족수가 부족하니까 국회부의장이 ‘투표를 종료한다’고 선언했다가 재투표까지 했다. 종편엔 유·무형의 특혜도 주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종편에 좋은 채널을 주기 위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종편 간에 개입해 집단 협상을 유도했다. 한나라당은 방송광고판매대행사(미디어렙)법을 제정하지 않으려고 시간을 끌어왔다. 영구집권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정치적 기획과 정권의 부당한 지원이 결합된 결과물이 종편이다. 종편의 출현은 언론계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담론 지형을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이에 대해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저항하는 건 언론 노동자들의 역사적 책무다.”

……

- 종편이 개국하면 취재·보도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나.

“폐지돼야 할 대표적 특혜가 종편의 광고 직접 영업이다. 편성·제작·보도와 광고 영업의 분리는 정상적인 언론사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에 해당되는 일이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보도 기능 왜곡, 자본과의 유착, 여론 시장의 다양성 침해 등이 일어난다. 정치 권력은 5년에 한번씩 교체되고, 어떤 권력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언론환경이 변화한다. 그러나 자본에는 한번 장악당하면 헤어날 수가 없다. 언론사가 광고 영업을 직접 하면 광고주가 언론사에 쉽게 전화할 수 있다. 광고주는 ‘이 기사 빼라, 저 기사를 넣어라’ 데스크에게 직접 전화하게 될 것이다. 이미 일본은 편성·제작회의에 광고 영업 파트가 참가한다. 여기서 어떤 공공성을 기대할 수 있겠나.”

한미FTA 날치기 통과와 종편 출범은 닮았다

종편 출범은 미디어 시장의 붕괴를 초래합니다. 광고시장이 무한 경쟁체제로 돌입하면 엄청난 자본력을 확보한 종편만 살아남게 될 것이고, 이는 지역언론의 기반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은 자명합니다. 또한 지역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비판기능을 상실한 중앙 보수언론의 허위기사로 사회의 다양한 기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앞서 채널 다양성으로 시청자를 현혹하며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보수언론의 논리가 얼마나 어이없고 부당한지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기업과의 광고 직거래, 프로그램 편성 규제 완화, 방송발전기금 납부 유예와 같은 각종 특혜를 보장받은 종편 때문에 중소 언론사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게 분명합니다.
 

경남도민일보

국제신문


더구나 종편의 출범은 지역언론의 위기로 국한해서 볼 문제가 아닙니다. 1996년에 미국은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한 텔레커뮤니케이션법을 통과시켰습니다. 그 이후 방송 시장의 90퍼센트를 거대 언론사가 장악했습니다. 미디어 재벌의 독과점은 지역언론은 물론 중소 언론사의 도산을 초래했습니다. 사회 비판과 감시 기능을 확보하지 못하는 언론의 위기는 곧 사회의 위기, 민주주의 질서의 위기로 귀결됩니다. 종편의 출범과 한미FTA 법안 날치기 통과는 근본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이 땅의 1퍼센트의, 1퍼센트에 의한, 1퍼센트를 위한 기득권 챙기기 싸움이었으니까요.
나는 꼼수다 야외공연

출처: 경향신문

어제 <나는 꼼수다> 4인방이 '한미FTA 비준무효'를 주제로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3만 명이 넘는 시민이 모였습니다. 이들이 죄다 '괴담'에 홀린 사람들일까요? 아닙니다. 1퍼센트의, 1퍼센트에 의한, 1퍼센트를 위한 정치를 하는 무리를 규탄하고 국민의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 보이기 위해 궂은 날씨에도 각자의 일을 제쳐놓고 나온 건전한 양심일 뿐입니다.

여론 다양성은 민주주의의 근간입니다. 한 사회의 여론이 일방적으로 흐를 때 국민은 분노합니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은 미약하지만, 분노한 국민의 힘은 엄청납니다. 경찰력으로나 공안정국을 조성하는 검찰의 꼼수로도 잠재울 수 없습니다. 

얼마 전 《조선일보》는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한미FTA를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일을 문제 삼으며 "법원 내부 일을 외부에 폭로하는 것은 사법부를 향한 파괴공작"이라며 판사의 진보 성향 자체를 문제로 부각했습니다. 하지만 엊그제 열린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최은배 판사를 징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판사라 하더라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개진한 정치적 표현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부여된 헌법적 권리니까요.

생각비행은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 종편 출범을 단호히 반대합니다. 어제 여의도공원에 대한민국을 망치는 1퍼센트를 비판하고자 모인 수많은 시민도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꼼수다>라는 프로그램이 민주언론상까지 받고 방송 관계자가 주최한 공연에 이렇게 많은 시민이 운집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존 보수 언론이 유포하는 거짓 정보에 질렸기 때문입니다. 생각비행은 전국언론노조의 종편반대투쟁을 지지합니다. 여론 다양성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일에 여러분도 함께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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