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해군기지 건설반대 활동을 하면서 그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계신 조성봉 감독님이 제작한 영상물에 내레이션을 맡은 외국인이 있습니다. 이분에 대한 소개와 영상물 제작에 대한 배경을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소개는 조성봉 감독님이 직접 쓰신 내용입니다.
매튜 호이는 캠브리지 매사추세츠에서 군사시설과 미사일방어체계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안보/군축 연구소 협동선임연구원으로 일해왔고 미국정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군사시설 투명성 프로젝트 책임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Matthew Hoey is a military space and missile defense technology expert based in Cambridge Massachusetts. He has worked as a senior research associate at the Institute for Defense and Disarmament Studies and as a consultant to the United States Government. He currently is the director of the Military Space Transparency Project.
동선만 그려주고 알아서 자연스럽게 하자고 했다. 5분 정도의 분량으로 말해달라고 했다. 촬영분은 8분이 나왔다. 5분으로 줄일려고 해도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애초 의도는 인터뷰 화면에 아름다운 구럼비 사진들을 인서트하는 것이었다. 고민하다 그냥 'one shot one scene'으로 가기로 했다.
태풍 전날 촬영했다. 화면에 나오는 방사탑들 깃발들은 더이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이파와 함께 떠났다. 영원히 볼 수 없다. 매튜가 전세계인에게 보내는 아룸다운 제주도를 구하기 위한 '해군기지 결사반대'의 메세지이다.
다들 아시겠지만 조성봉 감독님은 제주4.3의 뼈아픈 역사를 담은 유명한 다큐멘터리〈레드 헌트〉를 제작한 분입니다. 생각비행은 중덕바다 구럼비 옆 5성급 텐트(!)에서 지내다 태풍 무이파를 피해 마을의례회관으로 갔다가 뜻밖에 값진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빨간 티셔츠를 입은 학생들은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으로 8월 6일부터 13일까지 제주 강정마을에서 생활하며 도내 홍보 활동에 앞장섰습니다. 무이파가 강정마을을 강타한 날 한대련 학생들을 대상으로 〈레드 헌트〉 상영회와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초대받은 적 없지만 뒤에서 조 감독님 말씀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다큐멘터리야 학창 시절에 본 적이 있지만, 감독님이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주시는 다큐멘터리에 얽힌 많은 비화를 들을 기회가 언제 또 있겠습니까!
레드 헌트를 시청하는 한대련 학생들
조성봉 감독
이 홍보물을 처음으로 선보인 곳은 "동북아지역 평화구축 훈련원(Northeast Asia Regional Peacebuilding Institute: NARPI)"에서 진행한 평화훈련 프로그램 행사장입니다.
NARPI 평화교육 훈련은 동북아 평화교육 실습, 갈등과 평화의 이해, 회복적 정의 같은 프로그램으로 진행됩니다. 그런데 8월 17일 저녁 프로그램이 바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반대에 관한 주제였습니다. <제주의 밤>이라는 시간을 정해 강정마을 국제 미디어팀에서 활동하시는 분을 강사로 초빙하여 세계 8개국에서 참여한 교육생에게 강정마을의 상황과 이곳에 왜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안 되는지를 알리는 뜻깊은 시간이 진행되었습니다.
생각비행이 만든 홍보물이 보입니다. ^^
평화운동가 최성희 씨의 작품
외국인들에게 최성희 씨를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온몸으로 제주 강정마을의 평화를 지키려 했던 평화운동가 최성희 씨가 감옥에서 보낸 그림들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반갑게도 이날(17일) 최성희 씨가 옥중투쟁 89일만에 풀려났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요!
NARPI 평화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 행사장에서도 느낀 사실이지만 세계는 제주의 평화를 원합니다. 생각비행이 강정마을에서 활동하는 동안에 만난 외국인이 많습니다. 여행 일정으로 잠깐 머물다 가는 사람도 있지만 강정마을에서 오랜 시간 머물며 주민과 연대하고, 제주의 상황을 전 세계로 전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지난 8월 5일 보수단체가 강정마을 진입하려고 시도했을 때 시위 현장에서 퍼포먼스를 벌이는 외국인이 한 명 있었습니다. 나중에 잠깐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요, 이름은 벤자민이고 프랑스에서 왔다가 두 달 넘게 강정마을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벤자민은 경찰과 대치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평화를 외치는 벤자민의 몸짓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강정마을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활동가와 평화교육으로 강정을 돕는 NARPI 외에 강정마을과 연대하는 단체가 참 많습니다. 그중에 (사)개척자들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이곳에서 8월 15일부터 21일까지 국제 평화캠프를 개최하고 있군요. 제주의 상황을 세계에 알리려는 노력은 참 많은 단체에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척자들이 진행하는 국제 평화캠프에 초대하는 글을 첨부합니다.(사이트 원문보기) 송강호 선생님이 쓰셨네요.
초대의 글
개척자들은 오는 8월 15일부터 21일까지 세계 평화의 섬 제주도의 강정마을에서 국제 평화캠프를 개최합니다. 저희가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평화 캠프를 여는 목적은 바로 이곳에 대형 해군기지가 건설되고 있기 때문입니다.이 제주 해군 기지의 건설은 군비 경쟁과 군사적 대치가 더욱 더 심각해 지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두 패권 국가들인 미국과 중국 간의 전쟁을 불러들이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평화 캠프를 진행하려고 하는 강정마을 구럼비는 살아 숨쉬는 바위지대입니다. 뒤편에는 한라산이 장막을 베풀고 앞으로는 유네스코가 생물권 보호지역으로 지정한 중덕 바다위로 범섬을 비롯한 여러 섬들이 그림처럼 떠 있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우리는 이번 평화 캠프를 통해 전쟁을 그치고 평화를 만드는 꿈을 함께 꾸어 나가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활동과 실천을 연습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평화활동가들을 모셔서 그들이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품었던 희망과 꿈, 절망과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방식으로 반전 평화 활동에 실제 참여하기도 할 것입니다. 저녁에는 평화 영화제나 음악회 등을 통해 함께 평화를 꿈꾸고 노래하고 춤추며 축제를 즐길 것입니다. 이번 평화캠프는 강정 바닷가 자연 상태에서 매우 원시적이고 단순한 방식으로 숙식을 하면서 진행할 것입니다.
캠프 진행 중에도 해군이나 경찰에 의해 집회가 방해 받거나 집회 시설 자체가 철거 당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캠프 기간 중 참가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기지 건설 반대 시위나 직접 행동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모든 불안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닥칠지 모를 전쟁을 막고 아름다운 이 천혜의 절대 보존 지역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정의를 향한 용기와 평화를 위한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서 평화 캠프를 진행할 것입니다.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 강정을 찾아오시는 여러분들의 연대와 협력이 이 무모하고 오만한 군사주의의 망령에 의해 고난 당하고 있는 강정 주민들이 어떤 회유와 협박도 물리치고 정의로운 평화를 위한 투쟁을 계속해 나가는 데 힘과 용기를 줄 것을 믿습니다.
여러분 강정에서 만납시다!
"사단법인 개척자들은 1993년 ‘세계를 위한 기도모임’으로 시작한 이후로 전쟁과 기근으로 파괴된 지역의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단체로 온전하게 성장했습니다. 개척자들은 긴급구호 활동을 통하여 시급하게 도움이 요청되는 사람들에게 응답하고, 국제 평화캠프와 월드서비스와 같은 연간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평화와 화해에 관한 프로젝트들을 시작해 나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을 격려하고 화해화 평화를 만들어가는 일에 동참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개척자들은 스스로 이렇게 소개하더군요. 생각비행은 송강호 선생님의 활동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주변에서, 언론을 통해서 들었습니다. 진정으로 평화를 사랑하고 강정마을을 위해 온몸으로 저항하는 분이시죠. 그런데 이분을 직접 뵐 기회가 있었습니다. 2011년 6월 24일 밤 "두리반에서 부르는 제주도 푸른밤" 콘서트를 혹시 기억하시는지요?
송강호 박사
이 행사의 기획의도는 이렇습니다.
"이 자리는 6.25 전쟁의 그늘 밑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탐욕스러운 재개발의 희생자인 두리반과 안보이데올로기와 자본의 결합의 상징이 되어 버린 강정마을 해군기지는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60년 동안 계속 되어 오고 있는 남과 북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을 짓누르는 군사문화와 폭력과 갈등의 기원을 이 땅에서 있었던 참혹한 전쟁에 둔다면, 6월 25일은 전쟁을 기념하며 보복을 다짐하는 날 이 아니라 함께 이룰 평화를 꿈꾸며 평화를 노래해야 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
이번 평화콘서트는 작은 사람들의 끊임없는 연대와 사랑이 이루어낸 두리반에서의 성과를 기뻐하는 자리이다. 또한 두리반에서 경험한 정의를 위한 연대와 저항의 이야기가 강정을 포함한 분단과 그로 인한 불의한 폭력의 체제에서 고통받고 있는 모든이들의 이야기가 되기를 바란다."
두리반 입구에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강정마을에서 올라온 활동가 한 분과 강정마을과 연대하는 노래도 한 곡 같이 부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야기 손님으로 나온 송강호 선생님
노래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이야기 손님으로 송강호 선생님께서 나오셔서 잔잔한 목소리로 강정마을의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진행된 대담에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해서는 안 되는 이유, 강정마을이 어떤 곳인지, 현재 대치 상황은 어떠한지 등을 자세히 설명해주셨습니다. 이분에 대해 궁금하시거나 강정마을에서 보인 활약상(?)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기사를 보시기 바랍니다. 과연 이분이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왜 편한 길보다 어렵고 낮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지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송강호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평화는 고요하고 잔잔한 상태가 아니라, 불의에 대항하고 투쟁하는 과정에서 경험되는 내적 성숙감"입니다!
여러분, 평화를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지금 바로 작은 실천을 시작합시다. 우리의 연대로 평화를 이뤄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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