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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 요구, 국회는 국민의 뜻을 받들라

by 생각비행 2021. 4. 26.

재보궐선거가 끝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8일 국회 앞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연내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 그리고 노동당, 녹색당, 미래당, 진보당 대표들까지 원내건 원외건 크고 작은 정당 대부분이 모여 포괄적 차별금지법 연내 입법을 촉구했습니다. 국민의힘 같은 보수 정당은 빠졌습니다.

 

출처 - 뉴스핌

 

차별금지법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는 오랜 기간에 걸쳐 계속되었습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은 13년째 표류 중입니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로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습니다. 다음 해 노회찬 민노당 대표가 발의한 차별금지법도 마찬가지로 자동폐기되었습니다.

 

출처 - 시사저널

 

이후 권영길 민노당 의원, 김재연 통진당 의원, 김한길, 최원식 민주통합당 의원이 각 국회마다 발의했지만 대부분 회기 만료로 자동폐기됐고 민주통합당의 발의안은 종교계의 반발, 정확히는 극우 개신교계 대형 교회들의 반발을 이기지 못해 철회됐습니다. 당시 지방선거를 의식한 결과였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작년에도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필두로 소속 의원 5명과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이동주 의원,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발의했으나 이 역시 결국 무산되었습니다. 당시 극우 기독교계는 조간신문에 심상정과 차별금지법을 저격하는 전단을 살포하며 발의를 막으려 했습니다. 차별금지법이 한국 교회를 말살하는 반헌법적인 시도라는 어이없는 이유를 대면서 말이죠. 그러나 이들은 한국 교회 전체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며, 자신들이 성경적 가르침이 아니라 차별과 혐오에 바탕을 둔 주장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듯합니다.

 

출처 - YTN

 

우리 사회 곳곳에서 차별로 인한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난 바 있습니다. 작년 1월 숙명여대에 합격한 트랜스젠더가 학내 반발로 입학을 포기하거나, 성전환 수술이란 이유로 강제 전역시킨 국방부의 조처에 반발하다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변희수 하사의 예처럼 말입니다. 여기에 더해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여성 혐오, 장애인 혐오, 소수자 혐오, 민족 혐오와 차별까지 생각한다면 이제 우리나라도 차별과 혐오에 대한 기준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출처 – 한겨레

 

차별금지법은 병력과 출신 국가, 출신 지역, 인종, 피부색, 언어,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성적 지향, 학력과 학벌, 사회적 신분, 용모 등 신체 조건,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범죄 전력 및 보호처분 등을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시하는 법입니다. 이 법 하나로 일시에 혐오와 차별이 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최소한 우리가 무엇을 차별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제시하여 문제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14년 만에 다시 한번 평등법이라는 이름으로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국회의장에게 촉구했습니다. 평등법 시안 차별의 개념을 직접 차별, 간접 차별, 괴롭힘, 성희롱, 차별 표시 및 조장 광고고 나누어 각 개념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했습니다. 아울러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유전정보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 21개에 해당하는 차별 사유를 명시했습니다.

 

출처 - MBC

 

그리고 차별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조항도 포함됐습니다. 악의적 차별이 인정될 경우 차별 행위자에게 재산상 손해액의 3~5배에 해당하는 배상금을 가중 부과할 수 있게 했습니다. 차별 피해자와 그 관계자가 차별 내용을 진술, 답변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을 경우 불이익을 준 당사자에게 가중적 손해배상 무담과 함께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한 겁니다. 하지만 가장 첨예한 논란의 대상인 종교계에 대한 평등법 적용이 애매하게 되어 있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 문제는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의 발의안에 특정 종교단체 및 소속 기관에 대한 예외 조항이 들어가며 더 큰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출처 - 시사IN

 

조계종은 종교를 예외로 둔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며 이상민 의원 발의안에 대해 아쉬움을 밝혔습니다. 특정 종교 단체와 소속 기관을 예외로 두면 종교 안에선 차별해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종교 자체는 물론 그 종교법인의 학교, 병원, 사업체 등에서 차별이 발생해도 차별금지법 적용이 애매해질 여지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차별금지법에는 종교도 명문화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극우 개신교계에 의해 방화나 폭행 등 수많은 테러 행위를 당했던 불교계로서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주장입니다. 작년 10월에도 개신교 광신도가 저지른 방화로 경기도 남양주 수진사가 전소된 사건이 있었죠. 개신교계 입장에서도 코로나19로 더욱 심해진 기독교 혐오를 막고 싶다면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면 좋을 텐데 동성애 반대와 선교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핑계를 대며 반대 입장을 취하는 쪽이 다수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종교계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만연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입학 포기와 변희수 하사의 사례가 단적인 예입니다. 이 외에 작년 8월 신촌역에 국가인권위가 설치한 성소수자 차별 반대 광고판이 총 7차례 훼손된 일도 있었습니다. 이 중에 6번은 동일인물인 20대 남성이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죠. 그는 혐의를 인정하며 성소수자들이 싫어서 광고판을 훼손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런 일상 속 차별을 태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서도 차별금지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출처 - KBS

 

불행 중 다행으로 여론은 차별금지법에 우호적입니다. 작년 6월 인권위가 공개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88.5%가 차별 금지 법제화에 찬성했습니다. 개신교계가 공격해온 성소수자 역시 동등하게 존중받고 대우받아야 한다는 응답도 73.6%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2019년 조사 때보다 찬성 비율이 15%나 높아진 결과여서 고무적입니다.

 

출처 - 한겨레

 

코로나19라는 상황이 아이러니하게도 차별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깊어지게 해준 셈입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확진자가 되어 주위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차별을 경험한 이들의 증언이 우리 사회에 많은 것을 남겼습니다. 국민 10명 중 9명은 자신도 언제든 혐오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역, 종교, 인종 등의 관점에서 혐오를 당하는 쪽이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실감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72.4%는 지금 같은 수준으로는 사회적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고 답했고 81.4%는 차별이 범죄까지 유발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찬성 의견은 성별, 나이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들의 뜻이 일치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출처 - 뉴스1

 

그래도 여전히 차별금지법을 반대하신다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계속 벌어지는 아시아계 혐오와 차별을 보고도 아무런 생각이 없는지 묻고 싶습니다. 미국과 유럽에 가면 우리는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언제든 나 자신이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지 않을까요? 14년의 표류를 거친 차별금지법, 포괄적 차별금지법, 평등법 등―이름은 무엇이라도 괜찮습니다―우리 사회의 차별과 혐오를 멈출 법을 우리 손으로 제정할 때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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