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원인은 촛불이 아닌 박근혜 게이트

지난 11월 12일과 26일 서울에서만 100만, 140만의 촛불이 모였습니다. 사상 최대의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국민과 함께 참여하며 뿌듯하셨죠? 현장에 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방송으로 보신 분들은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 SNS에서 유명세에 오른 '장수풍뎅이 연구회'나 '민주묘총' 같은 재기 넘치는 깃발들은 누가 만드는 것일까 궁금하실 겁니다. 각종 유인물은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 조직된 힘으로 제작되는 것이 많지만 순수한 열정으로 사비를 지출해 만들어서 나눠주는 분도 많습니다. TV에서 그런 분들이 소개되기도 했죠.


출처 - KBS


1000만 원이면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큰 금액입니다. 그런데도 시위에 나오시는 분들에게 나눠줄 피켓과 수건 등을 자비로 만들어 나눠주시다니 참 대단한 분들이십니다. 부패한 박근혜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로 어려운 이때 그나마 생활 경제가 유지되는 건 이런 소시민들의 의지와 노력 덕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시위가 일어나면 새누리당과 우익 언론들은 경제를 좀 먹는다며 시위 중지를 종용했고, 언론은 시위 때문에 매출에 지장이 많다는 자영업자의 볼멘소리를 인터뷰 장면으로 내보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박근혜 퇴진을 위해 좌우를 가리지 않고 거리로 나온 사상 최대 인파가 운집한 촛불시위를 경험하신 분들은 이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얘긴지 실감하셨을 겁니다. LED 촛불과 양초를 파는 사람들부터 먹거리와 음료를 파는 노점, 편의점, 음식점, 카페에 이르기까지 광화문 일대 가게의 재료가 동이 날 정도로 사람들이 미어터지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셨을 테니까요.


출처 - 유튜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100만 명이 모였다면 물을 먹어도 더 많이 먹고 음식을 먹어도 더 많이 먹을 텐데 장사가 안된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이승환, 전인권 등 유명 가수들의 노래와 함께하는 촛불시위는 시쳇말로 '서울 하야 페스티벌'이라고도 불립니다. 대통령을 탄핵하는 심각한 정국이지만 촛불시위 현장은 마치 축제의 현장과도 같습니다. 국내외 유수 록 페스티벌이라도 100만 명의 관객을 모으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록 페스티벌은 경제를 살리는 관광 산업이고 시위는 경제 민폐라니 한 입으로 두말하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죠.


출처 - 헤럴드경제


11월 광화문 주말 상권은 아주 좋았습니다. 촛불이 지나간 자리에는 민주주의와 함께 매출이 는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으니까요. 광화문, 시청 앞 등은 다양한 공기관과 기업이 모인 대표적인 주중 상권입니다. 주말에는 몇몇 장소를 제외하곤 문을 닫을 정도로 장사가 안되죠. 그런데 이번 박근혜 퇴진 촛불시위 덕분에 광화문, 시청 등지의 카페, 편의점, 숙박업소, 식당 등의 매출은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GS25는 지난 12일 100만 촛불을 들었을 때 시청과 광화문 인근 20개 점포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매출이 2~3배 올랐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세븐일레븐도 같은 기간 매출이 117.5퍼센트 높았다고 합니다. 노점에서 파는 따뜻한 음료와 핫팩은 일찌감치 완판되었죠.


출처 - 중앙일보


주말마다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KTX와 버스를 대절해 올라오는 지방 상경객 덕분에 대중교통 수단은 매진이 속출합니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시위에 지친 몸을 이끌고 바로 내려갈 수도 없으니 숙박도 해야 합니다. 실제 촛불시위가 계속되는 11월 주말마다 광화문과 시청 등지의 숙박업소들은 특급호텔부터 작은 모텔에 이르기까지 휴가철과 비슷하게 빈방 구하기가 힘들었다고 합니다. 광화문 광장, 시청 광장과 가까운 특급 호텔은 시위로 인해 예약을 취소한 외국인 투숙객들 대신 시위에 참여했거나 역사의 순간을 가족 단위로 눈에 담기 위해 온 국민으로 꽉 찼습니다. 서울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더 플라자 호텔은 800만 원짜리 스위트룸을 제외한 410개 객실이 꽉 찼고, 광화문 광장에 가까운 포시즌스 호텔은 가장 저렴한 객실이 40만 원이 넘는 5성급 호텔이지만 평소보다 객실 이용률이 30퍼센트 이상 뛰었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촛불의 경제학'이라고 할 만합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우리나라 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은 분명히 좋지 않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국격을 너무나 떨어뜨린 탓에 어떤 심각한 상황이 닥칠지 모를 정도입니다. 중국의 한한령 때문에 이미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고요. 그러니 현재의 경제적 문제는 이명박근혜 정부의 무능함과 부패 때문이지 촛불시위 때문이 아닙니다. 시위는 오히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서로의 고통을 나누고 현장 실물 경제를 돌리는 이벤트로서 톡톡히 기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시위 현장 부근의 차량 흐름이 오히려 더 좋아졌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출처 - 조선일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글로벌 큰손들은 대기업에 최순실이 연루된 게 사실이라면 한국 투자를 줄일 생각이라는 뉴스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대기업과 박근혜 최순실과의 뇌물과 특혜가 사실이 될 경우, 세계의 대형 연기금들이 투자 제외 대상으로 분류하는 부정부패 기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큰 연기금들은 자체적인 기준을 쓰기도 하지만 유엔의 책임 투자 원칙(PRI) 약정서에 서명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여기엔 뇌물 등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기업엔 투자하지 않는다는 항목이 들어 있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2006년 만들어진 이 유엔 PRI에 서명한 연기금, 국부펀드 등 이른바 자산 소유자들이 굴리는 돈은 무려 16조 600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2경 원에 달합니다. 안 그래도 외화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경제를 생각하면 이런 사태를 벗어나기 위해선 깨끗한 경영이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시위를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빨리 퇴진해야 하며 최순실을 비롯해 국가 경제와 품격을 좀먹은 부역자들의 죄상을 낱낱이 밝히고 마땅히 처벌하는 한편 그들이 쌓은 부를 환수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경제 회복과 국가 재건의 시작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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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drongo.tistory.com BlogIcon KHF

    경제가 안좋아지니 촛불시위 그만하자는 건 몇몇 박사모 가스통 할아버지들 밖에 없을 것 같네요~ 잘봤습니다

    2016.12.02 15: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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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토요일 전국에서 232만 명이 촛불을 들었습니다.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탄핵을 외치는 한편 "새누리당도 공범" "당을 해체하라"고 주장했습니다. 대구 새누리당 대구시당에는 '나라를 홀랑 말아먹은 내시환관당'이라는 간판을 시민들이 달기도 했죠. 국민이 든 촛불은 횃불이 되고, 대통령 탄핵을 넘어 정치 지평을 새로 짜야 한다는 민심이 들끓고 있는 상황입니다.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민심이 천심입니다.

      2016.12.05 09:53 신고

  • Favicon of http://iamnot1ant.tistory.com BlogIcon 베짱이

    이명박은 자시 사리사욕형 비리가 많았지만 박근혜랑 비교하면 업무처리능력이 있는 병신이었다는 평가가 나올정도로 박근혜는 기본 조차도 안되는 자질부족의 역대 길이길이 남을 탄핵 받아 마땅함 대통령인듯

    2016.12.04 22:28 신고

    • Favicon of http://ideas0419.com BlogIcon 생각비행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통령이 '내년 4월 말 퇴진 및 즉각 2선 후퇴'를 선언해도 하야, 탄핵을 통해 물러나야 한다고 보는 국민이 70퍼센트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에 대해 '탄핵에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는 의견 또한 70퍼센트였습니다. '탄핵에 반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5.9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역사상 최대 인원이 광장에 모여 사회 부조리와 정치권의 무능을 비판하며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야권과 비박계는 대통령의 꼼수에 놀아나지 말고 국민의 뜻을 받들기 바랍니다.

      2016.12.05 1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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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소리를 짓다》 북토크 & 콘서트 초대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얼마 전에 출간한 《천상의 소리를 짓다》 북토크 & 콘서트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 책이 출간된 사실을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 잠깐 책 소개를 하겠습니다.

 

오르겔(Orgel)은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관을 음계에 따라 배열하고 바람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건반 악기를 의미합니다. 제작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큰 성당이나 교회,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콘서트홀 등에서나 가끔 볼 수 있는 악기죠. 아직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악기지만, 서양에서는 ‘악기의 왕’으로 불립니다.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형태의 악기이기도 하거니와 장엄하고 웅대한 오르겔 한 대가 수십, 수백 가지의 소리를 자아내기 때문입니다.

 

《천상의 소리를 짓다》는 오르겔바우마이스터(오르겔 제작 장인) 홍성훈의 삶과 작품 세계를 13년간 기록한 사진작가 김승범의 사진집이자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오르겔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 인문서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서양의 악기에 한국의 소리를 담으려 노력해온 마이스터 홍성훈의 땀과 고뇌를 엿볼 수 있습니다.

 

북토크 & 콘서트

 

책 출간을 기념하여 북토크 & 콘서트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2016년 12월 1일(목) 7시 30분 새사람교회(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89-20)에서 진행됩니다. 많은 참석 바랍니다.

 

 

《천상의 소리를 짓다》
출판기념 북토크 & 콘서트

 

영혼의 소리, 생명의 소리

 

-북토크-

 

사회자: 김민웅(경희대학교 교수)
패   널: 홍성훈(오르겔바우마이스터)
            김승범(《천상의 소리를 짓다》 저자)
            이상만(음악평론가)
            김동철(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
            장우형(서울장신대학교 교수)
            문병석(가톨릭대학교 교수)
            이은영(서울문화투데이 대표)

 


-콘서트-

 

----------------------------------------------------------- ---------------------------Org. 김서휘

Concerto in A minor BWV 593 중 1악장                                                   J. S. Bach


----------------------------------------------------------------------대금. 정재우 / Org. 김서휘

어메이징 그레이스, 캄캄한 밤


--------------------------------------------------------------------------------------Org. 문병석

Toccata in B minor                                                                          Eugene Gigout
*Toccata and Fugue in D minor BWV.565                                              J. S. Bach


연주자: 김서휘(오르가니스트), 정재우(대금연주자), 문병석(오르가니스트)

 

 

일시: 2016년 12월 1일(목)  7:30
장소: 새사람교회(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89-20)
주관: 생각비행

 

 

천상의 하모니

 

이 책의 지은이 김승범은 2003년 4월 덕수궁에서 홍성훈을 처음 만났다. 당시 44세의 활기 넘치는 홍성훈은 영락없는 예술가의 모습이었다. ‘오르겔바우마스터’라는 직업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는 생소하고 드문 터라 사진작가로서 본능적 관심이 발동했다. 첫 만남의 인연을 시작으로 김승범은 13년간 홍성훈의 삶과 작품 세계를 기록했다.


홍성훈은 독일에서 오르겔 제작에 투신해 독일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앞만 보고 달렸다. 만 12년 반이 지난 어느 날, 그는 오르겔바우마이스터라는 직함을 가슴에 안게 되었다. 독일에서 마이스터가 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고 기회도 잘 주어지지 않는 일이어서 보통 명예로운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을 바쳐 노력한 끝에 독일에서 순탄한 삶을 보장받았으나 홍성훈은 모든 것을 마다하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서양의 악기가 아닌 ‘한국적 오르겔’을 만들고 싶었다. 독일에서 마이스터 도제 과정을 밟기 전, 도산 안창호 선생이 세운 흥사단에서 사물놀이, 봉산탈춤 전수 등의 활동을 한 이력과 주체할 수 없는 끼를 서울시립가무단(현 서울뮤지컬단)에서 발산하기도 했던 청년 홍성훈의 몸속엔 이미 한국의 신명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르겔 제작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홍성훈은 18년의 세월 동안 한 대씩 한 대씩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오르겔을 지어왔다. 그가 만드는 오르겔 소리는 마음을 내려놓게 하는 천상의 소리이자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소리이기도 하다.

 

“무형의 공기가 수백 개의 파이프를 타고 들어가 천상의 하모니로 다시 태어나는 그 놀라운 순간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38쪽


 

홍대용의 꿈을 잇다
 
기원전 1100년 중국에는 생황이 있었고, 기원전 264년 알렉산드리아에는 수력을 이용해 소리를 내는 물-오르겔이 있었다. 바람을 불어넣어 공명으로 소리를 내는 악기다. 풀무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소리를 내게끔 발전한 오르겔은 13세기 교회의 규모와 크기가 대형화되던 시점과 맞물려 거대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르네상스 시기(15세기 후반~16세기)에 제작기술이 발전하면서 바로크 시대(17~18세기)에는 오르겔 문화가 전성기를 이루게 된다.


유럽 가톨릭과 기독교와 함께한 오르겔 역사에 비하면 한국의 오르겔 역사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다. 그런데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이 있다. 조선 중기의 실학자이자 과학자였던 남양 홍씨 담헌 홍대용이 선진 문물을 접하기 위해 떠난 중국의 북경 천주교회당에 있던 오르겔 소리에 감명을 받아 그 구조와 원리에 대한 탐구심을 펼친 일이다. 거문고 명인으로 음악적 조예가 깊었던 그로서는 크고 복잡하고 특이한 형태의 서양 악기에 관심이 동했다. 그는 즉석에서 음을 짚어가며 조선의 가락으로 옮겨보려는 시도를 했을 뿐 아니라 짧은 시간에 오르겔의 기계적 원리까지 파악하여 이를 기록으로 남겼다.


만약 홍대용이 나라의 지원을 받아 조선에서 오르겔을 만들었다면 그때부터 현재까지 오르겔은 우리의 훌륭한 문화유산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25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 홍대용과 같은 남양 홍씨 홍성훈이 한국 땅에서 오르겔을 지어내고 있으니, 홍대용이 이룰 수 없었던 꿈을 홍성훈이 잇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독일에서 오르겔 제작자로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던 홍성훈이 고국으로 돌아온 까닭도 여기에 있으니.


홍성훈은 세종과 정조 때 조선이 문화의 황금기를 이룬 것처럼 앞으로 머지않아 올 그때를 위해 계속해서 한국적인 오르겔 작품을 세우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리 문화의 토양에 어울리는 오르겔과 미래 지향적이고 예술적 감흥이 넘치는 또 다른 세계로의 오르겔을 지향하고 있다.


 

한국의 소리를 담다

 

“오르겔은 보이는 소리로서의 형태와 들리는 소리로서의 음색이 합쳐져서 하나의 생명체로 탄생한다.” ―58쪽

 

홍성훈이 오르겔을 설명하는 표현이다. 그는 서양 악기인 오르겔에 “보이는 소리로서의 형태”를 부여할 때 한국적인 색채를 담고자 노력해왔다. 오르겔 외관을 한국적 격자무늬나 비천상으로 장식한 것, 양평의 아름다운 자연을 고스란히 담아낸 산수화 오르겔을 만든 것, 한국의 전통적인 경첩과 칠보공예, 채화기법을 오르겔 제작에 적용하는 것이 바로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또한 홍성훈은 “들리는 소리로서의 음색”에 한국의 소리를 담아내고자 노력해왔다. ‘홍플루트’ ‘프린치팔코리아’ ‘피리’ 같은 한국적 소리를 담은 레기스터(악기)를 오르겔에 넣은 것이나 블루오르겔이란 작품의 레기스터에 ‘푸르아라’ ‘가온누리’ ‘샛바람’ ‘아련나래’ ‘새암’ ‘미리별’이라는 순우리말 이름을 부여한 것이 바로 그런 시도의 일환이다.


홍성훈은 한국 전통문화 작가들과 고민을 나누며 더 다양하고 한국적인 오르겔을 제작하고싶어 한다. 나전칠기 기법을 적용한 채색 파이프를 넣은 오르겔, 한지를 이용해 일월오봉도를 입힌 오르겔, 편종과 편경이 함께 작동되는 오르겔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13년간 홍성훈의 삶과 작품 세계를 기록한 지은이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고 ‘홍성훈의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되는 그날이 오길 바란다. 아울러 그가 짓는 오르겔이 세상의 번뇌를 씻어주고 평화를 선물하는 천상의 소리가 되길 바란다. 《천상의 소리를 짓다》는 홍성훈을 응원하는 지은이의 우정의 선물이다.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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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독재 미화하는 내용을 담은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니?

박근혜 정부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과 집필진이 공개되었습니다. 역시나 집필진 31명 중에 뉴라이트 활동 이력이 있거나 박근혜 정부를 찬양하는 학자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국가의 독단에 의해 만들어진 우편향 교과서라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겁니다.


출처 - 세계일보


교육부는 28일 교육부 국정 역사교과서 특설 페이지에 현장검토본을 공개하며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혼이 비정상"인 정부가 "무당에게 홀려" 만든 교과서가 올바르다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일단 그래도 살펴보기는 해야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는지 알 수 있겠죠.





교육부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특설 페이지(교육부) : http://www.moe.go.kr/history/real_index.jsp?



국정 역사교과서는 이북 형태로 전용 웹사이트에서 받아볼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각 시도 교육청에 현장 검토본을 택배로 배포해 한 달간 각계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의견을 내려면 공인인증서나 휴대전화, 아이핀 등으로 전용 웹사이트에서 본인 인증을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참 시대에 뒤떨어진 의견 수렴 방법입니다. 이건 사람들을 귀찮게 만들어 의견을 받지 않겠다는 심보 아니면 비판하는 이의 정체를 낱낱이 파악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 아닌가 싶군요.


출처 - 세계일보


이번에 공개된 집필진을 살펴보면 참으로 가관입니다. 특히 초미의 관심사였던 현대사 집필에 참여한 학자 6명 중 역사학자는 단 한 명도 없어 실소를 자아냈습니다. 역사학자가 쓰지 않은 역사교과서라니 대체 말이 됩니까? 그나마도 현대사를 집필한 학자 6명은 경제, 법, 북한학, 정치외교학, 군사학 전공자들이라 대체 무슨 정신으로 역사교과서를 쓰겠다고 덤벼들었을까 싶은 면면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박근혜 정권은 박정희를 위해 역사 쿠데타를 일으키고 싶었나 봅니다. 현대사 집필진 과반인 4명은 뉴라이트 단체 출신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기 때문에 잘살 수 있게 되었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한 낙성대경제연구소 소장이었던 사람입니다. 이런 자격 미달의 우편향 인사들만으로 집필된 이유는 지난해 국정화 논란 당시 역사학자 대부분이 국정교과서 집필을 거부해 집필진이 급조됐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역사학자들이 집필을 거부한 역사교과서라니 감이 딱 오지 않습니까?


출처 - 연합뉴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 필진들이 제대로 된 원고를 쓰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이른바 국정교과서 대필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원래 집필진은 초고본, 개고본, 최종본 총 3번의 원고를 넘기는데 그때마다 심의를 받습니다. 이 심의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의위원들이 맡기 때문에 원래 국사편찬위원회 직원들이 간여할 여지는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국정 역사교과서는 국사편찬위원회 직원들이 초고를 거의 다시 쓰다시피 수정했다는 사실이 폭로되었죠. 지난해 국정교과서 논란으로 역사학계가 국정교과서에 부역하지 않겠다고 천명하자 시간과 인력 풀이 부족해지자 박근혜 정부가 자기들 입맛에 맞는 집필진을 모았기 때문에 집필진 역량이 상당히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초고를 받아보니 자기들이 보기에도 도저히 교과서로는 쓸 수 없는 수준의 졸문이 들어왔다고 하네요. 시간상 다시 작업할 수도 없으니 국사편찬위원회 직원들이 동원돼 대대적으로 고쳐 쓴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아무리 국정 역사교과서의 저작권이 국사편찬위원회에 있다고 하더라도 집필진이 아닌 편집진이 거의 책을 다시 쓰는 수준으로 손을 본 셈입니다. 이럴 거면 집필진은 왜 있고, 심의위원은 왜 있습니까? 국정 역사교과서는 국정 논란 이전에 교과서 그 자체로서의 질도 떨어진다는 증거입니다.


출처 - 세계일보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가 이 정도로 심각하니 내용은 더 볼 것도 없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국정 역사교과서는 건국절 타령으로 현대사를 시작합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란 표현 대신 '대한민국 수립'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대한민국 수립일을 헌법 전문에 기술된 1919년 3월 1일이 아닌 1948년 8월 15일로 왜곡한 겁니다. 이는 1919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건데요. 그렇게 되면 과거 친일 반민족행위자들은 면죄부를 받게 되어 친일 행적이 희석됩니다. 1948년 8월 15일 이전에 있던 나라는 대한민국이 아니게 되니까요. 그렇게 되면 독립운동가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나라를 위해 싸웠던 게 되고, 친일파들은 대한민국이 아닌 나라에서 부역한 셈이니 대한민국에 죄를 지은 건 아니게 되는 이상한 논리가 생기죠.


출처 - 브릿지경제


이승만, 박정희 역시 지나치게 미화됐습니다. 한미 상호방위 조약 체결의 역사적 의미나 민주화 운동은 경제, 사회 발전 과정에서 국민의 자각으로부터 비롯됐다는 표현은 일견 맞는 표현처럼 보이지만, 이승만과 박정희의 독재를 슬쩍 넘기고 사회가 그냥 발전해서 일어난 일인 양 치부하고 있습니다. 국정 역사교과서의 가장 안 좋은 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일견 말이 되는 것처럼 보이는 표현으로 학생들을 현혹하지만 실상 뜯어보면 이는 친일파에 대한 면죄부와 독재에 대한 찬양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겁니다. 마치 박근혜를 현혹한 최태민, 최순실처럼 말이죠. 참 교활하죠.


출처 -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와 교육부, 새누리당은 문제를 만들어놓고도 대한민국의 긍지를 일깨우는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학계의 권위자들, 전문가, 현장 교사들이 참여해 만든 최선의 결과물이라고 말입니다. 나라를 말아먹는 철면피들이 지금 같은 시국에서도 참 강심장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상식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국정 역사교과서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야 3당은 국정 역사교과서를 친일, 독재 미화 교과서로 규정하고 국정 역사교과서가 강행될 경우 교육부 장관 해임, 교육부 폐지 등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시민단체들도 하나같이 반헌법적 건국절 사관에 입각해 집필한 국정 역사교과서를 당장 폐기하라고 주장했습니다. 뉴라이트 역사관의 완결판 같은 역사교과서이기 때문이죠.


이뿐 아니라 일선 학교에 국정 역사교과서를 배포해야 할 전국 시도 교육감들도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서울, 경기, 광주, 충북, 경남 등 진보교육감들은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공개본에 대해 친일, 독재를 미화했다며 폐기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란 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한 퇴행적 행위이기 때문에 교육부에서 주도하는 국정교과서 검토본의 검토 과정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가가 일방적으로 주도한 역사교과서는 원칙적으로 잘못됐기 때문에 검토할 가치도 없다는 거죠. 출판계에서는 국정 교과서를 대체할 대안 교과서를 잇달아 출간하고 있습니다. 현장 교사와 역사학자 등이 모여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출판하는 등 역사 교육의 다양성만큼 출판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한편 지난 25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방침을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사실상 박근혜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며 청와대는 뇌사 상태에 빠졌음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이후 일선 학교에서 국정교과서와 검정, 대안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게 하면 어떻겠냐는 조삼모사 같은 제안 정도로 밝혀지긴 했지만, 이 역시 청와대와 조율된 것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교육부를 통제할 힘조차 없는 것이 청와대의 현실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렇게 논란이 큰 박근혜 정부 안에서도 사실상 무정부 상태로 일이 진행되다 보니 고스란히 피해는 학생들이 보게 되었습니다. 수정본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어쨌든 국정 역사교과서는 이미 국민들이 거부했고, 직접적으로는 교육감들이 배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당장 내년 학생들은 역사교과서 없이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국정교과서와 검정교과서를 혼용하거나 지난 검정 교과서를 쓰면 되지 않나 싶지만, 현재 대통령령에 국정교과서가 있을 때는 국정교과서로만 가르치게 되어 있습니다. 이러니 국정교과서를 무효화하려면 대통령령부터 바꿔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세계사를 먼저 가르치자는 방안까지 나오고 있죠.


출처 - 뉴스1


자신들의 치부 가리기와 이권 따먹기에 급급해 무리하게 진행해온 국정 역사교과서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그 동력을 잃고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습니다. 하지만 살아남은 친일 독재 세력의 생명력은 무척이나 질깁니다. 국정교과서가 실제로 사라지고, 박근혜와 이 사태의 책임자들이 처벌받는 그 순간까지 신경을 놓지 말아야겠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순간이 미래 역사교과서의 한 페이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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