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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물/한 칸의 사색14

《길문섭의 한 칸의 사색 8》 아름다운 여자 아름다운 여자 여자를 아름답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여자가 아름다운 순간은 정말 많지요. 저는 어머니가 바느질하시는 모습을 볼 때 여자를 정말로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이불 홑청 같은 흰 머리를 묶고 바느질하시던 어머니. 낮에 고된 일 때문에 힘드셨을 텐데도 밤을 꼬박 새우시면서 다음 날 입을 자식의 옷을 바느질하시던 모습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가 어른이 되어 보니 어머니처럼 밤새우며 자식을 위해 헌신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더군요. 자식들 때문에 마음이 흔들릴 때면 어머니가 밤새워 바느질하시던 그 모습을 그리면서 아이들을 향해 홀로 중얼거려 봅니다.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2011. 8. 12.
《길문섭의 한 칸의 사색 7》 감꽃 감꽃 뒤뜰에 감나무 세 그루가 있습니다. 우리가 삼 형제라서 감나무 세 그루를 심었다는 아버지... 하나는 내 것이고, 다른 감나무는 동생들 것이죠. 감나무에 하얀 눈깔사탕 같은 꽃이 피면 우리는 감나무 밑으로 달려가 꽃을 주워 먹기도 하고 꽃으로 목걸이를 만들기도 했지요. 우리 형제가 공부하고 일하느라 객지로 나간 지 몇십 년이 지난 어느 날, 문득 감나무 생각이 났습니다. 뒤뜰에 가보니 감나무는 썩어서 비들비들 곁가지만 풍성한 채 꽃 하나 피우지 못하고 담장 밑에 웅크리고 있더군요. 바라보는 내 어깨를 만지시고 아버지는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저 옆에 감나무를 하나 더 심을 생각이란다. 꽃을 보며 손자에게 말해주고 싶구나. 네 아빠가 무척 좋아했던 꽃이라고...” 2011. 7. 27.
《길문섭의 한 칸의 사색 6》 트롬본 트롬본 미국에 있는 어느 시골 마을에 서커스단이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공연을 앞두고 서커스단에서 트롬본을 부는 사람이 그만 몸져누웠습니다. 서커스단장은 고민하다가 거리로 나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 중에 트롬본을 불 줄 아는 분이 있나요? 혹시 계시면 이번 공연을 함께했으면 좋겠군요.” 얘기가 끝나자마자 한 소년이 손을 들었습니다. “제가 해볼게요.” 서커스단장은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어 소년을 와락 껴안으며 한번 불어보라고 말했습니다. 소년이 트롬본을 불자 단장의 기대와 달리 헛바람만 나올 뿐 전혀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네가 나한테 거짓말을 한 게로구나?” “아닙니다. 전 지금까지 트롬본을 불어본 적이 없지만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무모한 도전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미키.. 2011. 7. 20.
《길문섭의 한 칸의 사색 5》 돈이 필요하면 누르세요 돈이 필요하면 누르세요 모든 것이 빨라야 하고 모든 것이 돈으로 해결되는 물질만능 시대가 된 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콜럼버스가 엘도라도를 찾기 위해 배에 올랐고 그 결과 신대륙을 발견했듯이, 당신도 혹시 돈 때문에 무모한 도전을 하고 있진 않나요?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워런 버핏과 점심을 먹는 데 드는 비용이 무려 28억 원이라고 합니다. 그마저 경쟁률이 치열하다고 하니 아무리 자선경매라 한들 돈 없는 서민은 그저 멍할 뿐입니다. 돈이나 재력은 많아서 나쁠 게 없다고들 하지만, 영혼을 갉아먹는 돈에 대한 집착으로 하나밖에 없는 자신을 잃어버리는 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2011. 7. 14.
《길문섭의 한 칸의 사색 4》 문 문 사람이 사람과 만나는 일 중에 가장 어려운 일은 자신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요? 사람들은 쉽사리 마음의 문을 잠그고 맙니다. 그러나 우리가 먼저 한 발짝 다가서면 어떨까요? 닫힌 마음의 문을 먼저 열어 보이면 어떨까요? 상처가 두려워서, 꽁꽁 닫아 두는 건 자신을 구속하는 일입니다. 마음의 문을 열어보세요. 남보다 먼저 문을 열고 진심 어린 마음을 보여주세요. 2011. 7. 7.
《길문섭의 한 칸의 사색 3》지게 지게 아버지는 지게에 늘 한 아름씩 짐을 실었습니다. 지게를 지기 전에는 쓴 아리랑 담배를 입에 물고 연기를 길게 내뿜곤 하셨지요. 점차 가빠지는 아버지의 숨소리를 지게를 듣다 보면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그 마음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곤 하셨습니다. “너는 이 아비처럼 지게는 지지 마라.” 시간이 흘러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서야 알았습니다. 발끝까지 저려오는 삶이란 지게의 무거움을.... 2011.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