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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8

10월의 마지막 밤을 기다리며 읽는 시, 유하의 <당신>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이제 곧 10월의 마지막 날이 옵니다. 그날이 되면 라디오에선 어김없이 가수 이용의 이란 노래가 하루에도 몇 번씩 전파를 탑니다. 그리고 그날 밤엔 무슨 까닭인지 술을 마셔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그리움을 담은 노랫말 때문이겠지요. 10월의 마지막 밤이 오는 길목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마음을 노래한 유하의 시를 읽었습니다. 언어 기교가 뛰어나지만 그 때문에 무게감이 좀 떨어진다는 느낌을 주는 시인 유하, 하지만 그의 시에는 ‘끌림’이 있습니다. 아마도 최근 시인들이 쓴 시들이 읽기에 어려움이 있는 반면 시인 유하의 작품은 파격적인 면이 있으면서도 어렵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당신 오늘밤 나는 비 맞는 여치처럼 고통스럽다 라고 쓰다가, 너무 .. 2012. 10. 29.
슬픔마저 관조하는 시, 함민복의 <그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더위도 한풀 꺾여 곧 가을이 오려나 봅니다. 이제 좀 살만하다고 느껴야 할 텐데, 그게 아닙니다. 계속해서 오르는 물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경제위기와 관련된 불안한 소식들,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사건들만 보도하는 뉴스와 신문 때문에 국민의 속마음은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뭔가 기분 좋은 소식이 없나 싶어 눈을 굴려보지만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값 등록금 논의는 소리소문없이 증발했고, 중국과 FTA를 한다는 소식만 무성할 뿐 잘나가는 공기업을 민영화하겠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려주는 언론이 없네요. 노동자를 탄압하는 사설 용역회사의 문제, 제주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목소리와 현장의 투쟁상황을 주요 언론이 외면하는 가운데 여름이 가고 가을로 접어드는군요. 누.. 2012. 8. 20.
그리움이 남겨진 거리, 김광규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말랐던 땅에 촉촉이 비가 내렸습니다. 답답했던 마음도 조금은 풀리는 듯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비 한 방울이 절실한 실정입니다. 말로만 상생을 외치는 대기업과 정치권의 외침 속에서 중소기업과 서민의 삶은 언론조차 외면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겠다며 혁명을 외치던 세대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요? 가끔 4.19 혁명 때, 1980년대 민주화운동 때, 군사정권 이후에 왜 이 사회를 바르게 바꾸지 못했는지 원망스러운 마음도 듭니다. 젊은 날 답답한 현실 속에서 미래를 이야기하며 무엇인가 바꿀 수 있으리라고 믿었던 이들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4.19 혁명 시대와 1980년대 민주화운동 시절에 거리를 메웠던 이들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먹고살기에 .. 2012. 7. 4.
전통적 정서를 담은 詩, 정호승의 <또 기다리는 편지>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한낮의 햇볕을 피하고 싶을 정도로 뜨거운 요즘, 무더위를 식히고 마음의 여유를 되찾으시도록 정호승 시인의 라는 시를 소개합니다. 이 시는 1982년에 출간된 정호승의 두 번째 시집인 《서울의 예수》에 담겨 있습니다. 이 시집은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선물한 책이기도 합니다. 1980년대 정호승의 시에 나타난 서울은 밝은 모습이 아닙니다. 군사정권 아래서 바라본 현실이 밝을 수는 없었겠지요. 정호승의 시선은 소외되고 외로우며 하루하루 힘들게 연명하는 우리 주변 인물들을 향해 있습니다. 시인은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일상적인 언어로 표현합니다. 그래선지 더 슬프고 아프게 다가옵니다. 정호승 시인은 2009년 경향신문과 나눈 인터뷰에서 “76년 김명인·김승희·김창완 시인 등 젊은.. 2012. 6. 18.
노동자의 현실을 생각하며 읽는 시,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30일 19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총선공약 이행의 일환으로 비정규직 법안 등이 포함된 '희망사다리 12개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새누리당 진영 정책위의장은 이를 "비정규직, 중소기업, 장애인, 학생 등에게 희망을 주는 법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법안이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법안이라면 좋겠지만 그중에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은 생각할 여지가 많습니다. 이 법안의 취지는 노동법의 사각지대인 사내하청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지만 실상 속셈이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내하청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면 지금 불법인 사내하청을 완전히 없애는 방법으로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법을 만들어야지, 사내하청을 합법화는 법안을 만들어서야 되겠습니.. 2012. 6. 11.
4월 초파일에 읽는 시, 천상병의 <歸天>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4월 초파일을 맞아 천상병 시인의 이란 시를 소개합니다. 4월 초파일은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 즈음에 천상병 시인을 생각하는 까닭은 인사동 조계사 앞에 천상병 시인의 아내인 목순옥 여사가 운영하던 찻집 '귀천'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곳은 문학가와 문학 지망생이 즐겨 찾던, 작지만 유명한 문화공간이었습니다. 고통과 슬픔을 초월한 듯한 마음과 어린아이와 같은 웃음을 가진 천상병 시인은 저에겐 마치 득도한 고승 같은 이미지로 남아 있습니다. 歸 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2012. 5.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