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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에어컨 틀까 말까 고민하는 당신에게

by 생각비행 2018. 7. 27.

대서를 하루 넘긴 지난 24일 우리나라 낮 기온이 40도를 넘었습니다. 경북 영천시 신녕면과 경기 여주시 흥천면의 자동기상관측장비가 40.3℃를 찍어 그야말로 기록적인 온도를 기록한 셈입니다. 그런데 지난 26에는 경산 하양의 자동기상관측장비로 측정한 낮최고기온이 40.5℃를 기록해 이틀전 최고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이 밖에도 26일 낮최고기온으로 영천 신령 40.4℃, 대구 북구 39.8℃, 영천 화북·의성 39.4℃, 영천 39.1℃, 경산 38.4℃, 경주 38.8℃, 대구·칠곡 38℃ 등을 기록하며 대구·경북 전역이 가마솥더위로 펄펄 끓었습니다.

 

더워도 너무 덥다는 말을 달고 사는 요즘입니다. 문제는 이런 열기가 당분간 낮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북쪽의 고온건조한 고기압과 남쪽에서 올라온 고온다습한 고기압 사이에 끼어 한반도 전체에 열돔이 생성되었기 때문인데 이런 이상고온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합니다.


출처 – JTBC 유튜브


기록적인 폭염 때문에 한 백화점에서는 난간 유리를 고정하는 실리콘이 녹아내린 탓에 유리가 바닥으로 떨어져 사람이 다칠 뻔한 아찔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한 경찰서에서는 현관 유리문이 고열로 인해 깨져나가 경찰이 경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재난이라고 말할 수 있는 더위 때문에 에어컨이 있는 곳은 어김없이 풀가동하다보니 전력 예비량도 상당히 줄어들었습니다. 지난 17일부터 최대전력수요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한때 전력 예비율이 올들어 처음으로 7%대로 떨어지기도 했죠. 이에 정부는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에 전기 사용량 감축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사전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정부가 탈핵하다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둥, 정부가 몰래 원전을 재가동하기 시작했다는 둥 악의적인 왜곡 기사와 가짜뉴스를 내보내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SBS 유튜브


최대전력수요가 이틀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24일에도 여우 전력을 뜻하는 전력 예비율은 7.7%, 709만kW였습니다. 정부가 당초 이 전력 예비율을 11% 이상으로 전망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수요 예측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는데요, 예비전력은 500만 kW 이상이면 정상 단계인데 이를 웃돌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건 아닙니다. 이 아래로 떨어지면 정부는 전력 수급 비상 단계에 돌입하게 됩니다. 지금 나오는 평균 예비 전력 900만~1000만kW는 핵발전소 9기에 해당하는 전력입니다.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이하니 가동을 멈추는 공장이 많아지면 예비전력에 더 여유가 생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핵발전소는 24기인데 그중 17기가 가동 중입니다. 전체 발전량 중 약 30%가 핵발전소인 셈인데요. 최근 한국수력원자력 측이 "정비 중인 원전 2기의 재가동을 서두르고 다른 2기는 정비 시기를 미루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러자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탈원전을 외치던 정부가 급해지니 다시 원전에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정부와 한수원에 따르면 정비한 원전을 갑작스레 재가동하는 게 아니라 올초에 계획된 정비이며 탈원전은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60년에 걸쳐 노후 원전을 차근차근 정리해나가는 장기적 과정이라는 겁니다. 원전 정비 일정은 지난 4월부터 확정돼 있었기 때문에 전력수급 때문에 부랴부랴 원전에 손을 댄다는 말은 배후에 원전 마피아가 있는게 아닌가 싶은 왜곡에 지나지 않습니다.


요즘 날씨는 예비전력을 늘리자며 에어컨을 쓰지 말자고 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에어컨을 사치품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싱가포르처럼 생활필수품을 넘어 복지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목소리마저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온대에서 아열대 기후로 변화하고 있음이 확실하다는 게 학자들의 설명이기 때문이죠.


출처 - 연합뉴스


살인적인 더위가 열흘 넘게 이어지면서 전국 온열질환자가 1303명을 기록했고, 14명이 사망했습니다(5월 20일~7월 23일 기준). 숨진 환자 중에는 노약자뿐 아니라 젊은층도 다수 포함돼 이번 더위가 얼마나 지독한지 알 수 있게 합니다. 안타까운 점은 건설 노동자들처럼 이 더위에 바깥 활동을 그만둘 수 없는 취약 계층이 온열질환에 시달린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14일 청주에서는 증축 공사를 하던 용접공이 더위에 숨진 채 동료 일꾼들에게 발견됐고, 김해에서는 폭염 속에서 밭일을 하다 그대로 쓰러져 숨지는 사람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공사 현장에서 벽돌을 짊어지고 5층 계단을 오르다 온열질환으로 현기증이 생겨 추락해 숨진 사람도 있었습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노동계는 폭염으로 전국이 들끓고 있지만 건설 현장에서 정부의 폭염 안전 규칙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사실상 거의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따라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적정 휴식시간과 휴게 장소를 보장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징역 5년 이하 혹은 벌금 5000만 원 이하의 처벌을 받습니다. 폭염경보나 폭염주의보가 발생하면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날씨에도 건설 현장에서 쉴 때는 햇볕이 차단된 곳에서 쉰다는 응답이 불과 26.3%밖에 안 될 정도로 유명무실합니다. 폭염 안전 규칙을 공지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75.9%가 들어본 적 없다고 답했으니 알 만합니다. 가장 더운 시간대인 2~5시 사이 긴급작업을 제외한 작업이 중단된 적이 있냐는 질문에 85.5%가 중단 없이 일하고 있다고 답했으니 약자일수록 냉방 복지에서 더더욱 밀려나고 있는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오늘 전국적으로 구름이 많이 낀다고 하지만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 중입니다. 제12호 태풍 종다리가 일본 중부지방을 지나 동해안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폭염은 8월 중순까지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 때문에 질병관리본부는 "열사병‧탈진 등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있으니 물을 자주 마시는 등 폭염에 따르는 피해를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폭염 속에서도 사회적인 관심은 갑의 횡포, 청년 일자리 문제에 쏠려 있습니다. 정부는 올해 19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일자리 예산을 투입하며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효과로 보기에는 참담한 결과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폭이 7만 명대까지 추락했고, 청년실업률도 5월 기준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올라가는 등 각종 고용 지표가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06만 4000명으로, 1년 전보다 7만 2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는 2010년 1월 이후 8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폭이라고 하죠. 특히 신규 취업자 수는 5개월 연속 10만 명대를 맴돌고 있습니다. 그러다 지난달엔 10만 명 선마저 무너졌죠. 취업자 증가폭이 넉 달 연속 10만 명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9월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지난 경향 때문인지 지난 5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정치보복만 하고 북에 이끌려 남북 평화쇼를 한 것밖에 없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좌파 폭주를 막아달라면서 6.13 지방선거에서 투표로 심판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 결과 어떻게 되었습니까? 자유한국당은 거의 궤멸 수준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출처 - 중소기업뉴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 제조업 평균 가동률 추이를 보면 현재 일자리 문제가 문재인 정부의 실정 탓이 아님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근혜 정부 내내 축적된 문제였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죠.

 

출처 - 통계청

 

청년실업률도 문재인 정부 들어서 불거진 문제가 아닙니다. 2011년부터 2018년 현재까지 청년실업률은 꾸준히 증가하는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년들에게 중동으로 나가 일자리를 찾으라면서 헛소리를 늘어놓았죠. 해외 취업을 지원한다면서 청년들을 낚은 다음 지원도 해주지 않고 프로젝트는 흐지부지되기 일쑤였습니다. 쉬운 해고 지침을 마련해 기업들 이득만 올려주고 청년근로자를 쉽게 쓰고 버리는 자원으로 취급되게 만들었죠. 이명박근혜 시절 정권의 앞잡이였던 정치인들이 청년실업률을 들먹이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합니다.

 

출처 - JTBC

 

문재인 정부는 경호비까지 일자리 예산으로 전환하고 역대 정권 통틀어 가장 많은 예산을 청년일자리 창출에 쏟고 있습니다. 2017년에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정부 예산을 420조 원대의 슈퍼 예산안으로 편성하면서 일자리와 복지 부문에 주력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출처 - 아시아경제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 정계와 재계가 관심을 기울이고 힘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요? 가정용 전기세의 4분의 1 수준이던 산업용 전기세를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세금 폭탄이라 대응하는 기업들의 항변을 언제까지 들어줘야 하겠습니까? 이명박근혜 정권은 나라 살림을 들먹이며 폭염 속에서 에어컨 트는 것조차 국민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게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무조건 전기 아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기보다는 경제적으로 에어컨을 가동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정보가 공유되고 있습니다. 단순한 비교 같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공유하고 시민들이 판단하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이명박근혜 시대와 달리 문재인 정부 시대에는 시민들이 사고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런데도 옥탑방 살이 체험을 보여주는 식의 전시 행정에 목을 메는 정치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국민은 그보다 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을 더 쏟아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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