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재벌의 갑질, 우리의 대응은?

화병(Hwabyeong), 재벌(Chaebol)에 이어 갑질(Gapjil)도 영어사전에 등재될 것 같습니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조현아에 이어 동생 조현민의 갑질이 지난 14일 미국 《뉴욕타임스》에 기사로 났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화병을 유발하는 경제 시스템의 근원이 재벌이고 갑질을 하는 것도 재벌이니 세계화된 단어의 근간에 재벌이 있는 셈입니다.



출처 - 뉴욕타임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회사 직원에게 물병을 집어 던지고 얼굴을 향해 물을 뿌린 이른바 물벼락 갑질이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이후 추가로 공개된 녹취록을 들어보면 단순히 욕을 하거나 화를 내는 정도가 아니라 분노조절장애 이상의 정신장애가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악을 쓰며 괴성을 지릅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그간 다양한 채널로 대한항공 조씨 집안의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갑질 행태가 터져 나왔죠. 첫째인 조현아는 땅콩회항으로 유명인이 되었고, 셋째인 차녀 조현민은 이번 물벼락 갑질뿐 아니라 다른 갑질도 드러났으며, 둘째인 아들 조원태는 차선 위반으로 단속하려던 경찰을 치고 달아나다 시민들에게 붙잡힌 바 있습니다. 그는 아기를 안고 있는 70대 할머니를 밀치고 폭언한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죠. 이처럼 자식들이 콩가루 집안임을 입증했는데, 그들의 부모라고 멀쩡할 리 있겠습니까? 삼 남매의 어머니인 조양호 회장의 부인은 더 한다는 폭로가 이어졌습니다. 입에 아주 욕을 달고 살며 사람들을 무시한다고 합니다.


출처 - 한겨레


재벌 일가의 갑질에 분노한 국민들은 한진그룹 소유인 대한항공에서 '대한'을 회수하고 한진항공이라고 하게 하자거나, 조현민을 처벌해달라고 하는 청원을 청와대 누리집에 올리는 등 사회적 단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을 더 분노하게 하는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조씨 일가가 재벌이라는 배경을 이용해 온갖 불법을 저지른 정황이 드러난 것이죠. 물벼락 갑질의 조현민은 외국 국적인데도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의 이사를 5년 동안 맡아 불법 의혹이 제기되었죠. 국내 항공법상 외국 국적자는 이사를 맡을 수 없다고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불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조현민의 상속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출처 - JTBC


또한 항공사 오너 일가라는 점을 이용해 해외에서 여러 물품을 들여오며 공항 세관의 눈을 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죠. 오너 일가의 짐을 마치 승무원들의 짐인 것처럼 나눠 들고나와 대한항공 운영사무실을 통해 공항 밖으로 빼낸 건데요. 대한항공은 이를 관행이었다며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세관을 거치지 않는 건 엄연한 관세법 위반인데 이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세관 직원들에게 무료항공권이나 좌석 업그레이드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제보도 나왔습니다. 

 

심지어는 총수 일가의 화물을 항공기 부품으로 속여서 들여온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조양호는 카메라 부품과 와인, 부인인 이명희는 가구, 조현민의 경우는 애완견용 특정 브랜드 사료를 그런 식으로 반입했다고 합니다. 현행법상 수입 신고를 하지 않거나 신고를 했더라도 실제 다른 물건을 들여오면 밀수죄에 해당합니다. 원가가 5억 원 이상이면 무기징역도 가능한 중죄이며 벌금형 없이 반드시 징역형에 해당합니다. 게다가 오너 일가가 이랬으니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출처 – SBS


900명이 넘는 대한항공 직원들이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이라는 카카오톡의 오픈 채팅방에서 총수 일가의 갑질과 비리 사례를 공유하며 회사 정상화에 가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채팅방은 지난 18일 개설되었고 참가자들이 총수 일가와 관련한 폭언 녹취 파일, 갑질·폭력·부당한 업무지시, 강등·퇴사 등 부당 인사, 세관 통과·탈세·비자금, 국토교통부 관련 비리·비위 등을 제보받고 있습니다.

 

출처 - MBN

 

생각비행이 출간한 책 《갑의 횡포, 을의 일터》의 저자는 정당한 경쟁을 회피하는 재벌의 지대추구행위를 비판합니다.

 

 

내가 책에서 지대추구행위의 대상으로 주로 비판하려는 대상은 공공선택론자들이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정부가 아니다. 오히려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갑의 지대추구행위에 초점을 맞춘다. 즉 시장에서 정당한 경쟁을 통해 형성된 가격이 공공의 이익을 증대하도록 하는 대신, 기득권을 지닌 갑이 부당하게 경쟁을 회피하며 특권과 특혜를 증가시키려는 행위를 비판한다. 달리 말해, 나는 지대추구행위를 보다 넓은 의미로 해석하면서 ‘보이지 않는 손’을 방해하는 ‘보이지 않는 발’이라고 비유한 E. K. 헌트의 이해를 공유하고자 한다.

 

하청사회의 갑은 어느 날 갑자기 그 위치에 서게 된 것이 아니다. 갑의 ‘보이지 않는 발’이 남긴 발자국을 추적해 들어가면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사공영호에 따르면, 1960년대 이후 재벌, 정치인, 관료들이 ‘지대추구연합’을 형성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이 이루어졌다. 정부는 재벌을 위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에 해당하는 저렴한 금리를 제공했으며, 각종 규제를 통해 다른 업체의 진입과 경쟁을 억제하는 지원을 아낌없이 해주었다. 이처럼 오늘날 하청사회의 갑인 재벌과 대기업은 오랜 기간 정부에 의지해 막대한 지대를 획득하면서 성장해왔다. 엄청난 규모로 누적된 지대추구행위가 시간의 흐름에 묻혀 지금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토지나 토지와 유사한 성격의 영역을 선점한 지대추구행위자는 이 ‘보이지 않는 발’을 통해서 경쟁자들을 짓밟은 채 사회에 아무런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지 않고 단지 이쪽에서 저쪽으로 소득을 옮길 뿐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독점적으로 지대를 차지하는 데 들인 매몰비용을 회수하려고 하기 때문에 경제적, 사회적 순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지대추구행위가 경쟁의 규범처럼 작동하면 독점적인 지대를 차지하는 갑이 되는 것만이 중요해집니다. 대한민국에서 갑들을 지대추구행위를 통해서 아무런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지 않고, 단순히 이쪽에서 저쪽으로 소득의 이전만을 행할 뿐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재벌가의 갑질은 잊을 만하면 돌아오는 막장드라마처럼 등장해 여론의 질타를 받아왔습니다. 한화의 김승연과 그 아들이나, SK 오너 일가의 맷값 폭행 등이 사회적 물의를 빚은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런데도 재벌 일가의 갑질이 계속되는 건 철저한 단죄와 예방 조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경영 능력이 부족하고 윤리의식마저 바닥인 오너 일가가 재벌 기업을 좌지우지하도록 놔두는 건 국가 경제를 생각할 때 큰 문제입니다. 이 악순환을 끊어내는 입법과 단죄가 조속히 마련되길 바랍니다.

        
생각비행이 펴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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