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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촛불 1주년에 바라보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by 생각비행 2017. 10. 31.

지난겨울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17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전국 각지에서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 결과 지난 5월에 문재인 정권이 들어섰고, 지난 10년간 이어진 이명박은혜 정권의 적폐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1년 전 촛불집회는 경제민주화, 적폐청산, 정치개혁의 열망이 바탕이 되어 자발적으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세계가 깜짝 놀랐죠. 평화로운 시민의 연대가 얼마나 큰 힘을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민주주의의 교과서와 같은 축제의 장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촛불집회 1주년을 기념하는 집회와 행진이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열렸습니다.

출처 - 경향신문

 

촛불의 힘은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일당을 단죄했고, 재벌·검찰·국정원·공영방송의 잘못을 추궁했으며, 정경유착이 고질적인 관료집단을 향해 칼날을 겨누었습니다. 촛불의 의지를 이어가겠다던 문재인 정부 들어 이명박근혜 정권이 자행한 일들이 하나하나 밝여지고 있는데요, 이번 국감에서는 특히 공공기관의 채용비리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지난 30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 '채용 비리'에 대한 날 선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관련 조사 현황 등을 질의했고 최흥식 금감원장은 "자체 감찰 결과를 보고 받고 곧바로 검찰에 통보했다"고 답변했습니다.

 

출처 - 매일경제

 

지난 17일 국감에서 심 의원은 '2016년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 문건을 공개한 바 있는데요, 심 의원은 해당 문건에 기재된 국가정보원, 금융감독원 직원, VIP 고객 등의 자녀와 친인척, 지인들이 전부 채용됐다는 점을 들어 '특혜성 채용'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우리은행은 지난 27일 남 모 부문장(수석 부행장)과 이 모 검사실 상무, 권 모 영업본부장 등 관련자 3명을 직위 해제 조치했으나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습니다. 

 

출처 - 심상정 의원실

 

우리은행이 채용 전 과정을 외부업체에 아웃소싱하고 필기과정을 100퍼센트 전산화하겠다는 채용 프로세스 개선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 심 의원은 3명을 직위 해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려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고 하면서 채용비리 근절 의지가 부족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번 국감 이후 시중은행에 대한 전방위적인 채용 비리 조사가 본격 시행될 것이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출처 - 머니투데이

 

한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0일 국정감사에서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공공기관 전체를 책임지는 부처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책임감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사정당국 등의 주업무가 아니냐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관계부처의 협조를 구해서 발본색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국감에서 화두가 된 강원랜드의 채용비리는 이 땅의 많은 젊은이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2~2013년에 강원랜드 신입사원 최종 합격자 전원이 취업 청탁으로 합격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 수도 무려 518명으로 혀를 내두르게 하는 규모입니다. 그런데 120여 명이 625명을 청탁했는데 국회의원과 그 사촌에 기자는 물론, 노조, 교감, 스님에 이르기까지 취업 청탁에는 노사와 종교의 구분이 없었습니다.

 

강원랜드는 공공기관이기에 일반 기업보다 더 공정하고 투명하게 직원을 채용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강원랜드 채용의 경쟁률은 10대 1이었는데 이미 청탁으로 내정된 500여 명을 위해 아무것도 모르는 5200여 명이 들러리가 된 셈이었습니다. 그러니 '스펙'보다 '수저'가 더 중요하다는 시쳇말이 괜히 나온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헬조선'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죠. 좁디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오늘도 매진하는 젊은이들의 좌절감과 비애가 느껴집니다.


출처 - JTBC


《한겨레》가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13년 강원랜드 채용청탁 대상자 관리 명단에 의하면 정말 별의별 청탁자가 다 있습니다. 문체부, 지식경제부, 지역 방송사 간부, 신문사 기자, 스님, 고등학교 교감, 단골 횟집 자녀, 국회의원 사촌 동생과 심지어 동네 형님까지 정말 사돈의 팔촌까지 다 끌어모을 기세였습니다. 이를 감시하고 바로잡아야 할 강원랜드 감사위원장과 감사실장, 사외이사까지 채용 비리에 가세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출처 - 한겨레


한술 더 떠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 쪽 청탁 대상자는 11명 중 8명이 자신의 선거 지역구인 강릉 출신이었습니다. 지역구 관리를 이런 식의 비리로 하다니 과연 이명박근혜가 있던 당답습니다. 청탁 합격을 가장 많이 시켜준 사람은 당시 강원랜드 사장이던 최흥집으로 채용 규모의 절반에 가까운 256명이었고, 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이 뒤를 이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을 필두로 전·현직 국회의원 7명이 포함되었다는 게 이번 사건의 핵심입니다.

출처 - YTN

 

YTN 보도에 따르면 강원랜드 채용 비리의 몸통인 최흥집 사장이 취임한 건 2011년 7월이었습니다. 엄기영 전 MBC 사장과 맞붙은 당시 한나라당 강원지사 후보 경선에서 패한 후 석 달 만이었습니다. 이후 최 전 사장은 문체부의 허가를 받아 강원랜드의 숙원이었던 카지노 증설을 이뤄냈고, 그 결과 취임 이듬해 평소보다 5배나 많은 518명의 신입 직원을 채용합니다. 이 가운데 최 전 사장이 직접 청탁받아 채용을 지시한 사람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 267명이었고, 95퍼센트에 해당하는 250여 명이 최종합격했습니다.

 

이번 국감에선 강원랜드뿐 아니라 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 내부에서 현직 국회의원이 연루된 의혹을 받는 채용비리가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공공기관 채용비리라는 적폐의 고름이 얼마나 켜켜이 쌓여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입니다.


출처 - 한겨레


적폐청산을 염원한 촛불의 힘을 바탕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필요하면 전체 공공기관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채용비리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청탁자와 채용비리를 저지른 공공기관 임직원에 대해선 엄중한 민형사 책임과 민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당사자 역시 채용을 무효화하거나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만약 이번 같은 총체적 채용 비리가 또다시 일어난다면 해당 공공기관은 물론 이를 관장하는 주무부처까지 무거운 책임을 지우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출처 - 한겨레


이번에 드러난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어쩌다 발생한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그동안 쉬쉬했던 공공연하고 일상적인 비리가 드러난 것이라는 점에서 좌시해선 안 될 일입니다. 전·현직 국회의원을 비롯한 사회 유력 인사들의 청탁에 의해 공공기관의 채용 합격자가 좌지우지되었다는 것이니까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 속에서 이명박근혜 시절 동안 청년 실업은 최고치를 경신해왔습니다. 더는 그들에게 좌절과 배신감을 안겨줘서는 안 됩니다. 이번 사건을 비리와 특권의 고리를 끊는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일벌백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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