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독립 선언? 그것이 알고 싶다!

지난 27일 카탈루냐 자치의회가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먼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 카탈루냐 독립에 대해 마치 경상도가 대한민국에서 독립하겠다는 식의 어이없는 행동이란 느낌을 받는 분들도 계실 법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가의식 그리고 성립의 역사는 유럽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역사적으로 영토와 민족의 변화가 그리 크지 않았고 최근 600년이 넘게 국경과 민족의 변화가 없었던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은 같은 땅도 시기에 따라 여러 민족, 여러 문화권이 얽히고설켜 역사가 굉장히 복잡했습니다. 특히 스페인이 자리한 땅은 유럽 기독교권이었다가 이슬람 영토가 되었다가 수복된 곳으로, 민족적 문화적 부침이 심했죠.


출처 - JTBC

 

카탈루냐의 독립에 대한 열망은 뿌리가 깊습니다. 아라곤 왕국의 일부였던 카탈루냐는 1469년 아라곤·카스티야 왕국의 합병으로 세력이 약화된 이후 1714년 국왕 펠리페 5세에 점령되어 스페인에 귀속되었습니다. 보통 스페인어라고 하는 카스티야어는 이베리아반도 대부분을 차지했던 카스티야 왕국에서 유래한 것이죠. 하지만 카탈루냐인들은 스페인 주류인 카스티야인들과 문화·역사·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300년간 지속적으로 분리·독립을 요구해왔습니다. 1936년 스페인 내전 후 프랑코 총통의 독재 아래 카탈루냐는 여러 차례 독립운동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코는 자치권을 박탈하고 카탈루냐의 문화와 언어를 말살하려고 대대적인 탄압을 벌였습니다. 이런 역사 때문인지 자신들을 카탈루냐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스페인 사람으로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카탈루냐인들은 스페인에서 독립하든 안 하든 간에 자신들이 카탈루냐인으로 불리길 원했습니다. 카탈루냐에서는 스페인 국기보다 카탈루냐 국기를 찾는 것이 더 쉬우며, 일반 학교 수업도 스페인어보다는 카탈루냐어(카탈란)로 진행되는 경우가 더 많죠. 물론 일상어도 카탈루냐어입니다.

 

출처 - 한국경제

출처 - 서울신문

 

잠재되어 있던 카탈루냐의 독립 움직임에 불을 지핀 것은 경제 위기였습니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후 스페인의 카탈루냐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독립 찬성 여론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카탈루냐의 면적은 스페인 전체의 6퍼센트에 불과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의 20퍼센트 이상이 이 지역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카탈루냐가 스페인 중앙정부에 납부하는 세금만 매년 160억 유로(약 21조 7000억 원)에 달합니다. 지역 전체 국내총생산(GRDP)의 8퍼센트에 달하는 돈을 중앙정부에 납부하지만 정작 돌아오는 혜택은 적다는 불만이 쌓여왔습니다. 카탈루냐로서는 애초에 스페인에 속했다고 생각도 안 했고 돈도 넉넉한 데다 인구 수도 스위스와 맞먹는 수준이다 보니 독립을 못 할 게 뭐가 있느냐는 생각을 할 법합니다.

 

출처 - BBC


카탈루냐가 지난 2014년 11월 한 비공식적인 독립 투표에서 540만의 투표권자 중 200만 이상이 투표에 참여했고 지방정부는 80퍼센트가 분리독립을 지지했다고 선언했습니다. 2015년 분리주의자들이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자 이들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민 투표를 추진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는 스페인의 분리를 부정하는 스페인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에 스페인 중앙정부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맞서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지난 10월 1일 분리·독립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치렀습니다. BBC, AFP통신 등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오전 9시 투표가 시작되자마자 카탈루냐 제1 도시인 바르셀로나의 주요 투표소들에서 투표용지와 투표함을 강제 압수 조치했다고 합니다. 이날 투표소 곳곳에서 투표를 지지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했고, 경찰이 곤봉을 휘두르고 고무탄을 쏘며 강제 해산을 시켰습니다. 결과적으로 4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분리독립 주민투표는 90퍼센트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되었습니다. 하지만 투표율은 43퍼센트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에 독립에 반대하는 카탈루냐 시민들이 투표 자체를 보이콧했다는 분석도 나와 주민투표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점도 있었습니다. 

 

결국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추진하던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독립 절차를 잠정 중단하고 스페인 정부에 대화를 요구하고 나서게 됩니다. 그 배경에는 카탈루냐 중심도시 바르셀로나에 본사를 둔 기업들의 엑소더스(탈출)가 있었습니다. 스페인 증시의 아이벡스(IBEX)35지수를 구성하는 핵심 대기업 가운데 7곳이 바르셀로나에 본사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 기업이 카탈루냐 지역의 부와 힘의 원천이며 일자리도 여기서 나옵니다. 그런데 카탈루냐가 독립 움직임을 보이는 와중에 6개 대기업이 본사 이전을 결정했습니다. 무엇보다 카탈루냐 최대 은행이자 스페인 3위 은행인 카이사방크가 발렌시아로 본사를 옮기기로 한 소식은 이 지역 기업과 주민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또한 카탈루냐 2위 은행인 방코 사바델도 이전 결정을 내리면서 카탈루냐 경제는 크게 흔들렸습니다.

 

출처 - 한국경제

 

결국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10일 밤(현지시각) 자치의회 연설에서 "카탈루냐와 스페인 간 관계 재정립을 위해 대화가 필요하다"며 의회에 "독립 승인 절차를 몇 주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소라야 사엔스 데 산타마리아 스페인 부총리는 이날 "민주주의자 간 어떤 대화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혀 사실상 타협의 여지가 없음을 시사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스페인 중앙정부와 카탈루냐 자치의회가 대립하던 와중에 결국 지난 10월 27일(현지시각) 카탈루냐 자치의회 의원 135명 가운데 야당 의원 50여 명이 퇴장해 82명만으로 치른 표결에서 70명 찬성, 10명 반대, 2명 기권의 결과가 나와 카탈루냐 자치의회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선포했습니다. 카탈루냐 의회의 독립선포안이 가결되자 분리독립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환호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출처 - YTN

 

이 소식을 접한 스페인 상원은 찬성 214명, 반대 47명, 기권 1명의 결과로 헌법 155조 발동과 이에 따른 정부의 조치를 승인하기에 이릅니다. 스페인 헌법 155조는 자치정부가 헌법을 위반하고 스페인의 공공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경우 중앙정부가 자치정부를 상대로 자치권 몰수를 포함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다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죠. 상원의 승인을 얻은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긴급국무회의를 소집해 카탈루냐 자치 수반과 각료들을 해임했습니다. 아울러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함께 자치의회도 해산한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카탈루냐 지방의회를 구성하기 위한 조기 선거는 12월 21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출처 - YTN

 

 스페인 정부는 앞으로 카탈루냐 자치경찰 지휘권을 빼앗고, 자치정부 청사 건물, 금융과 IT 기반시설, 공영 TV와 라디오 방송사를 접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수반은 반역죄로 최장 30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고 하죠. 그러나 카탈루냐 자치정부 공무원 20만여 명과 산별 노조, 독립파 시민들은 중앙정부에 맞서 강력히 저항할 분위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 정부가 카탈루냐에 공권력을 투입한다면 최악의 유혈충돌 국면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출처 - AFP 연합뉴스

 

카탈루냐는 독립을 원하지만 세계정세는 스페인 중앙정부를 지지하는 추세입니다. 유럽연합(EU)은 27일 카탈루냐 자치 의회가 독립국선포 안을 가결한 데 대해 일방적인 분리독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스페인 중앙정부가 우리의 유일한 대화 상대"라고 천명한 겁니다. 최근 영국이 EU 탈퇴 선언(브렉시트)을 한 마당에 카탈루냐의 분리독립까지 이뤄지길 바랄 리 없겠죠. 스페인은 EU에서 다섯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크고 EU 전체 인구의 9퍼센트를 차지하는 주요 국가입니다. 이에 따라 EU는 카탈루냐의 독집이 향후 EU 통합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태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27일 "카탈루냐는 스페인의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라며 나라를 통합된 상태로 유지하려는 스페인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미 국무부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인 스페인과의 위대한 우정과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향유해왔다"며 "두 나라는 공유하고 있는 안보와 경제적 우선 사항들을 진전시켜 나가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독일도 "이런 종류의 독립선언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스페인 정부 편들기에 나섰습니다. 독일 정부의 스테픈 자이베르트 대변인은 "스페인의 주권과 영토의 통합은 침범할 수 없다"면서 "카탈루냐에 의한 일방적인 독립은 이런 근본적인 원칙을 훼손한다"고 말했습니다. 스코틀랜드로부터 분리독립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도 카탈루냐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메이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영국은 카탈루냐 자치의회의 일방적인 독립선언을 인정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카탈루냐의 독립선언은 스페인 법원에서 불법으로 규정한 주민투표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세계 주요국이 카탈루냐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 상황에서 카탈루냐가 독립을 고수할 경우 경제적 고립을 초래할 위험도 큽니다. 카탈루냐의 독립 선언이 있기 전인 지난 23일(현지시각) 카타루냐주 주요 기업협회는 중앙정부와 자치정부 간 갈등으로 인해 지역 사회와 경제의 혼란 장기화를 경고한 바 있습니다. 협회는 자체 웹사이트에 공개한 성명에서 "카탈루냐에서 지배권 부재, 사법체제 불확실성, 대중의 소요사태가 벌어지는 극적인 상황이 계속되는 시기가 전개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할 경우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며 "특히 지역 경제와 일자리 측면에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협회는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조기 지방선거가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죠.

 

출처 - 뉴스1


카탈루냐의 독립 선언은 쿠르디스탄, 스코틀랜드 등 세계 여러 국가에 영향을 끼치게 될 전망입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에서 카탈루냐 독립 선언이 앞으로 어떻게 귀결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과연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스페인 중앙정부의 대립은 역사 속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요?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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