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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몰카 범죄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려면

by 생각비행 2017. 5. 3.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찰칵 하는 셔터음이 나 부담스러울 때 있으시죠? 조용한 레스토랑 안에서 음식 사진을 찍을 때나 사진 촬영이 가능한 미술관, 박물관에서 셔터음이 새삼 크다는 생각도 듭니다. 스마트폰에 카메라 기능이 있으니까 셔터음이 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젊은층도 있겠지만, 사실 그건 옛날 기계 카메라 시절의 얘기죠. 스마트폰 카메라는 원래 그런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 녹음된 셔터음이 재생되는 것일 뿐입니다. 사실 전화기에서 셔터음이 나는 건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뿐입니다. 같은 삼성, LG 스마트폰이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출시되는 폰은 셔터음이 나지 않죠.

 

우리나라 스마트폰에서 카메라 기능을 쓸 때 셔터음이 나는 것은 법으로 이를 강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몰카 방지'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일상 필수품인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이 몰카에 사용될까 법으로 셔터음을 강제할 정도로 우리 사회가 몰카 방지에 민감하다면, 왜 일상생활에서 쓸 일이 없어 보이는 진짜 몰카는 아무런 제재 없이 아무에게나 팔리고 있는 걸까요?


출처 - 허핑턴포스트


지난달 31일 걸그룹 여자친구의 팬사인회에서 소란이 있었습니다. 팬사인회에 이른바 몰카 안경을 쓰고 참석한 남성이 걸그룹 멤버에게 걸린 거죠. 연예인으로서 수많은 카메라 샤워를 받는 입장이겠지만 최소한 그건 자신이 찍힌다는 걸 자각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아무리 연예인이더라도 자신이 카메라에 노출되어 있다는 감각도 없이 몰래 찍히는 건 인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근거가 희박한 꼬투리를 잡아 많은 음식점을 망하게 한 〈먹거리 X파일〉도 이런 몰카 안경을 쓰고 무리한 취재를 한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출처 - 경향신문


기술이 발달해 몰카용 장비를 육안으로는 식별해내기가 어려울 정도로 정교해졌습니다. 이미 논란이 된 안경 모양은 물론 자동차 키홀더, USB, 만년필, 라이터, 넥타이 단추 같은 형태의 초소형 위장 카메라를 10만 원대부터 비싸야 40만 원 정도면 살 수 있습니다. 문제는 누군가의 삶을 망가뜨릴 수 있는 몰카에 대한 관리나 제재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세운상가 등 몰카 장비 관련 전문가들도 소리나 영상을 실시간 전송하는 송수신기가 달려 있다면 모를까, 초소형 몰카로 상대방이 지금 나를 찍고 있는지는 그 자리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단언합니다. 더구나 몰카를 파는 사람들은 이용 목적을 확인하지 않습니다. 암묵적인 금기사항이랍니다. 괜히 손님 비위 상하게 해서 물건을 못 팔면 손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요. 요즘 같은 인터넷 환경에서는 몰카를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마음껏 살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일상을 망가뜨리는 '스토킹'에 이어 성행위 촬영물을 복수할 목적으로 유포하는 '리벤지 포르노'마저 횡행하는 세상입니다. 그러므로 몰카를 일상적으로 팔고 살 수 있게 하는 것은 구매자의 양심에만 기대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총을 무제한으로 파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위험한 일입니다. 몰카와 리벤지포르노의 메카로 십수 년을 끌어온 소라넷이 지난해에야 겨우 사라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사람들의 양심에만 기대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이 아닐까요?


출처 - 한국일보


몰카가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자 국회는 디지털 성폭력 고발단체인 디지털성범죄아웃(DSO)이 시민입법플랫폼 국회톡톡에 제안한 몰카판매금지법을 정식으로 검토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진선미 의원과 남인순 의원이 입법화를 검토 중입니다. 이 법은 몰카 구매에 대한 전문가 제도 마련, 몰카 구매자 관리 시스템 도입, 전문가 외 몰카 소지 불법화, 경찰의 디지털 성범죄 인식 개선 의무교육 등을 제안해 일주일 만에 1만 5000여 명의 시민이 지지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지난해 강남역 살인 사건 같은 여성 혐오 범죄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 하는 분석입니다. 

 

현 20대 국회 출범 1호 발의 법안도 스토킹 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이었습니다. 벌금 10만 원에 불과한 스토킹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으로 개정하려는 겁니다. 또한 현재 명예훼손죄로만 다뤄지는 리벤지 포르노도 성폭력으로 처벌토록 하는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 법률안도 발의된 상태입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몰카 야동이 피해자에 대한 인격 살인이라는 걸 비춰보면 당연한 개정입니다.


출처 - 채널A


그런데 너무나 당연한 이런 법안들이 무사히 통과되어 공포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우리 각자의 인식 개선과 제도 개선도 필요하겠지만, 돼지 발정제를 이용한 강간 모의를 젊은 시절의 치기와 추억으로 치부할 정도로 성범죄에 대한 개념과 젠더감수성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현실부터 돌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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