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재물/도서비행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과 같은 '탐사보도'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by 생각비행 2010. 12. 10.
안녕하세요. 생각비행입니다. 저희는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을 출간한 이후 여러분께 '탐사보도'라는 분야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그와 관련하여 몇 개의 포스팅을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탐사보도'에 대한 개념과 역사에 대해 소개하지 못해 아쉬웠는데요, 이에 '탐사보도'의 정의와 역사에 대해 여러분께 소개하는 포스팅을 연재할까 합니다. 이번 연재물을 통해 '탐사보도'가 어떤 것인지 한번 돌아보시고 그러한 보도 방식의 완성에 큰 공을 세운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을 여러분이 더욱 쉽게 이해하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탐사보도의 시작

퍼블릭 어커런스 - 출처 : 위키피디아

오늘은 첫 번째 포스팅으로 탐사보도의 정의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탐사보도'라는 개념은 어디서부터 출발했을까요? 탐사보도라는 개념은 미국 언론에서 처음 정의 내려진 보도양식이라고 합니다. '탐사보도(Investigative Reporting)'- 사전에는 '진상조사보도'라고 게재된 이 보도 양식은 미국의 사회 발전과 무관하지 않다고 하는군요. 그럼 미국에서 시작한 탐사보도는 어떤 전통을 거쳐 발전해 나갔을까요?  (미국이란 나라가 이민자들, 특히 상업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에서 발전한 나라이다 보니 ) 미국의 탐사보도는 영국 식민지 시대인 16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1690년은 미국에서 신문의 형태가 나온 시기이기도 합니다.
1690년 9월 25일 발간된 《퍼블릭 어커런스Publick Occurrences》라는 인쇄물에서 '프랑스와 영국의 동맹', 그리고 영국이 '인디언을 잔인하게 대우'하는 내용을 보도했다고 합니다. 《퍼블릭 어커런스》는 미국 최초의 신문이었으나 창간호를 끝으로 나흘 만에 폐간이라는 불운을 맞습니다.


탐사보도의 정의(미국)

이렇게 시작한 '탐사보도'는 오늘날에 이르게 되는데요, 그렇다면 미국에선 '탐사보도'에 대해 어떻게 정의를 내리고 있을까요? 아직도 미국에선 '탐사보도'에 대해 확실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탐사보도만 50여 년간 연구했다는 스테인(Stein, 1979)이란 사람조차  “미국에서 탐사보도에 관한 연구가 개념상의 혼란으로 일관성이 결여돼 있다”면서 “새로운 연구 결과나 발견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탐사보도에 대한 정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탐사기자 및 편집인협회(Investigative Reporters and Editors, IRE 1983)'가 내린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숨기고 싶어하는 사건이나 정보를 찾아내 보도하는 것’
㉠ 기자 주도하에 정보를 찾아내고
㉡ 독자들이 알아야 할 스토리를 갖춰야 하며
㉢ 누군가가 독자들로부터 사건을 숨기려는 의도를 파헤치는 것

'특정 개인·집단이 숨기고 싶어하는 사건이나 정보'라는 것은 대부분 불순한 의도가 많을 것입니다. 사실 불순한 내용이 아니라면 숨길 이유도 없겠죠. 이렇게 개인이나 집단이 '사건'이나 '정보'를 숨김으로써 피해를 받는 사람이 생기겠죠. 이에 탐사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기자는 스스로 정보를 찾고, 이를 독자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로만들어야 하며, 왜 그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사건'과 '정보'를 은폐하려 하는지에 대한 의도를 파악하고 독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야 합니다. 마치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이 존 데이비슨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이 행했던 '트러스트'의 부적절함을 세상에 널리 알린 것과 같은 보도 일입니다.

미국 탐사기자협회(http://www.ire.org/)


이러한 미국의 탐사기자 및 편집인협회의 정의에 '프로테스와 그의 동료(Protess et al., 1991)'는 좀 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이들은 “국민의 공분을 일으키는 폭로저널리즘”이라면서 “세밀하고 분석적이며 때때로 지루하게 인내를 필요로 하는 취재과정을 거쳐 권력자의 부정부패나 사회비리를 파헤친다. 나아가 국민여론을 형성하고 사회정의를 위해 정책의 변화를 유도한다”고 탐사보도를 규정합니다. 이들은 개인, 작은 단체뿐 아니라, 거대한 개인인 권력자, 그리고 국가라는 거대한 단체의 정책 변화까지도 바꿀 수 있는 것이 '탐사보도의 힘'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이들은 탐사보도가 갖춰야 할 세 가지 조건도 함께 말했는데요, 그 조건은 아래와 같습니다.

탐사보도가 갖춰야 할 세 가지 조건
㉠ 보도에서 목표로 삼는 악역(Villian), 고발대상
㉡ 고발대상이 만들어낸 피해자
㉢ 보도를 통해 악역을 처벌하고 사회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조건

보도에서 목표로 삼는 악역(Villian), 고발대상은 인내하며 세밀하고도 분석적으로 파고들어야 할 대상이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의 경우엔 고발대상이 스탠더드 오일이었습니다. 그녀는 오랫동안 스탠더드 오일를 세밀하고도 분석적으로 파고들었기에 《매클루어 매거진》에 〈스텐더드 오일의 역사〉라는 폭로기사를 게재할 수 있었습니다.

고발대상이 만들어낸 피해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고발대상'으로 하여금 개인이나 혹은 사회 전체가 피해를 보았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맷값' 최철원 사건의 경우, 〈시사매거진 2580〉에서 폭행당한 피해자 유모 씨의 진술이 있었고, 사회 전체가 재벌의 횡포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도를 통해 악역을 처벌하고 사회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조건은 '탐사보도'를 통해 밝혀진 사실을 토대로 사회정화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로 사람들은 촛불을 들었고, 그 결과 이번 한미FTA에서도 쇠고기는 논의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물론 현재 한미FTA의 흐름은 결과를 알 수 없는 길로 흐르고 있습니다만....)

탐사보도의 정의(한국)

그렇다면 한국에선 '탐사보도'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요?

'탐사보도'라는 보도양식이 미국을 시작으로 발전해왔고 방송양식이나 학문적 성과에도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사회고발 프로그램의 전성시대를 연 〈추적 60분〉은 미국 CBS의 〈60 Minutes〉를 거울삼아 만들었다고 합니다. 한국 학자들은 탐사보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사회의 부정부패와 비리비행을 폭로 고발하는 내용의 프로그램 -  안광식(1984)
정부나 사회의 부정부패, 비리, 위선 등을 파헤쳐 폭로, 고발하는 보도 - 차배근(1986)
기자 자신이 적극적으로 조사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사회의 부정을 캐내어 폭로하고 또 고발하는 보도 - 팽원순(1984)

위의 정의를 근거로 한국 학자들도 세 가지 조건을 이야기했는데요, “첫째,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악역이 존재한다. 둘째, 악역의 행위로 빚어진 피해자는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수많은 국민을 대표해야 한다. 셋째, 탐사보도를 통해 이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행정조치가 뒤따라야 하며 사회개혁을 이룰 수 있는 실마리가 제공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프로테스와 그의 동료가 이야기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하네요.


이를 근거로 한국에서도 '탐사보도' 저널리즘이 발전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추적 60분>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알려지지 않은, 혹은 숨겨지고 은폐된 '진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것이 잘못된 것이고 부당한 것이라면 시정되도록 노력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선 본격적으로 미국의 탐사보도의 흐름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작은 신문에서 시작한 미국의 탐사보도가 어떻게 발전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네요. 그 가운데 생각비행이 주목한 여성 저널리스트,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에 대한 언급도 있을 듯합니다. ^^

참고문헌 : 《TV 고발뉴스 제작의 실제》(김문환 저, 커뮤니케이션북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