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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보도

실종된 김 군이 IS로 간 이유는?

by 생각비행 2015. 1. 23.

프랑스 언론 《샤를리 에브도》를 향한 총기 난사 테러로 이슬람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때, 터키에서 실종되었다고 알려진 김 군이 자발적으로 IS(이슬람국가)에 투신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경찰은 21일 발표에서 단순 실종이나 납치 관련성은 현재까지 없어 보이며 김 군이 자발적으로 IS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까지 이슬람 테러는 우리나라 같은 극동 아시아와는 다소 동떨어진, 서방의 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속한 세계에 영향을 미칠지언정 우리 국민이 직접적인 테러의 공격 대상이 되거나 그런 테러에 우리나라 국민이 가담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2004년 6월 22일 이라크 무장 단체에 납치되어 3주 만에 피살된 김선일 씨 사건 정도가 우리 사회에 충격을 안긴 적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새해 벽두부터 한국 소년이 IS에 스스로 가담하겠다며 시리아로 떠났다는 다소 황당한 뉴스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김 군에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출처 - SBS



터키에서 시리아로 넘어간 김 군의 행적


김 군은 동행자인 40대 홍 씨와 함께 1월 8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남부 도시인 가지안테프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여행객은 잘 가지 않는 곳이라고 합니다. 김 군과 홍 씨는 여기서 하룻밤을 묵은 후 9일 아침 터키 국경 근처 도시인 킬리스로 이동해 호텔에 묵었다고 합니다. 다음 날 아침 김 군은 홍 씨를 남겨두고 배낭을 멘 채 사라졌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터키 경찰이 확보한 CCTV 자료에 의하면 김 군은 아랍계 남성의 손짓을 따라 저항 없이 시리아 번호판을 단 차량에 올라탔다고 합니다. 수사 결과 이 차량은 불법 영업 택시였음이 드러났습니다. 운전사를 조사한 경찰은 김 군이 킬리스에서 18킬로미터 떨어진 베시리에의 시리아 난민촌에서 내렸으나 그 이후 행적은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김 군이 이전에 트위터에 올린 기록을 살펴보면 자진해서 IS를 찾아간 것이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은둔형 외톨이였던 김 군의 극단적 선택


18세 김 군은 초등학교를 나온 뒤 은둔형 외톨이가 된 학업 중단자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부모와의 관계도 깊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김 군이 책상 위에 남긴 'joint IS'라는 메모의 내용처럼 가족과도 쪽지로 소통하는 경우가 잦았다고 합니다. 경찰이 김 군의 통신 내역을 분석한 결과를 봐도 대부분 동생과 통화한 것뿐이라고 합니다. 가족 중에서 대화의 상대가 동생 정도밖에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가뜩이나 일탈을 꿈꿀 질풍노도의 시기에, 사회로부터 스스로 격리된 삶을 살았던 김 군으로서는 제대로 된 관계 맺기가 어려운 일이었을 겁니다. 배울 의지도 없고 가르쳐줄 사람도 없었겠지요.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만으로 접한 세상을 통해 IS에 매혹되어 거기에 가담하려고 시도하는 동안, 이를 말릴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출처 - SBS


김 군의 트윗 내용 때문에 페미니스트가 싫어 IS에 가담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으나 사실 그건 김 군이 비뚤어지기 위한 자기 합리화에 가까운 얘기였을 겁니다.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는 사이 자존감이 낮아진 상태에서 일베 등의 누리집을 통해 여성 혐오 관련 정보를 습득한 결과 나름의 마초 의식 등이 섞여서 튀어나온 내용 정도였겠지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자면 탓할 대상이 필요했는데, 대부분 그러하듯이 아마도 만만한 여성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김 군의 경우 주위에 불만을 토로하거나 마음을 나눌 대상이 없었기에 극단적인 선택을 따라 IS에 가담한 것 같습니다.



18세 소년의 테러 가담을 막지 못한 어른과 사회


정작 문제는 테러의 전문 기술이 없는 18세 소년이 세계를 위협하는 무장 테러 단체에 가담을 시도하기까지 그 누구도 제지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주변 어른들부터 국가와 사회조차도 말이죠. 이는 세월호 이후 불거진 우리 사회 시스템의 마비와도 연관이 없지는 않을 겁니다. 현재 밝혀진 정황만 봐도 그렇습니다.


출처 - MBN


김 군과 동행한 40대 홍 씨는 방심하다 일을 크게 만들었습니다. 김 군 부모가 다니는 교회 목사가 소개해준 인물로 알려진 홍 씨는 아이를 홀로 여행 보내면 무슨 일이 생길까 싶어 김 군 부모가 동행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는 김 군이 가지안테프 이후 어디로 갔는지 알지도 못하고 있었으며 킬리스 호텔에서 같은 방을 썼음에도 사라진 김 군을 찾으려 하지 않다가 오후가 돼서야 호텔 직원에게 경찰로 신고를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홍 씨는 터키어는 물론 영어도 제대로 하지 못해 호텔 직원과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시간만 흘려보냈다고 합니다.


다음 날인 11일 홍 씨는 호텔 직원에게 부탁해 주 터키 대사관과 주 이스탄불 영사관에 전화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휴일인 일요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대사관과 총영사관 측은 일요일 등 휴일은 당직 전화로 자동 연결되는 시스템이 있다고 해명했지만, 왜 연결이 안 되었는지는 이유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도연 주연의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이 묘사하다시피 해외에서 한국 대사관의 보호를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힘든가 봅니다. 오죽하면 한국인 여행객 사이에선 외국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한국 대사관 말고 미국 대사관으로 호소하라는 말까지 나오겠습니까? 결국 월요일인 12일이 되어서야 홍 씨의 실종신고를 받은 대사관은 13일에 현지로 직원을 파견했습니다. 김 군이 사라진 뒤 3일이나 지나서야 행방을 추적하기 시작한 셈입니다.



출처 - 연합뉴스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 당국도 안이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 정부는 IS 가담 가능성이 있는 용의자 명단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터키 정부는 자국이 외국 테러 전투원의 IS 가담 경로로 활용되자 각국에 용의자 명단을 공유해 입국 과정에서 적발해 추방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로부터는 들어온 정보가 없었다고 합니다. 김 군은 석 달 전부터 자신의 트위터 등에 공개적으로 IS에 가담하는 방법을 물어보고 다녔는데 우리 정부는 종북몰이에만 바빴는지 이런 이상 징후를 감지조차 못한 셈입니다.



테러는 이제 남의 나라 일 아냐



출처 – SBS


만약 이 상태로 김 군이 IS에 합류해 테러에 가담하게 된다면 후폭풍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IS에 가담한 82개국 출신자의 국적은 일본을 포함해 아시아 10개국에 이른다고 합니다. 김 군이 IS에 가담한 사실이 유튜브 등을 통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그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첫 국제 테러리스트로 기록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테러와 관련된 법이 없습니다. IS를 테러 조직으로 규정할 법적 근거조차 없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가담한 행위 자체만으로는 처벌이나 규제가 힘든 상황입니다. 여행금지 지역인 시리아를 허가 없이 불법 입국했으니 여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는 있겠지요.

 

현 상황에선 추후 일어날 일을 추정하기보다는 김 군이 그냥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랄 뿐입니다. 한순간의 일탈이든 해방감을 맛보기 위해서 저지른 일이든 간에 마음을 고쳐먹으면 좋겠습니다. 김 군 어머니의 인터뷰처럼 이 모든 일이 오보였으면 합니다.


출처 - 한국일보


작년에 IS 대원과 결혼하겠다며 시리아로 들어간 철없는 10대 딸을 어머니가 잠입 끝에 구출해낸 일이 있었습니다. 또한 영국에서는 터키로 봉사활동을 갔다 IS에 가담한 아들을 아버지가 설득 끝에 구출해 세계적인 화제가 된 적도 있었지요. 한편 이웃 나라 일본은 IS에 붙잡힌 일본인 인질 2명을 놓고 곤경에 처한 상황입니다. 김 군의 일이 어떤 사회적 파문을 일으킬지 걱정스럽습니다.


"나라와 가족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

 

김 군이 한국을 떠나기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김 군은 학교폭력에 시달렸지만 교육 당국이나 주변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김 군이 초등학교 시절 심각한 학교폭력에 시달려 6학년 한 해 동안만 학교를 세 번 옮겼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래집단을 통해 사회성을 키우는 청소년기에 폭력을 경험한 학생을 사각지대에 방치하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어른과 사회의 책임을 통감합니다.

 

 

생각비행이 출간한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의 저자인 김용택 선생님은 40년 가까이 교직 생활을 하는 동안 잘못된 교육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전교조 활동, 방송 출연 및 제작, 신문 논설위원 등으로 온몸을 던진 분입니다. 정년퇴임을 한 이후에도 학교에서 못다 한 얘기를 전하기 위해 블로그를 통해 교육 개혁을 외치고 있습니다. 김 군의 이야기가 언론에 회자하는 동안 김용택 선생님의 글을 꺼내어 다시 읽었습니다.    

 

사람이 사람다워지게 하는 교육은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별하고 사리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가르쳐 적응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류대학에 입학시킨다는 명분으로 학교가 정작 가르쳐야 할 교육을 포기한 채 진학에 필요한 지식만 가르치다 보니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을 하다 잘못되면 원점으로 돌아가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노력은 하지 않고 온갖 해법만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이 한평생 살아가는 동안 그렇게 많은 지식이 필요한 게 아닌데, 모든 지식과 기술을 다 통달해야 할 필요는 없는데, 남보다 하나라도 더 알면 훌륭한 사람으로 대접받다 보니 전인(全人) 인간이 아니라 만능(萬能) 인간이 되려고 욕심을 부리고 있다. 더 좋은 집, 더 멋진 옷, 더 맛있는 음식, 더 화려한 생활…. 그러다 보니 사람까지도 물질적인 가치에 기준을 두고 서열을 매기고 있다.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 과연 안전하고 행복하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일까? 이대로 가면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만족하는 세상을 만날 수 있을까? 실타래처럼 꼬이기만 하는 세상에 살다 보니 산다는 게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목적으로 뒤바뀌어가고 있다. 성공을 위해, 출세를 위해, 행복한 삶을 찾기 위해 정작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리고 사는 건 아닐까?


살아가는데 그 많은 지식이 다 필요한 게 아닌데, 그 많은 돈이며 재산이 다 필요한 게 아닌데, 욕심을 채우기 위해 낭떠러지로 내달리는 만용을 부리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가야 할 길이 있고 가서는 안 되는 길이 있다. 그런데 방향감각을 잃고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 정작 더 무서운 건 방향감각을 잃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사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왜 사는지,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고 목적 없이 달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은 불행한 사회다. 내일이 없는 사람들이 누리는 행복이란 공허할 뿐이다. 살면서 가끔은 뒤돌아볼 줄도 알아야 하건만 막연한 내일을 위해 오늘을 저당 잡혀 사는 사람이 많다.


이유 없는 죽음이 없다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이유가 다양하다. 출세하기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 행복을 얻기 위해서…. 그런 과정에서 잃어버린 자아와 철학과 믿음과 신용을 어떻게 보상받으려 하는가? 안타깝게도 그들은 인생이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살아가고 있다. 과정이 끝나면 끝나는 게 인생인데 한순간을 위해 모든 세월을 팽개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부모와 대화할 시간도 없이 학원으로 학교로 내몰린 아이들, 사랑보다 경쟁을 먼저 배우고 믿음보다 미움을 먼저 알아버린 아이들, 자신만이 최고요, 자신을 위해 부모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안하무인인 마마보이로 자란다. 부족한 것 모르고 자란 아이들이 어떻게 남의 고통을 알 수 있겠는가? 그런 아이들 머리에 지식만 집어넣는다고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겠는가?

_《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중에서

 

IS를 선택한 김 군의 행동 기저에, 젊은이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모는 그리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때 제대로 막지 못하는, 병든 한국 사회 시스템이 있는 것 같아 착잡합니다. 김 군의 사례는 극단적이긴 하지만 우리 청소년들이 미래를 비관하는 인식이 어른들의 일반적인 생각보다 아주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라고 봐야 할 겁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느끼는 행복의 정도는 OECD 회원국 가운데 6년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하지요. 지금 여러분의 자녀, 조카, 동생, 손자, 손녀는 행복한가요? 교육은 백년의 큰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교육의 현실을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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