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재물/도서비행

김대중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식 현장 스케치

by 생각비행 2010. 8. 19.

2010년 8월 18일 국립 현충원에서 거행된 김대중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도식에 생각비행이 다녀왔습니다. 전날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 문화제처럼 추모하고 싶었지만 평일 아침에 거행된 행사라 참석할 수 없었던 많은 분을 위해 현장을 스케치해 봅니다.


이미 현충원 앞에는 경찰차와 전경 버스가 주루룩 늘어서 있었습니다. 추도를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이니 질서 유지를 위해 출동한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만...... 전날 추모 문화제 때처럼 믿음보단 위협이 느껴지는 세태가 아쉽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도식은 18일 오전 10시 묘역이 있는 국립 현충원에서 거행되었습니다. 추모 문화제 떄와 마찬가지로 시사 만화와 헌시들이 주차장 입구에 늘어서 있었습니다.


추도식장으로 다가가자 추도식 조총(銃)을 위해 도열한 의장대가 보였습니다. 묵념 중 오랜만에 들은 총소리는 생각보다 더 커서 깜짝 놀랐고, 뒤이어 매캐하게 날아오는 화약 냄새가 전쟁 위협이 높아지는 요즘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화환들도 많이 늘어서 있었는데...... 전두환과 노태우까지 화환을 보냈을 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전두환의 화환에는 제12대 대통령이란 문구까지 뻔뻔하게 들어가 있더라고요. 이미 전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는 국가 반란에 대한 재판 이후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뻔뻔히 대통령이란 호칭을 쓰다니 염치도 없는 것 같습니다-_-++




추도식은 간결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인사 말씀과 김대중 대통령의 업적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했으며, 고은 시인의 추모시로 가사를 붙인 김대중 대통령 추모의 노래가 울려퍼졌습니다. 그리고 영부인이셨던 이희호 여사께서 김대중 자서전을 헌정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것으로 추도식이 다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언덕 위에 있는 김대중 대통령의 묘소에서 헌화와 참배를 드리는 순서가 남아있었어요. 올라가면서 김대중 대통령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하셨다는 생각에 코가 시큰해 졌습니다.


묘역으로 올라가는데 대부분의 차들은 예의를 지켰지만 어떤 한 차가 현충원 안에서 빵~ 하고 경적을 울리더군요. 사람들이 한꺼번에 이동하다보니 길이 좁아져서 그랬나 봅니다. 체어맨을 타신 걸 보니 높은 분 같은데 그런 상식없는 짓을 하시다니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같이 거창한 낱말을 이런 기초 상식에까지 끌어 와야 할까요?


힘겹게 올라가다 보니 이렇게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표지판이 생각비행을 안내했습니다. 아마도 이래서 김대중 대통령이 국립 현충원에 안장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1주기에 앞서 한겨레 13일자에 난 이번엔 '봉하 물' 들고 광주까지 걸어요 - DJ 서거 1돌 두 대통령 영정 들고 300km 답사 이창희씨(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434971.html )의 사연을 봐도 목적지에 국립 현충원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1주기를 추모하며 5.18 민주묘지와 옛 망월동 묘역에 봉하마을 계곡물을 뿌릴 것이라고 합니다.

《사랑의 승자》의 저자이신 오동명 선생님께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박정희와 나란히 묻혀 있는 김대중 대통령이 국립 현충원이란 감옥을 나와 국민 가까이에 묻혀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셨는데, 그분 이외에도 국립 현충원 깊숙한 곳에 잠들어 계시다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계신 분이 적지 않은 모양입니다. 자격 문제가 아니라 더 국민들 가까이서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일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묘역에 도착하였습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통일에의 희망이 무지개같이 떠오르는 나라를 만들 것입니다. 라는 그분의 포부가 새겨진 돌이 눈에 들어오네요. 그 정의의 강물이 거꾸로 흐르려 하는 이때 한 번 더 새겨 두어야 할 말씀입니다.





당연하지만 뉴스에서 익히 보아온 얼굴들이 대단히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희호 여사께서 사람들의 박수 속에 감사를 표한 후 돌아가셨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묘역에는 빨간 줄이 쳐져 있었다는 겁니다. 김대중 대통령 가족 및 측근끼리의 예배 시간과 장소의 협소함으로 처음에 일반인들은 빨간 줄밖에 서있어야 했습니다.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만, 오동명 선생님께서 《사랑의 승자》 본문을 통해 왜 많은 국민들과 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그런 장소에 안장 되셔야 한다고 주장하셨는지도 이해할 법 했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줄을 서있자니 조금 힘들더군요. 하지만 딸까지 데리고 올라와 제 앞에 선 일본인 어머니를 보자니 약한 소릴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도 많았지만 자식들을 데리고 온 젊은 부모님도 상당수였습니다.



이희호 여사까지 돌아가시고 나자 일반인들의 분향과 헌화가 긴 줄을 타고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생각비행도 직접 긴 줄을 기다려 헌화와 분향 그리고 묵념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뜻을 기렸습니다. 사람들이 묵념하는 자리에 카메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어 묘소와 제단은 일부러 찍지 않았습니다.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

0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2122232425262728293031323334353637


추모 문화제 포스트와 마찬가지로 위에 쓰이지 않은 사진들까지 김대중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도식 사진을 모두 슬라이드로 모아 봤습니다. 현장 분위기를 좀 더 느끼고 싶으신 분들은 슬라이드를 이용해 주세요^_^


이 사진은 부록입니다. 헌화하려 줄을 서 있는데 밑으로 KBS의 중계차가 보였습니다. 차체에는 KBS는 시청자가 주인입니다.란 문구가 붙어 있더군요. '그러면 말을 좀 들어!'란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독자 여러분과 저만의 비밀입니다^_^

댓글